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하고 비장하고 촌스런 정당
보고 있으면 힘이 든다
    2007년 05월 12일 09:08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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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과 민주노동당. 민주노동당 밖에 있는 사람들은 어떻게 보고 있을까. <레디앙>은 민주노동당에 비판적이든, 지지를 보내든 ‘무관심하지는 않은’ 민주노동당 밖의 사람들의 생각을 들어보기로 했다. 다양한 시선과 입장이 이 자리를 통해 유쾌하게 소통되기를 기대해본다.

개그맨 노정렬씨에 이어 민주노동당 세 후보를 인터뷰한 <딴지일보> 총수 김어준을 만나본다. ‘별 것도 아닌 친우파 본능주의자’라고 자신을 분석한 그가 민주노동당을 향해 뱉어내는 쓴소리가 제법 길다. <편집자 주>

2007년 대선이 임박했음을 알리는 또 하나의 신호탄이 터졌다. 지난 2002년 대선을 앞두고 네티즌의 열렬한 호응을 얻었던 대선 주자들을 만나는 <딴지일보>의 ‘일망타진 인터뷰’가 다시 시작됐다. ‘일망타진’의 2007년 버전인 이 인터뷰는 지난 4월 11일 민주노동당 심상정 예비후보부터 ‘스타트’를 끊었다.

딴지 일망타진 인터뷰, 대선을 알리다

자칭 총수 김어준(38)이 심상정을 가장 먼저 인터뷰한 것은 "미모 때문이라고" 말했지만, 사실은 심상정이 가장 먼저 출마 선언을 했기 때문이다. 노회찬 대선 예비 후보는 5월 2일 인터뷰를 했다. 권영길 후보도 조만간 인터뷰를 할까 생각 중이다.

다른 후보들의 경우 앞으로 섭외도 해야 하고, 그 쪽 반응이 어떨지도 모르고 해서 앞으로의 계획은 자신도 잘 모른다고 한다.

지난 11일 CBS 방송국 근처 커피숍에서 김어준을 만났다. "좆도 아닌, 엄밀히 말해 우파에 가까운 본능주의자" 김어준은 "나는 원래 생겨 먹은 대로 내가(김어준)이 되는 것이 직업"이라고 자신과 직업을 소개했다.

별것도 아닌 근(近)우파인 그의 본능적 민주노동당 평가를 우선 들어보자. "민주노동당이 17대 국회에서 세부 활동은 성공했지만 큰 틀에서는 실패했다."

민주노동당 대선 후보와 관련해 그는 "셋 다 각각 좋아하지만, 객관적으로 드라이하게 경쟁력만 가지고 본다면 노 의원이 가장 앞선 것 같다."고 평가했다. 사람들을 가장 많이 ‘꼬이게’ 할 수 있는 사람이 노회찬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민주노동당의 ‘삽질’을 지적해보라는 기자의 주문에 그는 "의원들의 세비 반납"을 꼽으며 "촌스러워 죽는 줄 알았다. 종교 단체가 선교 활동을 하러 모인 것 같았다."며 맘껏 비웃었다.

   
  ▲ 기사에 얼굴 전면이 드러나는 걸 싫어하는 김어준씨가 본인의 사진을 직접 골라 주었다.
 

또 김씨는 "민주노동당 이미지는 우울하고 비장하고 촌스럽다. 그래서 보고 있으면 힘이 든다"면서 "결혼하고 싶은 남자와 여자가 서로 꼬시는 것처럼 유권자를 꼬시는 게 바로 선거"라며 이미지 전략의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지난 해 황우석 사태 때 음모론을 제기하며 논란의 중심에 서기도 했던 김씨는 황우석 파문과 관련해 "안타까운 거다. 엄밀히 말하면 이 사람은 자신이 욕먹고 비난 받아야 하는 것 보다 그 이상으로 (다른 이들의 책임을 모두 대신해) 공격 받았다"면서 "60을 잘못했다고 나머지 잘한 40까지 욕먹는 것은 부당한 일이며 진보 진영이 공평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다음은 김어준씨와의 일문일답

"나는 좆도 아닌 본능주의자"

– 김어준을 알아서 소개 한다면?

