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런 사장님 봤나요? 진짜 웃기고 고약한
        2007년 05월 14일 04:05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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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동차부품을 만드는 이젠텍이라는 회사가 있었다. 회사 사장은 노동자들이 금속노조에 가입하고 교섭을 요구하자 도리어 주동자를 해고했다. 법원이 노조를 인정하고 교섭에 나오라고 판결했지만 무시했다.

    그러자 법원은 교섭에 안 나오면 하루 30만원씩 내야 한다고 결정했다. 그래도 그는 끄떡없었다. 마침내 법원은 그 사장이 납품하는 원청회사의 납품대금을 금속노조에 입금하라고 명령했고, 14일 7,530만원이 금속노조 통장에 들어왔다.

    전국금속노동조합(위원장 정갑득)은 14일 이젠텍의 납품회사인 한라공조에서 이젠텍에 지급해야 할 납품대금 중에서 7,530만원을 금속노조 통장에 입금했다고 밝혔다. 교섭을 거부한 이젠텍도 아니고, 원청회사인 한라공조에서 금속노조에 7,530만원을 입금한 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 지난 9일 금속노조 1,200여명의 간부들은 경기도 평택 송탄공단에 있는 이젠텍 공장 앞에서 금속노조 결의대회를 열고 금속노조 인정과 단체교섭 참가 등을 촉구했다.
     

    "교섭 안나오면 1일 30만원 내라"

    평택 송탄공단에서 자동차와 김치냉장고의 부품을 만드는 이젠텍(대표이사 이배근)의 노동자들은 2005년 10월 12일 금속노조에 가입하고, 교섭을 요청했다. 그러나 회사는 지난 2000년에 관리자 5명의 이름으로 설립한 유령노조, 즉 휴면노조를 핑계로 교섭에 단 한번도 나오지 않았다.

    회사는 관리자들을 동원해 금속노조 탈퇴서를 배포하는 등 조합원 탈퇴 협박을 계속했고, 용역경비를 10여명 이상 고용해 두 달 넘게 노동자들과의 갈등과 폭력을 유발했다. 이로 인해 처음에 86명이던 조합원은 회사의 탄압을 견디지 못하고 점점 줄어들었다.

    금속노조는 이 회사를 상대로 교섭에 나오라며 ‘단체교섭 응락 가처분신청’을 제기했고, 지난 해 3월 20일 수원지방법원 평택지원은 "사용자로서 복수노조에 해당하지 않는 이젠텍분회와 교섭을 정당한 이유 없이 거부하여서는 안 된다"고 판결했다.

    그러나 회사는 교섭에 나오지 않았고, 수원지방법원 평택지원 민사부(판사 성지용 이광우 정하정)는 5월 23일 "가처분 결정 이후에도 채권자와의 단체교섭을 거부하고 있는 이상 그 보전의 필요성도 인정된다"며 1일 30만원을 지급하도록 하는 판결을 내렸다.

    그런데도 회사는 끄떡없었다. 교섭도 안 나왔고, 1일 30만원도 지급하지 않았다. 결국 금속노조는 이젠텍이 자동차부품을 납품하는 회사인 한라공조를 제3채무자로 지난 6월 30일 이후부터 올 3월 8일까지 8개월분에 해당하는 이행강제금을 지급하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평택지원은 지난 3월 26일 금속노조에게 한라공조가 이젠텍에 지급해야 할 납품대금을 압류하고 추심할 수 있다는 명령을 내렸다. 이에 따라 금속노조는 5월 11일 한라공조 회사에 ‘이젠텍 관련 압류 채권 지급 요청 건’이라는 공문을 발송했고, 한라공조는 14일 금속노조 통장에 7,530만원을 입금하게 된 것이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이젠텍 사용자들이 교섭에 나올 가능성은 높아 보이지 않는다. 사용자들의 그동안의 말을 미루어볼 때 하루 30만원, 월 900만원을 물어주는 것보다 노조를 깨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여전히 이젠텍 문제 해결은 쉽지 않아 보인다.

    "7,530만원 투쟁기금에 사용"

    이날 입금된 7,530만원은 지난 해 6.월 30일 이후부터 올 3월 8일까지 하루 30만원씩 251일동안의 금액이다. 금속노조는 이후 발생하는 금액에 대해서 한라공조뿐만 아니라 또 다른 채권회사인 만도, 캄코, 위니아 등에도 지급받을 수 있게 됐다.

    금속노조는 14일 11차 상무집행위원회 회의에서 이같은 사실을 확인하고, 회사로부터 지급받은 7,530만원을 변호사 비용과 투쟁기금 등을 비롯해 이젠텍 투쟁 승리를 위한 기금으로 사용하기로 했다.

    이 사건을 담당했던 금속노조 법률원 조수진 변호사는 "회사는 돈을 줬으면 줬지 단체교섭에는 나오지 않겠다고 했는데 돈도 주지 않아 결국 소송을 통해서 해결할 수밖에 없었다"며 "이번 일로 이젠텍 노동자들이 사기가 높아지고, 좀 더 힘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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