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 에버랜드'에 대한 엇갈린 시각
    By
        2007년 05월 30일 09:17 오전

    Print Friendly

    30일자 아침신문들이 주목한 아이템은 크게 세 가지로 정리된다. △’에버랜드 전환사채 헐값 발행’ 사건의 항소심 판결이 유죄로 나왔다는 것 △한나라당 대선주자들이 참석한 경제 분야 정책토론회에서 여러 가지 말들이 오갔다는 것 △노무현 대통령이 국정홍보처에 "정부 부처내 기사송고실 폐지 검토"를 지시했다는 것 등이 그것이다.

    이 가운데 가장 주목되는 것은 에버랜드 사건의 항소심 판결이다. 7년 넘게 법적 다툼을 벌여왔던 에버랜드 사건 항소심에 일단 ‘마침표’를 찍었기 때문이다. 30일자 조선일보에 따르면 "2000년 6월 법학교수 43명의 고발로 시작된 이 사건은 피고발인 등 50여명을 조사했고, 2만 쪽이 넘는 수사·공판기록을 남겼다. 수사를 맡은 주임검사가 12차례 교체됐고, 1심 재판부는 2차례, 항소심 재판부도 3차례나 바뀌었다".

    다음은 30일자 아침신문들의 1면 머리기사 제목이다.

    -경향신문 <"독단적인 취재제한 盧지시는 권력남용">
    -국민일보 <에버랜드 전환사채 저가 발행/항소심서도 유죄 판결>
    -동아일보 <李 "대운하는 도약 기폭제"/朴 "세금 年9조 절약 가능">
    -서울신문 <李 "대운하로 환경·경제 회복"/朴 "국민 먹는물에 배 띄우나">
    -세계일보 <‘보복폭행’ 관련 최기문 前청장 등 30여명/검, 계좌추적 착수>
    -조선일보 <‘에버랜드 CB’ 항소심도 유죄>
    -중앙일보 <"언론 계속 특권 주장 땐 기사 송고실도 없앨 것">
    -한겨레 <‘에버랜드 전환사채’ 2심도 유죄/"이재용씨에 지배권 넘기려 헐값 발행">
    -한국일보 <李 "세계 7대강국 이루겠다"/朴 "7% 성장해 G7 되겠나">

    조선·한겨레, ‘에버랜드 전환사채’ 항소심 유죄 판결 1면 머리 배치

    조선일보와 한겨레는 ‘에버랜드 전환사채 사건 항소심 유죄 판결’ 아이템을 1면 머리에 배치하고 주요 지면 2개 이상을 털어 상세한 관련기사를 실었다.

    조선일보는 A1면 머리기사에서 "에버랜드 전·현 사장이 1996년 전환사채(CB)를 발행해 이재용씨 등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 자녀들이 헐값에 사도록 한 것은 회사에 손해를 끼친 배임행위라는 항소심 판결이 나왔다. ‘편법 증여’ 논란을 빚은 전환사채 발행이 불법임을 재확인한 판단이다. 그러나 법원은 이 과정을 그룹 최고위층과 공모했는지는 판단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또 재판부(서울고법 형사5부)가 "29일 에버랜드 CB발행으로 회사에 970억원대의 손해를 끼친 혐의로 기소된 두 사람에게 1심보다 높은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 벌금 30억원을 각각 선고했다"는 사실과 "’1996년 10월 에버랜드 이사회가 전환사채를 발행하기로 의결한 것은 정족수 미달로 무효’라고 밝혔다"는 사실도 아울러 전했다.

       
      ▲ 조선일보 5월30일자 4면.  
     

    조선일보는 이어 A4면 머리기사 <지배구조 변동없지만 경영권 승계 ‘산 넘어 산’>에서 에버랜드 사건 항소심 판결이 삼성그룹의 지배구조에 미칠 영향에 대해 분석했다. 특히 삼성측의 주장과 동향을 비중 있게 실었다. 기업 경영에 차질이 빚어질 것을 우선 걱정하는 모습이다. 이는 다음과 같은 대목에서 잘 드러난다. "삼성의 지배구조는 그룹 오너인 이 회장과 일가 지분이 극히 적다는 점 때문에 개선 여지가 많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시민단체에서는 ‘비상장 가족회사와 비상장금융회사 등을 통해 삼성그룹 전체를 지배하고 승계하면서 에버랜드 전환사채 인수 문제, 금산법 재개정 문제 등이 발생했다’며 자발적인 지배구조 개선을 요구해왔다. 하지만 현 이건희 회장과 이재용 전무를 정점으로 하는 지주회사 체제로 완전 개편하기에는 대주주의 자금 여력에 한계가 있어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같은 면 <법과 관행사이…기업들 "우리 떨고 있니">도 마찬가지다. 이 기사는 재계가 "이번 판결이 최근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에 대한 구속과 함께 기업 활동에 적잖은 부담감을 줄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하면서 "법원이 이른바 ‘관행’을 용납하지 않는 엄격한 판결을 내리고 있어, 준법 경영, 보수적 경영이 점점 더 확산될 수밖에 없다는 것"으로 풀이했다.

    동아 "삼성, 편법 증여 시비에 힘을 빼는 것은 안타까운 일"

       
      ▲ 동아일보 5월30일자 사설.  
     

    이런 시각은 동아일보 사설 <에버랜드 판결 ‘투명한 상속’의 계기 돼야>에서 보다 노골적이다. 동아일보는 사설에서 "삼성은 한국을 대표하는 1등 기업집단으로 국민경제에 대한 기여와 영향이 막대하다"며 "이런 위치의 삼성이 이른바 ‘X파일’ 파동에 이어 편법 증여 시비에 힘을 빼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라고 주장했다.

