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병 부동의 세계 1위, 뭐가 문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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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년 05월 08일 10:32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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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언론에서는 우리나라 당뇨병 사망률이 OECD 국가 중에서 당당히 1등을 차지했다는 보도를 잇따라 내보냈다. 당뇨병은 잘 알려진 것처럼 단 음식이나 기름기 많은 육류를 많이 먹는 식습관에서 기인하는 질병의 대표주자이다.

1등도 보통 1등이 아니라, 패스트푸드와 정크푸드의 천국으로 OECD 비만율 통계수치가 우리보다 10배가 더 높은 미국의 1.5배로 저 멀리 따돌린 수치이다. 1985년만 해도 여러 OECD 국가들의 중간 정도의 위치에 있던 우리나라가 1993년부터 당당히 1등으로 치고 올라와서는 부동의 1위 자리를 고수하고 있다.

당뇨병은 잘 알고 있듯이 모든 성인병의 출발점으로서 각종 합병증을 일으키는 무서운 질병이다. 그런데도 우리 사회는 아직도 우리가 먹고 있는 먹거리가 어디가 어떻게 잘못되어 있는지 잘 알지 못하고 있다.

   
 

이렇게 당뇨병 이야기를 꺼낸 것은, 그만큼 먹는 것이 우리의 건강 상태와 직결됨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에서는 통합적인 보건-먹거리 정책이 시행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토피나 비만 같이 우리에게 좀 더 잘 알려져 있는 먹거리 관련 질병들도 마찬가지이다. 이처럼 우리 주변의 먹거리들이 우리의 건강을 조금씩 갉아먹고 해치고 있는데도 말이다.

전세계의 선진국들은, 농업-식품-보건 정책의 통합적 시행을 통하여 국민들의 건강을 위해 먹는 음식부터 바꾸어 나가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과거의 농업생산성 증대와 규모화를 통한 식량증산 정책에서 벗어나 국민들에게 좀 더 건강한 먹거리를 제공하기 위한 친환경 유기농업 정책과 함께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는 것이 바로 우리가 먹는 먹거리의 이동거리를 줄이기 위한 로컬푸드(지역산 농산물 또는 지역 먹거리 local food) 전략이다.

즉 농산물의 생산자와 소비자 사이의 이동거리를 가능한 줄여나감으로써 국민들에게 좀 더 신선하고 영양많은 농산물을 공급하는 것이며, 또한 이동거리와 시간이 길어질수록 신선도가 급격히 떨어지는, 즉 로컬푸드가 가장 큰 이점을 가질 수 있는 신선 농산물(과일과 채소)의 소비량을 늘려나감으로써 자연스럽게 패스트푸드나 가공식품, 과도한 육류섭취로부터 국민들의 건강도 증진하는 것이다.

로컬푸드의 이점은 그것만이 아니다. 특정 지역 내에서 생산된 농산물과 가공식품을 지역 내의 소비자들이 소비할 수 있도록 유도함으로써(그것도 가능한 직거래를 통해 농민과 소비자 모두가 경제적으로 이득을 볼 수 있도록), 지역의 농민과 이를 바탕으로 가공하는 소가공업자들을 비롯한 식품경제 부문이 활력을 유지할 수 있게 된다.

대형마트에서 구입하는 농산물에 지불하는 돈은 지역 바깥으로 새나가버리고, 대기업이 제조한 가공식품(대부분이 수입산 원료를 사용할 것이다)을 구입하는 돈 역시 중앙이나 국외로 빠져나가 버린다. 이와 비교했을 때, 지역 내에서 농산물을 생산하고 그것을 가공하여 지역 내의 소비자가 이를 소비한다고 가정해 보라.

그 돈이 고스란히 지역 내에 남아서 다시 상승작용을 일으키게 될 것이다. 말 그대로 먹거리를 매개로 하여 그것을 먹는 소비자의 건강 뿐만 아니라 그것을 생산하는 생산자와 지역의 경제 모두가 활력을 보일 수 있게 된다.

   
 

그냥 좋으라고 하는 말이 결코 아니다. 미국이나 영국에서 이미 수치로 증명해주고 있는 사실이다. 영국의 한 기관에서 조사한 바에 따르면, 대기업의 수퍼마켓에서 먹거리 구입에 쓰는 돈 10파운드는 지역 내에서 14파운드 어치의 경제효과(승수효과 1.4)를 창출해 내지만, 농민장터 같은 곳에서 로컬푸드 구입에 쓰는 돈 10파운드는 지역 내에서 25파운드 어치의 경제효과(승수효과 2.5)를 창출해 낸다는 것이다.

미국에서도 비슷한 연구결과가 나와 있는 것이 있다. 로컬푸드의 소비를 증진하면 지역 내에서 이를 바탕으로 소규모 사업체들이 30% 가량 증대하고, 그에 따라 지역 내 고용효과도 일으킬 수 있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실정은 어떠한가? 농림부에서는 말로는 농산물 유통개혁을 소리 높여 외쳐왔지만, 여전히 우리의 농산물 유통구조는 농민과 소비자 모두를 피해자로 만들고 중간에 끼어 있는 자본만 살찌우는 구조가 되어 있다.

심지어는 필자가 살고 있는 대구의 동네 시장에서 사는 인근 지역산 농산물조차도 그 대부분이 서울 가락동 도매시장을 한번 올라갔다가 다시 내려오는 웃지 못할 구조이다.

이처럼 중간 유통단계가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농민과 소비자 모두 경제적으로도 손해고, 이동거리가 길어지고 판매시간도 길어지니까 농산물의 신선도도 급격히 떨어질 뿐 아니라, 요즘 말들이 많은 지구온난화를 일으키는 화석연료 배출을 더 많이 하는 장거리 운송단계를 거쳐야만 한다.