난 좆도 아니다. 뭐.(웃음) 난 본능주의자. 여러 가지 (이데올로기를) 정리한 단어들 좌파든, 우파든, 자유주의든 다 안 맞는거 같다. 내가 나이를 먹고 삼십대 중반 이후 생각을 해보니 내 정체성이 본능주의라는 걸 깨달았다. 나는 좌파들처럼 역사가 선형의 방향성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역사는 비선형이라고 생각한다. 생태계처럼.

그렇다고 우익들처럼 이익이 이데올로기라고도 생각하지 않는다. 좌파들은 이데올로기가 이익이라고 생각하잖아. 그것도 아니고 난 사람이 동물이라고 생각하는데, 지극히 본능에 거슬리는 것은 대부분 옳지 않다고 믿는 쪽이다. 내 본능하고 다른 사람의 본능하고 간섭이 일어날 때는 상식을 발휘하고. 사람이랑 동물이랑 그다지 큰 차이가 없다고 본다.

– 구체적으로 정치적 성향은 ?

엄밀히 말하면 우파에 가까운 거다. 그리고 좌파들이 말하는 역사성도 믿지 않으니까. 또 사람들의 자기 결정권을 중요하게 생각하니깐 그런 면에서는 우파에 가깝다.

가끔 난 좌파들이 안쓰럽다. 예를 들어 지난 번 월드컵 때 좌파들이 불편해했는데, 우리는 별 게 아니다. 우리도 동물이다. 동물은 지네 편이 이기면 좋다. 사실은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나는 가끔 좌파들이 안쓰럽다

근데, 좌파들은 자신들이 학습한 세계관을 기준으로 사람들이 월드컵에 열광하는 행태를 바라보고 자신들의 역사와 이데올로기를 기준으로 위험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파시즘, 극단주의, 광기라는 단어등 연상되는 것이 많은데, 세계를 해석하는 틀을 버리고 바라보면 그냥 동물들이 지네 편이 이겨서 좋은 거다.

아주 본능적으로 자기가 속한 편이 이겨서 느끼게 되는 순수한 환희도 그냥 편안하게 즐기지를 못한다. 난 그게 안쓰럽다. 그 사람들이 그러는 이유는 사람들이 선해서 그런다. 남사스러워 하기도 하고 계면쩍어서 그렇기도 하고.

근데 난 안쓰럽다. 우익이 너무 뻔뻔하고 몰염치한 반면 좌파 사람들은 너무 계면쩍어한다. 한 마리 동물로서 자기 유전자에 새겨진 기질과 타고난 본능과 경향성을 최대한 누리고 살아야 한다.

생긴 대로 하고 싶은 거 최대한 하면서 살고 싶다. 그게 먹히고 팔리면 돈도 벌고. 내가 라디오를 하는 것에 대해서도 일선에선 나를 좋아하는데 관리자들은 나를 싫어한다. 위에선 모름지기 진행자가 가지고 있는 그 사람들의 요구가 있는데 이는 틀렸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맞는 기준이다. 내가 방송인이라면 거기에 맞춰야 되는 게 직업윤리이다. 근데, 난 방송인이 아니고 그냥 내가 이런 저런 얘기를 하고 싶은 게 있는데, 사람들이 그게 팔릴 것 같아서 날 샀다. 나는 내가 생겨 먹은 대로 살다가 그게 안 팔리면 없어져야 되는 거고…

– 방송인이 아니라면 (딴지일보) 언론인인가?

언론인도 아니고 방송인도 아니고 내 직업은 김어준이지. 나는 내가 되는 게 내 직업이다.

– 황우석씨 사건 때 ‘음모론’ 을 주장할 때 솔직히 ‘의외’였다.

황우석도 잘못한 게 많다. 근데, 잘못한 것이 사실은 과거의 개발주의 시대나 박정희 시대나 그런 시대에 내세웠던 가치관하고 우연치 않게 맞아 떨어지는 게 많다. 내가 생각하기에 황우석은 생래적으로 보수적인 사람이고, 이 사람은 이데올로기적으로 학습을 받거나 각성된 적도 없다.

황우석은 과도하게 욕먹었다

그리고 이 사람이 저지른 많은 실수들은 사실 자신의 타고난 기질적 보수성 때문에 저지른 것도 많다. 그래서 다 용서가 돼야 한다고 생각하는 게 아니라, 그렇기 때문에 이 사람을 소위 과거 진보 진영이 공격하던 잣대로 공격하기에는 부당한 면이 많다는 거다. 과도하고.

