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악의 비정규 시행령 입법 예고
        2007년 05월 17일 10:52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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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동자들의 의견을 수렴해 비정규직법 시행령을 만들겠다던 정부가 17일 파견대상을 대폭 확대하고, 정규직화 대상을 축소하는 ‘최악의 시행령’을 입법 예고하겠다고 발표해 노동자들이 강력히 반발하고 나섰다.

    노동부가 17일 밝힌 파견법 시행령 개정안에 따르면 정규직을 쓰지 않고 파견노동자를 써도 되는 업종은 현행 138개에서 197개로 대폭 늘어나게 됐다. 새로 추가된 업종은 우편물 집배원, 신문배달원, 물품배달원, 고객상담 사무원, 주차장 관리원, 계기 검침원 등 59개 직종이 추가됐다.

    이에 따라 우체부, 택배회사 직원, 금융권의 콜센타 직원 등 현재 정규직으로 일하고 있는 노동자들이 대거 파견노동자 신세로 전락하게 될 위험에 처했다. 특히 은행 콜센타와 상시고용집배원의 경우 정규직화 논의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었는데, 정부가 파견노동자를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들어버린 것이다.

       
     
    ▲ 지난 5월3일 서울 양재동 AT센터에서 노동부 주최로 열린 ‘기간제법 및 파견법 시행령(안)’공개토론회에 참석한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정부에 강력히 항의하고 있다.
     

    우체부-콜센타-택배회사 파견허용 심각

    택배 분야를 파견업종으로 돌린 것도 심각하다. 홈쇼핑과 인터넷쇼핑 등으로 택배노동자들이 대폭 늘어난 상황에서 정부가 이 분야를 파견노동자로 채울 수 있도록 만들어 그렇지 않아도 굉장히 열악한 노동조건과 저임금에 시달리는 노동자들이 파견업체의 중간착취까지 당하게 된 것이다.

    이처럼 간접착취의 대명사로 불렸던 파견대상이 대폭 확대됨에 따라 사용자들은 앞으로 많은 분야에서 정규직을 축소하고, 파견업체로부터 노동자들을 파견받아 사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날 노동부가 같이 입법 예고한 기간제법 시행령에는 건축사, 공인노무사, 약사, 박사학위 소지자 등 16개 전문직에다 경영지도사, 기술지도사, 항공사, 항공기관사, 한약업사, 한약조제사 등 10개 직종을 추가해 26개 직종을 정규직 전환 대상에서 제외했다.

    정부는 여기에다가 사회적 일자리 등 정부의 실업대책이나 복지정책 등에 의해 제공된 일자리나 다른 법령에서 기간제 사용기간을 다르게 정하는 등 합리적인 이유에 의해 2년을 초과해 사용하는 경우도 정규직 전환 대상에서 제외했다.

    또, 연봉 6천9백만원을 받는 경우나 주 15시간 미만의 단시간 근무자도 정규직 전환 대상에서 배제된다. 대학교 조교도 직업으로 볼 수 없다는 판단에 따라 정규직 전환대상에서 뺐다.

    전문직이라고 다 정규직 전환에서 제외

    한국비정규노동센타 김성희 소장은 “전문직이고 박사학위 소지자라고 다 개업을 할 수 있는 게 아닌데, 전문직 모두를 정규직화 제외대상으로 한 것은 모법에 규정된 내용을 넘어선 월권”이라고 지적했다. 대학 조교의 경우도 교수의 개인 조교와는 달리 일반 행정업무를 보는 조교들이 많은데 노동부가 이들을 ‘직업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한 것도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지적이다.

    이번 시행령으로 2년이 지나면 정규직으로 전환된다는 정부의 주장은 사실상 ‘사기’였다는 사실이 드러난 셈이다. 파견대상이 대폭 확대되고, 정규직 전환 대상은 대폭 축소되면서 사실상 한국에서 정규직으로 일할 수 있는 자리는 공무원과 공공부문, 직접생산라인의 노동자와 사무직 등 소수에 지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김성희 소장은 “이번 시행령을 보면 정부는 파견대상을 확대되고, 비정규직 기간제한 적용도 제외하며, 차별금지 대상도 제외하고 있다”며 “비정규직법이 사용자들에게 비정규직을 자유롭게 쓰라고 만들어졌다는 것이 이번 시행령에서 명확하게 드러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시행령을 가지고 협상하는 것은 정부의 페이스에 말리는 것이기 때문에 비정규직법 자체를 폐기하고 새로 만들지 않고서는 이런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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