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되면, 빅3 +원 '녹색후보' 조직하자
        2007년 05월 14일 01:55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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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 전 같이 일하는 동료가 신문 한 장을 건넨 적이 있다. 지하철 신문 가판대에서 사왔다는 타블로이드판 보건의료 분야 주간 전문지였다. 우연히 가판에 걸려 있는 신문 1면 타이틀을 보고 내 생각이 나서 사왔단다. 그러면서 건네주는 신문 1면에는 다음과 같은 큼직한 제목이 뽑혀 있었다. “아토피 대통령 어디 없나요?”

    아토피 대통령 어디 없나요

    “대통령 선거가 아직 8개월 남아 있지만, 벌써부터 후보들은 저마다 ‘경제 대통령’, ‘문화 대통령’ 등 자신이 적임자라고 뽑냅니다. 그런데 왜 ‘아토피 대통령’은 없는 걸까요?”

    국민병 수준에 달한 아토피에 대해서 국가 차원의 대책을 제시하면서, 아토피 대통령이 되겠다고 나서는 후보는 없느냐는 도발적 질문이었다. 그러면서 편집자는 큼직하게 해맑은 어린아이의 얼굴 사진을 채워넣고 있었다.

    아토피를 인해서 겪는 고통의 크기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크지만 이에 대한 정치, 사회적 관심은 낮아서 방치되다시피 하고 있다는 것을, 민주노동당은 이미 ‘아토피 스톱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경험한 바 있다. 0~4세 이하 어린아이의 1/4이 아토피를 경험했으며(민주노동당 정책위, 2005) 성인 아토피의 비율도 점차 늘어가고 있는 상황이다(현애자 의원실, 2006). 신문의 다분히 상업주의적 선동에도 고개가 끄덕여지는 이유다.

    어디 아토피 뿐이겠는가. 한쪽은 냉전주의 사고에 사라잡혀 있는 반면, 다른 한쪽에서는 개혁이라는 이름으로 개발주의에 사로잡혀 있는 정치권들. 이들이 외면하거나 놓치고 있어 방치되어 있는는 환경-사회적 의제들이 한두가지인가? 앞선 녹색칼럼에서 생태지평의 명호 연구원가 지적한 기후변의 문제도 그중에 대표적인 예가 될 것이다.

       
     ▲녹색연합은 지난 2001년 6월 5일 환경의 날을 맞아 김대중대통령에게 반환경 대통령 임명장을 수여했다. (사진=녹색연합)
     

    냉전주의와 개발주의 사이에서

    올해초부터 ‘기후에 관한 정부간 위원회(IPCC)’와 같은 국제적 과학위원회들은 보고서들을 발표하면서, 기후변화와 그에 따라서 전세계가 직면하게 될 위험-거의 재앙수준에 가깝다-에 대해서 심각하게 경고하고 있다. 이에 맞춰 EU 정상들은 회의를 갖고 기후변화에 대처하기 위해서 이산화탄소 배출 감소를 더욱 강화하고, 재생에너지 사용을 늘리겠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있다.

    또한 기후변화협약에 가입조차 하지 않는 미국 부시대통령마저도 바이오 연료 확대계획을 발표하는가 하면, 미 의회는 자동차 연비기준을 대폭 강화하는 등의 법안을 통과시키겠다고 나서고 있다.

    그러나 한국 사회는 조용하다. 국제 과학위원회의 보고서가 발표되면서 외신을 인용하여 잠시 보도가 이루어지고, 사람들은 걱정스런 얼굴로 한마디씩 덧붙이지만 금세 잊어버리고 만다.

    세계화 시대라고 떠들어대도 막상 전세계적인 기후변화와 그 위험에 대한 이야기나 유럽과 미국의 기후변화 대책들도 먼나라 이야기처럼 별 감흥이 오지 않는 듯하다. 전세계적 기후변화를 야기시키는 온실가스 배출량에서 한국이 상위권을 차지한다는 지적도 한국 사회에 국제적인 책임감을 불러 일으키지도 않는 듯하다.

    2013년의 교토의정서에 따른 온실가스 의무감축 대상국가가 될 것이며, 준비없이 맞아서는 엄청난 경제적 타격을 받을 것이라며 목전까지 언어의 칼 끝을 들이대야 무슨 일인가 싶어 잠시 반응할 뿐이다.

    자동차-정유-도로건설 업계의 삼각동맹

    정부도 범부처적인 기후변화협약 대책위원회를 꾸려 가동하고 국회도 특별위원회를 꾸렸다고는 하지만, 이 문제가 주요한 정치사회적 쟁점으로 토론된 경우는 거의 찾을 수 없다. 에너지세를 도입하여 국민적 반발을 초래하고, 개발주의의 오랜 동맹자인 자동차-정유-도로건설산업의 삼각동맹과 등지고 싶지 않은 것일지 모른다.

