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댓글이란 거울 속에 비친 우리 모습들
        2007년 05월 23일 08:28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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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디앙>은 지난 8일 ‘민노, 난 너 안 찍어’ 시리즈의 연재를 시작하며 기획 의도를 다음과 같이 밝힌 바 있다.

    "<레디앙>은 민주노동당을 싫어하거나 무관심해 할 만한 사람, 정치에 신경을 끄고 살 것처럼 ‘보이는’ 사람들을 만나 그들의 생각을 들어보기로 했다. 세상은 넓고 사람은 다양하고 그들의 생각과 견해 역시 그러할 것이다. 그들의 눈과 마음에 비친 정치 그리고 민주노동당은 어떤 모습일까.

    또 다른 거울에 비춰진 진보정당의 모습을 보면서 민주노동당 당원이나 관계자들이 스스로를 되돌아보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 같다. 논쟁보다는 경청과 소통을 위해 마련된 지면이라는 것을 독자들께서 참고해주시길 바란다."

    고맙게도 ‘또 다른 거울에 비춰진 진보정당의 모습’에 독자들은 많은 관심을 보여줬다. 22일 낮 12시 현재 6개의 인터뷰 기사에 달린 댓글 수는 모두 342개다. 매 꼭지당 평균 56개의 댓글이 붙은 셈이다. <레디앙> 기준으로는 대단히 많은 수치다.

    나에 대해 애정도 관심도 없는 어떤 이가 나를 멋대로 평가하는 건 적이 불쾌한 일이다. ‘기획의도’에서 밝힌 것처럼 이번 기획의 ‘인터뷰이’들은 ‘민주노동당을 싫어하거나 무관심해 할 만한 사람’들이다. 당에 대한 그들의 평가 역시 정확한 정보에 근거한 것이라기보다 대체로 피상적인 인상비평에 가까운 것이기 쉽다.

    때문에, 아마도 대개 민주노동당 당원일 일부 독자들이 인터뷰를 보고 불쾌하다는 반응을 보인 것은 정직하고 당연한 것일 수 있다. 이를테면 ’69’라는 독자는 "저는 요즘 레디앙의 <민노, 넌 안찍어> 씨리즈 기사를 보면, 그냥 ‘자학 개그’같네요.. 진보매체 <레디앙>에서 이번 씨리즈를 올리는 것은 명백히 잘못입니다"라고 했다.

    그런데 근거가 있건 없건 국민 개별이 내리는 인상비평의 집합이 민주노동당의 정치적 세력의 크기를 규정하는 실체적 요소라는 점도 분명한 사실이다. 이런 맥락에서 다수 독자는 외부 사람들에 의해 당이 어떻게 비춰지는 지를 알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이번 시리즈에 후한 점수를 줬다.

    ‘레비나스’라는 독자는 "이 정도가 딱 민노당을 보는 외부의 눈인 것 같군요. 인터넷을 봐도 민노당은 바로 이런 이미지"라고 했다. ‘das’라는 독자는 "세상을 바꾸려면 절대다수라고 볼 수 있는 민노당 안찍는 열의 아홉 중 적어도 네 명은 설득해야 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러기 위해선 먼저 말을 들어보는 게 순서죠"라고 했다.

    ‘은정아빠’라는 독자는 "들어주는 것이 시작입니다. 넌 멍청한 놈이야!. 넌 절대 우릴 지지하지 않아! 라고 떠드는건 아무런 도움이 안되겠지요. 좋은 기획입니다. 우리를 보는 외부의 시각을 가감없이 보는 것도 중요하지요"라고 했다.

    이번 시리즈를 통해 민주노동당에 대한 외부의 시선이 단편이나마 실감나게 전달됐다면, 다음 문제는 ‘외부의 시선’을 어떻게 수용할 것이냐다. 이에 대해서는 ‘인터뷰이’에 따라 독자의 반응이 갈린다.

