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각자 성공해야 재결합 가능해져
    경쟁과 공존, 방법? 있다 vs 없다
    [특집좌담] 4인 4색, 평당원들의 ‘따로 또 같이’ 이야기②
        2012년 05월 03일 08:14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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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녹색당과 진보신당의 총선 반응 차이

    정종권 : 등록 취소를 당한 두 정당의 ‘다른’ 모습인 것 같다. 녹색당과 진보신당이 비슷한 결과를 얻었는데, 그 결과에 대한 반응은 조금 다른 것 같다. 녹색당의 당원들은 ‘뭐 다시 시작하면 되지.’라는 정서가 다수인 것 같고, 진보신당은 아직은 이후 어떻게 재정비하고 시작할 것인지 맘을 아직 못 잡고 있는 것 같다는 점에서 두 분의 말과 양 당 평당원들의 맘이 비슷한 것 같다.

    김다운 : 민주노동당도 2000년 등록 취소당했던 적이 있었지만 다시 시작하자는 마음이 더 강했다. 물론 당시는 옆에 신경 써야 할 다른 정당이 없었지만 새로 시작한다는 것이 자연스러웠던 것 같다.

    이지선 : 그게 중요한 부분인데, 예전 청년진보당이나 사회당 때도 “이름이 대수냐, 다시 하자”라는 기세가 있었다. 근거 없는 기세가 아니라 우리가 뭔가 출발하려는 시점에서 확장하려는 열망은 가득하고 방법은 찾으면 된다는 생각이 강했다.

    이번 녹색당이 그런 경우 같다. 그럴 땐 기세가 중요하다. 녹색당도 당명이야 뭐 상관있나, 새로 조금 변형해서 새 출발하면 된다는 기세가 중요하다. 그런데 진보신당의 경우는 그런 게 아니다.

    통합진보당, 노동 기반 붕괴 가장 큰 문제

    박정훈 : 대선이 남아있다고 하는데, 대선이 남았든 안 남았든 총선이 끝나고 보니 2007~2008년으로 다시 돌아온 기분이다. 그때 해결하지 못한 문제를 지금이라도 해결하지 못하면 야권이 전멸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당시를 생각해봐라, 민주세력이나 진보진영이 얼마나 엉망이었나? 그때 해결해야 할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지금까지 밀려온 것이다. 혁신 없이는 집권도 사회 변화도 안 된다는 판단이다.

    그리고 통합진보당의 가장 큰 문제는 노동자 기반의 붕괴라고 본다. ‘자기 기반 다 붕괴되었는데 외연 확장하면 뭐하나?’는 생각이다. 울산, 창원이 다 무너졌는데, 그래서 지지 기반을 복원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보는 것이다.

    왼쪽부터 김다운, 박정훈, 정종권 (사진=장여진 기자)

    정종권 : 이렇게 조금은 비슷하면서도 다른 정당에 속해 있고, 조금씩 결이 다른 이야기를 하는 모습을 보면서, 어느 정당에도 속해 있지 않은 김다운씨는 어떤 생각과 느낌을 받았는지 한번 듣고 싶다.

    민주당에 흡수되지 않는다면 언젠가 만날 것

    김다운 : 비슷한 성향이 뭔지 잘 모르겠다. 민주노동당 시기를 돌아보면 평등파도 성향이 다 달랐던 것 같다. 그럼에도 한 지붕에서 살았다. 그런데 저는 이들이 2008년 분당을 하면서, 또 2011년 진보신당에서 독자와 통합으로 나뉘어 싸우는 모습을 보면서, ‘이렇게까지 갈라지고 달라지는구나’라는 생각, 그래서 노선이나 이념을 떠나 인간적으로 실망감이 컸다.

    이 사람들이 어떻게 다시 만날 수 있을까, 라는 비관적 생각도 들었다. 그래서 오히려 사람에게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는 나중에 다시 만날 거라고 본다. 저와 친했던 사람들이 지금은 민주통합당부터 통합진보당, 진보신당, 무당파 그리고 아예 정치 포기파로 나뉘어져 있다. 그런데 정치는 진짜 역동적이라는 생각, 정치일정 속에서 만나고 흩어지는 것이 하루하루가 다르게 급진전되는 것을 보면서 ‘이런 것이 정치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진보정치가 소멸하거나 민주당으로 다 흡수당하지만 않는다면 언젠가는 다시 만날 것 같다. “배신자다, 너 때문에 힘들어졌다. 여기서 도망갔다.” 이런 날 선 말을 할 필요가 없다고 본다. 다들 자기 판단과 고민이 있고 자기 진로에 대한 생각이 있었다고 본다.

