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목되는 권영길 행보, 찬반 엇갈려
        2007년 05월 28일 10:36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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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영길의 ‘대선 시간표’ 초침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최근 민중참여경선제와 관련해 민주노동당 안팎에서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권영길 대선 예비 후보가 진보대연합의 기치를 내걸고 민주노총 등 배타적 지지 단체들이 대선 후보 선출에 참여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찾아 나서고 있어 주목된다.

    이는 당원 직선제가 확정된 현 상황에서 민중참여경선제에 부정적 입장을 취한 노회찬, 심상정 의원과 대비되는 행보로써, 권 후보가 민주노총이 제안한 민중참여경선제와 당이 확정한 당원직선제 사이에서 ‘접점’을 찾을 수 있을지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 권영길 대선 예비 후보 (사진=민주노동당)
     

    게다가 이번엔 당보다 한 발 ‘먼저’ 움직였다. 당에 대한 배타적 지지 단체들이 대선 후보 선출에 참여할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당 지도부와 이들 단체들이 만남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권 후보가 먼저 이들 단체와 대선을 논의하기 위한 상설 테이블을 구성하자고 나섰다.

    이러한 말은 ‘직접’ 행동으로도 이어진다. 최근 권 후보는 전국을 돌며 FTA 저지 투쟁을 벌이고 있는 전농의 문경식 의장을 만나기 위해 경남 창녕을 방문한 것을 시작으로, 현장 대장정 중인 민주노총 이석행 위원장이 있는 울산을 거쳐, 다시 진보연대 지도부를 만나기 위해 서울로 오는 등 민중 진영의 각 지도부를 만나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이에 대해 권 후보는 지난 17일 "진보진영의 모든 사람들이 올 대선 승리를 위해 진보대연합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막상 실체적 논의가 진전되지 못한 채 시간만 지나고 있다"면서 "진보대연합 구체화와 실천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민주노총, 전농 등 민중 진영 대중 조직과 진보 연대를 방문하겠다"며 진보대연합의 논의를 자신이 주도할 것임을 간접 시사했다.

    이는 지난 월간 <말>지 4월호 인터뷰에서 진보대연합과 관련해 "우선 당에서 심사숙고해야 한다. 왜냐면 당 대회에서 당원직선에 의해 후보를 뽑도록 되었기 때문이다"면서 "이 문제는 어떤 후보 개인의 생각으로 정리를 할 수는 없다"며 ‘당’의 입장에 ‘방점’을 찍은 것과는 사뭇 달라진 모습이다.

    권, "민중 참여와 경선 방식에 대한 논의 구분해야"

    게다가 이런 권 후보의 행보는 민주노총의 민중참여경선제 제안을 당이 거부했던 민감한 시기에 나온 것이어서, <한겨레>를 비롯한 많은 언론들이 "상대적으로 민주노총 지지율이 높은 권 후보가 경선에서 유리한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하며 당내 ‘경선 룰’ 논란을 증폭시켰다.

    이렇듯, 권 의원이 제시한 진보대연합을 위한 ‘민중 참여’ 에 대한 화두가 당 안팎에서 ‘경선 룰’ 논란으로 집중되고 있는 것과 관련해 권 후보 측은 갑갑함을 호소했다.

    권 후보 측은 "이번 대선의 전략적 과제는 당의 정치 전망을 확대하는 것으로써 이는 진보적 정권 교체의 현실적 가능성을 국민적으로 확인하는 것"이라며 "여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진보대연합이다. 그 큰 틀에서 최근 민주노총을 중심으로 한 민중참여경선제 논의를 진보대연합을 실현할 많은 방법들 가운데 하나로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권 후보 측은 "그런데 당내 최근 논의 흐름이 정작 중요한 ‘민중 참여’는 빠진 채, 단순히 후보선출 방식의 문제로만 한정해 민주노총 등의 제안에 대해 찬성과 반대로 귀결되는 경향"이라며 "그러다 보니 민중참여경선이냐, 당원 직선제냐로 논쟁이 벌어져 ‘본말’이 전도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권 후보 측은 "민중참여와 경선방식을 ‘구분’해서 봐야하는데, 지금까지는 민중참여에 대한 논의가 절대적으로 부족했다"면서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민중참여경선제는 민중참여방식의 여러 가지 방안 중 그저 하나일 뿐"이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권 후보 측은 “민주노총의 제안방식이 현재 당 상황에 맞지 않고, 민주노동당이 대의원 대회를 다시 열어 민중경선제를 처리하는 게 어렵다고 하더라도 배타적 대중 조직의 민중 참여 방안을 본격적으로 논의하는 가운데 당의 방침이 결정돼야 한다”며 당 지도부의 ‘섬세한’ 접근을 주문했다.

