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주자들, 에너지를 말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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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년 05월 23일 07:20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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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거리 안심 프로젝트와 대선의제’ 시리즈에 이어 ‘에너지 독립운동과 대선의제’ 시리즈를 연재합니다. 화석, 원자력 에너지의 한계와 재생 에너지의 가능성에 대해 진지한 모색이 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레디앙>과 민주노동당 정책위원회가 공동으로 기획한 이번 시리즈에도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편집자 주>

1. 에너지 독립운동을 시작하며

현대 사회에서 에너지는 물과 공기에 비견할 정도로 생활의 필수재이다. 우리 일상에서 에너지 없는 세상을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에너지는 매우 중요하다. 그런데 에너지의 중요성을 인식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단전되어 촛불에 의지해 생활하다가 화재로 사망한 경기도 광주의 여중생과 전기료가 아까워 냉방에서 생활하다 사망한 노인의 안타까운 사연, 중동에서 벌어지는 추악한 전쟁의 원인이 석유라는 분석 기사나 사상 초유의 고유가 속에 정유사의 영업이익이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는 아이러니한 뉴스, 중국과 인도 등의 무차별적인 에너지 수입으로 에너지 시장이 요동치고 있고, 북한 에너지 위기에서 석유정점 논의와 기후협약에 이르기까지 에너지와 관련한 무차별적인 뉴스로 정신이 혼미할 지경이다.

대선 주자 아무도 에너지를 말하지 않고 있다

이렇게 모두들 호들갑스럽게 에너지를 이야기하고 있는데, 정작 에너지를 둘러싼 국제정치경제, 국내 산업계와 정부의 결탁으로 인한 폐해, 즉 국가 자원의 낭비, 환경파괴의 실태는 어떠하며, 나아가 이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은 무엇인지에 대한 모색은 맹아적 수준에 머물러 있다.

기후협약과 관련된 각국의 대응이 언론의 국제면을 장식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작 국내 대선주자 누구도 이와 관련한 언급이 없는 것이 그 단적인 예다.

한국 사회에 터부시되고 있으나, 민중의 삶과 미래세대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고 있는 핵심적인 의제를 발굴하고 제시함으로써 직면한 위기에 경종을 울리는 소금의 역할이 진보정당의 임무일 것이다. 민주노동당은 에너지 문제가 미래 의제가 아니라 당면한 현실의 문제이고, 지금 에너지전환을 준비하지 않으면 미래 세대에게 재앙을 물려줄 것이라는 절박한 심정으로 에너지 독립운동에 나섰다.

2. 에너지 위기(종속)의 실태

에너지 소비 세계 10위, 에너지 수입 의존도 97%. 우리나라 에너지 문제를 얘기할 때 주로 인용되는 수치다. 좀 더 구체적으로 보면, 2006년 우리나라 에너지 총 수입액은 856억 달러이고, 이는 우리나라 총수입의 27.7%, 우리나라 1년 예산의 52.4%에 해당한다.

반도체 자동차 수출액 합계보다 훨씬 많은 에너지 수입액

또한 우리의 주력 수출품목인 반도체와 자동차의 수출액 합계보다 153억 달러나 많다. 정부자료에 따르면, 유가 1달러 상승 시 소비자 물가는 0.15%포인트 상승하고, 경상수지는 7.5억 달러 하락한다.

우리나라가 고유가에 얼마나 민감한 구조인지는 2005년과 2006년의 원유 도입 실태를 비교해 보면 알 수 있다. 두 해 동안 비슷한 물량의 원유를 도입하였으나, 유가가 2005년 50.41 달러에서 2006년 62.85 달러로 배럴당 12.44 달러가 오르면서 132.6억 달러를 추가로 지출하였다. 또한 LNG는 톤당 387.4달러에서 471.1달러로 83.7달러 인상되었는데, 전년 대비 21억 달러를 추가 지출해야 했다.