    노선에 대해서 토론하거나 설득하고, 안되면 대중적으로 검증받으면 되지, 뭐 배신자 기회주의자 운운하는 것은 의미 없다고 본다. 나보고도 무당파 하지 말고 어느 당을 선택하거나 노동 중심의 가치를 실현하기 위한 구체적 행동을 하라고 하면 지금은 별로 할 말이 없다. 자기 마음이 통하면 다시 만나고, 내 맘이 동하는 정당이라면 그 정당을 내 당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과거의 인연과 감정을 내세울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드는 거다.

    박정훈 : 진보진영에 범 평등파라는 것이 있다면, 가장 큰 비극은 자기들끼리 뭉치지 못한다 는 것이다. 뭘 반대하는 것에는 같이 하지만 앞으로 할 일, 대안에 대해서는 함께 만들고 합의한 적은 없었다고 본다.

    개인적으로는 95년 이후로는 어떤 조직에 속해본 적이 없다. 2004년도에도 자발적이고 개인적으로 민주노동당에 가입했다. 내부의 이견을 허락하지 않는 풍토는 자주파나 평등파나 똑같다고 봤기 때문에 어디에 속해 있었던 적이 없었다.

    범평등파의 비극

    민주노동당 가입해서 여기까지 왔는데, 이런 사람들이 계속 수렴되지 않고 분화되어 왔는데, 그러면 분화되는 과정에서 새끼들을 많이 쳤으니, “이들이 서로 함께 연대하면서 한국사회에 기여하는 흐름을 만들 수 있을까?” 라는 질문을 던져보면 난 회의적이다. 아마도 각자가 하고자 하는 일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남기지 않는 한, 서로간의 적대감과 골, 상처들이 메워지기 어렵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개인적으로는 진보신당 잘되길 바랐다. 의미 있는 성과를 낳지 못하면 서로 만나는 것이 어렵다고 봤기 때문이다. 그런데 총선 끝나고 진보신당의 성과가 없는 것을 보면서 같이 하기가 어렵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왜냐하면 방어적으로 변할 수밖에 없고, 그러면 대화 자체가 어려워질 것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정종권 : 권신윤씨의 의견과는 조금 다른 것 같다. 권신윤씨는 굳이 한 그릇에 다 같이 있을 필요는 없고, 진보 다당제, 녹색당이나 여성당, 해적당 등이 더 많이 생기면서 필요할 때 함께 연대하면 좋은 것 아니냐는 생각이었던 것 같다. 그런 점에서 박정훈씨의 생각과는 조금 다른 것 같다.

    연대의 물질적 기반 없어

    박정훈 : 그렇게 만나고 연대할 수 있는 구체적이고 물질적인 기반이 없다는 것이다. 어떤 기반으로 가능할 것인가? 가령 지금 당장 대선이 있는데, 통합진보당과 진보신당이 대선에서 진보연합을 해보자 하는 것이 공동의 의제가 될 수 있을까? 그런 것을 논의할 공동의 기반이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권신윤 : 지금 당장 합치자 말자 할 단계는 아닌 것 같다. 합의가 가능할 사안이나 문제가 생기면 함께 연합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생각이다. 예를 들어 대선 시기에 당을 합치지 않더라도 후보는 같이 낼 수 있는 것 아닌가? 그런 식의 연합은 필요한 것 아닌가, 라는 생각이다.

    박정훈 : 동의하는데, ‘과연 그런 기반 있느냐?’고 제기하는 거다.

    권신윤 : 우리의 지금까지의 활동, 조직 방식이 그런 기반을 만들지 않았던 방식이라고 생각한다.

    정종권 : 과연 다른 정당들이 서로 경쟁하면서 함께 공존할 수 있는 방안이 있고 그 근거는 있는가? 이번에는 이지선씨부터 얘기해 달라.