난 황우석이 당했다고 생각하는 쪽이다. 비난을 제외하고 실제 줄기세포가 어떻게 교체되고 누가 그것을 가지고 사기를 친 희한한 사건이다. 김선동 연구원이 바꿔치기를 했는데, 책임은 전부 황우석에게 갔다. 앞의 절반은 황우석이 잘못했고, 뒤의 절반은 책임질 사람들이 있는데.

물론 황우석이 대표자라서 욕먹는 게 당연하긴 한데, 엄밀하게 말하면 이 사람은 (본인이) 욕먹고 비난 받아야 하는 것 그 이상으로 공격 받았다는 것이다.

황우석은 그냥 촌사람이다. 자기 일 열심히 한 사람이고. 일하다 보니깐 대단한 것이 나올까 싶어서 그렇게 막 뛰어간 사람이다. 예를 들어 강원래를 동원했네, 사기를 쳤네 하는데 그건 미국 가서 배운 마케팅이다. 미국에서는 진보 진영이 이쪽을 민다. 그들의 마케팅 기법인 슈퍼맨을 보고 그대로 따라 했다.

이 사람이 가진 순진성, 진정성, 생래적인 보수성, 세련되지 못함이 짬봉돼 이 사람이 마치 박정희의 재현처럼 보이는 거다. 그리고 장사꾼이고 교활하게 보이고, 근데 나는 이 사람이 가진 편향이나 보수성이 우리나라가 가진 우편항의 정도를 절대 벗어나지 않는 그냥 보통 사람이라고 본다.

안타까운 거다. 실제 황우석이 이런 지경에 가도록 유도해낸 많은 사람들이 거짓말을 했다. 그 사람들이 나눠져야 될 책임까지 다 짊어지고 죽었다. 그러면 60을 잘못했다고 해서 나머지 잘한 40까지 욕먹는 것 부당한 일이다.

나는 진보진영이 공평하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훨씬 훈련된 사람들이, 황우석을 옹호하거나 지지하는 사람들이 보여준 투박함, 극우적인 경향성, 세련되지 못함, 과거의 어떤 개발주의를 연상시키는 구호 같은 것들 때문에 보기가 싫고 짜증나고 말도 안 되는 우매한 사람이라고 판단했다.

그 판단 하에 모든 걸 바라본다. 그 판단도 맞는 부분이 있으나, 그렇지 않은 부분도 충분히 있었는데 그렇지 않은 부분에 대해 외면하고 눈돌리기를 거부했다. 훨씬 더 자신 있고 명백한 잘못거리를 비판하느라 그랬다. 그러나 그건 태만한거다.

정치인에게 포르노를 꼭 묻는 두가지 이유

– 왜 정치인 인터뷰를 할 때마다 포르노 얘기를 하나?

크게 두 가지다. 정치인은 정답이 뭔지 안다. 그렇기 때문에 경계에 선 질문이 아닌 이상 그 사람 성향을 파악하기 어렵다. 그래서 우리 사회에서 가장 경계에 서 있는 분야가 성이고,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드러내기 위해서이다.

또 하나는 핑크 콤플렉스라고 부르는데, 유럽은 68세대가 소위 말하는 정치적 각성이 일어났을 때 동시에 따라오는 게 성이 정치라는 걸 깨달았다. 독일에서도 50년대 중반까지는 피임법을 알려준 사람이 음란법으로 잡혀갔다. 우리는 서구하면 수백 년 전부터 ‘빠구리’한다고 생각했는데 아니다. 우리 보다 훨씬 더 보수적인 면도 많았다. 사실은 68세대가 그걸 무너뜨렸다. 포르노도 68세대가 자유화 합법화 시켰다.

근데, 우리나라 386은 그걸 못했다. 남사스럽잖아. 씨바. 조국과 민족을 얘기하는데 어떻게 빠구리가 들어서나. 남사스럽고 모양이 안 난다.

또 정치적 이데올로기는 정교하게 다듬어졌다. 근데, 성은 얘기를 하려면 누군가 만들어 놓은 틀이 없다. 밝히는 년이나 바람둥이 새끼 등 대부분 개인의 품성 문제로 환원된다. 결국 개인의 품성 문제로 환원돼 방어 논리를 만든다거나 개발하기 어렵다. 게다가 조국과 민족도 있고.

