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내대표 정책토론 전파가 아깝다"
        2007년 05월 30일 03:30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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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파가 아깝다.”

    30일 오전 10시 선거방송토론위원회 주관하고 KBS1과 MBC가 생중계한 각 당 원내대표 초청 정당정책토론회를 지켜본 모 정당 당직자의 말이다.

    이날 각 당 원내대표는 ‘한미 FTA 체결의 득과 실’과 ‘저출산 고령화 사회의 정책방향’에 대해 토론을 벌였지만, 정책 대안보다는 뻔한 주장과 정치 공방이 주를 이뤄 토론회 취지를 무색케 했다.

       
      ▲ 사진=YTN
     

    정당정책토론회는 정당법에 의거하여 선거방송토론위원회가 연 2회 이상 개최하도록 되어 있으며 이날 토론회에는 한나라당 김형오 원내대표, 열린우리당 장영달 원내대표, 중도개혁통합신당 최용규 원내대표, 민주당 김효석 원내대표, 민주노동당 천영세 의원단 대표, 국민중심당 정진석 원내대표가 참석했다.

    6명의 토론자에게 주어진 시간은 2시간뿐이고 질문은 30초 내지 1분, 답변은 1분 이내에 하도록 되어 있는데다가 굵직한 주제를 두 가지나 다루다 보니 구체적이고 심도 있는 토론을 하기에는 시간이 모자랐다.

    이처럼 각 당에게 공평한 기회를 준다며 지나치게 규격화된 형식의 토론을 기획한 것도 문제라 할 수 있으나 각 정당이 자신들의 정책을 제시할 수 없는 조건은 아니었다. 정당정책토론회의 취지는 각 정당의 정책 차이를 유권자들이 가려낼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날 토론회를 지켜본 시청자 중 얼마나 각 정당마다의 정책 차이를 알게 될지 의문이다.

    ‘한미 FTA 체결의 득과 실’을 주제로 한 토론에서는 천영세 대표만 한미 FTA 비준을 반대하겠다는 입장을 명확하게 드러냈으며 나머지 정당의 원내대표들은 “따져보고 국회비준을 결정하겠다”는 말로 한미 FTA 찬반 여론이 팽팽한 가운데 눈치 보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더구나 이날 참석한 각 당 원내대표들은 한미 FTA 협정의 광범위한 분야 중에서 유독 농업분야에 대한 피해대책만을 강조했다. 이들은 “농업이 체질을 강화해야 한다(정진석)”, “농업의 중장기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김형오)”, “농업의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바꾸어야 한다(최용규)” 등 누구나 하는 얘기를 반복할 뿐이었다. 이는 선거를 앞두고 유권자를 의식하는 눈치보기식 토론이다.

    또한 각 당 원내대표들은 ‘저출산 고령화 사회의 정책방향’을 주제로 한 토론에서는 사교육비, 보육시설, 노인일자리 창출 등 다양한 의제들을 언급했지만, 4월 임시국회에서 마무리 짓지 못한 국민연금법 문제로 정치공방을 주고받았다.

    김형오 대표가 국민연금법 개정 사안을 두고 “4월 임시국회에서 타결은 못 봤지만 국민연금법, 사학법, 로스쿨법은 사실상 협상 과정에서 합의했었다”고 발언하자 최용규 대표는 “국민연금법, 사학법, 로스쿨법을 연계한다는데, 특정법안과 특정법안을 연계한다는 말을 방송토론에서 할 수 있느냐”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김형오 대표는 “연계한다는 표현은 하지 않았다. 이 법들이 각기 중요하기 때문에 동시에 처리해야 한다”고 답해 4월 임시국회의 대표적 야합 사건을 두고 공방을 벌였다. 

    그나마 이날 토론회에서 정책 입장의 차이를 드러낸 바가 있어 다행이다. 토론회에서 정책 입장의 차이를 드러내는 데에 성공한 정당은 민주노동당이다.

    천영세 대표는 타 정당의 원내대표들과 달리 FTA 비준에 대한 반대 입장을 밝혔고 보육문제에 대해서 교육에서와 마찬가지로 보육도 국가 체계의 의무보육을 시행해야 한다고 주장해 타 정당의 입장과 선을 그었다.

    최용규 대표는 천 대표의 공보육화 주장에 대해 부모에게 직접 보육료를 지원하는 등의 보육 바우처 제도를 주장했고, 장영달 대표는 정부 재정이 감당하지 못하는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김효석 대표도 “민주노동당은 기초생활, 의료비, 교육, 장애인 문제 한번에 다 해결하자고 한다”며 민주노동당의 재정 확보 방안을 문제 삼았다.

    천영세 대표는 김효석 대표의 반론에 OECD국가 수준으로 세금을 걷으면 “118조 원이 확보된다. 부자들과 의사 변호사에게 세금을 걷어야 한다”고 반박하는 등 이 부분만큼은 정책토론다운 장면을 잠깐 연출했다.

    이날 토론회의 성격을 잘 드러내는 표현은 최용규 대표의 발언 중에 있다.

    “좋은 정책에는 차이가 없다.”

    천영세 대표가 “정당은 정책적 정체성을 기반해야 하는데 통합신당이 열린우리당, 민주당과 차이는 무엇이냐”는 질문에 대한 최용규 대표의 답변이었다.

    최 대표의 답변은 현재 범여권이라 불리는 정당들은 큰 정체성의 차이도 없으면서 갈라져 있다는 걸 고백하는 발언이기도 하다. 동시에 이날 토론회가 각 정당의 정책 차이를 알리는 데 실패했다는 걸 의미하기도 한다.

    형식에 얽매인 토론 방법, 자기 정당의 분명한 입장과 정책 대안을 제시하는데 소극적인 토론자들. “전파가 아깝다”는 관전평엔 이유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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