    야권 연대 최대 수혜자는 통합진보 당권파

    이지선 : 비슷한 성향(범평등파)의 사람들이 다른 정당에 속해 있는 현실이라는 질문은 지금의 현실 권력관계를 전제로 한 질문이라고 생각한다. 즉 큰 범주로 평등파, 자주파가 있는데, 평등파들도 서로 다른 정당에 속해서 존재하고 있지만, 그 근간에는 크게 평등파와 자주파의 두 부류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질문 형식으로 보인다.

    그런데 난 그 부분에서 다르게 생각한다. 촛불 때 많은 사람들이 새로운 세대가 태어났고 새로운 연대방식 새로운 가치방식이 나타났다는 얘기들이 많이 했고, 앞으로의 진보도 많이 달라질 것이라는 기대도 있었다. 386세대는 뒤로 물러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런데 그 당시 그렇게 전망했던 사람들이 지금은 다 어디로 갔는지 궁금하다.

    이명박이라는 절대악이 태어나면서 다시 한 번 87년 세력이 갑자기 재등장했다. 그리고 그 사람들이 만든 것이 지금의 야권연대다. 난 그것에 퇴행적 측면이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리고 야권연대의 결과물을 가장 많이 가져간 사람이 있다면 민주통합당이 아니라 통합진보당 내의 ‘경기동부연합’이라는 집단이라고 생각한다.

    왼쪽부터 이지선, 권신윤 (사진=장여진 기자)

    앞으로 그림이 어떻게 전개될지 구체적으로 예상할 수는 없지만 기본적으로 현재의 퇴행적인 이 국면은 없어져야 할 국면이라고 생각한다. 촛불 이후의 다른 움직임들, 이명박 시대가 지나고 나면 새로운 국면과 형태가 나타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구체적인 전망은 미정이지만 이런 방향으로 나가는 것이 나의 지향이고 바램이다.

    개인적으로는 경기동부라 불리는 그룹, 내가 보기에는 퇴행적 가치를 내세우면서 자신들의 살 길을 찾으려고 했던 그 사람들이 빨리 민주당과 합당했으면 좋겠다. 그래서 진보적 가치를 추구하는 사람들에게 살 길을 열어주었으면 하는 생각을 한다.

    그렇게 되지 않으면 현실적으로 많은 이슈와 문제들에 대해서 그들이 과잉 대표하는 형국이 되고 진보신당이나 다른 소수정당들은 입이 있어도 입이 막힐 것이다. 소수정당들이 우리가 더 잘 한다는 것을 증명할 수단도, 기회도 봉쇄될 것이고, 이것은 진보를 죽이라는 거라고 본다.

    경쟁과 공존? 비관적이다

    박정훈 : 나는 경기동부 때문에 통합진보당이 이렇게 됐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경기동부를 지지하는 건 아니지만, 남을 비판하거나 반대하는 것에는 별로 관심이 없다. 오히려 왜 그들이 아니라 왜 우리가 대안이 될 수 없었는가에 관심이 있다.

    10여 년이 넘게 왜 그들이 진보정당운동마저도 주도하도록 방치할 수밖에 없는지에 관심이 있는 것이다. 오늘처럼 정당이 다르더라도 같이 고민해보자면, 서로 도울 수 있는 것이 있을지는 모르겠다. 그런데 그 사람들, 서로 정당은 다르지만 대화를 해야 할 사람들이 서로 싸우고 적대감을 키우는 상황에서는 이 흐름을 뒤바꾸는 것이 쉽지 않다고 생각한다.

    경쟁하면서도 공존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대해서 생각해보면 단기적으로는 그것에 비관적이다. 예를 들어 대선을 앞두고 협력이 가능하겠다가. 라는 점에서는 비관적이다. 그러나 진보신당이 원래 내세웠던 가치, 가령 비정규노동자의 정당, 이런 시도가 성공한다면 난 오히려 가능할 것이라고 본다.

    녹색당도 많은 시민들의 지지를 받는 녹색시민운동에 기반을 둔 정당으로 거듭난다면 오히려 서로 타협하고 조정과 협의 등 연대 협력하면서 의회 내 교두보도 얻을 수 있을 것 같다. 그런데 올해 안에는 쉽지 않을 것 같다.