그래서 ‘이념의 진보 생활의 보수’라는 말이 나오지 않았나? 비겁한 거다. 한편으로 게을렀던 거다. 진보 진영이 가지고 있는 계면쩍음이 여전하다. 내가 생각하기엔 진보 진영이 나서 포르노를 합법화하고 등급제를 철저히 시행하자고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근데 그렇게 말했을 경우 우리 사회의 보편적 도덕관념이나 사회의 통념을 봤을 때, 사실 사회는 훨씬 더 많이 나가있는데, 못 하는 거다. 그래서 끊임없이 확인하는 거다.

– 정치권에서 연락 안 오나?

그런 거 없다. 나를 정치에 써먹어서 지들이 장사가 될 거라고 생각 하겠나? 나중에 내가 성에 대해 얘기하는 남로당이나 한번 만들어 볼까 싶다.

권영길은 선비, 노회찬 청교도적, 심상정은 소녀

– 권영길, 노회찬, 심상정 세 명의 민주노동당 대선 후보 인터뷰를 했는데, 인상평을 한다면.

권영길은 선비다. 계급적으로 각성한 선비이다. 그는 품성으로 정치를 하는 사람이다.

노회찬은 청교도적이다. 실제로 죄의식도 있다. 자기가 노동자 출신이 아니고, 또 얘기를 듣다 보니 본인은 잘 살지 않았다고 하는데, 첼로를 할 정도면 어릴 때 집안은 쁘띠 브루주와 정도였던 것 같았다.

청교도적인 면이 있는데, 희한하게도 문화적 소양이 있어서 그런지 풍자가적인 언변이 있다. 청교도 적인 이미지와 풍자가 기묘하게 결합됐다. 이 양반이 만약 운동을 안했다면 문화나 영화평론가가 됐을 것 같다.

심상정은 ‘소녀’ 같다. 감수성이. 만약 운동을 안했다면 패션에 굉장히 신경 쓰는 그런 직업을 가졌을 것 같다. 자기 패션에 대해 상당히 민감하고 여자로서 자의식이 충분하다. 자기가 믿는 세계가 있고 그것에 대해 흔들리지 않는 신념을 가질 수 있는 것은 소녀적 감수성하고 연결된다. 요약하면 심상정은 ‘운동가 이전에 여성이라는 자의식이 강한 소녀적 감수성을 지닌 전사’이다.

– 세 후보가 어떤 차이를 가지고 있는 것 같나?

정책적 차이는 보이지 않고 후보 개인적 차이만 보이는 것 같다. 근데, 객관적으로 말하면 셋 다 각각 좋아한다. 셋을 좋아하는 이유는 모두 진정성이 있는 데다 자신의 선택에 대한 일말의 후회도 없고 게다가 비겁하지 않으니까.

그냥 드라이하게 경쟁력만 가지고 본다면 노 의원이 가장 경쟁력이 있는 것 같다. 어쨌든 사람들 속에 이미지도 형성돼 있고 또 화법이 사람들에게 먹히기도 한다.

드라마가 없는 경선을 실패한다

– 권 의원이 세 번째 나오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뭐 어떤가? 자신의 역할이 있다고 생각이 있는데 누가 말리나. 자신의 판단으로 해야 할 역할이 있다고 해서 나오는데, 모두가 다 그래서 나오는 거 아닌가?

그 역할에 대한 판단이 옳은지 그른지는 따져볼 일이지만 그 사람이 또 출마하는 것에 대해서는 비난 할 일이 아닌 것 같다.

-2002년과 2007년 인터뷰에서 차이가 느껴지나?

똑같다. 품성으로 정치를 하는 데 품성이 바뀌겠나?

– 첫 경선인데, 경선이 흥행이라고 표현되는 대중적 관심을 끌어내려면 어떻게 해야 될 거라고 보나.

무엇보다 드라마가 있어야 한다. 승부가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거나, 개인 인생 역정이 부각되거나 여하간 구경꾼들이 감정이입할 드라마가 절대 필요하다.

– 민주노동당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이미지가 우울하고 비장하고 촌스럽다. 그래서 힘이 든다. 보고 있으려면.

   
 
 

그럴려면 뭐하러 그 사람들 국회 보냈나

– 민주노동당이 ‘삽질’ 한다고 느껴졌을 때는 언제?

