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르코지 당선 우려한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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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년 05월 08일 09:18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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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일자 아침신문들의 주요 이슈는 노무현 대통령과 김근태·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의 갈등,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의 당선, ‘거물 조폭’의 김승연 회장 보복 폭행사건 개입 등으로 요약된다. 다음은 8일자 신문의 1면 머리 제목들이다.

    경향신문 <“탈당은 구태정치” “노가 잔꾀정치”>
    국민일보 <“서로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동아일보 <“더 일해 더 벌자”>
    서울신문 <청·친노-비노 결별 수순>
    세계일보 <“정·김 정치 그만둬라” “말 가려서 해야” 반박>
    조선일보 <프랑스는 ‘성장과 친미’ 선택했다>
    중앙일보 <해방 후 첫 쌀 수출 발목 잡는 농림부>
    한겨레 <노 대통령 “당 깨려 공작” 정동영·김근태 원색 비난>
    한국일보 <첫 전후 세대·이민2세 ‘엘리제 주인’>

    사르코지 당선에서 성장을 기대하다

    프랑스 집권 우파 대중운동연합의 니콜라 사르코지(50) 후보가 6일 대선 결선투표에서 좌파 사회당의 세골렌 루아얄(53) 후보를 누르고 당선됐다. 이민2세 대통령, 83.9%라는 높은 투표율, 성장 혹은 시장주의 선택으로 압축되는 프랑스 대선 결과는 8일자 1면 머리와 사설의 주제로 채택됐다. 1면의 대략적 흐름도 이와 같이 한다. 

    한겨레를 제외한 신문들은 사르코지의 미국식 시장경제 정책과 경제성장에 초점을 맞췄다. 동아일보의 <“더 일해 더 벌자”>, 중앙일보 <‘성장을 통한 강한 프랑스’ 선택>(1면), 세계일보의 <불, 분배보다 성장 택했다> 등의 기사는 이런 기류를 반영한다.

    조선일보의 1면 제목 <프랑스는 ‘성장과 친미’ 선택했다>는 여기에서 한 발 더 나아간다. ‘21세기 프랑스 우파혁명’이라고 면 문패를 달며, 사르코지를 나폴레옹에 비교한 조선일보는 다른 신문과 달리 1면 머리 기사에서 “출구 조사 결과가 발표된 직후인 밤 8시5분 세계 정상들 중에 가장 먼저 사르코지에게 축화 전화를 건 사람은 바로 미국의 조지 W 부시 대통령이었다”는 것을 강조했다.

       
      ▲ 한겨레 5월8일자 1면(왼쪽),조선일보 5월8일자 1면  
     

    이에 대해 중앙일보는 “부시 대통령의 이 같은 요란한 축하는 그가 처한 국내외적인 어려움 때문”이라며 “최근 지지율이 가파르게 떨어지는 데다 그동안 호흡을 함께 해온 영국의 블레어 총리가 사임을 앞두고 있어 외로운 처지에 몰려있고, 이때 친미적인 사르코지가 당선된 것은 가뭄에 단비 격”이라고 해석했다.

    ‘이민2세’사르코지 캐릭터 강조도 줄이어

    한국일보는 <첫 전후 세대·이민2세 ‘엘리제 주인’>라는 1면 머리기사에서 “프랑스인의 피가 한 방울도 섞이지 않은 이방인” “이름조차 이국적 냄새가 강한” 등의 표현을 써 이민2세인 사르코지의 캐릭터를 강조했다. 서울신문도 <이민2세 전후세대 엘리제궁 주인되다>(1면)기사에서 이민2세, 부모의 이혼과 경제적 어려움, 170cm가 안되는 작은 키, 엘리트의 산실인 ‘그랑제콜’을 졸업하지 않은 프랑스 정계의 비주류 등의 표현으로 사르코지를 설명하는 데 많은 부분을 할애했다. 경향신문도 <사르코지가 웃었다>(1면)기사에서 ‘헝가리 이민 2세’라는 점을 강조했고, 경향신문은 <사르코지-이명박 닮은 꼴?>(4면)이라는 기사를 싣기도 했다. 이들 신문은 사르코지의 성장중심의 정책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했다.