즉 원유와 LNG 수입에서만 단가 인상으로 인해 1년 사이 154억 달러(약 15조원)를 추가로 지출한 셈이다. 15조원이면, 우리나라 1년 예산의 9%(2007년 기준)가 넘는 금액이고, 보건복지부 1년 총 예산(2007년 기준 약 12조원)보다도 많다. 유가 인상분은 고스란히 산업계에 부담이 되고, 일반 가계에도 엄청난 부담으로 전가된다. 이 과정에서 정유사가 고통을 분담할 것이라 기대하는 것은 몽상가에게나 어울리는 착각이다.

3. 에너지의 정치경제학 : 재생에너지와 그 적들…

우리 사회 각 분야는 자본의 논리에 의해 움직이고 있다. 에너지 영역에서의 자본의 논리는 무엇인가? 정부의 막대한 예산지원과 독점적 시장으로 정유업계와 원자력업계, 그리고 전력회사는 이미 무한이윤을 끊임없이 갈망하는 거대한 공룡이 되었다.

독일의 경제학자이자 국회의원인 헤르만 셰어는 그의 저서 『에너지주권』에서 에너지전환의 10대 철칙 중 6번째로 ‘에너지업계 내에 존재하는 카르텔을 실질적으로 해체’하는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그럼 에너지를 둘러싼 몇 가지 비상식적인 현상에 대한 질문으로부터 시작하자.

국제유가가 오르면 춤을 추는 정유사들

치솟는 휘발유 값에 차량유지에 부담을 느끼며, 10원이라도 싼 주유소를 찾아본 경험이 있는 사람들은 국제유가가 한탄스럽다. 그런데, 정유사의 영업이익이 사상 최고라는 뉴스를 들으면 고개가 갸우뚱해진다. 더구나 세금부담 때문에 휘발유 가격이 높아졌으니, 세금을 내려달란다.

뭔가 석연치 않은 냄새가 나지 않는가? 비밀은 정유사간 담합구조와 시장자율화라는 허울 아래 사실상 독점시장에서 유가를 맘대로 조정하는 정유사의 폭리구조에 있다.

국내 대표적인 정유회사인 SK의 2005년 7월과 2006년 6월의 한 달 실적을 비교해 보자. 원유 도입가가 전년 동기 대비 배럴당 11.79달러 인상되었고, 정제 마진(공장가-도입가)을 비교해 보면, 휘발유에서만 리터당 19.58원의 추가 폭리를 취했다.

즉 국제유가 상승에 따른 원유 도입가는 리터당 50.5원이 인상되었는데, 동기간 마진은 70.07원이 인상되었다. 2006년 6월 한달 동안 휘발유에서만 전년 대비 34억원의 추가 폭리를 취했는데, 이는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전가되었다. 상황이 이런데도 국제유가가 인상되었으니, 휘발유 가격이 상승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수긍할 것인가?

   
 
 

정부도 안 믿는 신재생에너지 기본계획

정부는 2011년 1차 에너지 소비량의 5%, 전력생산의 7%를 신재생에너지로 충당한다는 계획을 수립하고, 공급목표 달성을 위한 연차별 소요예산을 추정하였다. 그러나 10년 계획의 중간에 와 있는 지금, 정부, 업계, 학계 할 것 없이 그 누구도 보급 목표를 달성할 것이라 보는 사람이 전무한 황당한 상황에 처해 있다.

이 지경에 이른 여러 원인 중에 핵심적인 것은 단연 정부의 의지 부족을 꼽을 수 있다. 단적으로 정부 스스로 수립한 재정계획과 집행 사이의 괴리를 보면 알 수 있는데, 2003년부터 2007년까지 총 3조 3,123억원을 투입할 계획이었지만, 실제 집행된 예산은 1조 5,114억원(45.6%)에 불과했다.(2007년은 예산안 기준)

계획대로 예산이 집행되지 않다보니, 공급목표 대비 달성율은 14.1%에 불과했다. 신재생에너지 보급 담당 정부 책임자가 공식적인 언론 좌담회에서 보급목표 달성이 불가능하다고 자신 있게(?) 인정하고 있다. 참고로 같은 기간 원자력 등 발전소 주변지역 지원 예산만 1조 523억원이나 집행되었다.