초반에 의원들이 원내에 진출해 세비 걷어 당비로 납부한다고 했을 때다. 촌스럽다. 국회의원이 된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개인의 힘이 아니라 당의 힘으로 된 것도 있고. 근데 그 사람들이 세비를 다 받고도 오히려 난 더 지원을 받아야 한다고 본다. 모든 일에는 돈이 든다.

그 돈을 왜 걷나? 같이 고생하라고? 같이 고생하는 게 중요한가? 아니면 원내에서 활동을 잘 하는 게 더 중요한가? 원내 활동에 돈이 들어간다는 걸 왜 부정하나?

이 사람들도 생활이 있는데 왜 다 부정하나? 저 사람이 적게 받으니깐 이 사람도 죄의식을 느껴서 돈을 조금 받아야 되나? 난 그 사고방식 때문에 민주노동당이 안 다고 생각한다. 이 사람들은 돈을 더 거둬줘야지 왜 다 같이 끌어내리려고 그러는지 모르겠다. 다같이 고생하며 못살자는 건가?

이 사람들도 스스로 미안하니까 활동가 할 때 100만원도 못 받다가 갑자기 세비 1,00만원 받으면 죄의식 느낄 수 있다. 그러면 거꾸로 당에서 죄의식 느끼지 마라. 그 돈으로 개인으로 착복하지 않으면 되는 것 아니냐, 의정 활동하는데 다 쓰고 더 많이 배우고 더 많이 해외에도 나가고 더 많이 자기 연출을 하라고 해야 된다. 사람들에게 활동을 인식하게 해주기 위해 도와줘도 모자랄 판에 돈을 왜 걷나?

그래서 우리는 조그만 세비로도 열심히 일하는 사람이라고 보여주려고? 촌스러워 죽어버리겠다. 9명이 그러겠다고 해도 당에서 말려야지. 원내에 왜 들어갔냐? 우리는 돈을 십시일반 나눠 쓰는 그런 도덕적인 모습 보여주려고 들어간 게 아니지 않은가?

정당인지, 종교단체인지 모르겠다

그래서 정말 훌륭하다, 세비를 절약해 당에 돌려주는구나 그런 생각이 드는 게 절대로 아니다. 미친 거 아냐, 하는 생각이 든다. 의원들이 활동을 더 잘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하는데, 그러지는 못할망정 토해내라고 그러나? 그 사람들도 생활인이다. 운동하는 기계가 아니다.

자꾸 종교처럼 끌어내려 가지고 청빈한 사람으로만 만들려고 한다. 청빈한 사람이 아니라 활동에 제약을 받는 거다. 그 사람들이 지원비 가지고 착복만 하지 않으면 된다.

민주노동당 사람들은, 그들이 혼자 국회의원이 된 것도 아니고, 의원 개인보다는 당이 중요하고, 국회의원이라고 특별한 사람이 아니다, 이런 것 등등을 보여주고 싶어 하는 것 같은데, 그럴러면 왜 국회에 진출 시켰나? 그럼 자기들끼리 활동만 하고 있지. 꼭 종교 단체가 선교 활동을 하려고 하는 것 같다 .

– 민주노동당 첫 원내 진출은 몇 점?

난 민주노동당이 17대 국회에서 세부 활동은 성공했지만 큰 틀에서 실패했다고 본다. ‘민주노동당은 (과거의) 운동가들이 아닙니다’라는 인식을 만드는 데 실패했다. 심상정의 삼성 찌르기, 노회찬의 카드 정책 등 보이진 않지만 정책면에서 활동 잘했던 것도 많았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민주노동당이 이런 사람들 입니다’라는 이미지를 과거 이미지와 하나도 바꾸지 못했다. 현실 정치인으로서 권력을 쥘 만큼 세련되고 능력 있는 사람들이라는 그런 이미지를 하나도 못 만들었다. 국민들은 누구인지 모르면 그 사람에게 표를 던질 수 없다.

– 노무현 정부에 실망한 사람들이 왜 진보 정당이 아니라, 박근혜나 이명박을 지지할까?

우리는 이데올로기 훈련이 되지 않았다. 단지, 내 궁핍한 경제 상황을 살려 낼 사람을 찾는 건데, 이명박이 아니라는 건 훈련을 받아야 알 수 있는 거다. 신자유주의라고 떠드는데 그게 뭔지 어떻게 아나? 민주노동당이 대변하는 대부분의 시장통 아줌마들이 신자유주의를 어떻게 아나?