    대체로 ’40대 화이트칼라’에 대해선 "우리 편이 될 사람. 우리 편이 되지 않을 사람. 적으로 구분해야 할 사람들의 사고 방식을 알아둬서 나쁠 것이 없죠"(평당원)라거나 "이 양반은 자기의 정치 논리가 어느 정도 확립돼 있는 사람입니다. 자기 이익이 무엇인지도 분명히 알고 있고. 단순히 연봉의 문제가 아닙니다. 이 사람 정치 성향 당분간 안 바뀝니다"(기만)는 식의 반응이 우세했다.

    민주노동당이 아무리 노력해도 지지자로 돌려세우기 힘든 층인 만큼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알아둘’ 필요는 있되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는 식이다. 물론 "현실적으로 민주노동당을 지지하는 세력 중 가장 많은 그룹이 30대 화이트칼라라고 알고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40대 초반 화이트칼라인 이번 인터뷰이 같은 사람이 민주노동당이 끌어들일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 계층이지요"(flyhigh)라는 상반된 주장도 있었다.

    ’30대 비정규직 가장’과 ’40대 주부’에 대해선 "기사의 내용이 그대로 내 주변 이야기하고 똑같네. 좋은 기사입니다. 분회모임이나 주변 동지들과 나누어 보고 토론해 보려고 합니다"(노동당원)거나 "당에서는 이런 유권자들을 설득하는 방법을 연구해야 한다. 원하는 뭔가를 확실히 보여주겠다는 결심과 함께"(나도 당원)라는 식의 우호적 반응이 주였다.

    "소중한 가르침 감사합니다. 민주노동당에 대한 수많은 오해는 그 동안의 당의 소통방식에서 비롯된 것이겠지요"(급진), "소중한 인터뷰였습니다. 정말 우리에게 꼭 필요한 가뭄의 단비와 같은 말씀들이었습니다" (최현)는 댓글도 있었다.

    ‘평당원’이라는 독자는 "지금까지 이어진 4편의 기사를 보면 결국 중요한 것은 소통 방식, 홍보 방식, 우리의 주장을 전하는 방식이라는 생각이 드는데요… 진보, 좌파들이 익숙한 담론 위주, 주장 위주의 접근 방법으로는 통하지 않는다는 소리입니다"고 기획 전반을 평하기도 했다.

    ‘인터뷰이’의 목소리에 대한 이해와 공감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이참에 30~40대 아줌마 당 평가단을 조직했으면 한다"(당원)거나 "촘촘한 관계망을 형성해야 한다"(여성독자)는 실천적 제안을 내놓은 독자도 있었다.

    이제 유권자로서 첫 권리를 행사하는 ‘대학 새내기’에게는 "화창한 봄날 같은 시기..가끔 민주노동당이 뭔 말을 하려는 거냐 같은 것 생각하는 것도 나쁘진 않을 것"(재미있게)이라거나 "사민당 정부에서 중앙선거관리위원장 꼭 하시기 바랍니다"(김현익)는 격려와 덕담의 댓글이 다수를 이뤘다.

    앞서 말한대로 이번 시리즈의 기획 의도가 ‘또 다른 거울에 비춰진 민주노동당의 모습’이라면 기사에 달린 댓글은 거울에 비친 자기 모습을 보는 민주노동당 당원이나 지지자들의 표정이다. 누군가 처한 상황은 자신에 대한 외부의 반응과 그에 대한 자신의 반작용이 연쇄하는 상호작용의 흐름 속에서 온전히 파악된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시리즈에 달린 뜨거운 댓글들 – 불쾌감과 고마움, 열패감과 기대감, 반성과 다짐이 착잡하게 교직하는 – 이야말로 오늘 민주노동당과 당원들 그리고 관심과 지지를 보내는 사람들이 놓여 있는 정치적, 정서적 상황을 보여주는 입체적 거울상이라 할 수 있을 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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