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부품을 만드는 이젠텍이라는 회사가 있었다. 회사 사장은 노동자들이 금속노조에 가입하고 교섭을 요구하자 도리어 주동자를 해고했다. 법원이 노조를 인정하고 교섭에 나오라고 판결했지만 무시했다.
그러자 법원은 교섭에 안 나오면 하루 30만원씩 내야 한다고 결정했다. 그래도 그는 끄떡없었다. 마침내 법원은 그 사장이 납품하는 원청회사의 납품대금을 금속노조에 입금하라고 명령했고, 14일 7,530만원이 금속노조 통장에 들어왔다.
전국금속노동조합(위원장 정갑득)은 14일 이젠텍의 납품회사인 한라공조에서 이젠텍에 지급해야 할 납품대금 중에서 7,530만원을 금속노조 통장에 입금했다고 밝혔다. 교섭을 거부한 이젠텍도 아니고, 원청회사인 한라공조에서 금속노조에 7,530만원을 입금한 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 지난 9일 금속노조 1,200여명의 간부들은 경기도 평택 송탄공단에 있는 이젠텍 공장 앞에서 금속노조 결의대회를 열고 금속노조 인정과 단체교섭 참가 등을 촉구했다. | ||
"교섭 안나오면 1일 30만원 내라"
평택 송탄공단에서 자동차와 김치냉장고의 부품을 만드는 이젠텍(대표이사 이배근)의 노동자들은 2005년 10월 12일 금속노조에 가입하고, 교섭을 요청했다. 그러나 회사는 지난 2000년에 관리자 5명의 이름으로 설립한 유령노조, 즉 휴면노조를 핑계로 교섭에 단 한번도 나오지 않았다.
회사는 관리자들을 동원해 금속노조 탈퇴서를 배포하는 등 조합원 탈퇴 협박을 계속했고, 용역경비를 10여명 이상 고용해 두 달 넘게 노동자들과의 갈등과 폭력을 유발했다. 이로 인해 처음에 86명이던 조합원은 회사의 탄압을 견디지 못하고 점점 줄어들었다.
금속노조는 이 회사를 상대로 교섭에 나오라며 ‘단체교섭 응락 가처분신청’을 제기했고, 지난 해 3월 20일 수원지방법원 평택지원은 "사용자로서 복수노조에 해당하지 않는 이젠텍분회와 교섭을 정당한 이유 없이 거부하여서는 안 된다"고 판결했다.
그러나 회사는 교섭에 나오지 않았고, 수원지방법원 평택지원 민사부(판사 성지용 이광우 정하정)는 5월 23일 "가처분 결정 이후에도 채권자와의 단체교섭을 거부하고 있는 이상 그 보전의 필요성도 인정된다"며 1일 30만원을 지급하도록 하는 판결을 내렸다.
그런데도 회사는 끄떡없었다. 교섭도 안 나왔고, 1일 30만원도 지급하지 않았다. 결국 금속노조는 이젠텍이 자동차부품을 납품하는 회사인 한라공조를 제3채무자로 지난 6월 30일 이후부터 올 3월 8일까지 8개월분에 해당하는 이행강제금을 지급하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평택지원은 지난 3월 26일 금속노조에게 한라공조가 이젠텍에 지급해야 할 납품대금을 압류하고 추심할 수 있다는 명령을 내렸다. 이에 따라 금속노조는 5월 11일 한라공조 회사에 ‘이젠텍 관련 압류 채권 지급 요청 건’이라는 공문을 발송했고, 한라공조는 14일 금속노조 통장에 7,530만원을 입금하게 된 것이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이젠텍 사용자들이 교섭에 나올 가능성은 높아 보이지 않는다. 사용자들의 그동안의 말을 미루어볼 때 하루 30만원, 월 900만원을 물어주는 것보다 노조를 깨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여전히 이젠텍 문제 해결은 쉽지 않아 보인다.
"7,530만원 투쟁기금에 사용"
이날 입금된 7,530만원은 지난 해 6.월 30일 이후부터 올 3월 8일까지 하루 30만원씩 251일동안의 금액이다. 금속노조는 이후 발생하는 금액에 대해서 한라공조뿐만 아니라 또 다른 채권회사인 만도, 캄코, 위니아 등에도 지급받을 수 있게 됐다.
금속노조는 14일 11차 상무집행위원회 회의에서 이같은 사실을 확인하고, 회사로부터 지급받은 7,530만원을 변호사 비용과 투쟁기금 등을 비롯해 이젠텍 투쟁 승리를 위한 기금으로 사용하기로 했다.
이 사건을 담당했던 금속노조 법률원 조수진 변호사는 "회사는 돈을 줬으면 줬지 단체교섭에는 나오지 않겠다고 했는데 돈도 주지 않아 결국 소송을 통해서 해결할 수밖에 없었다"며 "이번 일로 이젠텍 노동자들이 사기가 높아지고, 좀 더 힘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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