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말리는 조선일보, 부추기는(?)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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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년 05월 11일 09:34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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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나라당 재보선 불패신화가 무너진 것은 지난달 25일이었다. 다음날 주요 신문은 이러한 사실을 대서특필했다.

    한나라당은 패배의 원인을 찾고 당을 쇄신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나 상황은 엉뚱하게 흘렀다.

    강재섭 대표의 사퇴여부를 놓고 한바탕 소동을 벌이더니 이제는 경선 룰 다툼으로 ‘분당’ 위기까지 가고 있다. 한나라당 대선 후보 선출을 위한 경선 제도가 당의 쇄신과 직접적 관계가 있는 것인지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다.

    한나라당은 중대 고비를 맞았다. 강 대표가 경선 제도 중재안을 내놓은 뒤 당은 벌집 쑤신 듯 어수선한 상황이다. 중재안은 이명박 전 서울시장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란 얘기가 중론이다. 박근혜 전 대표는 경선 불참 가능성을 시사하며 배수진을 쳤다.

    언론은 이번 사안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자칫하면 특정 대선 주자를 밀어주는 듯한 인상을 줄 수도 있다. 신중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자기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내는 신문도 없지는 않다. 기로에 선 한나라당과 이런 상황을 보도하는 언론, 특히 보수신문의 논조를 살펴보는 것은 이번 논란의 관전 포인트이다.

    다음은 11일자 주요 아침신문 1면 머리기사이다.

    -경향신문 <이명박은…대선출마 선언/박근혜는…경선 불참 시사>
    -국민일보 <"1000표 줄 테니 원래 룰대로 하자"/"최고권력자 아닌 최고경영자 될 것">
    -동아일보 <이 "난 일하는 법 알아…국가 CEO 될 것"/박 "1000표 줄 테니 당초 합의대로 하자>
    -서울신문 <이 ‘기선잡기’ 대선출마 선언/박 "이런 식이면 경선도 없다">
    -세계일보 <이 "권력자 아닌 최고 경영자 되겠다"/박 "1000표 줄 테니 경선 룰 원안대로">
    -조선일보 <박근혜 "이런 식으로 하면 경선도 없어"/이명박 "강한나라 건설" 대선출마선언>
    -중앙일보 <"분당 가능성" 한달 새 23%→36%>
    -한 겨 레 <박근혜 "이대론 경선도 없다">
    -한국일보 <박 "이런 식으로 하면 경선도 없다" 이 "일하는 대통령" 출마 공식선언>

    한나라당의 하루 하루가 숨가쁘게 전개되고 있다. 강재섭 대표의 지도력은 무너질대로 무너졌다. 갈등을 중재하겠다고 나섰다가 더 큰 혼란을 자초하고 말았다. 강 대표의 지난 9일 중재안 발표는 해결의 시작이 아니었다.

    원칙적 입장에서 당 대표가 중심을 잡아야 한다고 힘을 실어줬던 당내 인사까지 고개를 갸우뚱하고 있다. 10일 박 전 대표와 이 전 시장은 엇갈린 행보를 보였다. 이 전 시장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대선 예비후보등록을 하고 당사에서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비슷한 시각, 박 전 대표는 한나라당 경선 불참 가능성을 시사했다. 하지만 박 전 대표의 얘기를 경선 불참 또는 탈당 등으로 해석하는 것은 곤란하다. 세계일보는 3면 <"이런 식으로 나가면 경선 없다">는 기사에서 "박 전 대표가 경선 불참 가능성을 시사한 것은 실제 불참에 무게를 두고 있다기보다는 중재안을 마련한 강 대표와 경선 룰 변경을 요구한 이 전 시장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국민일보 동아일보 세계일보 흥미로운 1면 머리기사 제목

    11일자 주요 조간신문들은 이러한 한나라당의 혼란 상황을 1면 머리기사, 종합면, 사설 등을 통해 종합적으로 분석했다. 언론에게 1면 머리기사는 얼굴과 같은 존재이다. 1면 머리기사 제목은 언론의 주요 현안을 어떤 시각으로 보고 있는지를 말해준다.

       
      ▲ 동아일보 5월11일자 1면.  
     

    국민일보, 동아일보, 세계일보 3개 신문의 1면 머리기사 제목이 흥미롭다. 이 전 시장 관련 제목은 <최고권력자 아닌 최고경영자 될 것(국민)>, <이 "난 일하는 법 알아…국가 CEO 될 것"(동아)>, <이 "권력자 아닌 최고 경영자 되겠다"(세계)> 등으로 뽑았다.

       
      ▲ 조선일보 5월11일자 1면.  
     