   
 
 

유리할 때만 시장논리? – 바이오연료의 생사여탈권 쥔 정유사

정부는 시범보급사업 기간 동안 안정성이 입증된 BD20(경유 80%+바이오디젤20%)을 느닷없이 주행상 안전과 소비자 피해 방지를 명목으로 BD0.5를 보급키로 결정했다. 더구나 시장 경쟁적 관계에 있는 정유사를 통해 유통시켜야만 하고, 한발 더 나가 2년간 9만㎘로 총량을 제한했다.

현재 바이오디젤 업계의 생산 설비만으로도 그 두 배를 공급할 수 있는데도 말이다. 답은 뻔하다. 정유업계의 이익을 직접적으로 침범하는 바이오 연료의 시장진입을 최대한 지연시키고, 고사시키려는 민관 공동 미션이다. 바이오연료의 확대를 통해 수송용 연료를 대체하는 것은 세계적 추세인데, 정부는 정유업계의 이해를 대변하며 거꾸로 가고 있는 셈이다.

눈과 귀를 홀리는 원자력 홍보, 1년 120억원 

신재생에너지 관련 광고는 듣도 보도 못했는데, TV, 라디오, 신문, 심지어 버스와 입간판에 이르기까지 우리 주변에는 원자력 홍보가 넘쳐나는 이유는? 혹 이런 의문이 들었던 사람들은 원자력문화재단을 주목하기 바란다.

이곳의 1년 홍보비는 무려 120억원에 달한다. 이들은 직접적인 광고뿐만 아니라 각종 언론 협찬 등을 통해 기획 취재를 지원하는 등, 광고업계의 큰 손으로 원자력 홍보를 위한 다양한 활동을 펼친다.

이에 반해 에너지관리공단의 올해 신재생에너지 홍보비는 2억원에 불과하다. 그나마 예산항목에 없는 홍보비를 운영예산 중 일부에서 책정해 자료집과 교재개발 등에 쓸 계획이다. 물론 언론광고는 꿈도 못 꿀 일이다.

그 많은 에너지원 중에 왜 유독 원자력만 문화재단이 존재해야 하는가? 원자력문화재단을 없애고 재생에너지재단을 만드는 것이 상식일진대,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그 이유는 너무나 자명하지 않은가.

내가 낸 세금, 누구 배를 불리나? – 재벌을 위한 해외자원개발

정부는 석유의 수급 및 가격의 안정을 위하여 석유수입 및 판매부과금을 징수하고 있고, 정유사는 여기에 관세와 유통비용 등을 더해 원가구조에 반영하고 있다. 세부적으로 보면, 정유사는 원유 수입단계에서 석유수입부과금(리터당 36원)과 관세(1%)를, 판매단계에서 유통비용(리터당 20원)과 석유판매부과금 등을 부담하는데, 그 금액이 2006년 기준으로 2조 736억에 이른다.

이는 당연히 정유사의 원가로 반영되고, 마진을 붙여 소비자에게 전가되는데, 국민 1인당 4만 4천원씩 부담을 지는 셈이다. 정유사가 손해 볼 일은 어떤 경우에도 없다.

그런데 문제는 국민세금으로 에너지 관련 기금을 조성하는 것이 옳은지의 여부가 아니라, 조성된 돈이 취지에 맞게 쓰였나, 누구를 위해 쓰였나 하는 것이다. 

일례로 정부는 해외자원개발에 열을 올리며, 에너지 기업들의 해외자원개발을 독려하고 있다. 그런데 SK, 대우인터네셔널 등 몇몇 에너지 재벌의 해외유전 개발에 정부가 지원하는 조건이 성공불지원, 즉 실패 시 상환을 안 해도 된다는 조건으로 제공하고 있다.

