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중경선제 사실상 접었다?
        2007년 05월 15일 03:02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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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주노총은 14일 중앙집행위원회를 열어 민주노동당 지도부에 ‘민중참여경선제’의 실시를 공식 요구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당 지도부가 이를 수용하지 않을 경우 ‘민중참여경선제’ 를 더 이상 추진하지 않기로 했다. 민주노총이 나서 임시당대회를 소집하는 등 실력행사에 나서지는 않겠다고 했다.

    그간 민주노동당 지도부는 민주노총의 ‘민중참여경선제’ 재론 요구에 대해 신중한 가운데서도 부정적인 입장을 보여왔다. 민주노총도 당의 이런 기류를 잘 알고 있다. 그런데도 이 문제에 대한 최종 결정권을 민주노동당에 넘긴 것을 두고 "민주노총이 민중참여경선제를 사실상 접은 것"이라는 분석이 유력하다.   

    민주노총 한 관계자는 "당 지도부는 민주노총의 이번 요구를 수용하지 않을 것"이라며 "민중참여경선제 논란은 사실상 종결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석행 위원장도 민중참여경선제는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듯하다"고 말했다.

       
      ▲ 민주노총 집행부가 지난 3월 19일, 3년 임기동안의 사업방향을 발표 기자회견을 가지는 모습 (사진=참세상)
     

    이석행 위원장 지지그룹도 찬반 엇갈려

    이석행 위원장의 의지가 많이 반영돼 추진돼온 민중참여경선제는 민주노총 내부, 특히 그의 지지그룹에서조차 전적인 지지를 얻지는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노총 한 관계자는 "울산연합, 인천연합은 완강하게 반대하는 입장이다. (민주노총 내 이석행 위원장 지지 그룹인) ‘전국회의’도 최근 이 문제를 놓고 격론을 벌였지만 입장을 정하지 못했다"면서 "지지그룹 내부의 전폭적인 동의를 얻지 못한 상태에서 이를 추진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중집에 참여한 사람들의 반응도 대체로 부정적이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당시 중집에서 이석행 위원장이 처음 제시한 안은 두 가지 내용이었다고 한다.

    먼저 민중참여경선제를 당에 요구하는 안건을 표결 없이 만장일치로 통과시키자는 것. 또 당이 민중참여경선제를 수용하지 않을 경우 민주노총 주도로 당 대의원 1/3의 서명을 받아 임시당대회를 소집하자는 것. 그러나 다수 참석자들의 반대로 ‘민중참여경선제를 당에 요구하되 당이 거부할 경우 접는다’는 수정안이 표결 끝에 가결됐다.

    일부 참석자들은 민중참여경선안에 대한 표결없는 철회를 주장하며 표결처리에 강력하게 반발하기도 했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고성이 오가는 등 험악한 분위기가 연출되기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표결에서 찬성이 다수를 점한 것을 두고 "민주노총의 위상에 가장 훼손이 덜 가는 방향으로 사태를 마무리"하기 위한 의도에 따른 것이었다는 얘기도 나온다.  

    당시 중집에 참석한 민주노총 핵심 관계자는 "’위원장이 민중참여경선제를 이미 제안한 마당에 이를 처리하지 않는 것도 부담이다. 민주노총이 공식적으로 요구한다고 해도 민주노동당은 수용하지 않을 것이다. 민주노총의 위상을 위해 요구안을 처리하자’는 얘기들이 회의 전에 비공식적으로 오갔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이영희 민주노총 정치위원장은 "아전인수식 해석일 뿐"이라고 일축한 뒤 "민중참여경선제에 대한 찬성 의견이 훨씬 많았다. 표결 결과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면 된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14일 중집의 결정이 ‘사실상 민중참여경선제를 접은 것’이라는 일각의 분석에 대해서도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말했다. 

    그는 "민주노동당 경선에 민주노총 80만 조합원이 참여할 수 있는 방안을 당 지도부와 상의해서 마련하도록 이석행 위원장에 권한을 위임한 것"이라며, 다만 "당이 의사가 없어서 합의가 안 된다면 당 책임이다. 대선에서 패배하면 당 지도부에게 책임을 묻겠다. 정치적 책임관계를 분명히 하고 종결하겠다는 것이다. 5만 당원 직선제로는 대선에서 실패할 것이라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민주노총이 방침을 거둬들인 것이 아니라, 당이 대선 필승 전략을 거부한 것이라는 뜻으로 읽힌다. 

    문성현 대표 "최고위원 다수 의견이 부정적"

    민주노총 중집의 이번 결정으로 ‘공’은 민주노동당에 넘어간 모양새다. 당 지도부는 일체 공식적인 언급을 않고 있다. 김형탁 대변인은 "16일 최고위원회에서 민주노총 중집 결정사항을 논의하기로 했다"면서 "오늘 당 3역 회의에서 16일 최고위원회까지 중집 결정사항에 대해 당지도부가 언급하는 게 적절치 않다고 판단했다"고 전했다.

    김선동 사무총장은 "민주노총으로부터 아직 공식적인 입장을 전달받지 못했다"고 했고, 박인숙 최고위원은 "심사숙고하겠다"고 했다. 이용대 정책위의장은 "아직 민주노총 중집 결정사항이 정확하게 전달되지 않았다. 확인해 보고 16일 최고위에서 논의하겠다"고 했다.

    노회찬 후보측 관계자는 "민중참여경선제 추진 여부는 당이 판단할 문제"라고 했다. 전날 ‘민중참여경선제를 재론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입장을 공식적으로 표명한 바 있는 심상정 후보측 관계자는 "민주노총 중집에서 당의 결정이 존중되었으면 좋았을 뻔했다. 또 다시 당에서 토론해야 하는데 얼마나 생산적인 토론이 될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당 최고위원회에서는 민주노총의 이번 요구에 대한 비판적 의견이 우세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따라 민주노총의 요구는 부결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이와 관련, 문성현 대표는 14일 "민주노총 중집 결과를 최고위에서 다루기는 하겠으나 최고위원 다수 의견이 부정적"이라고 밝힌 바 있다.

    경선방식 둘러싼 민주노동당-민주노총 갈등 일단락

    오는 16일 당 최고위원회에서 민주노총의 요구안이 수용되지 않을 경우 지난 석달간 민주노동당과 민주노총의 갈등 요인으로 작용해 온 대선 후보 선출 방식 문제는 일단락될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민주노총은 지난 4일 상임집행위원회에서 이석행 위원장이 제안한 ‘민주노총 독자후보안’과 ‘민주노총 추천후보안’을 놓고 논의한 결과 추진에 무리가 있다고 보고 사실상 폐기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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