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선원 이주노동자 대한
    최저임금 '차별'이 합리적?
    “법원, 인종차별 판결을 해도 되나”
        2023년 12월 01일 05:55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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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원 이주노동자에게 최저임금에 미달하는 임금을 지급하는 것에 대해 합리적 이유가 있다고 한 최근 법원 판결과 관련해, 이주·노동단체들은 “(이주 노동자에 대한) 숱한 인권·노동권 침해에 더해, 법원은 법정 근로조건인 최저임금에 대한 차별마저 정당하다고 한 것”이라고 규탄했다.

    선원이주노동자인권네트워크, 외국인이주노동운동협의회, 이주노동자노동조합, 이주노동자평등연대 등은 1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법을 지키는 최후 보루인 법원이 국적을 이유로 법정근로조건, 즉 법을 적용하지 않아도 된다는 판결을 내놓았다”며 “법과 원칙을 지키는 대법원 판결을 촉구한다”고 이같이 밝혔다.

    사진=이주노동자평등연대

    서울고등법원 제10행정부는 지난 10월 20일 최저임금에 미달하는 산재보상급여의 취소를 구하는 청구를 기각하면서 외국인 선원은 내국인 선원과 다르게 처우할 합리적 이유가 있다며, 최저임금에 미달하는 급여는 헌법상 평등원칙을 위반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판단을 했다.

    이 단체들에 따르면, 소송을 제기한 베트남 국적의 N씨는 5~6일 정도 조업 후 육지에서 어획물을 판매하는 일을 했다. N씨는 조업 나갈 때 하루 6시간 정도의 수면시간을 제외하고 거의 쉬는 시간 없이 일했다. 그더나 지난 2020년 5월 N씨는 고기잡이 그물의 쇠줄을 감는 작업을 하던 중 쇠줄에 손이 감겨 우측 견갑골 골절, 우측 엄지 절단 등의 부상을 입었다.

    N씨는 어선원재해보상보험을 운영하는 수산업협동조합중앙회를 상대로 산재보상급여를 청구했는데 수협은 월 186만2240원을 승선평균임금으로 적용해 급여를 산정했다. 2020년도 선원 최저임금 고시에 따르면, 선원 최저임금은 월 221만5960원, 어선원의 재해보상 시 적용되는 승선평균임금 최저액은 월 458만3140원이다. 현행법에 따른 어서원 재해보상 승선평균임금 최저액의 절반도 안 되는 급여가 산정된 것이다.

    이에 N씨는 재해보상급여가 잘못 산정됐다며 그 취소를 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서울행정법원은 N씨의 손을 들어주었으나, 서울고등법원은 N씨의 청구를 기각하면서 외국인 선원은 최저임금을 지급하지 않을 합리적 이유가 있다고 판단했다. 서울고법은 표준계약서를 근거로 사용자가 이주노동자의 숙식과 송환비용을 부담해야 하기 때문에 임금 산정 시 해당 비용 부담을 고려야 한다고 봤다.

    이 단체들은 “선원 최저임금 고시는 숙식비를 최저임금에 산입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고, 국제노동기구의 지침에 따르면 이주노동자 구인에 소요되는 비용과 여행경비를 포함한 관련 비용은 노동자가 아닌 사용자가 부담해야 한다”며 “즉 숙식비는 관련 법령상 최저임금에 산입해서는 안 되고, 송환비용은 사용자가 마땅히 부담해야 하는 것임에도 서울고등법원은 이를 이유로 최저임금조차 적용하지 않겠다고 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법을 적용하지 않겠다고 하는 것은 스스로 법을 저버리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고 덧붙였다.

    이주노동자에 대한 최저임금 차별이 합리적이라고 본 법원의 판단이 국내 노동시장에 큰 파장을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이들은 “고용 및 근로조건에서의 차별은 차별을 받는 집단을 경제적으로 불리한 여건에 놓이게 하여 사회통합을 저해하는 원인이 될 뿐만 아니라, 같은 노동시장에 속하거나 진입하려고 하는 다른 노동자들의 협상력, 경쟁력과 근로조건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며 “선원법 제5조에 의해 준용되는 근로기준법 제6조가 성, 국적, 신앙과 사회적 신분을 이유로 한 차별적 처우를 금지하는 근본적 이유”라고 강조했다.

    우다야 라이 이주노조 위원장은 “이주노동자 권리 제한하는 것도 모자라, 이제는 임금도 (법정 최저임금보다) 적게 받아도 된다고 하는 판결까지 하는 것이냐”며 “법원이 이런 인종차별적인 판결해도 되느냐”고 반발했다.

    그는 “대법원에서만큼은 이주노동자의 임금 제대로 동동하게 받을수 있도록 판결을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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