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3의 땅, 평화의 섬에 군사기지 안된다
        2007년 05월 16일 01:28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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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무현 정부가 공식 지정한 ‘세계평화의 섬’ 제주가 노무현 정부에서 추진하는 군사기지로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 5월 14일 김태환 제주도지사는 각계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예고 없이 기습적으로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해 제주해군기지 유치 선언했다.

    전체 인구 0.3% 수준인 도민 1,500명의 여론조사로 정책결정을 내렸다. 해군기지 위치까지 ‘강정지역’으로 친절하게 선정해 국방부에 통보(?)했다. 일단 제주해군기지 여론조사 결과 찬성이 54.3%, 반대 38.2%로 찬성이 반대보다 많았다. 또 위미, 화순, 강정 등 후보지 3곳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에서는 대천동(강정)이 찬성비율이 높았다.

    그러나 1차 여론조사에 비해 2차 여론조사는 찬성 비율이 7% 포인트나 줄어드는 등 여론의 심각한 변화가 감지되는 시점이어서 김태환 도지사가 서둘렀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에 대해 제주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은 “제주의 역사에서 ‘제2의 이완용’이나 나름 없다”며‘ 지사 퇴진을 요구하고 있으며 제주도의회까지 반발하고 있다.

    김태환 지사 진실규명 없이 일단 저지르고 보자?

       
      ▲ 제주도 해녀들이 제주시청 앞에서 해군건설기지 반대집회를 열고있다. (사진=제주참여환경연대)  
     

    4.3의 아픔을 겪었고 평화의 섬으로 미래 비전을 정립해가려는 제주 사회가 군사기지를 몸살을 앓고 있는 이유는 국방부, 해군이 요구를 김태환 제주도지사가 도민사회의 합리적 공론화 없이 사실상 수용하는 행보를 보였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5월 8일 민주노동당 대선 예비후보인 노회찬 의원이 제주를 직접 찾아 발표한 공군전투기부대에 대한 진위논란은 진실규명이 되지 않았다. 또 군사기지반대 대책위원회가 폭로한 국방부-제주도간 사전 양해각서 문제가 해결되기 전에 기습 작전하듯 이뤄지면서 논란은 확산되고 있다.

    이에 따라 제주도의회 차원에서도 ‘선 진실규명 후 해군기지 결정’ 의견이 우세해지면서 지난 5월14일 의장단 회의를 통해 이 같은 사실을 김태환 도지사에 통보했다.

    그러나 김태환 지사는 이러한 도의회의 상식적인 요구도 거부한 채 이날 오후 2시40분 전격적으로 여론조사 결과를 서둘러 발표해 반발을 자초했다. 김태환 지사는 특히 지난 14일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도민에게 드리는 글을 통해 궤변도 늘어놓았다. 한미 FTA와 군사기지까지 연관시켜냈다.

    김 지사는 “도민들은 한미 FTA 타결 이후 지역산업 재편을 위한 방안으로 지역경제 활성화 동력으로 해군기지 건설을 활용하자는 절실함도 표출되었다”고 밝혔다.

    한미 FTA에 대한 가장 큰 피해를 볼 것으로 예상되는 곳이 제주 지역인 것은 맞지만 이에 대해 제주도민들이 대안으로 해군기지를 선택했다는 논리적 비약까지 동원하고 있는 셈이다.

    특히 최근 들어 제주시청 홍보지 등을 통해 한미 FTA 체결지원위원회가 주장하는 한미 FTA에 대한 홍보를 여과 없이 내보내고 있는 행정당국의 태도로 볼 때 한미 FTA 결과는 인정할 수 없다는 도지사의 태도가 군사기지 문제를 이용해 슬쩍 바뀌고 있다.

    제주, 해군에 공군기지까지 군사요새화로 가나

    ‘4.3 항쟁’의 정신과 아픔이 서려있는 제주가 군사요새화의 가능성은 커지고 있다. 졸속적으로 유치를 결정해버린 해군기지에 이어 공군기지가 현실화하면서 평화를 염원하는 도민들의 걱정은 심각해지고 있다.

    해군기지 규모는 12만평 정도로 함정 20척이 정박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한다. 공군기지 역시 국방부나 제주도 당국은 ‘탐색구조부대’일뿐이라고 하고 있으나 노회찬 의원이 주장했던 30만평 규모의 ‘전대급’이라는 의혹은 여전히 가시지 않고 있다.

    해군기지에 이어 공군까지 배치될 경우 제주의 상징인 ‘세계 평화’는 물건너간 것이나 다름없다. 특히 동북아 평화군축의 거점이라는 제주의 지향점도 군사요충지라는 완전히 반대 방향으로 변화될 수밖에 없다.

