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별 교섭 놓고 벌써 전운 감돌아
        2007년 05월 14일 10:31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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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별교섭 성사 여부가 올해 노사관계의 핵심의제로 떠오른 가운데 현대·기아·GM대우 등 재벌회사들이 산별교섭에 부정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어 노사간 갈등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금속노조는 산별교섭 성사를 위해 총파업을 포함해 3단계 투쟁을 벌이기로 결정했다.

    금속노조는 지난 10∼11일 서울 영등포 금속노조 회의실에서 제 5차 중앙집행위원회를 열고 올해 산별교섭을 성사시키고 고용보장과 불공정거래 근절 등 올해 요구안을 쟁취하기 위한 세부적인 투쟁방침을 결정했다.

    금속노조는 지난 4월 25일 대의원대회에서 ▲정규직·비정규직 총고용 보장 ▲원하청불공정거래 근절 ▲금속산업최저임금 936,320원 보장 ▲임금 128,805원 인상 ▲사업분할합병신기계도입 등 90일전 통보 등을 올해 주요 요구로 결정한 바 있다.

    금속노조는 산별교섭 성사를 위해 3단계 계획을 세웠다. 1차로 6월 초순까지 재벌기업을 중심으로 노사간담회를 통해 산별교섭 참가를 촉구하며, 2차로 6월 중하순 중앙교섭 미참가 사업장에 대한 투쟁을 전개하고, 3차로 7월 하순 15만 조합원이 참가하는 총파업을 통해 올해 반드시 산별교섭을 쟁취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금속노조는 7월 5일 일괄 조정신청을 한 후 11∼13일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거쳐 7월 하순 중앙교섭 승리 및 한미FTA 무효화를 위한 15만 총파업을 벌이게 된다.

       
     
    ▲ 4월 25일 열린 금속노조 대의원대회 모습
     

    현대기아차그룹 산별교섭 부정적?

    금속노조는 오는 22일 시작되는 산별교섭을 앞두고, 중앙교섭에 나오지 않고 있는 회사를 상대로 노사 실무면담을 통해 산별교섭 참가를 독려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금속노조 노사 간담회에서 재벌기업 사용자들은 산별교섭에 대단히 부정적인 태도를 보였다.

    금속노조는 5월 4일 기아자동차를 시작으로 8일 대림자동차와 두산중공업, 11일 효성 사용자들을 잇따라 면담했다. 그 자리에서 사용자들은 "산별교섭이 매우 부담스럽고 사업장에서 원만한 해결이 되지 않으면 심각한 악영향을 미칠 것이다"(기아자동차)거나, “산별교섭하면 개별 회사에 이득이 될 수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것 같다”(대림자동차)면서 산별교섭에 대해 거부감을 보였다.

    그런데 이들이 똑같은 이유를 대며 산별교섭을 거부하고 있다는 점이 특이하다. 면담을 진행했던 기아, 두산, 대림 등 재벌기업 사용자들은 금속노조와의 면담에서 ▲중복교섭으로 교섭비용 증가 ▲사업장별 격차문제 ▲산별교섭으로 인한 회사의 이점 등 똑같은 논리를 댔다.

    사용자들은 미리 준비한 자료를 넘기면서 산별교섭의 문제점 등을 지적해 경총의 산별교섭 대응지침을 일사분란하게 따르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낳고 있다. 금속노조의 한 간부는 “재벌회사들이 금속노조 산별교섭 요구에 똑같은 논리로 대응하는 것을 보면 사용자들끼리의 정보교환을 넘어 경총이 개입하고 있는 것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재벌-경총-삼성 산별교섭 거부 3각편대(?)

    지난 달 초 경총은 노조의 산별교섭 참여 여부가 올 임단협에서 핵심 쟁점으로 부각될 것으로 예상되자 “노조의 산별교섭 참여 요구에 대해 초기부터 강경하게 대응할 것”을 각 기업에 주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총의 김영배 상임부회장은 한 토론회에서 “독일 산별노조는 쟁의 요청이 까다롭고 한번 교섭으로 끝난다. 세부적인 항목이 정리 안 되면 산별노조는 더 힘들어진다”며 산별교섭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산별노조에 대한 경총의 이같은 부정적인 입장에 대해 삼성의 힘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민주노총이 최근 재벌그룹 면담을 통해 산별교섭 참가를 촉구하고 있는 가운데 삼성은 지난 3일 민주노총에 공문을 보내 “개별기업과 민주노총이 면담을 진행하기보다는 경영계의 노사관계 전담 창구인 경총과 협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거부 입장을 밝혔다.

    무노조정책을 사용하고 있는 삼성 입장에서는 산별교섭이 확산되는 것을 가장 두려워하고 있기 때문에 경총을 통해 산별교섭 무력화를 조장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것이 금속노조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현대차그룹의 관계자들은 금속노조를 만나면서 "삼성과 포스코 등이 산별교섭 참가에 대단히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어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다"고 얘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지난 5월 4일 금속노조 정갑득 위원장은 이상수 노동부장관을 만나 산별교섭 성사를 위해 정부가 나서줄 것을 요구했다.
     

    한편, 금속노조 정갑득 위원장은 지난 4일 이상수 노동부장관을 만나 금속산별교섭의 원활한 추진을 위해 서로 대화하고 논의하기로 했다. 금속노조는 이날 자동차 4사 등 대기업의 산별교섭 참여를 독려해줄 것을 요청했고, 노동부는 노사간의 대화를 지원하며, 산별교섭에 대한 노사정 토론회를 추진하기로 했다. 

    금속노조 조건준 단체교섭실장은 “산별노조에 협조하는 사용자가 혜택을 받는다는 것을 분명하게 보여줘야 한다”며 “협조하지 않는 자본은 괴롭다는 것을 분명히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즉, 산별교섭에 나오지 않는 자본, 산별교섭을 방해하는 경총과 삼성 등에 대해 집중적인 타격투쟁을 벌여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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