    반면 박 전 대표 관련 제목은 <"1000표 줄 테니 원래 룰대로 하자"(국민)>, <박 "1000표 줄 테니 당초 합의대로 하자"(동아)>, <박 "1000표 줄 테니 경선 룰 원안대로"(세계)>라고 뽑았다. 기사 제목을 보면 이 전 시장의 발언은 미래지향적인 의미를 담고 있고 박 전 대표는 경선 룰에 집착(?)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서울신문 "박근혜의 독설"

    박 전 대표의 말에 대한 언론의 시각을 살펴보면 이해가 빠르다. 서울신문은 <이명박의 출마선언, 박근혜의 독설>이라는 사설에서 "(박 전 대표는) ‘1000표를 줄 테니 원안대로 하자"며 독한 발언을 거푸 내놓았다"고 설명했다. 경향신문은 3면 ‘김용민의 그림마당’에서 박 전 대표의 발언을 <‘고스톱’ 흥정?>이라고 묘사했다.

       
      ▲ 경향신문 5월11일자 만평.  
     

    박 전 대표의 1000표 발언은 본심이라기 보다는 압박용이라는 분석도 적지 않다. 1면 제목만 놓고 언론의 속내를 짐작하는 것은 적절치 않을 수도 있다. 이번 사안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 특히 사설을 통해 어떤 입장을 살펴보는지를 알아볼 필요가 있다.

    흥미로운 부분은 조선일보와 동아일보의 시각이다. 주요 현안에 있어 한 목소리를 내는 경우가 많았던 두 신문은 한나라당 내분 상황에 대해 미묘한 시각차이를 나타냈다. ‘눈에 띄는’ 1면 머리기사 제목을 뽑았던 동아일보는 이번 논란의 해법에 대한 시각도 다른 언론과 차이를 보였다.

    동아일보 조선일보의 시각차

    동아일보는 <유권자 저울 위의 한나라당과 이-박>이라는 사설에서 "이전에 치른 세 번의 경선은 매번 모양이 좋지 않았다. 경선 도중에 탈당하거나 경선까지 간 뒤 탈당해 독자 출마한 사람도 있었다. 이 때문에 정권을 잃기도 했다. 국민은 이번에야말로 민주적이고 성숙한 ‘경선축제’를 보고 싶어하건만, 두 사람은 그런 기대를 저버리려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 동아일보 5월11일자 사설.  
     

    동아일보는 비판 대상으로 ‘두 사람’이라는 표현을 사용했지만 비판의 무게는 같을 수가 없다. 2002년 한나라당 당내경선 과정에서 한나라당을 탈당했던 인물은 박 전 대표 한 명이다. 동아일보는 "8월 경선까지는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아 있다. 그동안 판이 어떻게 변할지 모른다. 그래서 정치를 ‘살아 있는 생물’이라고 하지 않는가. 경선 룰에만 집착하면 경선도 잃고 국민의 마음도 잃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전 시장은 강 대표가 중재안으로 내놓은 경선 룰을 받아들인다고 했다. 거부하고 있는 쪽은 박 전 대표 선거캠프이다. 동아일보의 사설이 무엇을 말하려고 하는지는 독자들의 판단에 맡길 일이다.

    조선일보 "중재안 찬성 과반 못미쳐"

    동아일보는 6면에도 흥미로운 기사를 실었다. 동아일보는 <샐러리맨의 신화 이어 ‘국가경영자’ 신화 도전>이라는 기사에서 "그는 35세에 최고경영자 자리에 올라 ‘샐러리맨의 신화’로도 불린다"며 "중고교 시절에는 김밥, 풀빵, 엿, 아이스크림, 뻥튀기 장사를 하며 생활비를 벌었고 포항중, 동지상고 야간부를 졸업했다"고 보도했다.

       
      ▲ 동아일보 5월11일자 6면.  
     

    조선일보 입장은 동아일보와는 조금 달랐다. 조선일보는 <이명박 대선출마선언, 박근혜 경선불참 시사>라는 사설에서 "실제로 당이 깨져 한 지붕이 두 지붕 되든 경선 무대가 부서져 무너져 내리든 그건 이·박 두 사람과 한나라당의 문제이고 그들 책임"이라며 "두 사람은 지금 자신들의 처신을 ‘리더십’과 ‘원칙 있는 행동’이란 자기들 입에서 나온 두 단어에 비춰볼 일"이라고 지적했다.

       
      ▲ 조선일보 5월11일자 사설.  
     

    조선일보는 4면 <‘경선 룰 중재안’ 찬성 과반 못미쳐>라는 기사에서 "(조선일보가 한나라당 상임전국위원을 설문조사한 결과) 79명 위원 중 전화가 된 위원은 73명이었고, 이 중 찬성은 34명, 반대 26명 입장을 유보한 위원이 13명이었다. 답변위원 중 적극적으로 찬성의사를 표시한 위원이 과반에 훨씬 못 미친다"고 지적했다.

