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대중정치인 못 된 정책전문가"
    2007년 05월 18일 12:37 오전

Print Friendly

“정책전문가인가 대중정치인인가?”

민주노동당 심상정 대선예비후보를 두고 당 안팎의 인사들이 적지 않게 이런 의문을 제기한다. 강병익 진보정치연구소 상임연구위원은 심상정 후보를 두고 “정치인이라기보다 전문가 이미지로 각인되어 있다”고 말한다.

심상정 후보의 ‘전문가 이미지’는 심 후보의 활동에서 만들어진 것이다. 강병익 연구위원은 “국회에서 재경위 활동을 해왔는데 이는 ‘숫자스런 활동’이고 이 점이 많이 노출되다보니 그렇게 이미지가 형성되었다”고 분석한다.

이슈 앞서 제기하려 하지만 대중들 눈여겨 보지 않아

   
 ▲ 사진=심상정 의원실
 

당원들도 심상정 후보를 특정 영역의 대변자로 인지하는 경향이 있다. 이는 진보정치연구소가 지난 해 12월에 발표한 ‘민주노동당 대선 전략 관련 당원 설문조사 보고서’에 포함된 분야별 적합 후보 조사에서 드러난다.

이 보고서 따르면 심상정 후보는 권영길, 노회찬 후보와 비교했을 때 ‘노동자, 농민, 서민 대변’ 분야와 ‘양극화 해소 사회복지’ 분야에서는 적합 후보로 선택된 비율이 큰 격차를 보이지 않았지만 ‘사회 개혁과 정치진보’ 분야와 ‘한반도 평화 통일’ 분야에서는 현저하게 큰 격차를 보였다.

한 여론조사전문기관의 연구원은 “심상정 후보는 서민을 대변한다는 이미지가 있다. 그 자체로는 나쁜 게 아니다. 그러나 하나의 이미지로 치우쳐 있다. 정치, 통일외교와 같이 대선 후보가 다루어야 하는 또 다른 영역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고 말한다.

강병익 연구위원도 “예비후보로서의 발언 영역은 넓어야 하는데 평소에 정치나 평화에 대한 발언이 없었다. 그래서 지금은 이슈를 앞서서 제기하려고 하지만 아직까지는 대중들이 눈여겨 바라보지 않는다”고 말한다.

심상정 의원실의 손낙구 보좌관은 심 후보의 ‘전문가 이미지’가 형성된 배경을 이렇게 설명한다. “노동운동 하다가 정치에 들어선지 얼마 되지 않았다. 그리고 재경위에서 경제 문제로 정면 승부를 하다보니 정책전문가가 되지 않으면 경제관료들을 상대할 수 없다.”

정책전문가는 대중정치인 못되나?

그리고 손 보좌관 말대로 “정책전문가가 대중정치인이 못되는 것은 아니다.” 또한 정치 입문과 함께 국회의원으로서 활동을 시작한 지난 2004년 총선 이후에 국회에서 놀랍도록 성장한 심상정 후보가 대중정치인이 아니라고 단정할 수도 없다.

그렇지만 ‘전문가 이미지’만으로는 대중들에게 ‘대통령 그릇’으로 인정받지 못한다. 대선 후보가 되겠다고 나선 지금 심 후보는 대중정치인이라기보다는 정책전문가 이미지가 더욱 부각되는 것은 썩 좋은 현상은 아니다.  

한 인터넷신문의 민주노동당 출입 기자는 “심상정 후보는 컨텐츠도 타당 후보들보다 우수하고 의정활동에서도 검증된 인물이지만 대선은 국회의원을 뽑는 게 아니”라고 말한다. 이 기자는 “대선 후보에게는 ‘대통령 그릇’이냐는 게 중요한데 심상정 후보는 당 지지층에서도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흥행카드로는 의미가 있을지 모르겠으나 국정운영을 잘 하겠느냐 측면에서 대중들에게는 모자라게 비쳐진다”고 심 후보를 평가한다.

민동원 민주노동당 양천구위원장도 “지역주민들 사이에서 아직까지는 민주노동당의 대선후보로 인식되지 않고 있다”며 민심을 전한다.

지난 해 12월 진보정치연구소가 발표한 또 다른 보고서인 ‘민주노동당 대선 관련 당원 의식조사 표적집단 심층면접 보고서’에 따르면 능력지수와 대중성 지수 중 신뢰감, 친근감 등은 권영길, 노회찬 후보보다 높게 나왔지만 대중성 지수의 한 항목인 ‘민주노도동당을 대표할 수 있는 인물’을 평가한 지수에서는 두 후보보다 낮았다.

능력, 신뢰감은 두 후보보다 높았지만 대중성은 낮아

당원들도 심상정 후보의 능력을 인정하고 신뢰하지만 민주노동당 대표선수로는 다른 후보들에 비해 덜 인정하는 편이다.

대선후보 출마를 결심하기 전까지 국회의원으로서 재경위 활동에 집중했던 심상정 후보는 당을 이끌어간 경험이 없었던 점도 대중정치인으로서의 이미지 형성에 불리한 영향을 미쳤다.

서울의 한 지역위원장은 심상정 후보는 “정책가 스타일”이라며 “대형할인마트 법안과 같이 자신이 발의한 법안을 매개로 지역을 조직하고 지역주민을 만나는 ‘정치행위’를 보여주지 못했다. 당을 들썩거리게 하는 열정은 부족한 듯하다”고 평가한다.

결국 심상정 후보는 국회 재경위 활동으로 서민을 대변하는 영역에서는 짧은 시간에 전문적인 역량을 쌓았지만 지금으로서는 “의정활동 잘 하네”로 그치고 있고 이런 이미지를 불식시킬 만큼의 대선후보로서의 활동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는 의견들이다.