    이번 대선 과정에서는 어떤 변화가 있어서 혹시 기대할 만한 일이 있을까? 그러나 기대는 난망하다. 난데없이 경부운하를 뚫겠다고 나선 이명박이나 뜬금없이 7% 경제성장을 하겠다고 777 점보기를 띄우는 박근혜 후보에게, 기후변화협약에 대비하여 에너지세를 도입하고 자동차연비기준을 대폭 증가시키겠다는 공약을 듣게 될리는 만무하다. 혹시나 한국정치 특유의 변형주의로 인해서, 같은 당 오세훈 서울시장의 재생에너지선언을 한나라당 후보가 차용하려나?

    지리멸렬한 구여권들 후보들은 대체 내놓은 정책적 비전이 없어서 뭐라 토를 달기는 힘들지만, 그간 그들이 참여해온 노무현 정부에서 보여준 강력한 개발주의적 경향을 생각해보면 한나라당 후보의 그것보다도 나을 것이라고 기대하기 힘들다. 그 정부 아래에서 벌어진, 허구적인 주민투표를 통해 밀어붙인 방폐장 문제이나 끝내 개발주의에 손을 들어준 새만금 문제를 기억하면 충분할 듯하다.

    민주노동당 후보들,  환경에 대한 입장 밝혀야

    그렇다면 민주노동당의 후보들은? 민주노동당은 현실 정치세력 중에서 개발주의로부터 가장 멀리 서 있다고 평가할 수 있지만, 아직까지 그런 면모를 현실화해서 보여주고 있지 못하다.

    빅 3라고 이야기 하는 권영길, 노회찬, 심상정 세후보의 출마선언에서 개발주의와 단절하여 맞서고, 기후변화를 비롯한 환경적 의제에 대해서 자신의 입장을 명백히 밝혔다는 이야기를 들을 바가 없다.

    그런 때문인지, 명호 연구원은 언제 가능할지 모르지만 대선에서 각 후보들의 기후변화 대책에 따라서 투표를 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소박하게’ 쓰고 있다. 그러나 그의 소박한 기대 뒤에 숨은 큰 낙담을 읽으면서, 필자는 큰 비애를 느낀다.

    민주노동당, 너 마저

    민주노동당의 후보마저도 기후변화에 대한 대책을 자신의 주요한 대선의제로 내세우지 못한다면, 그래서 환경문제에 대처하기 위한 정치적 힘을 조직해내지 못한다면 대체 한국사회 정치에서 어떤 희망을 찾을 수 있을까. 진보정당은 그 희망일 수 있을까.

    얼마전 성공회대 조희연 교수가 <진보정치>에 ‘정치적 좌파와 생태적 좌파의 만남’이라는 칼럼을 기고했다. 여기서 조희연 교수는 한국사회에서 적록동맹의 가능성을 타진하면서, 민주노동당이 다음 총선에서 10명의 비례대표 중 1~2석을 ‘환경녹색정치운동’을 지향하는 그룹에게 할당하는 문제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볼 것을 제안하고 있다.

    비슷한 시기에 우연하게도 진보정치연구소의 조승수 소장도 <레디앙> 기고를 통해서 이와 유사한 제안을 내놓아 눈길을 끌었다. 물론 조 소장의 제안은 녹색정치에 국한된 것은 아니었지만.

    대선을 앞두고 벌써 총선에 시선이 넘어가 있는 글들이어서 때이른 느낌이 들었지만, 기본적인 차원에서 환영한다. 조희연 교수나 조승수 소장의 구체적인 제안대로 총선의 비례대표를 ‘환경녹색정치운동’ 그룹에게 할당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당지도부가 책임있는 응답을 해주길 바란다.

    적록 동맹 가시화시킬 수 있어야

    그러나 대선 뒤 총선 시기로 민주노동당의 녹색행보를 미룰 일은 아니다. 대선시기에도 ‘적록동맹’을 가시화할 수 있는 구체적인 모습이 드러낼 수 있기를 바란다. 기후변화나 재생에너지산업이 되었든, 먹거리 문제가 되었든 혹은 또다른 무엇이든 민주노동당의 빅3 후보는 환경문제를 주요한 대선의제로 삼아서 한국사회의 미래지향적인 ‘녹색의 희망’을 조직해낼 수 있어야 한다.

    만약 이것이 어렵다면, 민주노동당 당원들은 당내 경선에서 다른 소수의제들과 연합하여 녹색을 포함한 ‘무지개 연대’ 후보를 진출시켜, ‘빅3 플러스 원’의 구도를 만드는 문제에 대해 진지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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