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 욕망을 배반하는 정당"
        2007년 05월 08일 12:10 오후

    Print Friendly, PDF & Email

    <레디앙>은 민주노동당을 싫어하거나 무관심해 할 만한 사람, 정치에 신경을 끄고 살 것처럼 ‘보이는’ 사람들을 만나 그들의 생각을 들어보기로 했다. 세상은 넓고 사람은 다양하고 그들의 생각과 견해 역시 그러할 것이다. 그들의 눈과 마음에 비친 정치 그리고 민주노동당은 어떤 모습일까.

    또 다른 거울에 비춰진 진보정당의 모습을 보면서 민주노동당 당원이나 관계자들이 스스로를 되돌아보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 같다. 논쟁보다는 경청과 소통을 위해 마련된 지면이라는 것을 독자들께서 참고해주시길 바란다. <편집자 주>

    ‘2030 여성’의 마음을 잡는 쪽이 먼저 승리한다.  특히 한국 2030 여성들의 ‘눈높이’는 세계적으로도 ‘까다롭고 고급스러운 것’으로 마케팅 분야에서 ‘정평’이 나있다. 다국적 기업인 로레알이나, 일본계 기업인 DHC 등 전 세계 유수의 기업들은 상품을 출시하기 전 앞다퉈 한국의 2030 여성들을 상대로 품평회를 갖는다.

    가장 변수가 많은 계층 2030 여성

    이는 대선을 앞둔 ‘표심’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진보정치연구소 강병익 연구원은 "대선의 표심에서도 2030 여성은 사회 문화적 트렌드에 가장 빠르고 민감한 계층으로서 ‘여론 조사의 신호등’ 역할을 하고 있다"면서 "실제로 표심에서도 부동층이나 변수가 가장 많은 계층이 2030 여성"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특히 30대 여성의 지지율은 다른 계층과 달리 일정한 트렌드나 좌우의 특별한 정치적 성향없이 들쑥날쑥거리며 가장 불안하다"며 "그 중 기혼자에 비해 보육 및 사교육 문제 등 생활 전선에 상대적으로 덜 노출된 ’30대 미혼의 화이트칼라(전문직)’ 여성들에게 민주노동당이 가장 호감을 얻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레디앙>은 2030여성 가운데, 민주노동당을 지지하지 않는 ’30대 중반 미혼의 전문직 여성’을 만나 그녀의 ‘주된 관심사와 일상적 고민’을 통해 ‘왜 민주노동당을 지지하지 않을 수 밖에 없는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봤다. 

    7일 만난 김민정(36, 가명)씨는 13년째 재벌 계열사(IT 분야)에 종사하고 있는 전문직 여성으로서 부산에서 태어나 중, 고등학교 시절을 대구에서 보내고 서울에 있는 대학에 진학하면서 17년 째 서울살이를 하고 있다.

    그는 "지역감정이 전혀 하나도 없다고는 할 수 없지만, 우리 또래의 젊은 세대는 표심을 결정하는 데 있어 지역감정이 개입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그는 자신의 정치적 성향에 대해 "신문을 읽을 때도 정치면은 안 본다. 대체로 정치에 무관심하며 특정 정당에 대한 호불호도 없다"고 말했다.  아직 미혼인 김씨는 "결혼과 자기 계발이 주된 관심사"이며 "경제적 안정을 통해 문화적으로도 삶의 질을 적절히 추구하면서 풍요롭고 여유로운 삶을 사는 게 바람"이라고 밝혔다.

    민주노동당 보면 더 우울해지고 골치 아파져 

    바로 이 지점이 김씨가 민주노동당을 지지할 수 없는 부분이다. 김씨는 "내가 원하고, 갖고자 하는, 필요로 하는 모든 것들에 대해 민주노동당은 아무것도 채워주지 못 한다"면서 "오히려 민주노동당은 내 욕망을 배반하는 정당”이라고 말했다. 

    이어 김씨는 "소외된 계층을 위해 민주노동당이 필요한 정당"이라고 생각은 하지만 "(사회 생활을 통한 경쟁이 버거워) 가끔은 벼랑 끝에  내몰려 서있는 것만 같은데, 그런 와중에 민주노동당을 보면 오히려 더 우울하고 골치가 아파 (관심을 가지기) 싫다"고 말했다.

    다음은 김민정씨와의 일문일답.

    -자신의 정치적 성향과 관심을 간단하게 소개하면?