일반적으로 봤을 때 큰 회사 사장님이 잘 먹여 살려 줄 것 같다. 오랜 세월동안 쌓여온 주류 흐름인데, 그걸 뛰어 넘는 것이 힘든 일이다. 근데, 그런 것을 정책이나 이데올로기로 극복 할 수 있을 것 같나? 아니다. 이미지 싸움이고 정서적 싸움이다. 감정적인 공격을 해야 하는데, 민주노동당은 그 부분이 없다. 도대체 시장통 아주머니에게 신자유주의를 어떻게 이해시키나?

민주노동당은 정치적 옵션이 되지 못한다

– 당해봐야 된다는 건가?

설사 당해도 민주노동당에게 자동으로 가지는 않는다. 이럴 경우에도 민주노동당은 (정치적으로) 지금 옵션이 되지 않는다. 내가 힘들 때 다른 당들은 아무도 안 돌봐주니깐, 내가 개인적으로 대부업체 빚을 많이 졌을 때 마치 빈민구호소나 불우이웃 돕기 단체를 찾듯 그렇게 가는 것이다.

민주노동당이 ‘정치세력’이어서 가는 게 아니다. 내가 보기에 좋아 할 일이 아니다. 그건 종교나 시민 활동가들이 벌이는 불우이웃 돕기 활동 같은 이미지이다.

그 활동이 옳지 않다는 게 아니라 민주노동당이 서민 속에 자리 잡았다는 게 아니라는 것의 증명이라는 것이다. 서민들 머리 속에 빈민구호센터처럼, 무료 법률상담소처럼 자리 잡았다는 뜻이다.

정권을 잡겠다고 하는 정당이면 그런 식으로 머리 속에 자리 잡으면 안 된다. 기업하는 사람 권력을 쥔 사람 등 사회 주류들이 부탁을 하러 와야 된다.

옳다, 그르다를 떠나 현실적으로 정치 권력을 느껴 사람들이 민주노동당으로 와야 한다. 물론 서민들도 오고. 권력의 힘이 필요하다고 생각할 때 민주노동당이 떠올라야 한다. 무료 상담소가 필요하다고 할 때 떠오르면 안 된다. 적어도 운동단체나 종교단체가 아닌 정당이라면.

정책만 열심히 내면 뭐하나

– 민주노동당은 왜 언론에 보도가 되질 않나?

정치적으로 힘이 없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정책만 내면 뭐하나? 나는 선거가 결혼과 같다고 생각한다. 결혼은 그 사람하고 하는 게 아니고 ‘그 사람 인 줄 아는 사람’하고 착각해서 하는 거다. 근데 그럴 수밖에 없다. 그 사람을 어떻게 다 알겠나? 처음엔 그 사람에게서 자기가 보고 싶은 사람을 보는 거다.

그래서 결혼하고 나서는 변했다고 속았다고 그러는 거다. 이제는 전체적으로 입체적으로 보이면서 자기가 좋아하지 않는 모습이 보이는 것이다. 선거도 마찬가지이다. 자기가 그 시점에서 보고 싶은 걸 본다. 그런데 실제 그 사람이 그런지 아닌지는 모르며 안 그런 경우가 대부분이다.

사람들이 보고 싶은 게 뭔지 일찍 깨달은 사람들이 미리 연출을 하거나, 전문가들이 옆에서 연출 해준다.

결혼을(선거) 해야 하는데, 민주노동당은 데이트도 하기 전에 결혼계획서를 제출한다. 남자나 여자를 꼬시기 위해 구라를 치고 연출을 해야 하는데, 향후 15년간의 자금 운영 계획 및 집을 넓히는 계획표 등을 먼저 제출하고 신혼방 도면을 짠다.

근데, 아직 일단 이 사람을 만나서 마음에 드는지 안 드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데이트조차도 해 보지 않았는데, 도면이 맞는지 틀린지가 뭐가 중요하나?

민주노동당은 사람이 안 보인다

민주노동당은 사람이 안 보인다. 다른 정당도 한나라당보다는 이명박이 무슨 정책을 냈다고 보도가 나간다. 사람에 대한 이미지는 그 사람의 말을 판단하게 만드는데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는데, 민주노동당은 사람을 통해 이미지를 내 보이는 전략도 없고 노력조차도 없다.

