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동아 '떼쓰기'-중앙 '타이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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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년 05월 29일 09:39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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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여정부의 ‘취재지원시스템 선진화 방안’이 발표된 지 일주일이 흘렀다. 정치권, 언론으로부터 ‘뭇매’를 맞고 있지만 정부는 기존 방침을 철회할 뜻을 밝히지는 않고 있다. 이번 논란은 29일자 주요 조간신문에서도 주요 뉴스로 다뤄졌다. 조선일보는 1면 머리기사부터 종합면까지 관련 기사를 쏟아냈다.

    아침 독자들의 마음을 흡족하게 한 기사와 얼굴을 찌푸리게 한 기사도 나란히 1면을 장식했다. 프랑스 칸에서 날아온 ‘낭보’는 신문 마감시간 관계로 하루 늦게 주요신문 1면을 뒤덮었다. 조간신문들은 영화배우 전도연이 ‘칸 영화제’ 여우주연상을 받은 사진과 관련 기사를 주요 기사로 처리했다.

    반면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 보복폭행 논란으로 시작된 경찰청의 혼란, 이택순 청장 거취 문제 등은 독자들에게 답답한 하루를 열어줬을 것으로 보인다. 서울신문 세계일보 중앙일보 한국일보 등은 관련 기사를 1면 머리에 올렸다.

    다음은 29일자 주요 조간신문 1면 머리기사

    경향신문 <5세대 스텔스 전투기 2012년 이후 60대 도입>
    국민일보 <학생 만족도·상세 경비내역 당국·부모에 15일내 알려야>
    동아일보 <"고조선-고구려는 한국사">
    서울신문 <이택순 ‘버티기’>
    세계일보 <이청장 "못 물러난다">
    조선일보 <"자유언론 죽이려는 정권…국정홍보처 반드시 폐지">
    중앙일보 <경찰 지휘부 회의 "이택순 청장 용퇴해야" 청와대 "안돼"…이 청장은 버티기>
    한 겨 레 <8단계 위생검증 5단계 생략 미 소갈비 추석전후 식탁에>
    한국일보 <이 경찰청장 사퇴거부>

    국어사전에서 ‘타이르다’는 잘 깨닫도록 일의 이치를 밝혀 말해 주는 것을 말한다. ‘떼쓰다’는 부당한 일을 해 줄 것을 억지로 요구하거나 고집하는 것을 말한다. 아침부터 웬 국어사전 얘기냐고 의아해 할 수도 있겠지만 참여정부의 ‘취재지원시스템 선진화 방안’에 대한 조선일보 동아일보 중앙일보의 접근법을 보면 이러한 단어를 생각나게 한다.

    참여정부의 ‘취재지원시스템 선진화 방안’을 ‘선진화 방안’으로 이해하고 해석하는 언론은 거의 없다. 정치권에서도 진보와 보수 할 것 없이 비판 일색이다. 간혹 참여정부의 이번 조치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목소리도 나오고는 있지만 말 그대로 기타 의견일 뿐이다.

    정부 정책이 문제가 있을 때 이를 설득력 있고 냉정하게 비판하는 것은 언론의 권한이자 의무이다. 그러나 이번 논란의 흐름이 엉뚱한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취재지원시스템 선진화 방안’의 문제를 지적하기보다는 정치적으로 활용하려는 의도가 숨겨져 있기 때문이다.

    조선 동아-한나라당 ‘찰떡 공조’ 재연?

    조선일보 동아일보와 중앙일보 그리고 다른 신문들이 이번 논란을 어떻게 접근하고 있는지 살펴보자. 조선일보는 1면에 <"자유언론 죽이려는 정권…국정홍보처 반드시 폐지">라는 제목의 머리기사를 실었다.

       
      ▲ 조선일보 5월29일자 1면.  
     