각국의 경험

가장 대표적인 로컬푸드-지역경제-국민건강 정책 프로그램이 바로 미국 농무부(USDA)에서 1970년대 중반부터 시행하고 있는 ‘노인 및 여성 유아 영양보조-농민장터 쿠폰 프로그램'(WIC & Senior Farmers’ Market Nutrition Program)이다.

‘농민장터’는 농민이 직접 매주 1번 나와서 자신이 생산한 농산물이나 가공품을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장터로 미국 전역에서 최근 급속하게 그 수가 증가하고 있다. 미 농무부는 저소득층 노인이나 임산부, 유아 및 어린이에게 일정 기간 동안 먹거리를 사는데 사용할 수 있는 쿠폰을 배부하는데, 이 쿠폰은 농민장터에서만 사용할 수 있다.

따라서 이들은 농민장터에서 신선한 과일과 채소 등을 사먹을 수 있게 되어 영양 부족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되고, 지역 농민들로서는 농무부의 예산이 고스란히 자신들의 호주머니에 들어오게 되는 것이다. 이 정책은 미국에서도 비용 대비 효과가 가장 높은 정책으로 손꼽히고 있다.

미국에서는 1980년대부터 민간 차원에서 지역사회 수준에서 모든 주민들이 지역에서 생산되는 질좋은 먹거리를 보장받아야 한다는 지역사회 먹거리 보장(community food security) 개념을 중심으로 운동을 진행해 나갔고, 90년대 후반부터 미국 정부도 이를 정책적으로 수용해 나가면서 민간에서의 로컬푸드 증진활동들을 재정적으로 적극 지원해 주고 있다.

농산물 수출국인 미국 역시 소농들의 몰락과 농촌 지역사회 및 경제의 공동화 문제가 갈수록 심각해지던 상황에서 자연스럽게 로컬푸드 증진정책으로 연결된 것이다. 미국의 학교급식(farm to school 또는 farm to college) 정책 역시 마찬가지 맥락에 있다.

   
 

‘로컬푸드’가 발현될 수 있는 영역에는 다음과 같은 세 영역이 있다고 본다.

   
 

그 중에서도 영국에서는 ‘로컬푸드’가 시장 속에서 어느 정도 규모를 갖고 자리를 잡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정부 및 공공기관의 먹거리 구매관행을 바꾸기로 하고 각종 정책을 펴나가고 있다.

즉 기존의 최저가 식품 입찰이 갖고 있는 문제점들을 지적하면서, 양질의 먹거리를 대중들에게 제공하기 위해서는 EU 규정에서 금지하고 있는 원산지 차별을 피하면서 로컬푸드를 장려할 수 있도록 좀 더 영리한(smarter) 먹거리 공공조달정책이 필요함을 역설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학교 급식, 병원 급식, 교도소 급식, 군대 급식이다.

무엇보다도 먹거리는 공산품과는 달리 질적인 측면에서 엄청난 다양성을 갖는다. 그에 따라 먹거리 구매조달계약에 있어서 다음과 같이 지역 농민들만이 공급가능한 품질 단서조항을 두게 되면, 로컬푸드를 명시하지 않아도 수입산 농산물보다 지역 농민들이 생산하는 로컬푸드를 우대하는 동일한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자면 이런 것이다.

– 신선한 제철 먹거리를 공급할 것(저장 기한과 운송 거리의 최소화 단서)
– 법률에 명시되어 있는 친환경 먹거리(유기농을 포함한)를 공급할 것
– 유전자조작되지 않은 먹거리를 공급할 것
– 먹거리 뿐만 아니라 그와 연관된 교육 및 농장체험 방문활동까지 공급할 것
– 회수 가능한 포장재를 사용하여 먹거리를 공급하며, 사용 후에 다시 회수해 갈 것

일본에서는 지역에서 생산된 농산물을 지역에서 소비하고자 하는 지산지소(地産地消) 운동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최근에는 중앙정부까지도 본격적으로 이를 확대해 나가는데 앞장서고 있다. 농림수산성은 <식료, 농업, 농촌기본계획>(2005년 3월)에 의거하여, 식료자급률의 향상을 위해서라도 지산지소의 전국적인 전개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국민들을 상대로 한 의식조사 결과를 보더라도, 일상생활에서의 식자재 구입과 식사 등에서 지산지소를 의식하고 있는 농업자 및 소비자의 비율이 각각 90%에 이를 정도로 성공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일본의 지산지소운동은 크게 학교급식, 산지직매소, 가공사업이라는 세 가지 차원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학교급식의 경우, 2004년 3월에 책정된 「식육추진기본계획」에서 도도부현(都道府縣)단위의 학교급식에 지역산 농산물 사용비율을 2010년까지 전국 평균 30% 이상으로 한다는 목표가 세워져있다.

특히, 최근 일본에서 강조되고 있는 먹거리교육(食育)과 관련해서 학교급식은 생산자 농민과 미래의 소비주체인 학생 간의 신뢰관계의 구축에 이바지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먹거리에 관한 국민의 이해와 관심의 증진 등으로 연결되는 중요한 고리가 되고 있다.

산지나 도시에 설치되어 있는 지역 농산물 직판장(주로 지역농협이 관리한다)에서는 농민장터와 상설매장의 중간 형태로서 지역 농민들이 직접 생산물을 자기 책임 하에 출하하여 판매하고 있다. 농산물마다 붙어있는 바코드에 생산자 이름이 찍혀져 있어서 소비자는 생산자를 고를 수도 있고 생산자는 소비자들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농산물 가공사업체에서 지역산 농산물을 사용하는 비율은 공장의 연간 원료구입액의 79.5%에 이를 정도로 일본에서도 지역산 농산물은 이미 보편화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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