    중앙일보 조선일보 강재섭 대표 리더십 함께 비판

    중재안을 찬성하는 의견이 상대적으로 많았지만 조선일보의 기사제목은 <찬성 과반 못미쳐>로 나왔다. 박근혜 이명박 두 사람의 적절한 타협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중앙일보도 1면 <"분당 가능성" 한달 새 23%→36% /한나라 대의원 1201명 대상 조사>라는 기사에서 "지난달 6일 조사 때만 해도 대의원들은 23.3%가 당이 쪼개질 분당 가능성을 예상했는데 이번 조사엔 35.9%로 높아졌다. 대선주자 지지도는 이명박 전 시장 44.3%, 박근혜 전 대표 42.3%였다"고 보도했다.

       
      ▲ 중앙일보 5월11일자 1면.  
     

    한나라당이 위기상황이라는 점을 강조한 셈이다. 중앙일보와 조선일보가 강 대표의 리더십을 함께 비판한 것도 주목할 대목이다. 중앙일보는 5면 <영원한 주류의 길>이라는 기사를 통해 "강 대표는 13대부터 17대까지 내리 5선을 하는 동안 몇 차례 고비가 있었지만 그때마다 의리를 따르기보다 주류의 길을 걸었다"고 지적했다.

    한국일보 "이명박 박근혜 반목 정상궤도 이탈"

    중앙일보는 <강재섭 대표의 리더십, 문제 있다>는 사설에서 "상황이 여기에 이른 데는 강재섭 대표의 책임이 가장 크다"면서 "무작정 발표부터 해 놓고 따라오라고 해서야 그 뒤에 닥칠 사태를 어떻게 책임질 건가. 정치생명을 걸었다고 외쳤지만 결국은 한쪽에 줄을 서는 꼴이 되고 말았다"고 비판했다. 

       
      ▲ 중앙일보 5월11일자 사설.  
     

    한나라당이 이번 위기를 해결하는 것은 쉽지 않다는 것이 중론이다. 언론들은 대화와 타협을 통해 한발씩 양보해야한다는 의견이 대부분이다. 한국일보는 3면 <"앙금 너무 깊어" vs "압박용">이라는 기사에서 "박 전 대표의 조소 섞인 ‘1000표 줄 테니…’ 발언에서 느낄 수 있듯이 이 전 시장과 박 전대표의 반목은 이미 정상궤도를 이탈했다"면서 "실제 두 캠프에선 상대 주자의 ‘대통령 불가론’까지 공공연히 거론된다"고 주장했다.

       
      ▲ 한국일보 5월11일자 3면.  
     

    중앙일보 한국일보 국민일보는 이번 문제를 한나라당 전국위원회로 가져가 세 대결을 벌일 경우 더욱 어려운 상황이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중앙일보도 이날 사설에서 "경선규칙 개정 문제를 전국위원회로 가져가는 건 급하지 않다. 최선책도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중앙 한국 국민, 중재안 상임전국위 회부 우려

    한국일보도 <이·박, 갈라설 것 아니라면 타협해야>라는 사설에서 "절차만을 말하며 (표결처리를) 강행하는 것은 파국을 부르는 일"이라며 "내용의 다툼을 떠나 중재안은 나름의 의미를 갖는다. 그러나 갈등 해결의 현실적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는 판에 그 힘을 고집하기만도 어렵게 돼 있다"고 지적했다. 

    국민일보도 4면 <전국위 표 대결로 가면 ‘두나라당’ 불가피>라는 기사에서 "상임 전국위에서 전국위 소집을 의결할 경우 양 진영의 분열은 가속화될 수밖에 없다"면서 "중재안이 전국위를 통과할 경우 상황은 더 어려워진다"고 지적했다.

       
      ▲ 국민일보 5월11일자 4면.  
     

    해법은 없는 것일까. 중요한 점은 이번 갈등이 오래 가면 갈수록 이명박 박근혜 두 사람 모두에게 부담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조선일보의 ‘훈수’를 한나라당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조선일보는 38면 <이명박·박근혜가 함께 봐야 할 영화>라는 강천석 주필 칼럼에서 "필름이 돌아가면 한 뼘 땅 넓혔다고 기세 등등할 것도, 한뼘 땅 잃었다고 악을 쓸 것도 아니란 걸 금방 알게 될 것이다. ‘승리가 진짜 절실한가. 그럼 지금 한발 물러서라’ ‘패배가 정말 두려운가, 그럼 지금 한발 물러서라’라는 누군가의 비명 같은 외침이 가슴을 때릴 것"이라고 경고했다. / 류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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