    조선일보는 국정홍보처에 대한 국회 문화관광위원회 전체회의 내용과 한나라당 의원총회 결과를 비슷한 분량으로 실었다. 조선일보는 "한나라당은 지난해 헌법재판소에 의해 일부 위헌 결정이 난 신문법과 언론중재법 등 언론관계법 4건의 개정안 처리도 당론으로 재확인했다"고 보도했다.

    ‘취재지원시스템 선진화 방안’의 문제 개선과 국정홍보처 폐지, 신문법 재개정은 어떤 관련성이 있는 것일까. 하지만 한나라당은 이러한 입장을 당론으로 정했고 조선일보는 1면 머리기사로 전해주고 있다.

    조선일보 "국정홍보처 사전 의견수렴 미흡" 

    조선일보는 3면 <노 대통령 지시 후 ‘취재 통제’ 강도 높여 밀어붙이기>라는 기사에서 "김창호 국정홍보처장은 28일 국회 문화관광위원회에서 브리핑룸 통·폐합 추진 과정에 대한 의원들의 질문에 답하면서 말을 바꾸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사전 의견수렴이 미흡했으며. 청와대 홍보수석실과 긴밀하게 협의했을 뿐 다른 부처에는 국무회의 전 통보도 하지 않았다고 인정했다"고 보도했다.

    언론이 정부부처 관계자의 ‘말 바꾸기’ 의혹을 제기한 것은 전혀 이상할 것 없다. 국정홍보처가 이번 조치를 취하기 전에 충분한 의견수렴을 하지 않은 점도 비판받아 마땅한 일이다. 그러나 정치인의 ‘조롱’까지 의미부여를 해서 기사로 담아내는 것은 한번쯤 생각해볼 일이다.

    조선일보는 3면 <강 대표가 말한 간신…김창호·윤승용·양정철?>이라는 기사에서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는 28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브리핑룸 통폐합과 취재 통제를 주도한 정부 관계자들을 ‘사슴을 보고 말이라고 우기는 간신’이라고 표현했다"고 보도했다.

    강재섭 ‘간신’ 발언에 주목한 조선일보 동아일보

    조선일보는 "한나라당 나경원 대변인은 정부가 취재 통제조치를 발표한 다음 날인 23일 성명에서 ‘이번 언론자유 말살을 기획하고 준비한 김창호 국정홍보처장, 윤승용 홍보수석, 양정철 홍보기획비서관은 언론자유 말살 3적으로 기록될 것’이라고 했었다"고 설명했다.

    동아일보는 강 대표의 ‘간신’ 주장을 사설에까지 반영하기도 했다. 동아일보는 <국민과 언론 이간하고 정부 자해하는 ‘홍보간신들’>이라는 사설에서 "김창호, 양정철, 윤승용 이들은 정부와 언론 사이를 멀어지게 함으로써 결국 국민과 정부 사이도 이간질한 셈"이라고 주장했다.

       
      ▲ 동아일보 5월29일자 사설.  
     

    동아일보는 "이는 대통령 측근 관료들이 저지르는 정부에 대한 자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사람들을 발탁하고 애지중지해 온 대통령에게 책임이 없을 수 없다. 제1야당 대표는 이런 사람들을 ‘간신’이라 불렀다"고 강조했다.

    정보청구 회신 받는데 25일

    제1야당 대표가 참여정부 언론정책 책임자들을 ‘간신’이라 부르고 주요 언론이 이를 대서특필한다고 ‘취재지원시스템 선진화방안’이 개선될까. 비판은 상대방까지 경청하고 수긍하도록 할 때 더욱 설득력을 가진다.

       
      ▲ 중앙일보 5월29일자 1면.  
     

    이런 측면에서 중앙일보의 지적은 귀담아 들을 만 하다. 중앙일보는 1면 <정보청구 회신 받는 데 25일>이라는 기사에서 "정부부처의 캐비닛에 보관된 정보에 접근하는 길은 멀고도 험했다. 기자가 ‘2000년 이후 남북회담 예산’을 통일부에 정보 공개 청구한 뒤 우여곡절을 겪으며 그 정부의 일부나마 얻는데 25일이 걸렸다"고 지적했다.

