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실성 부족, 분단고착-흡수통일 우려
    By
        2007년 05월 18일 02:56 오후

    Print Friendly, PDF & Email

    4. 세 후보 한반도 평화와 통일 공약의 비교 검토

    첫째 평화체제 구축에 관한 공약을 비교 분석해 본다.

    노회찬 후보는 ‘P+1 코리아 구상’에서 한반도 평화체제에 대해 ‘P+1 평화체제’를 제시하고 있다. 핵심 요지는 △남북이 주도하는 평화체제 △한반도 비핵지대화 △북미 평화협정 △북한핵문제 해결 및 한반도 비핵지대화의 평화체제 형성과정에서 실현 △선도 군축과 단계적 상호 군축 △한미동맹의 점진적 해체와 동북아 평화공동체 구축 등이다.

    특징은 첫째 남과 북이 주도하는 평화체제를 제시하고 있는데, 그 구체적 내용은 밝혀져 있지 않지만, 대략 유추해 보면, 남북군축을 통해 핵문제 해결의 유리한 조건을 창출하고 한반도 평화협정체결을 유도한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둘째, 남북미 평화협정 내용에 주한미군 철수 문제가 제외되어 있다. 셋째, 한반도 비핵지대화가 완성된 이후에도 한미군사동맹과 주한미군 주둔이 일정 정도 유지되어야 한다고 보고 있다.

    권영길 후보는 ‘평화와 통일의 한반도 시대를 열겠습니다’에서 「3단계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공동조치」를 제시하고 있는데, 그 내용은 △남북미중 4개국 평화협정 체결 △한반도 군축 △한반도 비핵지대화 등이다. 특징은 한반도 군축에서 남북군축과 동시병행적으로 한미군사동맹의 폐기와 주한미군의 단계적 철수를 제시하고 있다는 점이다.

    심상정 후보는 ‘한반도 평화경제연합’을 구성해야’라는 보도 자료에서 △남북미중 한반도 평화협정체결과 북미관계 정상화 △남북공동안보및 사회경제 공동발전 △동북아시아 공동 평화체제 구축을 제시하고 있다.

    평화체제 체결 주체 노회찬은 남북미 권-심은 남북미중

    세 후보의 평화체제 구축에 관한 공약은 한반도 평화협정 체결의 당사자에서 노회찬 후보만 남북미 3자 협상을 제시했고, 다른 두 사람은 남북미중 4자 협상을 제시한 점에서 차이가 있을 뿐 거의 대동소이하다. 여기에서 3자 협상이냐 4자 협상이냐 하는 문제는 현실적으로 큰 차이가 없으며 논쟁할 필요가 없다고 본다.

    단지 앞에서 말한 바대로 한반도 평화협정의 핵심내용은 주한미군문제와 한미군사동맹문제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 하는 문제인데, 노회찬 후보는 아예 이 문제를 제외했으며 다른 후보 역시 이 문제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점이 아쉽다.

       
      ▲ 지난해 11월 4일 아침, 4박 5일 간의 방북 일정을 마치고 돌아가는 비행기에 오르는 민주노동당 방북대표단을 환송하는 조선사민당 김영대 위원장. ⓒ 진보정치 이치열 기자  
     

    둘째 통일방안에 관한 공약을 비교 분석해 본다.

    노회찬 후보의 통일방안은 코리아 연합 건설 방안이다. 노 후보가 말하는 코리아 연합은 2국가- 2체제- 2정부의 형태의 국가연합 통일방안이다. 하지만 노 후보는 형태적으로는 국가연합이지만 하나의 국가를 준비하는 통일 1단계라고 강조하면서 통일의 2단계로 연방제 통일국가를 제시하고 있다.

    이는 단계적 통일방안으로 6.15공동선언 2항에서 합의한 통일 방안을 구체화한 것으로 보인다. 노 후보는 남북 정상의 정치적 결단으로 코리아 연합 건설을 위한 남북합의서를 체결하고, 남북이 각각 총투표를 거쳐 코리아 연합을 구성한다고 밝히고 있다.