    대체적으로 무관심하며 특정 정당에 대한 호불호가 없다. 내가 사는데 정당이나 정치가 큰 영향을 주고 있다고 느끼지 않고 있으며, 오히려 경제적인 부분에 관심이 많다. 부산에서 태어나 중고등학교를 대구에서 나와 대학교 때 서울에 올라왔는데, 서울의 물가도 많이 오르고 집값도 정말 터무니없이 올랐다.

    곧 FTA도 체결될 것 같은데, 세계 속에서 우리나라가 차지하는 위상이나 경쟁력이 어떻게 되는지, 오히려 그런 경제적인 부분이 우리 삶에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한다. 대학 시절에도 운동권은 아니었고, 신문을 봐도 정치면은 읽지 않는다. 가끔 뉴스에서 흘러나오는 걸 듣는 수준인데, 요즘은 누가 대선 주자로 나올지 궁금해 박근혜, 이명박의 갈등에 관심이 가는 정도이다.

    신문 정치면은 읽지 않는다

    -또래 집단의 일상적인 주된 관심사는 무엇인가?

    결혼 안 한 친구들은 결혼에 관심이 있고 결혼에 관심없는 친구들은 일을 통한 사회적 성공에 관심이 많다. 나도 충전기를 갖고 일 문제와 관련해 지금보다 한 단계 더 도약하고 싶다. 좋은 사람 만나면 결혼도 하고 싶고 사회적으로도 한 단계 더 나은 위치에 올라서고 싶다.

    -결혼이라는 제도가 한국에서는 여성에게 그리 유리한 제도가 아닐텐데?

    한국에서는 결혼이 여성에게 불리한 제도이다. 솔직히 혼자 살면 편하다. 그러나 결혼을 하지 않으면 제 아무리 사회적으로 성공을 하고 많은 것을 가지고 있어도 뭔가 결핍된 느낌이 든다. 그리고 남들이 다하듯 가정을 꾸리고 애들을 키우는 것도 보람된 일이라고 생각한다.

    근데, 사실 막상 결혼을 대비하고 애들 사교육비나 집 값 등을 생각하면 정말 막막하다. 주변에서 아무런 경제적 기반 없이 결혼 하는 사람들을 보면 과연 어떻게 살려고 저러나 싶어 걱정 된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남녀 차별이나 어려움을 느꼈던 부분은 없나?

       
      ▲ 자신을 대변할 이미지를 정해달라는 기자의 요청에 김민정씨는 "샤넬 명품 가방을 갖고 싶다"면서 ‘샤넬가방’을 자신의 이미지로 대체해 줄 것을 주문했다.  
     

    특별하게 피부로 느끼는 성차별을 당하진 않았다. IT 업종이어서 상대적으로 여성이 강세인 직업이고 승진을 하는 데 큰 차별은 없었다. 물론, 아무래도 남자에 비하면 여자가 평가받는 면에서 다른 면은 있다.

    똑같은 행동일지라도 남자는 칭찬을 받지만, 여자는 욕을 먹는 경우가 있다. 또 우리나라는 집단주의를 통해 연대하는 걸 굉장히 중요시하는 부분이 있는데, 여성들은 줄서는 걸 싫어해 그런 면에 있어 좀 어렵다.

    게다가 남성들은 선후배들이 연대하며 끌어주는 데 반해 여성들은 개인이 혼자 모든 걸 스스로하려는 경향들이 있어 사회생활을 더 힘들게 하는 면이 있다.

    과거 내가 졸업할 때만 해도 직장 여성이 결혼을 하면 일을 그만 두는 것이 일상적인 문화였는데, 지금은 ‘자기 성취욕’도 있지만 ‘경제적인 생존’ 때문에 일을 많이 한다. 이제는 맞벌이를 하지 않으면 살아 갈 수 없는 시대이다.

    (꼭 여성이어서가 아니더라도) 사회생활을 하며 느끼는 건 이 사회가 너무 정신없이 각박해져만 가는 것 같다. 우리나라는 사회적으로 끊임없는 경쟁심과 불안을 조장한다. 직장의 정년도 없어지고, 아직 결혼은 안 했지만 사교육비나 내 노후를 생각하면 갑갑하다.

