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노심 모두 외세의존적 통일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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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년 05월 18일 08:15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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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주노동당의 세 대선 후보는 공식 출마를 선언하면서 가장 먼저 평화와 통일에 관련된 정책과 공약을 앞다퉈 내놓았다. 이는 일각에서 득표전술과 연관된 거 아니냐는 삐딱한 시선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경선시기에 득표를 염두에 두지 않는 행동은 하나도 없다는 점과, 설령 그렇다 해도 대선과정에서 주요하게 논의될 분야의 정책과 공약이라는 점에서 관심을 모았다.

    <레디앙>은 관련 분야 전문가들에게 세 후보의 평화와 통일 정책에 대한 분석과 평가를 부탁했다. 박경순 소장 글에 이어 평화네트워크의 이준규 정책실장, 북한대학원대학 구갑우 교수의 글이 실릴 예정이다. 비슷하면서도 다른 후보들의 정책에 대한 전문가 분석 평가를 통해 독자들의 공약 이해를 높이고 동시에 판단에도 도움이 되기를 기대한다.

    아울러 전문가들이 내리는 평가의 차이를 주목해보면서 그들의 입장 차이를 분석 평가하는 것도 흥미있는 일이 될 것이다. <편집자 주>

    1. 들어가며

    ‘2.13 합의’ 이후 한반도 평화체제 문제가 초미의 화두로 떠올랐다. 대선을 앞둔 각 당 대선주자들은 자기야말로 새로운 한반도 평화와 통일시대를 선도할 수 있는 적임자임을 주장하면서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한나라당조차 기존의 대북정책의 전면 재검토를 주장하고 있을 정도이니, ‘2.13 합의’가 몰고 올 한반도의 지각변동을 가히 미리 점치기 어렵다.

    비슷하면서 뚜렷한 차이 보여주는 세후보 평화통일 공약

       
      ▲ 박경순 한국진보운동연구소 소장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위해 가장 선봉에 서서 투쟁해온 민주노동당도 새로운 정세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발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특히 민주노동당 대선 출마를 선언한 세 후보들이 경쟁적으로 한반도 평화와 통일 공약을 발표하고 있어 내외의 주목을 끌고 있다.

    세 후보의 한반도 평화와 통일공약은 비슷한 점이 매우 많고 서로 닮아 있다. 이것은 같은 정치적 지향과 목적을 같고 활동해 온 민주노동당의 ‘동지들’이라는 점에서는 지극히 당연하다 할 수 있다. 그러다 보니 민주노동당의 당원 대중들과 일반 국민 대중들이 세 후보의 평화와 통일정책의 차이를 쉽게 찾지 못해 변별력이 떨어지는 문제점이 있다.

    세 후보의 한반도 평화와 통일에 관한 공약은 서로 비슷한 것 같으면서도 각자의 철학이나 소신에 따라 뚜렷한 차이점도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당원대중들과 국민 대중들이 세 후보의 한반도 평화와 통일공약의 차이점을 쉽게 이해함으로서 후보를 선택하는 데 참고할 수 있도록 비교분석해본다.

    2. 민주노동당의 정체성을 담고 있는 대선공약

    ‘자주와 평등’을 지향하는 진보정당인 민주노동당은 ‘한반도 평화와 통일’ 정책에서 다른 보수정당과 가장 뚜렷이 구별된다. 기존 보수정당들은 예외 없이 한미동맹을 지고지선의 가치로 내세우고, 한미동맹 기초한 통일안보 정책을 고수하고 있다. 과거 군부독재시절에는 한미동맹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것조차 금지되고, 만약 이를 어겼을 경우 국가보안법에 의해 제재를 받았다.