    또한 그것이 출범하면 연합정상회의 연합각료회의 연합집행위원회 등 다양한 통일기구가 생겨난다고 말하고 있으며, 2012년을 목표 시한으로 제시하였다. 또한 코리아 연합은 단일 국호와 한반도 기로 상징되는 단일기를 사용한다고 한다.

    권영길 후보는 ‘연합연방 통일공화국’을 통일 방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여기에서 말하는「연합연방 통일공화국」은 ‘1국가- 2체제- 2정부 ’의 형태이며, 연방헌법에 기초한 통일국가라고 규정해 놓고 있다.

    이 통일공화국은 중앙정부와 2개의 지역정부로 구성되며, 2개의 지역정부는 자체의 군사권과 외교권을 행사하다가 점차 중앙정부로 그 권한을 이양하는 단계를 거친다고 설명하고 있다. 권영길 후보는 남북의 평화통일 추진을 위한 ‘민족통일회의’의 구성을 제시하고 있다.

    심상정 후보는 ‘한반도 평화경제 연합’을 통일방안으로 제시하고 있는데, 여기에서 ‘한반도 평화경제 연합’은 ‘1국가- 2체제- 2정부’ 형태의 연방국가로 규정하고 있다. 한반도 평화경제연합은 한반도 의회를 설치해 의원단과 집행위원회를 선출하고 한반도 연합 헌장에 의해 하나의 국가로 기능하기 위한 최소한의 제도적 기반을 마련한다고 밝히고 있다. 

    상당한 차이 보이는 구체적인 통일 방안

    세 후보의 통일방안은 체제공존형 통일방안이라는 점에서는 공통성을 갖고 있으나, 그 구체적 형태와 실현경로, 중요과제에 대해서는 상당한 차이를 갖고 있다.

    노 후보의 통일방안은 국가연합에서 연방정부 구성이라는 2단계 통일방안이며, 통일 1단계인 코리아 연합 건설시기를 2012년이라는 최단기간 내로 설정하고 있다는 점에 특징이 있다. 노 후보의 통일방안은 비록 국민투표를 전제하고 있지만 남북 정상의 정치적 결단에 의한 ‘코리아연합 건설을 위한 남북합의서 채택’을 통해 건설하기 때문에 가장 쉽고 현실적인 방안인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지난 시기 남북기본합의서에서 남북은 “쌍방 사이의 관계가 나라와 나라 사이의 관계가 아닌 통일을 지향하는 과정에서 잠정적으로 형성되는 특수 관계라는 것을 인정하고, 평화통일을 성취하기 위한 공동의 노력을 경주할 것”이라고 합의했다.

    그런데 2국가 2체제의 국가연합방안은 남북이 서로 국가로 인정하는 데 기초한 통일방안으로 남북기본합의서의 정신에도 어긋나고, 분단고착화 수단으로 기능할 수 있다는 위험성이 있다.

    노회찬 코리아연합 분단고착화 수단 위험 

    더구나 6.15공동선언 2항에서 남북은 남측의 연합제안과 북측의 낮은 단계 연방제 안에 공통성이 있다고 보고 이 방향에서 통일을 지향하기로 했다고 합의했다. 이것은 국가연합제를 반대하고 남북 두 정부가 현실적으로 외교권과 국방권을 보유하고 있는 현실을 인정한다 하더라도 그것이 국가연합으로 고착되지 않고, 단일한 통일국가로 발전시켜 나가도록 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단일한 통일국가(연방제) 건설을 목표로 한 민족통일기구를 남북합의로 만들고 여기에서 남북통일의 구체적 경로와 방식을 만들어 나가자는 것이다.

    이점에서 볼 때 노 후보의 코리아 연합은 그러한 구체적인 제도 또는 정치적 기구가 설정되지 못함으로서 국가연합의 부정적 속성이 나타날 위험성이 매우 높다. 노 후보는 아마도 6.15공동선언 2항을 북한이 남측의 연합제 안을 실질적으로 수용한 것이라는 보수학자들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인 것 같다.