    게다가 삶도 길어질 텐데, 우리는 자식에게 투자를 해도 과거와 달리 노후를 보장받지 못하는 세대이다. 앞으로 지출 규모는 점점 더 커질텐데, 만약 한순간 직장을 잃게 되면 어떨까 싶어 갑자기 불안해진다. 그런 생각을 하면 벼랑에 내몰려 서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갑자기 불안해지고 벼랑에 몰린 느낌을 주는 삶

    또 기업에 있다보니 세계적 변화나 흐름을 빨리 느끼는 편인데, 이제는 정말 글로벌한 경제 체제가 된 것 같다. 앞으로도 계속 더 문호가 개방 될 텐데, 과연 나는 세계의 동일 직종 노동자들에 비해 얼마나 경쟁력을 가지고 있는가 생각하면 솔직히 불안하다.

    -사회생활을 하며 제도적으로 가장 절실했었던 부분이 있었다면?

    유럽처럼 일 년에 몇 주 이런 식으로 휴가가 보장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적이 있다. 사회적 분위기가 유럽처럼 일과 휴식의 조화를 이루며, 휴가를 장려하는 쪽으로 갔으면 좋겠다. 그러한 삶의 질이 많이 부러웠고 우리는 아직도 멀었다는 생각이 든다.

    직장에 정년 보장이 없다보니 끊임없이 뭔가를 항상 노력해야만 한다. 여성이라는 점보다는 끊임없이 무언가를 생산하고 항상 경쟁하고 노력해야 한다는 것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이러한 본인의 관심을 대변하는 정당이나, 그나마 여성성을 대변하는 정당이 있다면?

    없다.

    -정당 가운데, 어느 정당이 가장 친근한가?

    열린우리당이 가장 친숙하다. 근데, 그 친숙함이 내 삶에 도움이 되지는 않는다. 열린우리당을 보면 나같이 평범한 보통 사람들을 보는 것 같다. 가끔은 ‘내가 해도 정치를 그 정도는 하겠다’라는 생각이 든다.(웃음)

    반면, 한나라당은 무슨 군대나 장군 이미지로 좀 두렵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강력한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본다. 또 사람들이 많이 변해 제 아무리 강한 리더십이라고 해도 과거 박정희처럼 그런 시대로 되돌아가지는 않을 것이다.

    "아직도 저런 사람들이 있나 싶다"

    민주노동당을 보면 ‘어떻게 아직도 저런 사람들이 있나?’ 싶다. 왜 저 사람들은 시대가 변했는데, 아직도 ‘과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저렇게 살고 있나 싶어 무슨 특이한 ‘별종 집단’ 같다. 나와 같은 평범한 보통 사람들이 아니라…….

    -노무현 정권에 실망한 사람들이 왜 진보 정당이 아닌, 보수 정당인 한나라당을 지지한다고 보나?

    노무현 정권은 너무 아마추어적이었다. 근데 또 경험없는 진보가 집권해 더 이상은 망쳐놓으면 안된다. 나 또한 한나라당에 기대가 많다. 또 국민 정서가 일단은 경제적으로 잘 살기를 바라기 때문에 좀 더 자본주의적으로 치우칠 공산이 크다.

    지금 우리에게는 행정을 이끄는 능력, 경제 성장을 하게 만드는 노하우 등이 필요하다. 국민들을 잘 살게 만들어 주는데, 보수가 무슨 상관인가?

    -최연희 의원의 여기자 성추행 사건 등 가장 남성 중심적인 당인데도?

    (성추행한) 그 사람들 몇몇이 이상한 거다. 그러면 과연 다른 당들은 우리에게 무엇을 해 줄 수 있을 것인가 따져보면 사실 아무것도 없다.

    막연히 진보에 대한 기대감으로, 기억은 안 나지만, 오래 전 지역 선거에서 깊은 고민 없이 한 번 민주노동당을 찍었던 적은 있다. 하지만 ‘과연 한국 사회에서 진보가 해 줄 수 있는 게 무엇일까’라는 회의가 든다. 진보는 우리가 살아가는데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

    소외계층 대변하는 민주노동당이 필요는 하다

    -민주노동당 하면 가장 먼저 뭐가 떠오르나?

    작은 정당. 사회적 소회 계층을 대변하는 곳으로 그런 정당도 필요하다고 본다. 소외 계층의 여러 가지 인권 침해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민주노동당이 역할을 해줬으면 좋겠다.

    -민주노동당의 정책 중 아는 것이 있는지?

    없다.

    -FTA 를 당론으로 반대하고 있는 것은 아나?