    현재는 그것 때문에 국가보안법 위반이라는 딱지를 받고 구속되지는 않지만 여전히 사회적으로 자유롭지 못하다. 그런 까닭으로 기존 보수정당들의 통일 안보정책은 한미동맹의 틀에서 단 한치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미국에 No라고 얘기할 수 있는 유일한 정당

    하지만 민주노동당은 ‘자주와 평등’의 이름으로 한미동맹 그 자체를 단죄하기 시작했다. 민주노동당은 주한미군의 단계적 철수를 강령으로 내세우고 종속적 한미동맹 체제를 극복하고 자주적 한미관계를 실현하기 위해 투쟁해 왔다.

    민주노동당의 이러한 정책적 입장은 ‘자주와 평등’을 염원하는 국민 대중들의 열렬한 지지와 찬동을 받고, 민주노동당의 정치적 지지기반을 확대하는 데 커다란 역할을 했다. ‘미국에게 No라고 말할 수 있는 정당’은 오직 민주노동당 밖에 없다.

    민주노동당의 세 대선후보의 ‘한반도 평화와 통일’ 공약은 바로 이러한 민주노동당의 정치적 정책적 특성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구체적으로 세 후보 모두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실현하는데 있어서 한미동맹과 주한미군이 주된 장애물이라고 단죄하고, 주한미군의 단계적 철수와 한미동맹의 재편을 요구하고 있다.

    노회찬 후보는 ‘P+1 코리아 구상’에서 “대북억지력으로서 주한미군의 역할이 소멸됨에 따라 한미동맹은 점진적으로 해체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주한미군의 단계적 철수를 요구하고 있다.

    권영길 후보는 ‘평화와 통일의 한반도 시대를 열겠습니다’라는 정책공약에서 “한반도 군축은 남북병력과 무기의 상호 군축만이 아니라 , 남과 북이 맺고 있는 군사동맹조약의 상호주의적 폐기를 포함한다”고 밝힘으로서 한미군사동맹 폐지를 주장하고, 주한미군의 단계적 철수를 요구했다.

    심상정 후보는 ‘‘한반도 평화경제연합’ 구성해야’라는 평화통일 로드맵에서 ‘주한미군의 단계적 철수’를 실행과제로 제시하고 있다.

    세 후보 모두 "통일지향적 평화체제 강조"

    또한 세 후보는 모두 한반도 평화와 통일은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가 있다고 보고 있으며, 한반도 평화체제는 통일지향적 평화체제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노 후보는 “평화 없이 통일 없고, 통일 없이 평화 없다”고 밝히면서 평화의 길은 곧 통일의 길이라고 호소하였다. 권 후보는 “새로운 한반도 시대의 국가비전은 분단체제를 극복하고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 나아가서는 동아시아의 평화와 상생의 밑그림을 그릴 수 있는 새로운 그릇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심 후보는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의 평화체제론은 분단고착형"이라고 비판하면서, 이를 극복하고 통일지향적인 평화체제론으로 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그리고 세 후보는 모두 흡수통일을 반대하고, 상호 체제와 제도를 존중하고 공존 공영할 수 있는 체제 공존형 통일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노회찬 후보는 통일정부를 코리아 연합이라고 명명하고, 코리아 연합은 2국가 2체제 2정부의 형태를 띠고 있는데, 이것은 국제법상 2개의 국가이나 하나의 국가를 준비하는 통일 1단계라고 밝혔고, 이어서 통일 2단계는 1국가 2체제 2정부 형태의 연방국가로 될 것이라고 주장함으로서 체제공존형 통일방안을 제시했다.

    권영길 후보는 통일방안으로 ‘1국가-2체제-2정부’ 형태의「연합연방통일공화국」을 제시했다. 심상정 후보는 ‘1국가-2체제-2정부’ 형태의 ‘한반도 평화경제연합’을 제시했다.

    이처럼 세 후보의 한반도 평화와 통일 공약은 아직 완성되지 않았지만, 민주노동당의 정체성에 부합되는 진보적, 민중적, 자주적 평화통일 지향적이라는 점에서 기존 보수정당들과의 차별성을 명확히 보여주고 있다.