    경쟁과 공존? 방법은 있다

    김다운 : 경쟁하면서도 공존할 수 있는 방안, 없는 게 아니라 있다. 소규모의 투쟁 사업장에는 정치인들이 오지를 않는다. 오면 발언을 정당별로 배치하는데, 자기 정당이 한진중공업, 쌍용차 해고자를 위해서 이것을 하겠다고 하면 될 텐데, 민주당은 “우리가 다 하겠다”고 하고, 누구는 “민주당 때문에…”, 누구는 “통합진보당 때문에…” 등등의 말이 대부분이다.

    정당들이 노동자들 앞에서 표 얻으려고 경쟁하는 꼴밖에 안 된다. 다른 정당들 까는 것 말고 자기 정당이 무엇을 할 것인지를 얘기해야 하는데, 안 되더라. 또 집회 끝나면 곧바로 가지 말고 쌍용차 해고자를 위해 뭘 할 수 있는지를 논의하는 회의 같은 것을 해야 하는데 전혀 안한다.

    그런 집회에 오면 쌍용차 문제를 위해 정당들이 서로 머리 맞대고 논의해야 하는 거 아니냐. 어려운 것 아니다. 환경문제나 강정마을이나 철거 문제의 공간에 가서 발언만 하지 말고 서로 모여서 밥이라도 먹으면서 공동정책단 구성이나 상설 회의 구조 같은 걸 만들고 간사 뽑고 해서, 정기적으로 회의하고 공동성명서도 내고, 당원 총집중 집회 등 뭐 이런 논의를 해야 하는 것 아니냐. 이게 뭐가 어렵냐.

    그런데 이런 것을 할 마인드가 없다. 왜 우리가 저 정당과 같이 해야 하냐는 생각들, 독자적으로 할 수 있다는 자만심, 또는 상대 당에 대한 비판이 더 중요하다는 생각만 바꾼다면 할 수 있다. 노동자들이 어떻게 생각하겠냐? 당 대표가 와서 다 해결하겠다고 하는데 해결되는 것은 없는 것이다.

    박정훈 : 저 개인적으로는 선거 끝나고 당내 현안을 놓고 싸우고 있는 통합진보당 내 참여계, 민노계, 통합연대계 세 주체들이 어떻게 공존할 수 있을까, 공존의 룰을 어떻게 만들까 에 대해 고민을 하고 있다.

    이들이 어떤 수준의 합의를 이루고, 이 당이 어떻게 업그레이드되어 ‘동시대 정당’이 될 수 있을까 하는 것에 고민의 초점이 가 있다. 그래서 사실 진보신당이나 녹색당과 어떤 관계를 맺을 것인가에 대한 고민은 조금 부족하다.

    통합진보당은 6월 3일까지 한 달 동안 당내 선거가 있을 것인데, 다양한 세력과 주체들이 서로 합의하면서 공존하는 정당을 만들 수 있는 기반을 어떻게 구축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많다. 그 다음에는 다른 당처럼 진로와 관련된 고민이 나올 것 같다. 오늘 진보신당으로 한정해서 얘기한다면 개인적으로 솔직한 생각을 많이 얘기했다.

    녹색당 내부 정치적 스펙트럼 가장 다양

    권신윤: 저는 녹색당 안에는 정치적 스펙트럼이 다른 정당보다 더 다양하다고 생각한다. 녹색 의제 외에는 아직은 통일된 정책 견해를 확인한 바가 없다. 선거 중간에 잠시 드러난 것인데 김용민 사퇴권고 성명서를 사무국에서 발표한 것 때문에 평당원들이 발칵 뒤집어진 적은 있었고 이에 대해 찬반 토론을 한 적이 있다.

    그걸 보면서 녹색당에 아직까지 통일된 입장이 없다는 것을 확인했다. 그래서 또 하나의 정치적 실험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했고, 그것이 확장되어서 다양한 정치적 스펙트럼이 의제별이건 정책별이건 합종연횡의 경험을 진보 내에서도 충분히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지금까지는 다수가 소수나 새로운 움직임에 대해 분열주의와 같은 규정을 하면서 다른 의견을 억압하면서 눌렀다. 못했던 것이다. 그래서 녹색당의 실험이 확산됐으면 좋겠다.

