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 쎄게 나올 줄 알았는데, 고맙더라"
        2007년 05월 21일 01:28 오후

    Print Friendly, PDF & Email

    <레디앙>의 기획 기사 ‘민노, 난 너 안 찍어’ 시리즈가 민주노동당 안팎에서 많은 관심과 논란을 일으키며 지난 19일 올 대선에서 첫 투표를하는 대학생 새내기들과의 만남을 끝으로 마감됐다. 시리즈가 진행되는 동안 "신선하다"는 긍정 평가도 나왔고 "자학 개그하냐"라는 비아냥 소리도 나왔다.

    ‘안 찍어’ 시리즈는 30대 전문직 미혼 여성부터 시작해 30대 비정규직 가장, 40대 주부, 40대 화이트칼라 남성, 파고다 공원 노인들, 첫 투표권을 가진 대학 새내기까지 여섯 편의 인터뷰 기사를 통해 ‘당 외부 사람들’이 보는 민주노동당의 모습을 담아냈다.

    시리즈를 진행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것은 예상대로 인터뷰를 응해주는 사람을 찾는 것. 어떤 꼭지는 10명 이상에게 퇴자를 맞은 후 가까스로 섭외가 됐다. 쉽게 ‘한 방’에 된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여섯 편의 기사들에 대한 독자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댓글도 <레디앙> 평균 수준을 훨씬 넘어섰고, 주변 사람들이 입길에도 ‘안 찍어’ 시리즈가 많이 오르내렸다. 댓글의 내용은 다양했지만, 크게는 인터뷰를 응한 사람들과의 이해와 소통의 의미와 필요성을 주요하게 보는 긍정적 평가와, 기획 자체나 인터뷰 내용에 대한 비난으로 나누어진다. 

    이 시리즈에 인터뷰를 응해준 사람들은 자신의 기사에 대한 <레디앙> 독자들의 반응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을까. 시리즈의 당초 기획 의도대로 소통과 이해는 ‘증진’됐을까. 

    과연 젊은이들이라서 좀 달랐다. 첫 투표를 하는 새내기 둘은 나란히 자신의 인터뷰 기사 댓글들 사이를 헤집고 스스로 댓글을 달아주는 ‘센스’를 보여줬다.

    평범하면서도 별로 평범하지 않음을 추구한다는 대학 신입생 문숙영(연세대 법과대학 07학번)씨는 지난 주말 댓글을 통해 "자신을 쿨하고 지적으로 보이기 위해 좌파 행세하는 사람이 되지 않겠다고 약속할께요"라는 말을 남겼다.

    문씨는 <레디앙>과의 통화에서 "처음 인터뷰를 할 때도 사회 의식이나 정치 의식이  높지 못해 꺼려했었다"면서 "중, 고등학생만도 못한 정치의식이라고 지적한 댓글에 약간 상처를 받기도 했지만, 이미 인터뷰 할 때부터 당연히 예상했던 반응"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우리가 누구인지도 모르는데, 대부분의 댓글들이 우리에게 우호적으로 관심을 보내고 격려해줘 고마웠다"고 덧붙였다.

    서울대 법과대학 07학번 김성훈씨도 댓글을 통해 "확실히 제가 사회 경험이 적어 모순된 시선이 많았던 것은 인정할 수밖에 없다"면서 "댓글들이 생각보다 저희를 좋게 바라봐 주시고 격려해주셔서 감사하다"며 기사 댓글에 대한 소감을 전했다.

    그는 "<레디앙>의 기사들과 댓글 덕분에 제가 지금까지 접한 언론들에서보다 좌파 쪽에서 더욱 하는 일이 많고 고민이 많다는 점을 알게 되었다”면서 "그런 점에서 이번 인터뷰에 참가한 것이 저에게 좋은 경험이 된 것 같다"고 덧붙였다.

    또 그는 "앞으로 더 공부를 해볼 것"이라며 "확실히 제가 왜곡된 지식만 흡수해온 측면이 있다는 점을 깨달았으니 더 공부를 한 뒤 제가 어떤 모습으로 변해있을지 모르겠지만 제 자신이 지금보다는 확실히 더 ‘진보’되어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고 밝혔다.

    그는 <레디앙>과 통화에서 "사실 그렇게 많은 댓글이 달릴 거라고는 생각도 안했다"면서 "그리 똑똑하게 인터뷰를 한 것 같지도 않은데, 우리 말에 관심을 보여주시고 꿈을 이루라고 응원해주셔서 고마웠다"고 말했다.

    "민주노동당이 왠지 불쌍하다"던 대한민국의 평범한 주부 김혜원(46)씨는 <레디앙>과의 통화에서 "나 하고는 ‘완전히’ 다른 사람들인 줄 알아서 처음엔 솔직히 강한 댓글이 많이 달릴 것 같아 걱정을 많이 했다"면서 "또 내가 그쪽 이론이나 생각을 잘 몰라서, 알지도 못하면서 그런 말을 한다고 공격을 할 수도 있는데, 아줌마라서 그런지 잘 봐준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또 "자기들끼리만 내부에서 얘기하느라 외부하고는 소통이 전혀 안 되는 사람들인 줄 알았는데, 민주노동당 쪽 분들도 스스로 ‘변화’ 에 대한 의지가 있다는 걸 느꼈다"면서 "제 얘기를 경청해주고 이해하고자 하는 ‘성의’를 느낄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국회의원 정도 하는 건 좋아도 집권은 아니올시다"라며 손학규를 지지하는 40대 초반의 화이트 칼라 서동우씨는 <레디앙>과의 통화에서 "리플 내용에 크게 개의치 않는다”면서 “리플 보고 해피한 건 아니지만, 다르게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는 걸 확인했다"고 말했다.

    고양농산물 유통센터에서 비정규직으로 일하고 있는 박문수씨(38)는 생각보다 훨씬 바쁘게 사는 듯했다. 웬만하면 자신이 인터뷰한 기사를 찾아보는 것이 인지상정임에도 "호남 출신이지만 이명박을 찍겠다"는 그의 대답은 "바빠서 기사를 보지 못했다"는 거였다. 관심없어서 안 본 것보다는 나은 셈이다.  

    그리고 첫 인터뷰에서 "자신의 욕망을 배반하는 민주노동당"이라며 민주노동당 사람들을 "골치아픈 별종들"이라고 당당히 밝혀 독자들을 눈길을 사로잡았던 30대 직장 여성의 경우 댓글이 100개를 넘기는 등 다른 어느 꼭지보다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하지만 그와 파고다 공원 할아버지들의 반응은 아쉽게도 들어볼 수가 없었다.

    30대 여성은 해외 출장 중이었고, 80대 할아버지들은 <레디앙>이 종로 2가에 가서 그들을 다시 찾는, 쉽지 않은 ‘미션’을 시도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필자소개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