    “왜 권영길인지 답을 제시하고 있어”

    ‘이례적으로’ 논란의 중심에 선 권 의원의 행보에 대해 당내 관계자들은 사실상 구체적인 밑그림이 제시되지 않아 판단을 유보한 상황이다. 아직은 ‘현실’을 고려했을 때 권 의원의 행보가 정치적 수사에 머물거나 선언적 의미에 그칠 것이라는 것이 관계자들의 지배적인 관측이었다. 

    이와 관련 문성현 당 대표는 "배타적인 대중 조직이 대선 과정에 참여할 수 있는 민중 참여 방법 및 민주노총과 당의 관계 회복을 위해 진지하게 고민을 하고 있는 것 같다"면서 "다만, 권 후보가 그리는 구체적인 실현 방법에 대해선 나 또한 궁금하니 적절한 때에 한번 물어보고 싶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권 후보 측은 "우리가 먼저 구체적 안을 정해두고 그것을 조직에 관철시키기 위해 만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일단 허심탄회하게 모든 것을 터놓고 얘기부터 하자는 것"이라며 "경선룰에서 벗어나 민중 진보 진영의 참여를 유도할 수 있는 분위기와 환경부터 조성해보자는 것”이라고 최근 행보의 의의를 설명했다.

    이는 즉, 통합의 리더십을 발휘해 민중 진영의 총 단결을 시작으로 진보대연합을 이끌 어 낼 수 있는 적임자가 바로 권 후보라는 것을 의미한다.

    권 후보 측은 "당과 배타적 지지 대중 조직이 민중 참여에 대해 충분한 논의를 못하고 있는 상황 속에서 누군가는 이들 사이에 대화를 이끌어 내는 일을 해야 한다"면서 "오히려 당원들이 권 후보에게 원하는 것도 지금과 같은 행보를 통해 진보 진영의 대단결을 도모하는 대승적인 리더십"이라고 말했다. 

    이런 권 후보 측의 고민과 행보에 대해 당 관계자들은 대체로 공감하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진보정치연구소 강병익 연구원은 "최근 권 의원의 행보는 그간 끊임없이 제기됐던 ‘왜 권영길인가?’라는 의문에 대한 답을 당원들에게 제시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갈등을 풀어내는 통합의 리더십으로 진보 진영의 대단결을 위한 대화와 소통의 적임자임을 다시 한번 입증하고 있다"면서 "지금 행보가 보여주고 있는 추진력은 두 후보와의 차별성을 부각시키며 그간 권 후보에게 부족했던 혁신과 개혁적인 이미지를 만드는 데도 기여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또 다른 당직자도 "당내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며 논란이 되고 있는 문제에 대해 입장을 밝히고 직접 행동으로 실천하는 모습을 보면서 권 후보가 왜 나왔는지 대해 무언의 메시지를 전달하고자하는 강한 의지가 감지된다"면서 "두 후보와의 변별력을 확연히 드러내면서, 갈등을 푸는 데는 ‘역시 권영길이 적임자’라는 권 후보의만의 자신감이 느껴진다"고 말했다.

    진성 당원제→개방형 경선제→?

    다만, 일각에서는 권의 행보가 민중참여경선제에도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어 당의 방침에 혼란을 주지 않느냐는 우려가 제기되기도 한다.

