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법원, 제2의 김용균
    없어야 한다는 염원 외면”
    노동계·유족, 원청 대표 "무죄" 비판
        2023년 12월 07일 04:19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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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법원이 태안화력발전소에서 하청노동자로 일하다 숨진 김용균 씨 사건에서 원청 기업인 한국서부발전과 당시 대표에 대해 무죄 판단을 내린 것과 관련해, 노동계와 유족 등은 “제2, 제3의 김용균이 더 이상 없기를 갈망한 노동자 시민의 염원을 끝내 외면한 판결”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사단법인 김용균재단은 7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산업 현장의 위험성을 통제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 사람들의 고의를 좁게 해석한다면 중대재해처벌법, 개정 산업안전보건법의 입법 취지를 무력화시킬 수 있다”고 대법원 판결을 규탄했다.

    사진=노동과세계

    김용균 씨의 어머니인 김미숙 김용균재단 이사장은 “대법원의 판결을 인정할 수 없다. 서부발전이 사람을 죽였다고 법원이 인정했으면 그에 합당한 처벌은 당연하다”며 “대법원의 비인간적인 판결로 노동자들이 억울하게 죽어 나가는 것”이라고 했다.

    대법원은 2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이날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병숙 전 한국서부발전 대표와 서부발전에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관련 기사 링크)

    원청 기업인 한국서부발전 대표였던 김병숙 전 대표는 1·2심 모두 무죄를 받았고, 1심에서 유죄를 선고 받았으나 2심에 무죄로 뒤집힌 원청 소속 권유한 전 태안발전본부장도 이날 대법원에서 무죄 확정 선고를 받았다. 1심에서 벌금형을 받은 서부발전 법인도 김씨와의 실질적 고용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무죄가 선고된 항소심 판결이 확정됐다. 하청 대표이사와 원·하청 간부들은 유죄가 선고되긴 했지만 모두 집행유예 등으로 실형을 선고 받은 이는 1명도 없었다.

    노동계와 정치권도 대법원 판결을 일제히 규탄하고 나섰다.

    민주노총은 이날 성명을 내고 “‘중대재해는 노동자 시민의 과실이 아니라 기업의 구조적인 범죄행위’라는 사회적 인식에 등 돌리고, 구태의연한 관행대로 선고한 것”이라며 대법원의 판결을 규탄했다.

    민주노총은 “태안화력 현장은 산업안전보건법상 원청이 직접 안전보건조치 의무가 있는 사업장”이라며 “더욱이 사고 원인에 대한 신속한 현장조사, 동료의 증언, 특조위를 구성해 밝혀낸 서부발전의 구조적 원인 등 서부발전의 범죄행위를 밝혀낸 증거는 차고 넘쳤다”고 언급했다.

    이어 “오늘 대법원의 판결은 ‘원청의 책임을 묻지 않음으로써 위험의 외주화라는 갑질이 산업현장에 만연하는 불평등 산업구조 형성을 법원이 조장하는 결과를 초래’하는 판결”이라고 했다.

    민주노총은 “참담하고 비통한 오늘 대법원의 선고는 산업안전보건법처벌의 한계와 중대재해처벌법 제정의 정당성과 엄정한 법 집행의 필요성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 주고 있다”고며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은 총선용 정치거래인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유예 연장 논의를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한국노총도 논평을 내고 “원청의 고용관계를 형식적이고 지나치게 협소하게 해석한 판결로, 개정 산안법과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전과 후에 따라 유죄와 무죄를 가른 기계적 판결”이라고 혹평했다.

    그러면서 “공공부문 비정규직으로 일했던 김용균씨의 사망은 전형적인 위험의 외주화가 낳은 결과였다”며 “노동자의 죽음을 노동자 개인의 책임으로 돌린 이번 판결은 김용균씨를 죽어서도 눈감지 못하게 한 잔인한 판결”이라고 유감을 표명했다.

    한국노총은 “젊은 노동자가 밤에 혼자 일하다 사고가 나서 목숨을 잃었음에도 결국 원청의 책임은 없다는 이번 판결은 왜 중대재해 처벌법이 필요한가를 반증한다”면서 “이제라도 김용균씨와 같은 죽음을 막기 위해 중대재해처벌법은 더욱 강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등 산별노조들도 잇따라 성명을 내고 대법원의 판결을 규탄했다.

    공공운수노조는 “2018년 김용균 노동자가 사망한지 5주기 기일을 앞두고, 재판부는 죽음의 책임을 져야 할 사업주에게 면죄부를 안겨줬다”며 “반복되는 비극을 멈추어달라는 현장 노동자들의 절규를 재판부는 끝내 외면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노조는 “김용균 노동자의 죽음은 잘못된 작업환경에서부터 기인했다”며 “현장 노동자들은 수차례 사측에 위험요인 개선을 요구해왔으나 묵살됐고, 발전소 사업장의 시설과 설비가 원청사 소유이기 때문에 하청업체의 의지만으로는 개선이 불가능하다. 그런데도 원청사가 무죄라면 누구에게 책임이 있다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하청사와 원청사 구분 없이 사업주는 사업장의 안전예방의무를 다해야 하며, 이를 어길 경우 강하게 처벌받아야 한다. 고용관계에서 벗어나 몰랐다고 발뺌하는 사업주를 처벌하지 않는다면 누가 법을 지키려 하겠나”라고 반문했다.

    이어 “공공운수노조는 재판부의 판결에 머물지 않고 끝까지 투쟁해 책임자들이 엄중하게 처벌받고, 더 이상 노동자들이 죽지 않는 세상을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금속노조도 “원청이 ‘죽음의 외주화’에 나섰고, 모든 책임을 하청으로 떠넘겼기 때문에 고 김용균은 목숨을 잃었다. 비용과 이윤의 논리로 생명·안전을 뒷전으로 미룬 원청이 책임지라는 여론이 모여 중대재해처벌법이 만들어졌다”며 “오늘 원청에 무죄를 선고한 사법부는 이 모든 민주주의를 부정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의당도 이날 국회 브리핑에서 “노동자가 일터에서 죽어나가도 그 죽음에 책임지는 사람은 아무도 없는 우리 사회의 부끄러운 민낯을 드러낸 참혹한 판결”이라고 개탄했다.

    김희서 정의당 수석대변인은 “노동현장과 하청노동자의 현실을 외면한 채, 위험을 외주화하면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된다는 잘못된 교훈을 기업들에게 학습시키는 무책임한 판결을 강력히 규탄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러면서 “‘몰랐다, 우린 책임없다’며 빠져나가기 바쁜 원청의 변명에 손을 들어줘 사회적 양심과 정의를 져버린 대법원은 역사적, 국민적 비난을 면키 어려울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 수석대변인은 “중대재해처벌법 유예를 밀어붙여 일터 안전 무력화를 획책하는 정부와 여당, 오늘 비상식적인 판결을 낸 대법원은 사람보다 이윤을, 안전보다 돈을 우선시한 부끄러운 역사의 공범으로 기록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정의당은 고 김용균 노동자의 어머니 김미숙님의 눈물을 닦고, 또 다른 김용균의 죽음을 막기위해 끝까지 노동자들과 연대하고 함께 싸워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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