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씨 안고 시작된 사르코지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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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년 05월 17일 12:53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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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라크 대통령의 퇴임식이 엘리제궁에서 이제 막 치러졌다.(현지 시각 16일 오전 11시) 이로써 지난 4월 26일 1차 투표와 5월 6일 2차 투표로 결정된 사르코지가 새 대통령으로 등장하면서 모든 수순이 다 정리된 듯 보인다.

       
     ▲ 니콜라 사르코지 신임 프랑스 대통령
     

    하지만 아직도 시내 곳곳의 깨진 유리 창문들이, 어수선했던 지난 1주일이 아직 끝나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것만 같다. 사르코지의 당선 확정이 발표된 지난 6일 밤 8시부터 시작된 프랑스 전역의 소요사태부터 ’68년 5월의 종언’으로 촉발된 사르코지 반대를 위한 수업거부와 출입구 통제가 9일 파리 1대학에서 10일은 파리 10대학과 툴루즈 2대학으로 이어졌다.

    6일 밤 파리의 콩코드 광장을 사르코지 지지자들이 메웠다면, 바스티유광장에는 "프랑스는 자살했다" "이번 선거결과는 프랑스의 수치다"를 외치는 반 사르코지주의자들의 시위가 시작되었다. 100% 좌파임을 천명하는 트로츠키파 공산혁명전선(LCR)의 올리비에 브장스노 또한 즉각적으로 밤 8시부터 ‘정치적 저항을 위한 조직적 시위’를 제안했고, 시위대는 화염병(가스통)을 투척하며 새벽까지 이어졌다.

    특히 이민자들이 많이 거주하는 파리 북쪽 생드니 지역에서도 약 3,000명 정도의 젊은이들이 사르코지 반대를 외치며 경찰과 대치하여 혹 지난번 사르코지의 인종적 발언에 의해 불붙은 파리 소요사태가 다시 재발 되는 건 아닌지 언론들이 촉각을 곤두세웠다.

    전국 79개 도시에서 경찰차 포함하여 자동차 730대가 훼손되고 이후에도 집권 대중운동연합(UMP) 사무실이 불타는 등의 소요는 이제 진정 국면으로 접어든 것으로 보이나, 새 대통령의 임기가 시작되면서 다시 불붙을 수도 있을 것으로 보는 관측도 있다.  

    스스로 불씨를 안고 있는 사르코지의 새 정책들에 대해 프랑스의 모든 좌파들과 지식인들이 한 목소리를 내고 있으며 실제로 많은 이민자들의 생존문제가 걸려있기 때문이다.

    불변의 20% 지지도를 쥐고 있던 극우파, 국민전선의 르펜이 이번 선거에서 11%로 주저앉을 정도로 정치노선이 과격하고 극우적인 사르코지가 내세운 정책들은 감세와 주 35시간 근로제 개편과 이를 통한 ‘더 많이 일하고 더 많이 벌기’, ‘미국과 프랑스의 더 많은 우정’, 강력한 치안 그리고 능력에 따른 선택적 이민정책 등이다.

    이에 공산당의 당수인 마리 조지 뷔페는 10일 총선을 위한 성명을 통해서 "나는 모든 프랑스인과 좌파들에게 사르코지 프로그램의 결과는 엄청난 재난이 될 것임을 엄중하게 경고"한다고 말했다. 그녀는 또 "(사르코지 노선은)사회적 불평등을 강화할 것이며, 교육, 공공 병원과 공공서비스의 빈곤을 가져올 위험성"이 있기 때문에 "오만하고 위험한 권력에 대항하는 우리의 권력을 행사할 의무를 가진다"고 밝혔다.

       
      ▲ 반 사르코지 시위가 프랑스 전역에서 벌어졌다.
     

    브장스노는 선거가 끝나고 "우파들을 저지하기 위하여 이젠 집결해야만 한다."며 "이 위급한 상황 속에서 좌파들의 모든 힘을 동원하여 반격을 조직할 것"을 촉구했다. 세계화 반대의 기수로 널리 알려진 농민운동가 조세 부베는 "몇 달 후면 다가올 차별과 해고의 고통에 반대하기 위한 연대와 전체주의적 통치제도에 저항"을 촉구하고 나섰다. 

    유명 뉴스앵커에서 전 녹색당 당수였던 좌파환경운동가 노엘 마메르 또한 "모든 시민들은 체념하지 말고 결집해야한다. 사르코지가 시동을 켠 압축룰러 앞에서 모든 녹색당원들은 모든 투쟁을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재미있는 건 장 마리 르펜의 반응이다. 선거 전에는 사르코지가 자기들의 정책을 베끼고 있다며, 은근히 자신들의 정책을 선전하더니, 자신들의 많은 지지자 사르코지로 옮아가자 위기감을 느끼며 "사르코지도 이민자의 아들"이라고 비난했다. 이제 곧 있을 의원선거를 염두에 둔 발언일 것이다.

    LCR를 제외한 많은 군소 좌파 정당들이 이번 선거에서도 자신들의 정치적 소신을 약간 굽히면서, 사회당 내 우파로 비판 받는 루와얄에 표를 던진 건 그녀에 대한 지지가 아니라 2002년의 르펜과 별 다를 바가 없는 정치인 사르코지에 대한 위기감 때문이었다. 

    휴가를 다녀온 당선자 사르코지가 처음 한 업무는 노동조합원과 사용주를 만난 것이다. 이제 그 회담의 결과를 프랑스 시민들은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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