    알고는 있는데, 세계적 대세인데 결국엔 체결되지 않을까? 그 외 FTA를 체결하는 절차에 대해선 무슨 문제가 있는지에 대해선 잘 모른다.

    -원내에 진출한 민주노동당 의원들이 몇 명인지는 아나?

    모른다. 권영길, 노회찬 의원만 안다. 권영길 의원은 인상 좋고 착해 보이는 이미지이고 노 의원은 TV에서 몇 번 봤는데 너무 말만 앞서가는 인상이다.

    -권영길 의원과 이명박 전 서울 시장의 나이가 같은 건 아나?

    (깜짝 놀라면서)정말 뜻밖이다! (권 의원이)고생을 정말 굉장히 많이 했나 보다.(웃음) 근데, 진짜로 당선 되려고 대선에 나오는 건가?

    "권영길 이명박이 나이가 같다고? 놀랐다"

    -왜 민주노동당이 또래의 30대 미혼 여성 전문직에게 어필하지 못한다고 보나?

    나는 경제적 안정 속에 풍요로운 문화 생활을 누리며 여유 있게 편안하게 살고 싶다. 좀 쉬고 싶기도 하고 마음의 여유를 찾고도 싶은데, 민주노동당 사람들을 보면 항상 뭔가 우울하고, 골치가 아파 사는 게 더 피곤해 진다. 그런 모습은 이제 보고 싶지도 않을 뿐더러 보기도 싫다.

    내가 원하는, 필요로 하는, 갖고자 하는 것을 그 어느 것 하나도 채워주지 못 한다. 내가 원하는 걸 보여주지 않는 정당을 왜 지지해야 하나?

    아니, 오히려 민주노동당의 이미지는 내 욕망과 대치되며 나를 배반한다. 내 미래를 보여주지 못한다. 우리 또래가 원하는 걸 어떻게 채워 줄 수 있는지 보여줘야 한다.

    또 지금 시대가 ‘내 몸 하나도 먹고 살기 힘든 시대’이기에 사람들이 점점 개인화되는 경향이 강한데, 민주노동당이 대변하는 소외 계층에 관심을 가질 마음의 여유가 없다.

    아직 내가 미혼이어서 애도 없고 생활 전선에 덜 노출돼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어 정치가 나에게 뭔가를 해 줄 거라 기대하지 않는 측면도 있다.  다만,  난 경제적으로나 정신적으로 풍요로운 삶을 원하는데, 민주노동당은 그러한 미래를 전혀 보여주지 못한다.

    민주노동당은 내가 원하는 미래를 보여주지 못한다

    -민주노동당이 대중 정당으로서 집권이 가능하다고 보나?

    정치 문화가 유럽의 선진국처럼 달라지기 전에는 힘들지 않을까.

    -이번 대선의 투표 기준은?

    당이 아니라 인물을 보고 뽑는다. 그 기준은 경제 능력이 7, 도덕성이 3이다. 세상에 흠없는 사람은 없다.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인기가 많은 것은 경제를 잘 살려 줄 것만 같은 이미지 때문이다. 주변에서도 대부분 한나라당 얘기를 많이 하고 있으며, 많은 사람들이 대세라고 판단한다.

    -민주노동당이 대중 정당이 되기 위한 조언을 남긴다면?

    아직 우리나라는 정당 정치 문화의 토양이 발전되지 않은 나라이다. 정당이 이념적으로 뚜렷한 색깔을 가지고 있지도 않을 뿐더러, 정치를 하는데 당이 무언가 정책을 내고 주도하지도 않는다고 본다. 역대 대통령들이나 정치인이 과연 당과 무엇을 어떻게 했나?

    하지만 민주노동당은 필요하다. 우선 대선보다도 다른 지역 선거 등의 작은 영역에서 성공적인 모델을 만들어 내야 한다. ‘민주노동당이 정치를 한 지역은 이렇게 좋게 변했다’는 식의 성공 모델을 만들어 그것을 홍보해야 한다. 그렇게 차근차근 저변을 확대해 넓혀나가야 한다.

    또 글로벌 경쟁 시대가 되면서 점점 비정규 계약직이 늘어나 그에 따른 인권 침해 문제 등이 앞으로 많이 발생 할 텐데, 민주노동당이 그러한 분들에게 좋은 바람막이 역할을 해 줬으면 한다.

    필자소개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