국민 세금으로 조성해 몇몇 재벌에 지원한 유전개발융자 금액이 지난 7년 동안 무려 1조 2,470억원에 달한다. 세금은 소비자에게 전가하고, 그 세금으로 정부의 협조 하에 부담 없이 전 세계를 돌며 유전을 개발하는 석유재벌, 이보다 더 극명한 재벌특혜가 어디 있는가?

   
 
 

4. 에너지 전환과 대선, 그리고 진보정당의 역할

재생가능 에너지로의 전환은 중앙 집중형 에너지 체계를 분산형, 지역 자립형으로 전환하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이 과정에서 중소기업과 소농 중심으로 재생에너지 산업을 육성함으로써 신규 일자리를 창출하고, CO2 등 환경개선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재생가능 에너지의 논의는 화석연료의 고갈과 지구온난화에 대한 대안으로서 촉발되었다. 재생에너지 산업은 이산화탄소(CO2), 황화물(Sox), 질산화물(Nox), 미세먼지 등을 저감하는 환경개선 효과가 매우 크다.

또한 재생에너지는 환경적 측면만이 아니라 미래성장 동력으로 주목받고 있다. 재생에너지 세계시장은 2010년 태양광과 풍력에서만 640억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세계시장이 급속히 성장하고, 지역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 기후협약의 배출권 거래제도(CDM 사업) 등 경제적 측면에서 각광을 받고 있는 것이다.

또한 유채재배를 통한 바이오디젤 생산은 수송용 연료 대체를 통해 환경개선 및 농가소득 증대, 관광 효과 등 다양한 사회적 편익을 제공한다는 측면에서 주목받고 있다. 더구나 연료작물에 대한 정부보조는 WTO에서도 예외로 인정하고 있어, 농업정책으로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한편 우리나라는 기후변화협약 발효의 2차 공약기간(2013~2017) 중 온실가스 감축 의무 부담이 가시화되고 있다. 우리나라도 곧 온실가스를 감축하거나, 온실가스 배출권을 구입해야 하는 상황이다. 참고로 세계 탄소시장 규모는 2005년 110억달러에서 2010년 1,500억달러로 늘어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CDM 체계에서 부담을 강화할 것인가, 아니면 새로운 기회로 삼아 미래성장동력으로 재생에너지 산업을 육성할 것인가를 선택할 시기이다.

아직 국내 재생에너지 산업이 미미한 수준인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일부 영역을 제외하고는 기술수준은 세계수준 근처에 있다. 문제는 국내 시장이 작고, 세계 시장에서는 아직 경쟁력이 취약하다는 것이다.

학교나 정부 등 공공부문의 재생에너지 사용 비중을 대폭 늘리는 한편, 북한 에너지 문제, 특히 민간 부문의 에너지난을 국내 재생에너지 산업 활성화와 연계해 지원함으로써 재생에너지 산업의 국제경쟁력 강화와 북한 주민의 에너지난을 극복하는데 일조할 수 있다.

중유제공이나, 200만kW 송전, 혹은 경수로가 아닌 풍력 등 재생가능에너지로 북한 주민의 에너지 기본권을 보장해 주는 과정에서 남측 관련 업계의 안정적 시장형성과 국제경쟁력을 강화시킬 수 있다. 이는 생태 친화적이며 경제적일 뿐만 아니라, 단순한 퍼주기를 넘어 남한의 미래적인 재생에너지산업을 성장시키는 윈-윈 전략이다.

올 대선을 통해 에너지 안보, 경제적 효과, 환경효과, 그리고 붕괴되어 가고 있는 우리 농촌의 희망을 그리는 재생에너지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정부와 기존 에너지 자본과의 승부를 통해 미래 세대를 위한 한판 싸움을 시작하자.

에너지 독립운동은 민주노동당이 지난 중앙위에서 확정한 올해 6대 정치방향의 하나인 녹색정치 실현의 중요한 실천과제가 될 것이며, 당에 생태적 가치를 확산하는 중요한 기회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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