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각한 세상 상정이가 확 바꿔 놓을께"
    2007년 05월 25일 12:01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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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비보다는 장맛비에 어울리는 비가 쏟아진 사월초파일, 심상정 민주노동당 대선예비후보는 나들이에 나서는 청바지 차림으로 광화문의 한 영화관에 나타났다. 심상정 후보는 팬카페 <심상정과 함께(http://cafe.daum.net/minsimjoa)>의 영화보기 모임에 초대받았다.

“팬카페 모임에 참석하는 건 처음입니다”

심상정 후보에게 각종 집회와 당원 모임, 대중 강연과 현장 방문은 늘 있는 일이지만 이처럼 자신의 ‘팬’들을 만난 건 처음이다. <심상정과 함께>에게도 심상정 후보를 초대한 자리는 익숙하지 않다. <심상정과 함께>도 개설 이후 심상정 후보를 초대한 첫 오프모임이자 회원 사이에서도 첫 번개이기 때문이다.

   
▲ 영화 <줄 위의 종달새>를 관람한 후 심상정 후보와 팬들.
 

이날 영화모임은 ‘심바람 문화산책’의 첫 번째 모임이다. 카페 운영진들은 ‘심바람 문화산책’으로 포크송 콘서트도 열고 락페스티벌도 열 계획이라 한다. 아마 다음 모임에서는 노래 부르는 심상정 후보를 만날 수 있을 듯하다.

팬카페 개설 첫 오프 모임이자 심 후보를 처음 초대한 이날, 체코의 국민감독 이리 멘젤의 <줄 위의 종달새, 1969)>를 함께 보는 것으로 시작했다. 1950년대 체코의 사회를 유머러스하게 비판하고 있는 이 영화를 선택한 이유를 카페지기 ‘능안’씨는 이렇게 설명한다.

“영화모임을 이때 쯤 하려 했고, 적당한 장소를 물색하다 이 곳을 선정했습니다. 이 영화관에는 1관과 2관이 있는데 모임에 적당한 시간에 상영하는 영화를 고르다 보니 <줄 위의 종달새>를 보게 되었지요. 영화가 우리를 선택했습니다.”

사회주의 치하의 체코, 노동자가 권력을 잡았다는 반세기 전 체코 사회가 얼마나 인간의 욕망과 필요, 권리를 억압하고 있는지 보여주는 이 영화를 선택한 이유는 전혀 ‘정치적’이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능안’씨는 심상정 후보의 팬카페 <심상정과 함께>를 “순수한 친목 모임”이라고 소개한다. “인생 얘기를 나누는 재미로 카페지기를 하는” ‘능안’씨는 “회원 간 대화 중 정치 얘기는 10%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인생 얘기입니다. 가족적인 분위기”라고 카페를 소개한다.

다분히 ‘정치색 짙은’ 영화를 관람하는 것보다는 ‘만남’ 자체가 중요했다. 더구나 팬으로 모일 수 있게 한 심상정 후보가 참석한다니 더 좋을 수는 없었겠다.

   
▲ 저녁식사 자리에서 팬들과 환담을 나누는 심상정 후보
 

늦은 오후 영화 관람 후부터 늦은 밤까지 이어진 이날 영화번개는, 카페지기의 말대로 ‘정치결사체’보다는 ‘가족’이 되고자 하는 분위기였다. 회원들 사이에서도 첫 만남이 많아 참석자들은 쑥스러움을 감추지 못했지만 첫 만남의 설레임을 담은 미소로 가득했다.

심상정 후보도 “참석하기 전에는 이벤트성 아닌가 했는데, 팬카페 회원 여러분들이 애정과 비판의 마음을 전달해 주신 소중한 자리”라고 말한다.

정치인의 팬카페가 이렇게 ‘정치적’이지 않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신선하다.

영화 <줄 위의 종달새>는 1969년에 제작되었지만 사회주의 체제를 비판해서 상영이 금지되었다. 동구 사회주의가 붕괴한 20년 후인 1989년 개봉을 했고 1990년 베를린 영화제에서 금곰상을 수상한 체코의 명작으로 손꼽히는 영화이다.

심상정 후보는 이 영화를 보고 “진보의 가치가 무언가를 다시 깊이 생각하게 하는 영화입니다. 진보의 가치는 이 땅에 사는 다수들의 공감과 의지로 구체화되어야 합니다”라고 평을 한다.

영화 <줄 위의 종달새>를 관람한 팬카페는 심상정과 함께 영화관 근처의 식당으로 자리를 옮겨 저녁식사를 하였다. 주문 후 잠시 식사를 기다리는 시간에 심상정 후보는 특별히 한 회원을 직접 참석자들에게 소개했다.

멀리 연천에서 참석한 이선영씨는 심 후보와 12년 차이 띠동갑이다. “심상정 후보는 미소가 너무 예뻐요”라고 말하는 그는 결혼한 아들을 둔 엄마다. 그는 중학생 자녀를 둔 심 후보보다는 엄마로서는 대선배이다. 마주 앉은 두 엄마는 영화 얘기는 제쳐놓고 ‘아이’ 얘기를 한다.

“아이가 중학생인데 주말에 찌개 하나 끓여 놓으면 일주일 내내 그것만 먹어요. 집에서 혼자 피자나 자장면 시켜먹고 그래요.”