그러나 분명 이는 현재의 평가이다. 손낙구 보좌관은 “심상정 후보는 대중정치인으로 성장하는 과정”이라 말한다. 또 손 보좌관은 지난 해 진보정치연구소의 조사결과 대해서 “예전에는 대선에 나갈 생각이 없었다. 지난 해까지는 그렇게 조사될 수밖에 없었다. 지금이라면 평가가 많이 달라질 것”이라 반박한다.

‘대통령 그릇’을 언급한 인터넷신문 기자도 “심상정 후보는 만만치 않은 내공과 컨텐츠를 지녔다. 본격적인 선거가 시작되면 심상정 후보가 타 후보들을 많이 추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 사진=심상정 의원실
 

"자신 강점 드러내지 못하는 것이 최대 약점"

대중정치인보다는 전문가 이미지가 강하고 특정 영역에 쏠린 이미지로 대중과 당원들에게 각인된 상황은 벗어나리라는 진단이다. 그렇다면 지금으로서는 더더욱 문제다. 이재기 의정지원단장이 “장점을 대중에게 전달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하듯이 “심상정의 최대 약점은 자신의 강점을 드러내지 못하는 것”이 되어버리기 때문이다.

심상정 후보는 민주노동당의 대표선수로 인정받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평화문제로 시작해서 다양한 분야의 정책을 쏟아내고 있으며 무엇보다 전국의 당원을 직접 대면하는 자리를 갖고 있는 중이다.

이런 자리가 심상정 후보를 당원들에게 대중정치인으로 각인시킬 수 있는 기회가 될 수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개인의 스타일 때문에 전문가 이미지를 강화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심 후보가 선생님처럼 가르치는 말투를 지녔다는 점은 그를 직접 대면한 당 안팎의 사람들이라면 공히 지적한다.

지난 15일 고양시위원회에서 열린 ‘강한당 토론회’에 참석한 이재정 원당분회장은 토론 후, “심상정 후보는 말이 설명조인 데다가 너무 많다”며 “정치인은 전문성보다는 상식으로 다가가는 게 필요하지 않겠냐”고 심 후보를 평가했다.

심상정 후보가 의욕적으로 기획한 ‘강한당 토론회’는 전국의 지역위원회를 찾아다니며 당원들과 정치 현안과 당내 문제에 의견을 나누는 자리이다.

"너무 가르치려 들어, 말도 많고"

심상정 후보와 오랜 기간 노동운동을 함께한 노조간부는 “심 후보는 아는 게 많고 워낙 똑똑해서 충분히 듣기보다는 얘기를 많이 한다”고 말한다.

김형탁 대변인도 “심상정 후보의 말은 어렵다. 그걸 좋아하는 사람도 있겠으나 누굴 선택할까 생각 중인 사람한테는 그렇지 않다. 내용은 있되 쉬운 언어로 편하게 다가가야 한다”고 주문한다. 민주노동당의 한 관계자는 “정치인이라면 논리에 의해서 분위기를 압도하기보다는 포용력으로 압도하는 게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손낙구 보좌관은 “그런 면이 있다고 본다. 약점이라기보다는 개인의 개성”이라고는 하지만 “지위와 직책에 걸맞도록 말을 조절해야 한다”는 점도 인정한다. 그리고 “대중에게 친근한 이미지로 알아듣기 쉽게 다가가는 노력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심상정 후보의 약점으로 여성후보로서의 강점을 살리지 못한다는 지적도 있다.  

여성후보 강점 못살려

강병익 연구위원은 “심 후보는 젠더적 의미에서 여성후보는 아니다. 여성임에도 불구하고 여성후보 장점을 살리지 못하고 있다. 자신이 여성이기 때문에 여성친화적일 거라고 생각하는 듯한데 전략이 없다”고 지적한다.

진보정당의 여성후보라면 통상적인 의미에서의 따뜻함이나 보살핌과 같은 여성성에 목매어서는 안 된다. 하지만 여성정치인이라면 자신만의 개성을 살려 여성의 이미지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는 중요하다.

앞서 심 후보의 대중성을 평가한 인터넷신문 기자도 “심상정 후보는 색깔 자체가 여성정치인이 아니다. 남성적인가 하면 그것도 아니다. 여성정치인으로서의 이미지가 아직 형성되지 않았다"고 분석한다.

이에 대해 심상정 후보를 지지하는 당 관계자는 “심상정 후보의 중성적 이미지가 강점”이라고 반박한다. 이 관계자는 “심 후보는 시대가 요구하는 여성, 잘 진열된 백자나 청자가 아닌 질그릇처럼 언제나 쓸 수 있는 가깝고 단단한 그릇과 같은 여성상을 구현하고 있다”고 반박한다.

중성적 이미지가 강점

여성후보로서의 전략은 여성정치인으로서의 이미지 형성과 더불어 여성관련 정책을 매개로 한 정치활동도 있다. 이는 비단 여성후보에게만 요구되는 바는 아니지만 심상정 후보는 아직까지 눈에 띠는 여성정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손낙구 보좌관은 “조금 더 지켜볼 것”을 주문했다. 경선이 9월이니 속도 조절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손 보좌관은 “출마선언 후 첫 주제로 평화를 내세웠고 차례대로 발표하고 있다. 여성 정책은 준비 중에 있다”고 밝혔다.

심 후보도 고양시 ‘강한당 토론회’에서 “민주노동당의 여성주의가 어디까지 왔는가 하는 주제와 여성고용할당제, 육아휴직 부부 매칭 제도와 같이 여성 노동권을 주제로 하는 토론회를 6월에 열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필자소개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