    전국의 시민사회와 평화단체 등 50개 단체들은 지난 5월9일 국방부 앞 기자회견을 통해 “제주 해군기지가 RMSI(지역해상안보구상) 등과 같은 미국의 해양패권 유지 활동에 한국군이 동참하기 위한 용도로 이용될 수 있다며, 미국의 해상작전에 한국군이 참여할 가능성과 함께 미군의 제주 해군기지 사용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민주노동당도 5월15일 대변인 논평을 통해 “오직 평화만을 지향했던 제주의 역사와 민심에 역행하는 것”이라며 “김태환 제주도지사는 당장 사퇴하고 국방부는 ‘4.3의 땅’ 제주에 대한 반역행위 즉각 중단하라”고 목소리를 높혔다.

       
      ▲ 사진=제주환경운동연합
     

    제주 평화 지키기 위한 싸움은 지속된다

    해군기지 결정이 이뤄지자 제주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은 다시 새로운 싸움을 준비하고 있다.

    천주교 제주교구 역시 이례적으로 주교님까지 나서 평화의 섬 제주에 군사기지는 안된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제주교구 강우일 주교님은 ‘평화의 섬 제주를 염원하며…’라는 메시지를 통해 “국가 간의 무력 경쟁과 ‘엄청난 양의 무기 증가는 안전과 평화에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다’고 지적해 왔다“며 ”59년전 4.3으로 무고한 생명 3만 명이 희생된 제주의 땅은 그들이 흘린 피를 헛되이 하지 말아야 한다“는 말씀을 전했다.

    또 불교, 기독교 등 종교계 인사들과 여성계, 학계, 문화계는 제주지역 각계 인사도 제주의 군사요새화를 반대하면서 대응하기로 했다.

    군사기지 철회를 위한 비상시국회의를 구성해 본격적인 싸움에 나서기로 했다. 도민들과 함께 한달 째 이어가고 있는 평화의 백배운동을 더욱 확산시켜 나갈 계획이다. 진정한 평화의 섬으로 제주가 나아가기 위해서는 구체적인 제도적 설계도 필요하다고 본다.

    제주평화헌장을 채택을 통해 제주사회가 나아가야 할 평화의 이념과 가치지향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또한 제주지역 차원의 평화기본조례를 제정해 비핵화를 비롯한 제주사회 평화헌장의 이념과 가치를 실현해 나갈 토대를 만들어야 한다.

    여전히 국민들에게는 ‘관광의 섬’으로 인식된 제주사회가 진정한 ‘평화의 섬’이 될 수 있도록 도민들은 다시 싸울 것이다.

    <군사기지 철회를 위한 평화백배 기원문>

    평화는 평화에 의해서 지켜진다고 우리는 믿습니다.

    지금 온 섬은 노란 유채와 푸른 보리밭이 어우러져 한 폭의 평화로운 풍경을 자아냅니다. 그러나 제주는 아직 평화의 들녘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제주의 전통문화를 창조적으로 계승하고 4.3의 비극을 화해와 상생으로 승화시켜 세계평화에 기여할 수 있도록 제주를 세계평화의 섬으로 지정하였습니다. 하지만 사그라지지 않는 도민사회의 갈등과 대립으로 인해 제주가 세계평화의 섬으로 가는 길은 요원하기만 합니다. 그 쟁점에 제주도 해군기지 건설 논란이 상존합니다.

    평화의 섬, 제주도에 해군 등 군사기지가 들어서는 문제는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하는 사안입니다. 군사안보의 단순논리를 넘어 제주도의 미래와 평화를 염원하는 국민의 안위가 걸린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평화는 경제놀음으로 사고 팔 수도 없으며, 힘으로 얻어지는 것 또한 더더욱 아닙니다. 평화, 그 자체로 상생의 길을 도모하는 진리의 가치를 갖습니다.

    제주도 군사기지의 건설강행은 평화를 위협하는 패권주의의 추종에 불과합니다. 더욱 우려스럽기는 천년의 삶을 살아 온 민초들의 터전을 이들의 동의도 없이 짓밟는 만행입니다. 맑은 공기가 없는 곳에 꽃이 피지 못하듯이 사회의 정의와 민주주의가 사라진 곳에 평화는 유지될 수가 없습니다.

    평화는 평화에 의해서 지켜진다고 우리는 믿습니다. 척박한 환경과 잦은 수탈, 국가폭력의 위협에서도 제주도는 모진 질곡의 삶을 이겨왔습니다. 이제 그 고단했던 삶을 위로하고, 평화와 생명이 깃든 삶을 우리 세대와 미래 세대가 공유해야 합니다.

    제주를 아끼는 도민들과 평화를 사랑하는 국민들께 호소합니다. 대한민국 정부에게 진정어린 마음으로 촉구합니다. 제주의 미래와 국가의 평화를 위한 길이 무엇인지 다시 한 번 깊이 고민해 주시기 바랍니다. 세계평화의 섬, 제주가 세계평화의 확산에 일임할 수 있도록 도와주시기 바랍니다.

    갓 틔운 평화의 어린 새싹을 가슴으로 키우는 마음으로 평화행동을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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