심 후보는 정치인이기 전에 엄마다. 두 엄마는 이렇게 사는 얘기를 식사 시간 내내 나누었다.

첫 만남, 첫 모임이 너무 빡빡하게 돌아가면 지치는 법. 카페 운영진은 저녁 식사 시간 이벤트로 ‘심상정’ 삼행시 짓기 행사를 준비했다. 카페지기 ‘능안’씨는 “삼행시 짓기는 오늘 행사를 위해 기획된 것은 아닙니다. 카페에 삼행시 메뉴가 있습니다. 이 자리에서 발표해 보자고 해서 준비했습니다”라고 말한다.

   
▲ ‘심상정’으로 삼행시를 발표하는 팬.
 

이날 삼행시 짓기 이벤트의 상품은, 심 후보가 얼마 전 서평을 썼던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의 <소금꽃 당신>과 음악 CD였다.

수상작들을 몇 개 소개하자면 이렇다. ‘질풍노도’씨는 다작으로 승부해서 심 후보의 친필 서명이 담기 <소금꽃 당신>을 받았다. 그 중 하나다.

심 : 심드렁한 당신에게
상 : 상상해 보세요
정 : 정권을 노동자가 쥐게 된 그날을!

아래는 차례로 김윤규씨와 임현영씨의 삼행시이다.

심 : 심상정 의원님
상 : 상처받고 어려운 이웃들에게
정 : 정말 힘이 되고 위안이 되는 친구가 되어주세요

심 : 심장이 멈출 만큼 기분 좋은 일이 생겼다고
상 : 상상해 보세요. 심상정과 우리가 함께 그려가는 세상
정 : 정치가 내일을 기다리는 우리의 가슴을 설레게 하는 세상!!

번득이는 재치를 발휘하는 삼행시보다는 심 후보에 대한 팬으로서의 마음을 순수하게 드러내는 삼행시들이다.

정태인 교수가 회원 자격으로 참석해 있어 재미를 선사한 삼행시는 ‘질풍노도’씨의 다음의 삼행시다.

심 : 심상정
상 : 상상불허의 명콤비
정 : 정태인

정태인 교수도 삼행시로 답을 해야 했다.

심 : 심상정
상 : 상록수
정 : 정말 대통령

이 짤막한 삼행시는 정 교수의 뜻이 담겨 있다. 정 교수는 “당원들이 의기소침해 있습니다. 옆의 한사람 한사람을 설득하면 꿈을 이룰 수 있습니다”라며 자신의 시를 소개했다.

삼행시는 심상정 후보에 대한 바람을 담고 있다. 심상정 후보도 삼행시로 팬들의 성원에 답했다.

심 : 심각하잖아, 정말.
상 : 상정이가 확 바꿔 볼께.
정 : 정말 신명나는 민주노동당, 살맛나는 세상으로!

심상정 후보는 모임을 마친 후 기자에게 팬들의 삼행시에 대해 이렇게 털어놓는다. “민주노동당과 나에 대한 바람을 삼행시로 표현했습니다. 먼 발치에서 지켜보시고 성원을 보내주시는 분들이 계십니다. 좀 더 철저해져야겠습니다.”

이날 번개 모임에 참석한 김명신 씨는 MBC 100분토론 시민논객이다. 그는 “지난달에 심상정 후보가 논객과의 대화 자리에 와서 만났습니다. 통상공부를 하고 있는데 FTA에 대한 의견도 듣고 싶었지요. 그 때 인연이 되어서 이 자리까지 왔습니다”라고 한다. 심 후보의 활동은 이렇게 팬을 모으고 있다.

이경준 씨는 아들 희영 군과 함께 모란공원의 전태일 묘 등과 청계천을 들른 후 광화문까지 왔다. 아들 희영 군에게 <전태일 평전>을 선물한 그는 “민주노동당은 비정규직 노동자 정책을 개발해서 많이 제시했으면 합니다. 선거는 정책을 개발하고 국민들에게 알리는 자리로 만들었으면 합니다. 심상정 후보가 이에 선진적으로 나갔으면 하는 바람을 갖고 있습니다”라고 심 후보에 대한 지지를 표현했다.

희영 군은 심상정 후보를 아느냐는 질문에 “잘 몰라요. 아빠 따라왔어요”라고 쑥스러워하며 답한다.

‘아파트값 거품 내리기 모임’의 회원인 ‘하늘소망’씨는 “집값 내리기 집회에 심의원이 찾아 왔습니다”라며 심 후보와의 인연을 설명했다. “심상정 후보가 정치활동 하는 것을 보면 뭔가 다릅니다. 98% 대다수의 서민들을 위한 살아있는 정치를 합니다. 민주노동당에 희망을 겁니다.”

이날 팬카페가 준비한 영화번개는 심상정 후보의 말대로 이제까지는 “대선 후보로서의 다양한 면면을 드러낼 수 있는 기회가 별로 없었던" 심 후보에게는 인간적이고 따뜻하고 친화적인 모습을 보일 수 있는 자리가 되었다.

“순수하고 거짓이 없고 사심 없는” 팬들의 모임은 저녁식사 후 맥주 한 잔까지 이어졌다. 아쉽지만 심상정 후보는 식사를 마치고 자리를 떠야 했다. 다음 날의 일정이 있으니까. 날씨 탓인지 스무 명 남짓의 팬들이 참석한 심 후보의 광화문 나들이는 이렇게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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