    한겨레만 사르코지 당선 우려

    이날 한겨레는 1면에서 <신자유주의에 꺽인 ‘프랑스적 가치’>라는 기사에서 사르코지의 대통령 당선에 대해 강한 우려를 드러냈다. 성장을 강조했던 동아일보 등이 일부 기사에서 “사회분야에서는 ‘통합’보다는 ‘분열’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특히 반이민자 정책과 강경한 범죄 대책 때문에 이민자들을 중심으로 한 빈곤층 지역에선 그에 대한 반발이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우려한 것보다 훨씬 강한 수준의 우려다.

    홍세화 기획위원이 작성한 이 기사에서 한겨레는 “상층의 이익을 대변하는 정책을 펼칠 것” “미국 주도의 정책에 체계적으로 줄 서는 유럽 우파의 보편적 경향을 따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겨레는 “사르코지의 성공에는 프랑스 제1텔레비전(TF1) 등 방송과, 언론 출판 매체의 90%를 쥐고 있는 라가르데르 등 미디어 재벌의 영향을 빼놓을 수 없다. 그들은 지난 수년간 사르코지를 의지와 행동의 인물, 능력 있는 행정가로 그리는 데 앞장섰고, 성공했다”며 “미디어 재벌이 직접 정치인으로 나서지 않은 차이는 미디어가 자기 속내를 감춘 채 펼칠 때 더 효과적이라는 또 하나의 차이와 만난다”고 분석했다.

    한겨레는 “국가 정체성 문제는 이번 선거에서 가장 중요한 이슈 중의 하나였다. ‘이민과 국가정체성’부를 신설하겠다는 사르코지는 외국인들에 의해 국가 정체성이 위협받는다며 그 자신이 재작년 방리외 사태 때 ‘쓰레기’라고 불렀던 제3세계 출신 이민자들을 겨냥했다”며 “지금까지 프랑스에서 신자유주의 자본주의에 맞서게 한 마지막 보루이며 정체성의 중요한 기둥인 공화주의 전통은 미국식의 사회적·인종적 게토화의 위험과 함께 시험대에 서게 됐다”며 우려했다. 

    한겨레는 <‘미국 따라하기’ 신보수 깃발…반대파 융합에 성패>(3면)에서 이민2세에 대해서도 다른 해석을 내렸다. 한겨레는 “동유럽 출신의 이민2세인 유대계가 서유럽 주요 국가의 정상에 오른 것은 유럽 역사에서 획을 그을 일”이라며 “소수자와 비주류의 상징인 유대인과 이민자에서 사르코지의 정치적 정체성을 찾을 수는 없다. 주류보다 더 주류적 가치에 충실한 야심만만한 비주류의 전형이 사르코지”라고 소개했다.

    하지만 한겨레는 사설 <‘변화’의 중요성 보여준 프랑스 대선>에서는 사회당의 실책을 지적하기도 했다. 한겨레는 “사회당이 이번 선거까지 세 차례나 잇따라 대선에서 패배한 것은 변화를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했을 뿐 아니라 자신의 정체성조차 지켜내지 못한 탓이다. 이번 선거에서 사회당은 전통적인 좌파 지지층에게 더 다가갈 것인지, 아니면 중도노선 쪽으로 더 갈 것인지를 놓고 분열상을 보였다. 루아얄은 물론 사회당도 변화를 필요로 하는 프랑스 사회에 새로운 좌파적 국가발전 전략과 비전을 제시하지 못했다. 한 사회당 간부는 선거 뒤 ‘좌파가 스스로 쇄신했다면 이 지경까진 약해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며 “한국 사회에서도 울림이 될 수 있는 말”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한국일보는 사설 <새 희망을 일궈 가는 ‘사르코지 프랑스’>에서 “국민의 높은 투표율에서 민주주의의 모범을 보인 것”이라고 평가했고, 서울신문도 사설 <국민참여 열기 돋보인 프랑스 대선>에서 높은 투표율에 주목했다. 경향신문은 사설 <사르코지가 펼치는 ‘우파개혁’의 앞날>에서 지난 수십년 간 불편했던 미국과의 관계 회복 여부에 관심을 두었다.

    조선 “노무현 대통령 발언 생각해 볼 만”

    노무현 대통령과 김근태·정동영 열린우리당 전 의장들과의 설전과 관련해 조선일보의 사설이 눈에 띈다. 이를 다룬 여타 신문들이 <‘대통령 노무현’을 우선해야 한다>(서울신문) 등의 제목처럼 노 대통령을 비판했지만, 평소 노 대통령을 강하게 비판해온 조선일보는 노 대통령의 ‘지역주의 경계 발언’에 대해 생각해볼 만 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조선일보는 사설 <모두가 지역주의에 백기 들고 항복하는 선거판>에서 노무현 대통령을 비판하면서도 “그러나 노 대통령이 한 말 중엔 한번 생각해볼 만한 부분이 있다. 대통령은 열린우리당 탈당파들을 향해 ‘지역을 가르고 야합하던 구태정치의 고질병이 다시 도졌다’ ‘열린우리당을 통째로 이끌고 지역주의 정치에 투항하자는 것이 아니냐’고 물었다”며 노 대통령의 발언 일부를 소개했다.

