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참신함 약화, 경륜 이미지는 아직
        2007년 05월 17일 12:34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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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설가 공지영씨는 노회찬 의원에 대해 "한국의 좌파를 일약 역사의 무대에 정식 직원으로 데뷔시킨 장본인"이라고 평한 적이 있다. 공씨가 노 의원을 단순한 좌파 성향의 정치인이나 좌파 조직에 소속된 정치인이 아니라 "좌파를 역사의 무대에 데뷔시킨 장본인"으로 규정한 것은 흥미롭다.

    노회찬 의원의 ‘개인기’ 장점이자 약점

       
      ▲ 사진=노회찬 의원실
     

    지난 대선에서 자신의 정치적 존재를 처음 대중에게 알린 이래, 노 의원은 ‘조직을 넘어서는 개인’, ‘조직보다 돋보이는 개인’의 이미지로 줄곧 비춰져 왔다. 공씨의 말은 지난 대선과 총선에서 노회찬이라는 ‘탁월한 개인’이 펼친 눈부신 활약상에 대한 최고의 헌사이면서 노 의원이 구축한 정치적 개성의 핵심을 정확히 짚고 있다.

    노 의원의 가장 큰 장점은 대중과의 소통능력이다. 대중적 관심사를, 대중에게 설득력을 갖는 화법으로 적시에 말하는 건 아무나 쉽게 가질 수 없는 귀한 역량이다. 민주노동당의 고질적 병폐가 대중과의 괴리임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당내 경선에서 노 의원을 지지하는 이들이 내거는 명분도 "노 의원이 가장 대중적 호소력이 있는 후보"라는 것이다.

    그런데, 노 의원의 약점도 바로 이 ‘개인기’를 중심으로 형성돼 있다. 대개 장점은 약점의 음화이기 쉽다. 크게 두 가지가 약점으로 지적된다.

    "당내 정치에 대한 비전과 리더십이 없다"

    먼저 당내 정치에서 분명한 역할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개인플레이’에 치중하느라 당의 구조와 체질을 바꾸는 데는 상대적으로 소홀한 것 아니냐는 불만도 들린다. ‘개인기’로만 문제를 풀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강병익 진보정치연구소 상임연구위원은 "권영길 의원은 나름대로 당내 이견을 봉합하고 추스르는 리더십을 보여줬다"면서 "노 의원에 대해선 보다 진보적이고 진취적인 방식의 당내 정치에 대한 기대감이 있는데 아직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노 의원은 당 사무총장 시절에도 미래지향적 당을 만들기 위한 인력의 결집과 형성에는 왠지 모르게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었다"고 했다.

    당의 한 관계자는 "이번 경선에선 대선 한 게임만을 뛸 후보를 고르는 것이 아니라 내년 총선까지 당을 이끌 리더십을 뽑아야 한다"며 "노 의원은 당을 전체적으로 끌고 가는 리더십을 보여준 적이 없고, 그를 위한 방안도 아직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노 의원의 ‘개인기’가 대권후보의 위상에 걸맞게 업그레이드 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기존의 ‘개인기’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민병두 열린우리당 의원은 "노 의원의 대중적 인기 비결은 시원시원한 말"이라며 "대통령 후보로서 업그레이드 되기 위해서는 ‘재미’있는 말에서 ‘울림’있는 말로 화법을 바꿀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는 "노 의원이 메시지 관리에서 아직 ‘울림’보다는 ‘재미’와 ‘화제’에 치중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고 덧붙였다. 김종철 전 서울시장 후보는 "노 의원은 재치있고 똑똑하고 순발력 있는 이미지로 고정되어 있다"면서 "대권후보로서 무게를 갖춰야 하고 감동을 줄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한 중앙일간지의 민주노동당 출입 기자는 "경제에 강한 심상정, 통일 문제의 권영길과 같은 정책 전문 분야가 노 의원에겐 없다"고 지적했다.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은 "처음에는 신선함이 있었는데 최근에는 문제의 핵심을 비껴가는 모습이 보인다"면서 "내용이 아니라 자꾸 언변으로 문제를 극복하려고 해 신뢰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있다"고 했다.

    "반대만 하는 정치인의 이미지가 형성되고 있다"

    홍 소장은 또 "진보진영 전반이 비판하는 데는 익숙한데 비판받는 데는 익숙하지 않다. 최근 각종 토론에서 정책 및 대안과 관련해 비판을 받으면서 진보진영이 위축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면서 "특히 노 의원의 경우 순발력있게 치고 나가는 것이 장점이었기 때문에 위축되는 모습이 더욱 커 보인다"고 했다.

    홍 소장은 반값 아파트 정책에 대한 홍준표 의원과의 토론 및 한미FTA 협상에 대한 토론에서 노 의원이 보인 ‘부진’을 예로 들었다. 홍 소장은 "정책 대안을 제시해야 하는 토론에서는 상대적으로 위축되는 모습을 보이면서 간혹 비판만 해도 되는 토론에 나가서는 활발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래서 ‘반대만 하는 정치인’의 이미지가 형성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노 의원의 대중적 이미지에 대해 "과거의 신선한 이미지는 약화되고 있는 반면 아직 경륜의 이미지는 형성되지 못하고 있다"고 총괄 평가했다.