    동아는 "이 재판은 기업과 부의 투명한 상속이 중요함을 재인식시키는 계기가 돼야 한다"면서도 "차제에 국내의 상속제도 자체도 재검토해 봐야 한다. 한국의 기업지배구조상 50%의 상속세를 부담하면 대주주 일가의 경영권이 위협받는다. 한국의 대표적인 대기업들이 주인 없는 회사가 되거나, 외국인의 손에 넘어가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면 현실적인 대안을 찾아봐야 한다"고 기업의 손을 들어줬다.

    한겨레는 다른 시각을 보여준다. 삼성으로 대표되는 대규모 기업집단의 ‘도덕적 결함’에 초점을 맞췄다. 한겨레는 1면 머리기사에서 "이번 판결로 에버랜드를 정점으로 한 삼성그룹의 후계구도 구축작업이 크게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며 "이재용씨의 지분이 당장 무효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만약 이 회장이 기소돼 유죄 판결이 확정되면 손해배상 청구가 가능해지고, 과세 문제도 불거지게 된다. 비슷한 시기 에버랜드와 비슷한 방식으로 이재용씨가 편법 취득한 다른 계열사 지분 문제도 마찬가지"라며 항소심의 ‘유죄’ 판결 의미를 보다 크게 해석하고 향후에 불거질 문제들을 짚었다.

    한겨레 "삼성의 ‘도덕적 결함’"에 초점 맞춰 보도

       
      ▲ 한겨레 5월30일자 3면.  
     

    한겨레는 삼성 지배구조가 어떻게 될 것인지를 전망한 3면 머리기사 <경영승계 ‘불법 종잣돈’ 두고두고 짐으로>에서도 "법원이 ‘에버랜드 전환사채 헐값발행’에 다시 유죄를 선고함으로써, 에버랜드를 지렛대로 한 삼성그룹의 후계구도 구축작업이 큰 타격을 받게 됐다"며 조선일보와는 다소 상이한 해석을 내놨다.

    같은 면 기사 <검찰 ‘그룹차원 공모’ 파헤칠까>에서는 수사팀-수뇌부 의견 조율이 향후 관건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기사는 "검찰 수사에서 가장 관심을 끄는 대목은 이 회장의 기소 여부"라며 "결국 이 회장 등 그룹 핵심부의 개입 여부를 밝히는 게 검찰의 과제"라고 말했다.

    한겨레는 또 4면 <경영권 승계준비 재벌들/삼성 ‘타산지석’ 삼을까>에서 "이번 판결로 무분별한 재벌 총수 일가의 경영권 승계 작업은 크게 위축될 수밖에 없게 됐다. 재벌들 사이에 더는 ‘세금 없는 대물림’이 힘들어졌다는 인식이 확산될 경우, 신세계나 대한전선처럼 세금을 제대로 내고 경영권을 상속하려는 기업들이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항소심 판결의 의미를 한겨레가 조선일보에 견줘 낙관적으로 해석하고 있음을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에버랜드 항소심 결과, 상대적으로 작게 처리한 중앙일보

    한편 중앙일보는 이 아이템을 적은 비중으로 다뤘을 뿐만 아니라 강조하는 의미도 달랐다. 재판부가 검찰의 기소 내용 일부를 인정하지 않았다는 점을 부각시킨 것이다.

       
      ▲ 중앙일보 5월30일자 8면.  
     

    중앙일보는 1면 하단에 <‘에버랜드 CB’ 항소심도 유죄 선고/삼성그룹 차원 공모는 인정 안 해>를 싣고  8면 머리기사 <검찰 "970억 차익" 법원은 89억만 인정>에서 ‘에버랜드 CB 사건’ 항소심 판결에 대해 상세하게 보도했다.

    중앙일보는 8면 기사에서 "에버랜드 전환사채(CB) 발행 사건에 대한 항소심 재판의 쟁점은 CB 발행가격의 적정성 여부와 삼성그룹 차원의 공모가 있었는지다"라면서 "항소심 재판부는 검찰의 산정 방식을 채택하지 않았다. 재판부에 의해 유죄로 인정된 배임금액은 검찰 공소사실의 10부의 1도 안 되는 수준으로 깎였다. 항소심에서 두 피고인의 형량이 높아진 것은 5억원 이상의 피해가 발생했을 때 특정경제범죄처벌법상 배임 혐의를 적용해야 한다는 법 규정에 따른 것이다"라고 보도했다.

    같은 면에서 조희대 부장판사와의 인터뷰를 <"피해액 반드시 맞다는 건 아니다">라는 제목으로 보도한 것이나 <"배임죄 적용은 법리상 잘못">으로 변호인 일문일답을 비중 있게 처리한 것도 중앙일보가 삼성측을 ‘변호한다’는 의심을 갖게 하는 대목이다.

    삼성의 항소심 반응을 다룬 <2심서도 유죄에 ‘여휴’/공모 혐의는 빠져 ‘휴∼’>(8면)는 "삼성은 이번 판결로 ‘그룹 공모론’에 대해서는 면죄부를 받은 것으로 보고 있다"는 사실을 전하며 "공모 혐의에서 벗어남으로써 검찰이 수사를 확대해 이건희 회장까지 소환 조사할 가능성은 거의 없어졌다"는 삼성 고위 인사의 말을 실었다. 또 그것을 "가장 우려했던 총수 소환사태는 일어나지 않게 됐다는 얘기"라고 풀이했다. / 권경성 기자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