한 사람의 이미지는 구체적으로 어떤 이데올로기나 정책을 가지고 있는지를 따지기 전에 이미 다른 사람에 대한 판단을 끝나게 만들어 준다. 상대방으로 하여금 내가 이런 사람이라고 보여지게 만드는 노력을 무시한다. 난 이런 점이 민주노동당의 굉장히 큰 약점이라고 생각한다. 사람은 이성으로만 돌아가는 게 아니다.

예를 들어 민주노당이 대변하고자 하는 시장통 아줌마같은 분들이 사실 민주노동당에 대한 이해가 가장 떨어진다. 하지만 민주노동당을 지지하는 계층은 지적으로 훈련된 화이트 칼라 게층이다.

그 이율배반을 봐서라도 가오고 나발이고 다 버리고 연기도 하고 퍼포먼스도 해야 한다. 근데 이 사람들은 그걸 안한다. 혼자만 옳으면 뭐하나? 신방 설계도를 치밀하게 짜면 뭐하나 결혼도 안 하는데…

– 사람을 보이게 하면 어떻게 달라지나?

많이 달라질 수 있다. 그런 면에서 가장 사람을 많이 모일 수 있게 만드는 사람이 노회찬이라고 생각한다. 그나마 어떤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사람인지 잘 쌓아두고 있으며, 또 감성지수를 잘 건드릴 줄 아는 사람이다. 사실 타고 난 걸로 보면 노회찬보다 심상정이 더 잘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소녀적인 그런 감수성을 드러내는 것이 이 바닥에선 나약하게 보이지 않겠나.

연애하는 청춘남녀가 서로 꼬시듯 유권자 꼬셔야

– 사람을 보이게 만드는 게 전부는 아닐텐데?

전부는 아니어도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며 그게 바로 ‘시작’이다. 근데 민주노동당은 그 ‘시작’조차도 지금 준비가 안 된 것이다. 일단은 사람이 맘에 들어야 이 사람이 무슨 집을 가지고 있는지 등이 보이기 시작한다. 결혼하고 싶은 남자와 여자가 서로를 꼬시듯 유권자를 꼬시는 게 바로 선거이다.

유권자들이 운동하는 사람들처럼 계급적으로 각성해 이데올로기적으로 세상을 충분히 이해하고, 이 시대가 역사적으로 어떤 지점에 와 있는지 이성적인 판단을 해주길 바란다는 것 자체가 미친 짓이다. 오만하기도 하고.

민주노동당 의원들은 망가지려고 하지를 않는다. 대중 정치인으로서 연예인적 기질을 개발해야 한다. 자기가 운동가가 아니라 정치인이 되겠다면 자신을 팔아먹을 수 있어야 한다. 자신을 팔아먹지 못하면 무슨 정치인인가?

가장 큰 문제가 계면쩍고 남사스럽게 여긴다. ‘가오’ 안 서는 것 그런 건 버려야 된다. 운동할 때는 좋아도 정권을 잡겠다는 사람이 그러면 안 된다. 자기가 뭐가 그리 중요하나? 혼자 옳아서 하나? 혼자 옳은 걸로만 나가려면 그냥 ‘종교’해야 한다. 종교.

– 이번 대선의 투표 기준은?

꼭 떨어뜨려야 하는 사람이 나오거나 찍고 싶은 사람이 나오면 찍는다. 이런 놈년을 보면 떨어뜨리고 싶다. 첫 번째는 지적으로 촌스러운 자들이고 둘째는 일관된 세계관 없이 지가 뭔소리 하는지 모르는 것들이며 셋째는 정치적 기름기가 번들거리는 자들이다.

첫 번째 케이스가 대통령 되면 내가 국민된 것이 쪽팔릴 것이고 두 번째 경우는 지가 왜 대통령이 돼야 하는 지도 모르면서 대통령되겠다고 나선 자들로 아구창을 날리고 싶으며 세 번째는 그 기름에 불을 지르고 싶다.

– 이번 대선의 화두는 무엇?

이번 대선의 화두는 이념이 아니라 생활, 집단이 아니라 개인이 키워드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민족이나 국가 단위가 아니라 나, 개인이 행복해지는 법을 피부에 와닿게 제시하는 자의 출현이 시대적 요구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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