    엄밀히 말하면 6.15공동선언 2항은 분단고착화 수단이었던 남측의 국가연합 방안을 실질적으로 무력화시키고 양 체제가 공존하는 통일국가 건설을 위한 방안을 추구하자는 정치적 합의이며 이것을 구체화한다면 낮은 단계 연방제 안으로 귀착될 것이기 때문에 낮은 단계 연방제를 수용한 것이라고 해석해야 옳다.

    권영길 후보의 통일방안은 연방헌법에 기초한 연방제 방식의 통일방안이라는 점에 특징이 있다. 연방헌법을 갖는다는 것은 매우 특별한 의미가 있다. 헌법이란 말 그대로 국가주권을 소재와 실행 방도, 국가주권을 유지하고 수호하기 위한 국방주권과 외교주권, 국가주권을 대내적으로 실현하기 위한 정치권력의 행사방식 등을 담고 있는 기본 헌장인 것이다.

    권영길 적극적 연방제 통일방안이나 현실성 문제

    헌법이 있다는 것은 명실상부한 하나의 단일 국가권력을 형성했다는 것을 대내외적으로 선포한 것이다. 이런 면에서 볼 때 권 후보의 통일방안은 세 후보 중에서 가장 적극적이며, 연방제 방식의 통일방안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통일방안 실현의 현실성 문제가 남아 있다. 과연 단일헌법에 기초한 연방공화국 건설이 가까운 시일 내에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인가? 그것이 가까운 시일 내에 이루어질 수 없다면, 그 기간까지 과도적인 또 다른 통일방안은 필요 없는 것인가?

    이런 의문들이 제기될 수 있다. 또 단일 헌법을 만들 수 있다면 남북의 정치적 통일성이 고도로 높아졌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 그 단계에서 굳이 낮은 단계 연방제를 할 필요가 있는가? 사실 권 후보의 연합연방제 통일방안은 낮은 단계 연방제라기 보다 높은 단계 연방제에 가깝지 않은가?

    또한 권 후보가 제시한 ‘민족통일회의’의 성격이 모호하다. 그것이 6.15공동위와 무엇이 다른가? 민족통일회의라는 명칭으로 볼 때 그것이 권력적 집행기구라기보다 의회와 같은 의결기구에 가까운데, 그 회의 결정이 어떻게 권력적 힘을 갖는가 또 어떻게 집행해 나갈 것인가 하는 점에서 애매모호하다. 아마도 즉흥적인 제안 아닌가 싶다.

       
      ▲ 2005년 방북당시 민노당 대표단, 北 김영남과 면담후 기념촬영을 하고있다. (사진=연합뉴스)  
     

    심상정 후보의 통일방안은 ‘한반도 평화경제연합’이라는 명칭에서 드러나듯이 남북의 경제협력을 핵심적 내용으로 담고 있는 통일방안이라는 점에 특징이 있다. 심 후보는 다른 후보와 차별성을 남북 공동경제발전을 위한 마스터플랜을 마련하는데 심혈을 기울였다.

    심 후보는 한반도 평화경제론이라는 독자적 남북경제협력 공약까지 내놓고 있을 정도로 이 분야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이것은 심후보의 장점이다.

    하지만 심후보의 통일방안 특히 남북경제협력 방안에서는 심각한 문제점이 발견된다. 남북의 경제협력은 철저히 6.15공동선언의 기본 원칙과 정신에 의거해야 한다. 그것은 상호 체제와 제도의 존중, 내정의 불간섭, 공존공영이다. 남북의 경제협력도 철저히 이러한 원칙에 의거해야 한다.

    심상정 남북경제협력 방안의 심각한 문제점

    따라서 남측에서 북의 경제제도와 경제발전에 대해 이렇게 저렇게 훈수를 둔다든가, 이러한 방식으로 경제개발을 할 것을 강요하거나, 그러한 조건으로 경제적 지원과 협력을 하려는 것은 의도에 관계없이 흡수통일론으로 오해받을 수 있다.

