• "미국께서 안전하다면 그런 줄 알겠습니다"
        2007년 05월 30일 05:43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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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가 한미FTA 위생검역 분과 협상 막바지에 미국이 요구한 조류독감(AI)의 ‘지역화 개념’을 사실상 수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역화 개념’을 적용하게 되면, 예컨데 미국의 텍사스 주에서 고병원성 조류독감이 발병하더라도 텍사스를 제외한 다른 주의 닭고기에 대해선 우리 정부가 수입 제한 조치를 내릴 수 없게 된다.

    그동안 세계보건기구와 한미 양국 정부는 조류독감의 원인이 철새라는 점을 인정해 왔다. 여기에 따를 때, ‘지역화 개념’을 적용할 경우 조류독감에 감염된 미국산 닭고기가 우리 식탁에 올라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철새들에게는 주 경계가 없기 때문이다.

       
      ▲ 조류독감에 걸린 닭(왼쪽)과 건강한 닭(오른쪽). 조류독감에 걸린 닭의 벼슬이 파랗게 변한 것이 보입니다.  
     

    정부는 또 미측의 ‘육류검사 시스템의 동등성 인정’ 요구에 대해 국제수역사무국(OIE)의 광우병 위험등급 평가에 따라 협의하기로 약속했다. ‘육류검사 시스템의 동등성 인정’이란 미국 정부가 안전하다고 승인한 자국 내 쇠고기 수출작업장에 대해 우리 정부는 별도의 승인 절차 없이 ‘안전’하다고 인정해야 한다는 것을 뜻한다.

    미국의 육류검사 시스템이 부실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이 제도가 도입될 경우 국내 광우병 검역체계에 커다란 공백이 우려된다. ‘한미FTA저지범국민운동본부’는 30일 오전 민주노총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이 같은 내용이 포함된 한미FTA 위생검역 및 식품안전 분야 협상에 대한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정부가 공개한 협정문을 보면 ‘동물 위생과 축산 제품의 검역조치에 관한 양해각서’라는 것이 있다. ‘조류독감’에 대한 ‘지역화 개념’ 적용과 ‘육류검사 시스템의 동등성 인정’에 대한 한미 양국의 합의사항을 담은 문서다.

    ‘양해각서’는 먼저 ‘육류검사 시스템의 동등성 인정’과 관련 "한국정부는 한국이 현지 시스템 감사를 실시할 권한을 보유한다는 조건하에 작업장 승인에 있어 돼지고기 및 가금육에 대한 미국 검사시스템의 동등성을 인정하는데 동의하였다"고 적고 있다.

    특히 "미국은 미국의 쇠고기 작업장에 대한 검사시스템이 한국의 것과 동등함을 인정할 것을 요청"하였고, 이에 대한 답변으로 "한국은 이 사안은 2007년 5월로 예상되는 미국에 대한 OIE의 BSE 위험등급 평가에 관련된 현행 미국산 쇠고기 및 쇠고기 제품에 대한 수입위생조건을 미국과 협의하고 개정하는 과정에서 검토할 것임을 밝혔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에 대해 범국본은 "지난 해 미국 도축장 현지 위생 점검에서도 확인되었듯이, 미국은 수입이 금지된 캐나다산과 미국산 소를 구분하지 않으며, 30개월 미만과 30개월 이상의 소를 똑같은 전기톱으로 도축하고 있는 불량 작업장에도 ‘안전’ 승인을 남발하고 있다"면서 "한국 정부의 검역 당국은 미국이 ‘safe’라고 도장을 찍어준 쇠고기에 ‘안전’이라는 마크만 바꾸어 달아주는 기관으로 전락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양해각서’는 또 조류독감의 ‘지역화 개념’ 적용과 관련, "한국과 미국은 양국정부가 WTO/SPS 협정과 OIE 지침을 존중하여야 하고, 지역화 원칙이 효과적으로 적용되어야 한다는데 공통된 양해를 하였다"면서 "위험평가절차를 촉진하기 위하여 한국정부는 2007년 4월에 설문서를 미농업부 동식물검역청(APHIS)에 제시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범국본은 "날아다니는 철새에게는 주 경계가 없다"면서 "국민건강이 우선이지 과학적이지 않은 근거에 의한 무역장벽 제거가 우선이 되어서는 안된다는 상식인의 평범한 원칙들이 한미 FTA라는 괴물 앞에서 헌신짝처럼 내팽개쳐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밖에도 범국본이 위생검역분과의 8개 세부 쟁점에서 한미 양측의 초안과 협상 결과를 정밀 대조해본 결과 목적, 적용범위, 정기적 기술회의 개최여부, 위원회 설치여부 등 6개 항목은 미국의 요구가 그대로 관철됐으며, 1개는 양국의 입장을 절충하였으나 사실상 미국의 입장이 반영된 것으로 확인됐다.

    범국본은 "이 협정문만 보더라도 미국의 거대축산자본의 이해를 대변한 일방적 퍼주기 협상이었다는 것이 그대로 드러난다"면서 "협상평가를 제대로 하기 위해 양측의 통합협정문과 협상초안 및 주고받은 문서를 모든 협상분과에서 공개할 것"을 정부에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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