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미FTA와는 차원이 다른 협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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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년 05월 12일 07:41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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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에 이은 거대 FTA인 한-EU FTA 협상이 지난 7일부터 닷새간 서울에서 열렸다. 정부는 올해 4차례 협상과 내년 2차례 정도의 협상 후 협정을 체결한다는 계획이다. 미국과의 FTA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소규모의 인원과 4개 분과(상품, 서비스, 기타규범 등, 노동-환경 등)로 협상이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제1차 협상에서는 상호간 관심 사항에 대해 논의가 이루어진 것으로 보인다. 보도에 따르면 우리측 협상단은 관세철폐, 무역구제, 개성공단 원산지 문제 등을 주로 거론하고, EU 측은 명품, 주류, 예술품, 의약품 등에 대한 지적재산권 강화, 뉴스 제공, 법률, 금융, 택배 등 서비스업, 자동차 관련 제도, 검역기준에 관심을 보인 것으로 보도되었다.

       
      ▲ 6일 오전 도렴동 외교통상부 브리핑실에서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과 피터 만델슨 EU 통상담당 집행위원이 한-EU FTA협상 공식 출범을 알리는 선언문을 낭독하고 있다.  
     

    EU식 FTA 미국과 차원이 달라

    EU와의 FTA를 크게 제도와 사회경제적 영향이라는 두 가지 측면에서 검토할 필요가 있다. 우선, 한미FTA에 있어 국가주권 침해가 큰 쟁점으로 형성되어 있는 것과 비교할 때, EU식 FTA는 이 문제는 덜하다.

    한미FTA의 대표적인 독소조항으로 거론되고 있는 투자자국가소송제도(ISD), 비위반제소, 서비스업 네가티브 방식 자유화와 역진금지(Ratchet)조항은 EU식 FTA에서 찾아 볼 수 없다. 이러한 독소조항은 극단적인 시장확대를 위해 상대국의 정책주권마저 제한하는 미국식 FTA에서만 발견된다.

    사실 EU가 그간 체결한 FTA 중 서비스업을 포함한 소위 포괄적 협정은 칠레 및 멕시코와의 FTA 단 2건에 불과하다. EU는 전통적으로 상품무역에 한정한 FTA를 추진하여 왔으며, FTA와 더불어 정치적 협력 및 경제적 협력을 포함하는 제휴협정(Association Agreement)를 기본 틀로 삼아왔다.

    다만 칠레와 멕시코와 같이 원거리 국가와 체결한 FTA에서는 보다 포괄적인 FTA를 체결한 바 있다. 그나마 교육, 의료 및 사회, 시청각 서비스 등은 협정에 포함하지도 않는다.

    EU-멕시코 협정과 유사한 ‘한미FTA +α 협정’

    EU 이사회는 한국과 FTA 협상을 승인하며 포괄적인 ‘신세대 FTA’를 체결할 것과 우리의 비관세 장벽을 제거할 것을 주문하였다. 이러한 것들을 고려할 때, 한-EU FTA 협정은 EU가 멕시코와 칠레와 체결한 FTA 수준의 협정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EU에 이어 미국과 FTA를 체결한 칠레와는 달리, 우리와 유사하게 미국에 이어 EU와 FTA를 체결한 EU-멕시코 FTA가 한-EU 협정과 가장 유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EU-멕시코 FTA는 서비스업의 추가적 시장화가 아닌 멕시코의 현행 제도 유지라는 단 한 조항을 담고 있다. NAFTA를 통해 멕시코는 자국 서비스업 관련 제도를 시장화 했기 때문이다.

    즉 EU에게는 미국이 ‘개척’한 한국 시장에 동반승차를 확인하고 한미FTA에 포함되지 않은 EU 특유의 관심사항인 ‘알파’를 반영하는 것이 협상의 목표가 될 것이다. 그러한 플러스 알파의 후보가 지금 EU가 관심을 보이고 있는 지리적 표시 등 지적재산권 강화, 일부 서비스업 개방, 자동차, 검역기준인 것이다.

    EU는 모 아니면 도(All or Nothing)를 추구하는 미국과는 달리 협상에서도 상대적으로 유연한 자세를 보인다. 따라서 미국이 인정하지 않은 개성공단 원산지, 무역구제가 어느 정도 인정하고, EU의 요구인 지리적 표시 강화 등을 인정하는 수준에서 협상을 타결하려 할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한미FTA와 한EU FTA는 땔 레야 땔 수 없는 관계에 있다. 미국과의 FTA가 발효되지 않으면, EU와의 FTA 역시 약화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미국과 FTA가 파기된다면, 한-EU FTA는 주권제한의 문제가 덜한 포지티브 방식으로 협상이 이루어 질 것이고, 미래세대의 정책주권 제한 문제도 완화될 것이다. 지적재산권 역시 EU 특유의 관심사항인 지리적표시 강화 등 소수의 내용만 포함하게 될 것이다.

