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력과 자폐증에 빠져버린 당
정파, 유력인사 '비례대표' 관심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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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년 05월 10일 07:54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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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이 불과 8개월 앞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그로부터 4개월 후에는 총선이 있다. 설렘과 두려움의 대선과 총선이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민주노동당이 다시 국민적 지지를 받으며 한국정치 무대에서 진보의 뿌리를 확고히 내릴 수 있을 것이라는 설렘과 국민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한 채 그저 그런 대선 결과와 원내진출 이전과 별반 다를 것이 없는 총선결과가 가져올 몰락에 대한 두려움이다.

자폐증에 빠진 당

   
▲ 조승수 진보정치연구소 소장
 

대선을 바로 앞에 앞두고 민주노동당은 표류하고 있다. 표류의 진원은 내년 총선이다. 몇몇 지역을 제외하고는 당의 일선 간부들이 대선을 활용하면서 지역에서 민심의 표밭을 사업과 조직으로 일구어내는 것이 아니라 무기력증에 빠져있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이미 그 단초는 드러났다. 중선거구 도입으로 당의 지역기반을 획기적으로 강화할 절호의 기회였다. 그러나 대부부의 지역에서는 당선 안정권을 중심으로 후보가 나섰다.

해볼 만한 지역, 나아가 앞으로 토대를 마련할 만한 많은 지역에서 민주노동당의 후보는 나서지 않았다. 당선의 보장이 없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면 민주노동당의 후보들이 승산이 있는 선거에만 나서는 것이다.

지금 민주노동당의 유력한 정파는 자신들의 대표를 다음 총선에 비례대표로 안전하게 당선시키는 것에만 관심이 있다. 당내의 유력 인사들도 마찬가지이다. 몇 석이 될지 모르는 그 불확실성에 자신이 포함될 가능성이 있는지 계산기를 두들기는 데 골몰하고 있다.

당의 이러한 자폐적 모습은 대중적 실천에서도 나타난다. 한미FTA가 타결된 후 당의 방침이 보이질 않는 것이다. 당 대표의 생명을 건 단식은 당의 위상을 일정 정도 높이기는 하였지만 당장 생존의 벼랑으로 떠밀려가는 축산, 감귤 농가의 분노를 민주노동당은 외면하고 있다.

성장중독증에 감염된 국민들의 갑자기 높아진 찬성률에 어리둥절할 상황이 아니지 않는가? 공개될 한미FTA 협정 원문에 대반전의 그 무엇이 있을 거라는 기대에 민주노동당의 방침을 맡길 수는 없는 것 아닌가. 도무지 분출할 데 없는 분노를, 공기총으로 이웃을 쏘아 죽이는 이 분노를 민주노동당이 지금 조직하지 않는다면 언제 어떻게 한다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

지금 사천에서 나주에서 진안에서 그리고 횡성에서 소를 몰고 서울로 ‘진격’하는 투쟁을 조직해야 하는 것 아닌가? 제주도청 앞에서 당대표 이상의 단식으로 노랗게 말라가는 제주농민들의 분노를 집결시켜야하는 것이 민주노동당의 할 일이 아닌가? 이러한 투쟁을 외면한 채 대선, 총선 준비를 열심히 한다고 해서 우리가 승리할 수 있다는 태도를 이해할 수 없다.

비례대표 후보선출 부문을 중심으로

DJ는 87년 대선에서 4자필승론을 갖고 대선에서 패배한 후 평민당으로 88년 총선에 참여했다. 이때 DJ는 측근들의 우려를 뿌리치고 비례대표 11번으로 뒷자리에 등록하는 배수진을 쳤다. 그리고 마침내 여소야대 속의 제1야당으로 승리하여 지도력을 확고히 뿌리 내려 재기의 발판을 마련했다. 불과 몇 달 전의 뼈아픈 대선 패배를 말끔히 씻어낸 것이다. 한 명의 정치지도자가 자신의 정치적 생명을 걸었고, 승리한 것이다.

당의 현실은 이에 비견할 만한 정치적 생명을 거는 실천이 필요한 때다. 내년 총선에 관한 발칙한 제안을 하고 싶다.

현재의 여성할당제의 정신을 지키는 가운데 노동, 농민 등의 부문할당제를 10번까지 확대하자는 것이다. 이렇게 확대된 부문 비례대표를 비정규직, 시민운동, 환경운동, 학계, 문화예술계, 장애인, 당의 상근활동가, 청년학생 등으로 하는 것이다.

각 부문의 대표적인 단체나 단위에 추천위원회를 구성하게 하고 그 추천위원회는 복수 혹은 단수 후보를 당에 추천하며 당원투표로 후보를 확정하는 것이다. 당원이 아닌 사람은 추천과 더불어 당에 입당하는 조건이 있어야 할 것이다.

현재의 당내 질서와 대선을 앞둔 시점에서 불가능한 일이라고 할지 모르겠다. 그러나 지금은 현실적이냐 비현실적이냐 보다는 당의 생존을 위한 정치적 상상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기이다. 이것은 진보진영 전체를 당의 주위로 결집시킬 것이며, 안전한 비례대표를 고집하는 정파에 휩싸인 당에 일대 혁신을 가져오고, 지역에서 고군분투하는 총선후보들에게 커다란 힘으로 작용할 것이다.

진보대연합은 그냥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민주노동당의 진보진영 내에서의 헤게모니는 스스로를 비우는 자기혁신의 모습 없이는 불가능하다.

갈림길에 선 한국사회 그리고 당

2007년 대선은 87년부터 시작된 일반민주주의의 종착역이자 사회적 민주주의의 출발점이다. 이런 의미에서 한미FTA 체결이 가져올 충격은 한국사회를 돌이킬 수 없는 시장국가체제로 고착화시키는 출발이라 할 수 있다. 이번 대선의 결과에 관계없이 다가올 총선은 한국사회가 시장국가로 갈 것인지 아니면 사회국가로 갈 것인지, 아니면 그 사이 어느 지점의 타협적 조정기로 갈 것인지를 결정하는 분수령이 될 것이다.

이는 민주노동당에게 어쩌면 대선보다 총선이 더 무거운 과제로 다가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일상적 대응으로 이러한 과제를 달성할 수 없음은 분명하다. 더욱이 정파적 타산에 빠져드는 안일한 대응은 다가오는 대선과 총선에서 설렘보다는 두려움을 키우는 일이 될 것이다. 한미FTA투쟁의 정치적 구심으로, 진보대연합의 중심으로 민주노동당이 역할하기 위해서는 무기력증과 자폐증으로부터 시급히 벗어나야 한다.

* 이 글은 진보정치연구소가 발행하는 <미래공방> 3호(5~6월호)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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