       
      ▲ 조선일보 5월8일자 사설  
     

    조선일보는 “이번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에 다시 지역주의 바람이 불고 있는 것은 누군가 경종을 울려야 할 문제”라고 전제한 후, “범여권으로 불리는 사람들이 하자는 것은 한마디로 지역표를 다시 한 번 모아 보자는 것 외에 아무것도 아니다” “한나라당은 한나라당대로 영남 텃밭을 단단히 지키고 여기에 어느 지역이든 ‘플러스 알파’로 끌어오기만 하면 이길 수 있다는 작전”이라고 비판했다.

    노 대통령의 발언을 분석한 중앙일보도 이날 다른 보도와 차이를 보인다. 중앙일보는 <마침내 드러난 노 대통령의 대선 전략 속내 승리 키워드는 ‘적의 분열’>(3면)에서 청와대 핵심인사의 발언을 묶어 노 대통령이 △1997년 김대중 후보의 당선을 호남과 충청 연합의 측면보다 이인제 후보의 탈당과 출마로 한나라당 표가 쪼개졌기 때문으로 보고 있고 △2002년 노무현 후보의 당선 또한 정몽준 후보를 노 후보쪽으로 끌어올 수 있었던 것과 이것이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에게 분열효과로 작용했던 것에 기인한다고 보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앙일보는 “한나라당이 또 다시 분열될 수 있고, 얼마든지 맞춤형 후보를 통해 지난 두 번과 같이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다는 확신을 대통령은 갖고 있다”는 이강철 대통령 정무특보의 발언을 덧붙이기도 했다.

    한화, 김승연 회장 보복폭행 다룬 ‘추적 60분’에 방송금지 가처분 신청

    경찰은 7일 과거 국내 3대 폭력조직 중 하나인 ‘서방파’의 간부급 조직원 오모씨가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보복폭행 사건에 개입했다고 발표했다. 오씨는 지난달 27일 캐나다로 출국한 상태다. 대다수 신문들이 <김승연 보복폭행 ‘조폭개입’ 확인>(한겨레 1면) 등의 기사로 이를 주요하게 처리했다.

    한화 쪽은 9일 김 회장의 보복폭행을 다룰 예정인 KBS <추적 60분>에 대한 방송금지 가처분신청을 서울 남부지방법원에 제출했다. 또한 불구속 입건된 한화그룹 경호실장 진모씨는 6일 보복폭행 사건을 처음 조사한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 오모 경위를 명예훼손, 공무상 비밀누설, 피의사실 공표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소했다(한겨레 인용).

    이에 대해 한겨레는 <꼼수는 ‘회장님의 방침’?>이라는 기사에서 “수사 주체(남대문경찰서)를 건드리는 것을 피하면서 검찰이 밝힌 ‘피의사실 공표 논란’ 카드에 편승해 경찰과 언론을 견제하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라고 지적했다.

    조중동, KBS 수신료 인상 추진 비판

    KBS가 수신료 인상을 추진하자, 조선일보는 뉴라이트전국연합의 ‘KBS정상화 운동본부’와 유재천 한림대 교수 등의 의견을 묶어 <“개혁없이 KBS수신료 인상 웬 말 부실경영 국민에 전가하는 기만책”>(14면)이란 기사를 실었고, 중앙일보도 <KBS 또 수신료 인상 추진 시민단체 “납부 거부운동”>(14면)에서 KBS 수신료 인상을 간접적으로 비판했다.

    동아일보도 <월2500원→1만5000원까지 KBS수신료 인상 다시 추진>(9면)에서 “‘디지털방송 활성화 위원회’가 최근 KBS수신료 현실화와 방송광고제도의 변화를 지원하는 방안을 ‘디지털방송특별법안’에 포함해 논란이 예상된다”고 보도했다. 반면 한국일보는 일부 반대 움직임을 덧붙이면서 <KBS 수신료 인상 움직임 본격화>(2면)라는 제목으로 이를 다뤘다. / 이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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