    정종권 : 마지막으로 원래는 자신이 속한 정당에 바라는 것을 듣고자 했는데, 조금 바꿔 보겠다. 자신의 정당보다는 각자가 다른 세 사람(정당)에게 바라고 충고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그것을 얘기하는 것으로 마무리를 했으면 한다.

    권신윤 : 통합진보당은 의정활동 열심히 하시라는 말을 하고 싶다. 진보신당이나 녹색당은 시민단체스럽게 머물지 말고 끊임없이 정치적 지향을 가지고, 정당답게 잘 헤쳐 나갔으면 한다. 어떤 정당에도 맘을 두고 있지 않은 사람들은 또 다른 신생정당을 추구하거나 새로운 시도들을 해보는 것이 어떻겠냐는 말을 해보고 싶다.(웃음)

    진보신당 통합하자고 해도 하지 마

    이지선 : 사실 개인적으로 비례대표 투표를 녹색당으로 할까 계속 고민했다. 왜냐면 기본적으로 지지하는 편이고, 독일 관련 공부를 하다보니깐 독일 녹색당의 활동을 구체적으로 알고 있고 그 운동이 확장성이 뛰어난 것이라는 봐왔기 때문이다. 아직 한국에서는 녹색당을 진지하게 검토해본 적이 없고 실천적으로 검증된 적이 없는 방식이지만.

    그래서 진보신당이 통합하자고 해도 통합하지 마시고(웃음) 녹색당이 쑥쑥 잘 자랐으면 좋겠다. 통합진보당은 어떻게 가든 의회로 가면 된다는 점에 대해 사람들의 양해를 얻으려고 했고, 그런 점에서 수단이 목적을 정당화한 측면이 있다고 본다. 그리고 사람들이 어느 정도는 그것을 암묵적으로 동의해주거나 양해해준 것 같다. 그래서 더 잘해야 한다. 다음 총선에는 좀 달라질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을 자신의 의무로 생각하고 잘했으면 좋겠다.

    좌담회 모습(사진=장여진 기자)

    무당적인 사람한테는, 사실 김다운씨는 무당파라고 하지만 나보다 훨씬 더 정당인인 것 같다. 학교에 있기 때문에 20대를 많이 보는데 여전히 정당 활동에 대해서 사리사욕을 챙기기 위해 하는 일이라는 생각을 많이 갖고 있는 것 같다.

    서울대 총학생회 선거가 이번에도 무산되었는데, 선거 혹은 대리인이나 대의조직을 보는 관점이 여전히 거리가 있고 또 생활이 어려우니까 더 심화된 것 같다. 그런 분들한테 정치적 삶이 다양해지는 국면이라고 생각하면서, 어디든 참여하기를 바란다는 말을 하고 싶다.

    무당적이 상팔자

    박정훈 : 무당적이 상팔자다(웃음). 각각의 정당들이 자신들이 이루고자 하는 목표를 성공적으로 이루었으면 좋겠다. 그것이 우리가 다시 만날 수 있는 빠른 길이라고 본다. 그런데 엄연한 정치제도적 현실이 있는 조건 속에서 다양한 정당이 만들어지는 것은 좋은 일지만, 자신의 가치를 위한 최선의 정당을 만들면서 동시에 그 꿈을 계속 유지할 수 있는 조건을 어떻게 만들지에 대해 같이 고민했으면 좋겠다. 그런 생각을 가지면 만나는 시간이 단축될 것 같다.

    나는 개인적으로 어떤 정당도 지지해서 가입해본 적이 없다. 전부 다 비판적 지지 정당이었다. 그런데 오늘 얘기를 나눠보니 다른 사람들은 정말 내 맘에 드는 정당을 바라는 마음들이 느껴져서, 그런 것이 어떤 판단을 내리거나 판단을 하는 바탕에서 많이 다르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김다운 : 녹색당은 의회권력을 당장 장악하는 게 당면 과제가 아닌 바에야 전투적으로 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녹색당의 가치는 국가권력이나 시장자본주의를 뛰어넘는 가치인 것 같다. 삶의 양보다 삶의 질처럼, 그래서 슬로건 등에서 세게 나가야 한다.