    3. 한반도 평화통일 공약의 문제점

    민주노동당 대선 후보들의 한반도 평화 통일 공약은 앞에서 밝힌 바대로 민주노동당의 정체성에 부합되는 진보적 색깔이 분명해 보수정당들의 정책노선과의 차별성을 보여주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크고 작은 문제점이 없는 게 아니다. 지금부터는 세 후보 공약의 문제점들을 밝혀보도록 하겠다.

    6.15 공동선언에 대한 입장 애매

    먼저 세 후보 공약에서 나타나는 공통적인 문제점을 밝혀본다.

    첫째, 6.15공동선언에 대한 태도와 입장이 애매모호하다. 세 후보의 공약 중에 그 어디에도 6.15공동선언을 이행해 나가는 과정을 통해 통일을 실현하겠다는 내용이 없다.

    이렇게 얘기하면 후보들은 모두 6.15공동선언을 인정하고 그에 기초해서 통일방안을 마련했는데, 6.15공동선언에 대한 태도와 입장이 없다는 게 무슨 뚱딴지같은 비판인가? 라고 반문할 것이다. 하지만 필자는 아무리 보아도 세 후보 모두 6.15공동선언에 대한 정치적 태도와 입장이 읽혀지지 않는다.

    6.15공동선언은 우리민족끼리 자주적으로 통일을 실현해 나가자는 자주통일선언이다. 우리나라에서 통일문제는 한반도에 대한 외세의 지배와 간섭, 전쟁 책동을 끝장내고 전국적 범위에서 민족의 자주권을 확립하고, 분단을 극복해 갈라진 민족의 혈맥을 다시 잇고 남과 북의 단결과 단합을 실현하는 문제이다.

    6.15공동선언은 통일문제에서 외세의 개입과 간섭을 반대하고 우리민족끼리 자주적으로 남과 북의 단결과 단합을 통해 민족대단결을 실현하자는 것이다. 6.15공동선언에 대한 태도와 입장이란 이러한 6.15공동선언의 기본정신을 견지하고 있는가 없는가 하는 문제이다.

    세 후보의 통일방안은 모두 한반도 평화문제의 해결을 전제로 한 통일정책이다. 세 후보는 모두 통일방안 실현의 전제조건으로 ‘한반도 평화협정 체결과 비핵화 실현’을 내세우고 있다. 그런데 한반도 평화협정 체결과 비핵화 실현의 주된 당사자는 북한과 미국이기 때문에, 미국의 대북정책이 그 진행과정을 좌우하는 한 축으로 된다.

    선 평화체제 구축론은 외세의존적 통일정책

    따라서 선 평화체제 구축 후 통일방안 실현이라는 정책노선은 그 어떤 입장에 있든지 한반도 통일문제를 우리민족끼리 자주적으로 풀어나갈 수 없게 만들고 미국의 개입을 초래하게 만든다. 이것은 미국의 동의 없이는 통일을 할 수 없다는 것으로 귀결되는 외세의존적 통일정책인 것이다.

    6.15공동선언은 한반도 핵문제가 어떻게 펼쳐지든 그것에 관계없이 상대방의 체제와 제도를 인정하고 존중한 기초 위에서 화해협력하고 단결 단합하여 공존공영의 틀을 형성해 나가자는 정치적 합의이다. 이것은 핵문제 해결과 남북관계 발전의 연계노선을 반대하며, 남북관계는 핵문제로부터 자유로워야 한다는 것이다.

    즉 핵문제가 어떻게 발전하든 남북화해협력정책(통일정책)은 흔들림 없이 추진해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우리민족끼리 정신인 것이다. 한반도 비핵화(비핵지대화)가 통일의 전제조건이라고 말하는 한 6.15공동선언을 부정하는 것이다.

    노무현 정부의 대북정책의 실패는 바로 핵문제 해결과 남북관계 발전의 연계노선에서 비롯되었다. 지난 5년 동안 소위 북핵문제에 발목이 잡혀 남북관계를 실질적으로 진전시키는데 실패했다.

