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라크 대통령의 퇴임식이 엘리제궁에서 이제 막 치러졌다.(현지 시각 16일 오전 11시) 이로써 지난 4월 26일 1차 투표와 5월 6일 2차 투표로 결정된 사르코지가 새 대통령으로 등장하면서 모든 수순이 다 정리된 듯 보인다.
▲ 니콜라 사르코지 신임 프랑스 대통령 | ||
하지만 아직도 시내 곳곳의 깨진 유리 창문들이, 어수선했던 지난 1주일이 아직 끝나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것만 같다. 사르코지의 당선 확정이 발표된 지난 6일 밤 8시부터 시작된 프랑스 전역의 소요사태부터 ’68년 5월의 종언’으로 촉발된 사르코지 반대를 위한 수업거부와 출입구 통제가 9일 파리 1대학에서 10일은 파리 10대학과 툴루즈 2대학으로 이어졌다.
6일 밤 파리의 콩코드 광장을 사르코지 지지자들이 메웠다면, 바스티유광장에는 "프랑스는 자살했다" "이번 선거결과는 프랑스의 수치다"를 외치는 반 사르코지주의자들의 시위가 시작되었다. 100% 좌파임을 천명하는 트로츠키파 공산혁명전선(LCR)의 올리비에 브장스노 또한 즉각적으로 밤 8시부터 ‘정치적 저항을 위한 조직적 시위’를 제안했고, 시위대는 화염병(가스통)을 투척하며 새벽까지 이어졌다.
특히 이민자들이 많이 거주하는 파리 북쪽 생드니 지역에서도 약 3,000명 정도의 젊은이들이 사르코지 반대를 외치며 경찰과 대치하여 혹 지난번 사르코지의 인종적 발언에 의해 불붙은 파리 소요사태가 다시 재발 되는 건 아닌지 언론들이 촉각을 곤두세웠다.
전국 79개 도시에서 경찰차 포함하여 자동차 730대가 훼손되고 이후에도 집권 대중운동연합(UMP) 사무실이 불타는 등의 소요는 이제 진정 국면으로 접어든 것으로 보이나, 새 대통령의 임기가 시작되면서 다시 불붙을 수도 있을 것으로 보는 관측도 있다.
스스로 불씨를 안고 있는 사르코지의 새 정책들에 대해 프랑스의 모든 좌파들과 지식인들이 한 목소리를 내고 있으며 실제로 많은 이민자들의 생존문제가 걸려있기 때문이다.
불변의 20% 지지도를 쥐고 있던 극우파, 국민전선의 르펜이 이번 선거에서 11%로 주저앉을 정도로 정치노선이 과격하고 극우적인 사르코지가 내세운 정책들은 감세와 주 35시간 근로제 개편과 이를 통한 ‘더 많이 일하고 더 많이 벌기’, ‘미국과 프랑스의 더 많은 우정’, 강력한 치안 그리고 능력에 따른 선택적 이민정책 등이다.
이에 공산당의 당수인 마리 조지 뷔페는 10일 총선을 위한 성명을 통해서 "나는 모든 프랑스인과 좌파들에게 사르코지 프로그램의 결과는 엄청난 재난이 될 것임을 엄중하게 경고"한다고 말했다. 그녀는 또 "(사르코지 노선은)사회적 불평등을 강화할 것이며, 교육, 공공 병원과 공공서비스의 빈곤을 가져올 위험성"이 있기 때문에 "오만하고 위험한 권력에 대항하는 우리의 권력을 행사할 의무를 가진다"고 밝혔다.
▲ 반 사르코지 시위가 프랑스 전역에서 벌어졌다. | ||
브장스노는 선거가 끝나고 "우파들을 저지하기 위하여 이젠 집결해야만 한다."며 "이 위급한 상황 속에서 좌파들의 모든 힘을 동원하여 반격을 조직할 것"을 촉구했다. 세계화 반대의 기수로 널리 알려진 농민운동가 조세 부베는 "몇 달 후면 다가올 차별과 해고의 고통에 반대하기 위한 연대와 전체주의적 통치제도에 저항"을 촉구하고 나섰다.
유명 뉴스앵커에서 전 녹색당 당수였던 좌파환경운동가 노엘 마메르 또한 "모든 시민들은 체념하지 말고 결집해야한다. 사르코지가 시동을 켠 압축룰러 앞에서 모든 녹색당원들은 모든 투쟁을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재미있는 건 장 마리 르펜의 반응이다. 선거 전에는 사르코지가 자기들의 정책을 베끼고 있다며, 은근히 자신들의 정책을 선전하더니, 자신들의 많은 지지자 사르코지로 옮아가자 위기감을 느끼며 "사르코지도 이민자의 아들"이라고 비난했다. 이제 곧 있을 의원선거를 염두에 둔 발언일 것이다.
LCR를 제외한 많은 군소 좌파 정당들이 이번 선거에서도 자신들의 정치적 소신을 약간 굽히면서, 사회당 내 우파로 비판 받는 루와얄에 표를 던진 건 그녀에 대한 지지가 아니라 2002년의 르펜과 별 다를 바가 없는 정치인 사르코지에 대한 위기감 때문이었다.
휴가를 다녀온 당선자 사르코지가 처음 한 업무는 노동조합원과 사용주를 만난 것이다. 이제 그 회담의 결과를 프랑스 시민들은 지켜보고 있다.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