    녹색당이 비록 당원도 적고 의원도 없지만 ‘이 분야만큼은 녹색당이 전문가다’라는 인식을 갖도록 하는 것이 소수당 녹색당의 전략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전투적이 되고 의제를 강하게 부각시키면서 국민적 공감대를 얻고, 지지 세력과 우군을 확보하고 또 대중적으로 검증도 되는 것이 필요하지 않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통합진보당 깎아내리는 걸로 먹고살지 못해

    진보신당은 통합진보당 깎아내리는 걸로는 먹고살지 못한다. 자기 자신만의 정체성이 있어야 한다. 이번 총선 후반부에야 김순자 후보가 부각되었는데, 이런 솔직한 얘기들이 처음부터 나오고 자기 정체성으로 만들어 가는 것이 필요했다.

    통합진보당 욕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가치와 정체성을 부각시키고 대중적으로 검증 확인받는 것이 중요하다는 걸 말하고 싶다. 또 내지르는 것을 넘어서 대중 장악력 있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공세적인 조직화가 필요하다.

    말만 노동자 정당이라고 하는 것이 아니라 노동자들이 가입도 하고, 노동자들이 조직적으로 움직여야 한다. 노동자 중심성이니, 좌파정당이니 하고 선언하는 것이 아니라 그 기조와 정책 등을 명확히 드러내야 한다는 말을 하고 싶다.

    통합진보당은 의원이 많이 늘어나서 대중적 실험대에 오를 것이다. 먼저 헌신성과 진정성 있어야 한다. 그 진정성은 내가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대중들이 평가하는 것이다. 일례로 정동영 의원이 처음 한진중공업 와서 열심히 할 때 열심히 하지만 “이거 쇼 아니냐.”는 생각이 많았다.

    그런데 실제로 엄청 열심히 자주 움직이고 하는 것을 직접 보고 나니까, 나중에는 사람들이 그 진정성을 느꼈고 그래서 부산 현장 노동자들이 “정동영이 부산에 출마하면 민주당은 싫지만 정동영을 찍어주겠다”는 얘기도 한다.

    그래서 통합진보당의 의원들이 국회 안에서, TV 나올 때만 싸우는 것이 아니라 대중들과 스킨십을 가지면서 “저 의원, 진짜 나를 대변하는 의원이네.”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하고 검증 받아야 한다. 적어도 4년 동안 그 검증을 받아야 한다. 의회 안과 밖 모두에서 그래야 한다.

    또 하나 노동 중심의 문제인데, 민주노총의 배타적 지지 방침을 얻으려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 방침은 현장에서 사문화되었고 영향력도 거의 없다. 그래서 노동 중심성을 민주노총의 방침에서 얻으려고 하지 말고, 실제의 현장 노동자들, 민주노총 조합원이 아닌 미조직 비정규 노동자들을 포괄해서 그 노동자들을 중심으로 자신들의 정체서을 세우려고 노력하는 것이 필요하다.

    [좌담 후기]

    참석자 중 한 명이 급한 사정이 있어서 좌담회는 2시간 정도만 진행하였다. 좌담회에서는 다른 어떤 토론회에서 오고 가는 얘기들보다 더 진솔하고 솔직한 얘기들을 들을 수 있었다. 그리고 더 긴 시간을 진행한 뒤풀이에서도 좌담회에서 못 다한 얘기들을 많이 듣고 나누었다. 또 녹음된 좌담회의 내용들과 참석자들의 발언들을 다시 한 번 꼼꼼히 듣고 정리하면서 각자의 생각들을 되새겨 보았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대화와 소통이다. 직위를 가진 사람들 간의 대화도 필요하지만, 지역과 현장에서 서로 항상 만나고 부대끼는 사람들, 평범하지만 가장 먼저 대중들과 얘기를 나누고, 의견을 전하고. 지지를 호소하는 사람들 간의 대화와 소통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새삼 그러나 절실히 하게 되었다. 이번 좌담이 그런 대화의 한 시도로 이해되었으면 좋겠다.

    필자소개
    레디앙 편집국장, 전 진보신당 부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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