    노 의원의 경선 전략은 대국민 정치다. 국민을 상대로 한 정치를 통해 자신은 물론 당의 대중적 존재감을 높여 "당원들이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당"을 만들겠다고 한다. 이를 통해 당 내부에서의 지지율을 끌어올릴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당내 조직과 계파는 없고 대중적 인기는 높은 노 의원에 적합한 경선전략이다.

    노 의원측은 최근 시도한 대국민 정치의 한 사례로 ‘제주도 해공군기지’ 문제를 들고 있다. 이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면서 제주 지역에서 민주노동당의 위상이 적지 않이 제고됐다는 것이다. 노 캠프의 한 관계자는 "후보 등록 마감 전에 크게 터트릴 건을 하나 준비하고 있다. ‘조세’ 문제와 관련된 것"이라고 했다.

    ‘가벼움’은 장점이자 ‘셀링포인트’

    대국민 정치에서 노 의원의 ‘가벼움’은 외려 장점이거나 적어도 불가피한 것으로 노 캠프는 보고 있다. 박권호 보좌관은 "아직 민주노동당에 대해 ‘무겁다’ ‘칙칙하다’ ‘행동이 굼뜨다’는 지적이 많다"면서 "현안에 대한 노 의원의 가볍고 순발력있는 대응과 화법은 약점이 아닌 강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노 의원의 메시지가 ‘무게’와 ‘울림’을 가져야 한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우리가 점잖게 얘기한다고 언론이 받아주겠느냐. 우리는 메이저가 아니다. 이런 저런 조어도 만들고 톡톡튀는 논평도 내는 것은 마이너의 생존전략이다. 국민들의 관심을 조금이라도 더 끌기 위한 고육책"이라고 했다.

    노 캠프에서 공보업무를 맡고 있는 신장식 전 대표비서실장은 "국민과 의사소통을 쉽고 편하게 할 수 있다는 것은 노 의원의 장점이자 셀링포인트"라며, 다만 "당내에 ‘가볍다’는 식의 이미지 프레임이 있는 것은 사실이니만큼 (이를 극복하기 위해) 노 의원의 깊이와 통찰력, 숨겨진 인간적 면모를 적극적으로 알려 나갈 계획"이라고 했다.

    노 의원이 정책에 상대적으로 약한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노 캠프측은 전혀 수긍하지 않았다. 박권호 보좌관은 "지난 대선, 총선에서 당의 정책개발을 주도한 사람이 당시 노회찬 선대본부장이다. 당시 모든 정책토론에 당을 대표해서 나갔다"면서 "당의 정책과 공약에 대해 가장 정확하게 꿰고 있는 사람이 노 의원"이라고 했다.

       
      ▲ 사진=노회찬 의원실
     

    당 개혁? 비전보다 리더십을 확보하는 게 중요

    그는 ‘정책토론에서 노 의원이 약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홍준표 의원과의 ‘반값 아파트’ 토론은 ‘반값 아파트’에 대한 찬성이냐, 반대냐 하는 식의 불리한 구도를 깔고 맞붙은 토론이었고, 한미FTA 토론도 협상의 세부내용에 대한 정보가 알려지지 않은 상태에서 협상의 정보를 가장 많이 쥐고 있는 협상 당사자들과 맞붙었던 힘든 토론이었다"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당의 개혁방안과 관련, 노 캠프의 한 관계자는 "지금 당에 필요한 건 비전이 아니라 비전을 실천하기 위한 정치적 동력"이라고 했다. 지금껏 당의 체질개선이 이뤄지지 않은 것은 ‘그림’이 없어서가 아니라 ‘그림’대로 실천할 당내 리더십이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노 의원은 대국민 정치를 통해 국민적 반향을 얻고, 이를 통해 당을 개혁할 수 있는 정치적 힘과 권위를 확보할 것이라고 했다.

    노 의원측 경선 전략은 대국민 정치라는 한 방향으로 수미일관하고, 이것의 성패는 얼마나 많은 대중적 반향을 얻느냐에 달려 있다. 그런데 ‘대중적 반향’을 재는 척도가 분명치 않다. 흔히 주요언론의 보도를 잣대로 삼지만 요즘 매체들의 분위기로 봐서는 어지간한 재료가 아니면 거의 반응하지 않을 공산이 크다.

    당원들의 ‘감’에서 ‘대중적 반향’의 정도가 실감나게 계측되지 않을 때 대국민 정치라는 노 캠프의 전략은, 의도와 무관하게, 실제 ‘대중적 반향’을 얻기 위한 것이 아니라 ‘대중적 호소력이 있는 후보’라는 기존의 이미지에 쉽게 편승해 가려는 당 내부용 홍보전략의 그럴듯한 방편 정도로 여겨지기 쉽다.

    설혹 그런 평가를 받는다고 해도 탓할 일은 아니다. 경선 전략의 핵심은 ‘경선에서 이기는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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