    광범위한 업종별 구조조정 효과

    다음으로 한EU FTA의 사회경제적 효과에 대해 살펴본다. 경제적으로 EU는 세계에서 최대 경제블록이고, 독일 등 제조업 강국, 영국 등 서비스업 강국, 동구 국가 등 중저부가가치 제조업 및 농업 강국 등 다양한 국가를 포함하고 있다.

    따라서 EU와 FTA가 한국에 미치는 영향은 광범위할 수밖에 없다. 다른 말로 강도의 차이가 있을 뿐이지, EU와의 FTA는 전반적인 산업 구조조정을 야기할 것으로 예상된다.

    비록 미국에 비해 그 영향이 덜할 지라도 농축수산업에 있어 돼지고기, 낙농제품, 주류 등이 영향을 받을 것이고, 의약품과 화장품 등 정밀화학, 정밀기계, 자동차 등이 영향을 받을 것이다.

    수출이 증가하기는 하나 고가 자동차, 고급 전자제품, 고급 섬유 등의 수입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특정 업종 전체가 수혜를 입기보다는 업종 내의 명암이 엇갈리는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서비스업의 경우 EU가 문화 및 시청각, 교육, 사회 및 보건의료 서비스 시장화에 적극적 입장을 보이지 않기 때문에, 수도 등 일부 공공서비스, 금융서비스, 법률 등 사업서비스 등이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살핀 바대로 지적재산권 강화 역시 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온 국민을 피해자로 만드는 위험한 동시다발 FTA

    결국 한EU FTA 역시 자동차, 전자 등 소수의 수출 대기업을 위한 FTA가 될 것이 자명한 상황이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소수의 수혜업체가 정부가 추가적으로 계획하고 있는 중국, 일본 등과 FTA에 따라 피해자로 전락할 위험에 있는 것이다. 동시 다발적 거대 경제권과 FTA는 산업 전반에 급격한 구조조정을 야기하고, 대상국에 따라 경쟁력이 낮은 산업은 결국 피해를 입을 것이기 때문이다.

    단기적으로 수혜를 볼 것 같은 자동차 산업은 일본과의 FTA로 피해를 볼 것이고, 섬유는 중국과의 FTA로 피해를 볼 것이다. 거대 선진국 및 개도국과 FTA는 결국 고부가가치 및 저부가가치 제조업에 치명타를 가하고, 농업을 확인사살하며, 서비스업에 노동력을 과잉 이동시키는 정책에 불과한 것이다. 그 결과는 소수 대기업과 중부가가치 제조업만 존재하는 한국경제인 것이다.

    더군다나 한미FTA의 효과에 대한 검증도 없고, 부작용에 대한 확인도 생략하고, 광범위하게 예상되는 피해에 대한 조정 및 치유도 없이, 거대 FTA를 급격히 추진하여 부작용과 피해를 일파만파 증폭되는 위험을 어떻게 하란 말인가. 결국은 전 국민을 피해자로 내모는 무모한 정책이 독주하고 있는 것이다.

    노 대통령의 멕시코 따라 하기

    미국 및 EU와 포괄적 FTA를 체결한 국가는 멕시코와 칠레에 불과하고, 더 나아가 중국, 일본을 포함하는 FTA를 체결했거나 하려는 국가는 찾아 볼 수 없다. 노무현 정부가 멕시코 따라 하기를 넘어 멕시코 보다 한술 더 뜨기에 재미를 붙인 듯하다.

    성공한 정책이 없는 노무현 정부가 정권 말기에 과도한 월권을 하고 있다. FTA와 국내 경제정책과 연계도 없고, 독자적 산업발전 전략은 포기한 체, 오직 시장자유화를 한국 경제를 내몰고 있는 것이다.

    정부의 무리한 정책을 막기 위해 “FTA추진로드멥” 전반에 대한 문제로 확대하여 대응하여야 할 것이다. 단 한미FTA가 정부의 FTA 정책의 핵심이기 때문에 초점을 놓쳐서는 안 될 것이다.

    한편, FTA 협상 기간 동안 한-EU 진보진영 포럼을 동시에 개최하여 협상에 직접적 영향을 행사함과 동시에, 대안 논의를 활성화하고 한-EU 진보 진영의 실천과 연대의 계기로 삼아야 할 것으로 본다. 준비가 잘 된다면 세계사회포럼과 같이 한-EU 사회포럼을 구성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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