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정문 공개후 6월 반FTA 집중 투쟁
    2007년 05월 25일 02:57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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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석운을 만났다. 그의 이름에는 끊어 읽지 않으면 호흡 곤란을 일으킬 길고 긴 이름 운동권 연합 단체의 ‘집행위원장’이나 ‘공동대표’ 같은 직함들이 적어도 서너 개씩은 따라 붙는데, 이번 만남은 ‘한미FTA저지범국민운동본부 집행위원장’과 ‘한국진보연대(준) 상임운영위원장’으로서였다.

반 년째 수배생활 중인 박석운은 ‘시내 모처(?)’에서 여러 청년단체들과 UCC 워크샵 중이었다. 어지간해서는 그의 오지랖 넓음에 범접할 수 없다.

   
  ▲ 박석운 한미FTA저지범국민운동본부 집행위원장 (사진=레디앙)  
 

박석운 범국본 집행위원장은 6월 중 한미FTA에 반대하는 비상시국회의를 개최하고 전국적인 투쟁을 불러일으킬 계획이라고 밝혔다. 박석운 진보연대 상임운영위원장은 민중참여경선을 찬성하는 취지에서 “통 크게 엮어내고, 크게 움직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 6개월째 수배 중인데 생활은 어떻나?

= 심리적으로는 특별한 제약감은 없다. 평상심으로 별 지장 없이 활동 중이다. 인터넷으로 상황도 파악하고, 찾아오는 사람들도 만나기 때문에 별로 갑갑한 걸 느끼지는 않는다.

공개토론회에 참석하거나, 제도권 사람을 만나는 문제, 지역에 출장갈 일이 있을 때 정도에만 불편함을 느낀다. 요즘 들어 불거지고 있는 제주 화순항 해군기지 문제를 오래 전부터 강조해왔는데, 직접 찾아가지 못해 아쉽다.

– 수배된 이유를 좀 자세히 알려 달라.

= 작년 11월에 있었던 한미FTA 반대 집회 때 전국 여덟 곳 중 다섯 곳에서 우발적 충돌이 있었다. 이를 핑계로 경찰이 ‘기획 점거, 기획 폭력’이라며 기다렸다는 듯이 11월 22일자로 체포영장을 발부했다. 경찰은 체포영장 전에 소환장을 세 번 보냈다고 뉴스에 냈는데, 실제로 내게 전달된 소환장은 한 번 뿐이었다.

– 파리에서 열리는 국제수역사무국(OIE) 총회에 범국본 원정 투쟁단을 보냈던데.

= 쇠고기와 자동차가 한미FTA의 핵심 쟁점으로 부각돼 있다. OIE에서 미국이 광우병 위험통제국 판정을 받으면 뼈있는 쇠고기까지 수입하기로 노무현과 부시가 약속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OIE의 판정이 국제적 구속력이 있는 것이 아니라, 참고자료라는 것을 알리기 위해 25명의 투쟁단이 파리에 가 있다. 민중연대 정광훈 의장, 민주노총 허영구 부위원장, 민주노동당 강기갑 의원, 한우협회와 낙농육우협회 간부 등이다.

유럽에 간 김에 한-EU FTA에 대응하여 유럽 단체들과 공동투쟁을 모색하고 있다. 아탁(ATTAC : 시민지원을 위한 금융거래 과세추진협회), S2B(Seattle to Brussels) 등과 접촉 중이다. EU가 다섯 곳과 FTA를 추진 중인데 한국이 가장 규모가 크기 때문에 유럽 사회운동에서도 관심이 있다. 이번에 네크워크 기틀을 마련하려 한다.

– 원래 21일에 한미FTA 협정문서가 공개될 예정 아니었나? 한미FTA에 대응하여 어떤 계획을 가지고 있나?

= 문서 공개는 25일에 됐다. 문서가 공개 되는대로 각계 전문가들이 개별 분야 문서를 점검하여 24시간 이내에 한미FTA의 문제점을 발표하도록 할 것이다. 그리고 분야별로 끝장 토론을 제안하려 한다. 하루에 한 두 분야씩 정하여 구체적인 각론을 토론하고, TV에서 그걸 중계하여 국민들이 보도록 하자고 제안하겠다.

6월 초중순에 한미FTA에 반대하는 국회의원들과 사회 원로를 모아 비상시국회의를 개최하려 한다. 이런 걸 전국 각 지역에서도 확대 조직하여, 6월 29일경 전국동시다발 투쟁을 벌이려 계획 중이다. 이 6월 투쟁이 한미FTA에 반대하는 1차 투쟁이고, 9월경 국회 비준동의에 맞추어 2차 투쟁을 벌이고, 대선 직전에 금년 3차 투쟁에 들어간다.

– 미국산 쇠고기 문제는 상인들과도 할 수 있는 게 있을 듯한데?