    노무현 정부의 정책 실패에서 교훈을 찾고, 평화문제(핵문제)와 통일문제(6.15공동선언 이행문제)의 연계정책에서 벗어나야 통일문제에서 외세의 개입을 차단하고 우리민족끼리 자주적으로 통일을 실현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그렇게 되어야 한반도 평화문제도 해결된다. 단적으로 6.15공동선언은 통일을 통해 평화를 달성하자는 정치적 선언인 것이다.

    평화문제와 통일문제 분리시켜야

    따라서 민주노동당은 북미가 주된 당사자로 될 수밖에 없는 한반도 평화협정체결과 비핵화실현이라는 평화문제가 어떻게 발전하든 관계없이 6.15공동선언에서 제기한 우리민족끼리 정신에 입각해 6.15공동선언을 이행해 통일을 실현하기 위한 독자적인 정책과 노선을 제시하고 실천해 나가야 한다.

    평화협정 체결 전이라도 6.15공동선언 2항에서 제시한 통일방안에 입각한 남북통일을 이룩해 나가야 한다. 민주노동당은 한반도 평화협정 체결 및 비핵화 실현 정책과 한반도 평화통일 정책을 연계시키지 말고 분리해서 동시 병행적으로 밀고 나가야 한다.

    그 결과 평화협정 체결 전이라도 6.15공동선언을 이행해 통일을 실현하는 방안을 남북이 찾아내고, 남북통일을 실현해 나가야 한다. 그를 위해서는 민주노동당의 대선후보들이 6.15공동선언 이행의 구체적 로드맵을 제시해야 한다.

    둘째, 한반도 평화체제 실현 문제에서 한미동맹과 주한미군 문제에 대한 태도와 입장이 모호하다

    세 후보는 모두 한미동맹의 점진적 해체와 주한미군의 단계적 철수라는 기본 방향은 제시하고 있다. 노회찬 후보는 “한반도 평화체제가 형성되고, 동북아 평화공동체가 구축되면, 주한미군은 더 이상 존립할 근거가 없다. 한미군사동맹 또한 점진적으로 해소되어야 하고, 주한미군도 점진적으로 철수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미동맹, 주한미군에 대한 입장 모호 

    권영길 후보는 “평화협정을 기반으로 한반도 군축을 실현해야 한다. 한반도 군축은 남북병력과 무기의 상호감축만이 아니라, 남과 북이 맺고 있는 군사동맹조약의 상호주의적 폐기를 포함한다. 이는 남북한 각각 10만 수준으로의 병력감축과 주한미군의 단계적 철수, 한반도를 비롯한 군사훈련의 중단 등 평화체제 공고화를 위한 실질적 행동을 의미한다.”고 주장했으며,

    심상정 후보도 “주한미군의 단계적 철수”를 8대 실행과제의 하나로 제시하고 있다.

    이처럼 주한미군철수와 한미군사동맹에 대한 입장은 명확하며 모호함이 없다. 하지만 세 후보 모두 한미군사동맹의 해체와 주한미군의 철수를 한반도 평화체제 실현의 가장 중심적인 과제로 내세우지 못했고, 대부분 한반도 평화체제 수립 이후 주한미군의 단계적 철수를 주장하고 있다.

    그리고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에서 한반도 비핵지대화와 남북군축을 중요한 정책대안으로 제시하고 있을 뿐 주한미군과 한미군사동맹 문제는 소홀히 취급하고 있다.

    한반도 평화체제 실현에서 가장 핵심적인 과제는 한반도 비핵지대화나, 남북군축이거나 종이쪽지에 불과한 평화협정이 아니라, 한반도 평화의 파괴자이며, 전쟁위기의 근원으로 되고 있는 주한미군과 한미군사동맹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느냐에 달려 있다.

    이 문제를 외면하고 한반도 평화협정이나 평화체제에 대해 말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따라서 민주노동당의 후보들은 한미군사동맹(한미상호방위조약)과 주한미군문제에 대한 구체적인 정책대안을 찾고, 주한미군 철수의 구체적인 로드맵을 제시해야 한다. <계속 이어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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