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노총 여론조사 각 캠프 '해석투쟁'
        2007년 05월 29일 12:58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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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행 당규에서 민주노동당 대선 후보를 뽑는 유권자 가운데 약 40%는 민주노총 조합원이다. 그런데 민주노동당은 선거인 명부 확정 하루 전까지만 당원으로 등록하면 선거권을 부여하는 내용의 당규개정안을 오는 6월 23일 중앙위 안건으로 상정해 놓은 상태다.

    현재는 당원 가입 후 3개월이 지나야 선거권을 주도록 규정하고 있다. 중앙위에서 당규가 개정될 경우 유권자 가운데 민주노총 조합원의 비율은 지금보다 훨씬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경선에 참여하기 위한 민주노총 조합원들의 조직적인 당원 가입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민주노동당 한 관계자는 "사실상 민주노총 조합원이 당의 대선후보를 뽑는 결과가 될 것"이라고 했다. 당규 개정 여부에 따라 영향력의 크기가 달라질 테지만 민주노총의 선택은 이번 경선에 결정적 변수가 될 공산이 크다. 각 후보 진영이 민주노총의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이유다.

       
     
     

    <매일노동뉴스>는 28일 민주노총 대의원들을 상대로 대선 후보 지지율을 조사한 결과 권영길 의원 38.1%, 심상정 의원 20.7%, 노회찬 의원 15.5%의 득표율을 각각 얻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이런 조사 결과에 대해 각 캠프는 겉으론 ‘무덤덤’한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그 의미에 대한 해석을 놓고는 은근한 신경전을 벌였다. 

    가장 높은 지지율을 기록한 권 후보측은 비교적 ‘여유 있는’ 모습을 보였다. 캠프의 한 관계자는 "민주노총은 권 의원의 친정 아니냐. 민주노총에서 권 의원의 세를 확인했다는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캠프의 또 다른 관계자는 "(민주노총의 지지 성향에 대한) 구체적인 수치가 제시된 경우가 드문데 이번 조사는 이를 확인할 수 있는 기회가 됐다"면서 "민주노총과 한국 노동운동의 미래와 관련해 권 의원에게 거는 기대감이 반영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상대적으로 낮은 지지율을 보인 노 후보측은 "민주노총(상층)의 구조에서 15.5% 득표는 대단히 높은 것"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캠프의 한 관계자는 "대의원들의 지지율을 기반으로 더 분발하면 계속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대부분 특정 정파에 속해 있는 민주노총 대의원의 여론은 민주노총 평조합원의 여론과는 다르다는 논리를 폈다. 그는 당원 가운데 노동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진보정치>의 지난 1월 지지율 조사를 근거로 "민주노총 평조합원에선 노 후보와 권 후보가 양강을 구축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조사에서 2위를 기록한 심 의원측에선 ‘부족하다. 더 노력 해야 한다’는 반성적 평가와 ‘민주노총에서 기본적인 세를 확인했다’는 긍정적 평가가 교차했다고 캠프의 한 관계자는 전했다. 손낙구 보좌관은 "민주노총 초대 위원장을 지낸 권영길 의원이 있는데 이 정도 나온 것은 상당한 것"이라며 "남은 기간 동안 더욱 올라가지 않겠나 하는 기대감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캠프의 또 다른 관계자는 "이번 조사 결과에 대해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 참고할 수 있는 여론조사 데이터일 뿐이고 예측했던 수준"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만 "현장에서 일하는 조합원이 정치적 판단을 할 때 가장 영향을 미치는 것은 동료나 간부"라면서 "대의원들의 지지성향은 평조합원들의 의사결정에 상당한 영향을 줄 것"이라고 했다.

    민주노총 한 관계자는 "노회찬 의원은 주로 일반 국민을 상대로 한 정치활동을 했고, 민주노총이 기반인 권영길, 심상정 의원은 아무래도 현장에 좀 더 가까이 다가가지 않았겠느냐"고 총평했다.

    한편 이번 조사에서 한국노총 대의원들은 ‘이명박'(29.8%), ‘손학규'(23.9%), ‘박근혜'(13.3%) 등 한나라당과 구여권 후보에 대한 높은 선호를 드러냈다. 반면 민주노동당 주자들에 대한 지지율은 2~4%에 그쳤다.

    한국노총 금융노조 소속 경남은행 노조위원장 출신인 박창완 서울 성북지역위원장은 "일반 조합원들의 여론은 그 정도는 아닐 것"이라면서도 "조합원 투표를 통해 지지후보를 결정한다는 한국노총의 방침이 결국 한나라당을 지지하기 위한 명분축적용이 아닐까 염려했는데… 당혹스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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