= 단체급식을 하는 병원, 학교, 외식업체와 할인점에서 미국산 쇠고기가 쓰일 수 있다. 생협과 학교급식운동본부, 보건단체 등으로 국민감시단을 꾸려 미국산 쇠고기 팔지도, 사지도, 먹지도 말자는 3불 운동을 펼치려 한다. 상인들에게 미국산 쇠고기 취급에 대한 질의서를 보내고, 서약토록 한 다음 국민감시단이 점검할 계획이다.

   
  ▲ 사진=레디앙
 

– 한미FTA 반대 국민투표 운동을 할 계획이던데, 논란이 있지 않았나?

= 오랜 내부 논의를 거쳐서, 대중투쟁을 바탕으로 하되 홍보선전 방법의 하나로 국민투표 운동을 하기로 결정하였다. 국민투표를 요구만 할 게 아니라, 유권자의 10%인 350만 명 정도로부터 투표를 받자는 민중투표 방식도 신중히 검토 중이다.

– 한미FTA 반대 투쟁의 전망을 예측하자면 어떻나?

= 대선의 핵심 쟁점이 될 것이고, 그에 대한 찬반이 대선 당락을 좌우하도록 하는 게 우리 운동의 과제다. 협상이 타결된 이후 소강 상태에서 찬성 여론이 많아졌는데, 6월 투쟁을 통해 반전의 계기를 잡으려 하는 중이다.

– 상임운영위원장을 맡고 있는 한국진보연대(준)에 사회진보연대나 노동자의 힘 등 ‘좌파’ 단체들, 시민단체들이 안 들어오고 있는데 왜 그런가?

= 그런 단체들이 안 들어 왔기 때문에 본 조직을 안 띄우고 있다. 그런 단체들과 대화를 계속하며 설득하고 있다. 시민단체의 경우에는 조금 다르다. 진보연대는 신자유주의 세계화에 대한 반대와 한반도 평화통일에 앞장선다는 목적이 분명한데, 시민단체 전체가 그런 것은 아니기 때문에 억지로 같이 할 수는 없다.

진보연대는 ‘진보민중 진영의 상설적 연대체’다. 그리고 정치적 견해에 따른 조직이라기보다는 기층 대중조직 중심의 조직인데, 기층조직은 다 참여하고 있다. 민중연대 등과는 달리 대중조직이 주력이 되게 하는 게 진보연대의 발상과 목적이고, 잘 진행되고 있다.

– 민중연대 출범 때보다도 더 조용한 거 같은데.

= IMF 직후인 98년에 진보연대를 만들었어야 한다. 이런저런 이유로 진보연대 건설에 게으르고 소홀히 한 바람에 한미FTA 같은 꼴을 당하고 있다. 운동은 결국 조직과 투쟁인데, 지난 10여 년 동안 열심히 투쟁했지만, 그 성과를 조직적으로 축적하지 못하고 유실시켰던 과오를 반복해서는 안 된다.

– 민주노총 이석행 위원장이 제안한 민중참여경선제를 민주노동당이 거부한 이후에도 계속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민중참여경선 제안대로라면 진보연대 소속 단체들이 그 주역이 될텐데, 어떻게 생각하나?

= 진보연대 내부에서 공식적인 의논은 없어, 개인 의견을 밝히겠다. 기본적으로는 민중들의 힘이 크게 움직여야 대선 판을 흔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 민주노총 민중경선제 제안에 찬성이다. 지금 대선판은 보수 대선판이고, ‘당신들의’ 대선판이다. 이런 상태가 계속된다면 진보 진영은 대선에서 왜소화 주변화될 수밖에 없다.

민주노동당 예비후보 중 혹자가 결정돼서 TV토론 잘하고 좋은 정책공약 낸다고 잘 될 것이라 기대하지 말라. 지난 지방선거 당시의 김종철 서울시장 후보도 TV토론 잘하고 좋은 공약 냈지만, 3%밖에 못 얻었다.

민중경선에 참여할 조직 대중은 집토끼다. 이들에게 정치사회의식을 교육해야 하고, 이들을 기초 지역단위로 재조직하여 지역의 여론 주도권을 쥐어야 한다. 바람으로 대선 운동하겠다는 건 망상이다. 판을 바꾸고 크게 움직여야 한다.

– 대선에 임하는 민주노동당 당원들에게 한 마디 해달라.

= 선거공약 잘 낸다고 주도권 잡는 것 아니다. TV토론 잘 한다고 대통령 되는 것 아니다. 구체적인 지역 기반을 만들어야 한다. 비정규직 등 조직화되지 않은 민중세력을 통 크게 엮어내는 일상적 정치투쟁을 펼쳐야 한다.

시군구 단위 진보연대 만드는 데 집중해야 하는데, 민주노동당은 그런 일을 안 하고 매우 우둔한 짓만 하고 있다. 민주노동당은 밭 갈고 거름 주고 씨 뿌리지는 않고, 열매만 거두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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