    그런데 심 후보는 “한반도 평화경제공동체가 지향하는 경제체제는 남한 자본주의 기업모델, 북한의 국영회사모델을 넘는 새로운 진보적 모델이어야” 한다고 주장함으로써 단일한 경제체제 형성을 지향하고 있다. 그것은 북측의 체제변화를 요구하는 것으로 내정간섭적 요소가 있으며, 체제 통일론(흡수통일론)으로 오해받을 수 있는 요소가 있다. 이러한 주장으로는 북한의 호응을 받을 수 없으며 남북의 경제협력을 강화 발전시킬 수 없다.

    특히 심후보는 한발 더 나가 북한의 경제발전 전략을 제시하고 있는데, 남측의 정치세력들이 북한의 경제발전 전략을 제시하는 것은 심후보 스스로 앞에서 밝힌 북의 경제발전 전략 존중이라는 원칙에 위배된다.

    지나치면 부족한 것만 못하다는 말이 있듯이 심후보는 남북경제협력에 관한 정책을 제시하려다가, 아예 북한경제를 재조직화하기 위한 포괄적인 경제구조 재편 전략을 제시하고 있는데, 그것이 과연 올바른가? 북한의 입장에서 심후보의 주장을 어떻게 판단할 것인가를 한번쯤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북의 경제재건과 발전은 북한이 주체가 되어 스스로 해결할 문제이지 남한의 정치세력들이 왈가왈부할 일이 아니다. 북한이 중공업을 발전시키는 섬유공업을 발전시키든 그것은 북한 정부와 국민들의 몫이라는 점을 명확히 하고 남북 경제협력은 체제와 제도의 존중 내정 불간섭의 원칙 위에서 유무상통의 경제협력, 공존공영의 경제협력을 모색해 나가야 한다.

    5. 나가며

    지금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한반도 정세는 중대한 고비에 접어들었다. 냉전의 섬으로 남아 있던 한반도에도 드디어 탈냉전의 대격변이 휘몰아쳐오고 있다. 냉전체제의 틀 속에서 고통을 받아왔던 한반도의 7천만 민중들은 드디어 자주와 평화, 평등의 새로운 세상으로 전전해 나갈 수 있는 매우 유리한 기회를 맞게 됐다.

    한반도 탈냉전의 흐름은 그 누가 선사해준 것이 아니라 남북의 7천만 민중의 힘으로 쟁취한 것이라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크다.

    세 후보 모두 민주노동당 정체성에 맞고 진취적

    하지만 탈냉전의 새 세상으로 가는 길은 결코 만만치 않으며 험난한 장애물들이 많이 제기될 것이다. 한반도 핵문제를 둘러싼 북미 대결도 여전히 안개 속에 있다. 물론 현재의 대화와 협상 국면이 갑자기 바뀌지는 않겠지만, BDA문제에서도 보여지듯이 한반도 평화협정과 북미수교로 가는 길에서 돌출 변수들이 수많이 제기될 것이 분명하다.

    특히 미국은 새로운 정세에서도 여전히 한반도에 대한 지배와 종속, 정치군사적 영향력을 유지하기 위해 모든 수단과 방법을 다 강구하고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이러한 정세에서 민주노동당이 민중들이 나가야 할 한반도 평화와 통일의 올바른 방향을 제시하고, 실천적 과제들을 선도적으로 제시해 나감으로서 자주와 평등을 향한 민중들의 투쟁을 향도해 나가야 한다. 이러한 점에서 민주노동당 대선후보들의 ‘한반도 평화와 통일 공약’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이상에서 살펴봤듯이 세 후보들의 평화와 통일공약은 민주노동당의 정체성에 걸맞게 진보적이며 통일지향적인 내용으로 되어 있어 많은 국민 대중들에게 신선한 충격으로 줄 것으로 본다. 하지만 몇몇 지점에서는 한계와 문제점도 적지 않게 있어 시급히 보완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본다. 민주노동당 세 후보에게 지지와 격려를 보내며 이글을 마친다. ‘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