    중앙일보는 "이재정 통일부 장관은 자기 필요에 따라 홍보성 브리핑을 자청하는 경우가 적지 않지만 이 장관 명의의 8쪽 짜리 정보 공개 문서는 늦고 까다롭고 부실했다"고 지적했다.

    중앙일보 "청와대 안에서도 반대 많았다"

    중앙일보는 4면 <청와대 안에서도 반대 많았다>는 기사에서 "국정홍보처가 22일 기자실 통폐합 방안을 확정해 발표하기 전 청와대 내부의 토론 과정에서도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반대 의견이 적지 않았던 것으로 뒤늦게 밝혀졌다"고 보도했다.

    중앙일보는 "국정홍보처와 함께 방안 마련을 주도해온 홍보수석실이 당초 방침대로 추진해야 한다는 의견을 강하게 제기해 노 대통령의 최종 재가를 받은 것으로 안다고 이 관계자는 말했다"고 보도했다.

    중앙일보는 <기자실 통폐합 대통령이 직접 철회하라>는 사설에서 "노 대통령은 개헌안에 대한 미련을 접고 국민의 뜻을 따랐다. 그것은 패배가 아니었다. 당시 대부분의 국민은 이를 대단한 용기로 평가했다"고 주장했다.

       
      ▲ 중앙일보 5월29일자 사설.  
     

    중앙일보 "대통령이 직접 나서 기자실 통폐합 철회 바란다"

    또 중앙일보는 "우리는 다시 한번 노 대통령에게 주문하고자 한다. 이쯤에서 대통령이 직접 나서 반민주적인 기자실 통폐합 방안을 철회하기 바란다. 동시에 한국의 언론자유를 20년 이상 후퇴시켜 노 대통령을 역사의 죄인으로 만들려 했던 핵심 관련자들을 엄중 문책하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청와대가 중앙일보의 제안에 동의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청와대도 ‘떼쓰기’ ‘투정부리기’와 같은 모습으로 윽박지르는 다른 신문과는 다른 모습으로 대하지 않을까. ‘취재지원시스템 선진화 방안’을 둘러싼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기존 방침을 고집할 경우 더욱 궁지에 몰릴 가능성이 높다. 정부부처 출입기자들이 성명을 발표하는 상황까지 온 점은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경향신문은 1면 <"밀실·독단행정 가능성" 재경부 기자 180명 성명>이라는 기사를 실었다.

    경향신문 "한나라당, ‘언론자유’ 앞세워 정략적 접근"

    중앙일보도 4면 <"알 권리 침해에 강력 대처할 것">이라는 기사에서 "재정경제부 출입기자들은 28일 성명서를 통해 ‘언론 취재선진화에 결코 반대하지 않는다’면서 ‘문제는 알맹이 없는 선진화 방안을 내세워 기자들을 취재 현장에서 내몰고 취재원과의 접촉을 막으려는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점’이라고 지적했다"고 보도했다. 

    ‘취재지원시스템’ 문제를 정치적으로 활용하려는 시도는 ‘역풍’을 자초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 논점을 흐리고 이번 논란을 정치적 공방으로 몰아갈 수도 있다. 일부 보수신문과 한나라당이 ‘찰떡 공조’를 하고는 있지만 이를 경계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 경향신문 5월29일자 5면.  
     

    경향신문은 5면 <한나라 ‘이중 플레이’ 논란>이라는 기사에서 "한나라당은 28일 정부의 취재 제한 조치와 관련해 국정홍보처를 폐지하고 공공기관의 취재공간 제공을 의무화하는 법안을 6월 임시국회에서 당론으로 추진키로 했다"면서 "(한나라당은) 취재 제한과는 무관한 신문법·방송법 등도 ‘언론자유’를 앞세워 일부 보수언론의 이해를 대변하는 쪽으로 재개정키로 해 ‘정략적 접근’이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고 지적했다. / 류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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