    당내 한 관계자는 "민중참여경선제에 대한 고민은 분명히 필요하다”고 전제하며 “하지만 당원직선제가 당 방침으로 이미 확정된 민감한 시기에 사실상 민중이 대선 후보 선출에 참여 할 수 있는 어떤 논리적인 방안이 있는지 의문이다. 오히려 권 후보가 이런 당내 혼란을 더 가중시킬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그는 "진성당원제 방침을 주장하다가(지난 1월 YTN 대선인터뷰 – 매월 당비를 만 원씩 내는 영세상인, 서민, 월급쟁이 등의 진성당원이 있는 민주노동당은 다른 당의 경선과 달라야 한다. 당 강화를 위해 진성 당원제가 유지되는 당원들만의 경선이 바람직하다) 지난 2월 중앙위에서 개방형 경선제에 찬성 표찰을 들고, 또 지금의 행보에 이르기까지 그 사이 넓어진 보폭에 대한 설명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이에 권 후보 측은 진성당원제와 민중 참여가 대립되는 개념이 아님을 강조하고, 지금의 행보 또한 당을 강화시키는 진성당원제의 원칙에 어긋나지 않음을 다시 한번 분명히 했다.

    권 후보 측은 "진성당원제의 원칙을 말한 것은 지금도 여전히 유효하다. 민중 참여의 틀을 고민해 보자는 것도 결국엔 당을 강화하고 당의 주도력을 높이자는 것인데, 자꾸 그 가능성 중 하나에 불과한 민중참여경선제의 관철 여부를 두고 논란을 벌이는 것이 답답하다"면서 "중앙위 때 찬성 표찰을 든 건, 당 지도부가 낸 안건에 최고위원의 한 사람으로서 찬성을 하는 것이 그 의무와 책임을 다하는 것이라는 판단에 무게를 뒀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이어 권 후보 측은 "진보 진영의 대 단결을 위해 배타적 민중 조직들이 먼저 손을 내밀었는데, 제도 때문에 민중 참여에 대한 논의조차도 하지 말자는 것인가?"라고 반문하며 "당과 배타적 민중 조직들이 단결한다면 한미FTA나 비정규직 문제에서 시작해 올 대선에 이르기까지 상상치 못할 정치적 힘을 만들어 낼 것"이라고 자신했다.

    권 후보의 행보는 민주노동당을 중심으로 한 민중 진영의 단결을 통해 ‘정치적 힘’을 기르는 데 무게 중심이 쏠려있다. 이를 두고 당의 한 관계자는 "내부 경선을 앞두고 있는 것과 당이 지도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한 것을 감안 할 때 권 후보의 행보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지만, 이번 행보를 포함해 그간의 거취를 돌아봤을 때 권 후보가 내부 정치에만 주력하는 것 같아 아쉽다"고 지적했다.

    권영길의 밑그림 개봉박두

    이는 그간 여러 차례 제기됐던 지적으로써, 대국민을 향한 권 후보 측의 이슈 파이팅에 대한 고민이 부족하다는 문제의식에 기인한다. 그 대표적 사례 중 하나가 국민을 상대로 하는 본선용인 ‘정책’에 대한 고민과 진도가 다른 두 후보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정책을 담당하고 있는 한 관계자는 "늦게 캠프가 꾸려져 준비가 덜 된 건 알고 있지만, 이미 당이 만들어 놓은 정책을 가져다 쓰겠다는 것 외에 어떤 다른 복안을 가지고 있지 않는 것 같다"면서 "물론 쉽진 않겠지만, 솔직히 말하면 캠프 자체가 뭔가를 더 연구하고 개발해 당과 대국민을 상대로 이슈 파이팅을 하고자 하는 의지가 없는 것 같아 아쉽다"고 말했다.

    그러한 고민의 일환으로 한 당직자는 "이번 민중참여 논란은 길게 끌지 않는 게 당 지도부와 권 후보 모두에게 좋다"면서 "부차적인 경선 룰 논란으로 인해 정작 중요한 문제인, 민주노동당이 이번 대선을 통해 국민에게 보여줘야 할 비전과 현안들에 대한 논의를 놓쳐선 안 된다”고 당부했다.

    한편, 권 후보는 오는 29일 전빈련 지도부 간담회로 1차 연쇄 면담을 마치고 금주 중 면담에 대한 결과와 배타적 민중 조직이 대선 후보 선출에 참여할 수 있는 밑그림을 제시한다. 합의점을 찾지 못한 채 공전을 거듭하고 있는 당과 배타적 지지 단체들 사이에서 과연 권 후보가 어떤 접점을 제시 할지 당 안팎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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