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동영-김근태, 구태정치 고질병"
        2007년 05월 07일 05:23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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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무현 대통령이 또 청와대 홈페이지에 글을 올렸다. 이 글에서 노 대통령은 "구태정치의 고질병이 다시 도졌다"며 열린우리당 해체를 주장하는 정동영, 김근태 두 전직 당의장을 직설어법으로 난타했다.

    또 열린우리당 해체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로써 지난해 5.31 지방선거 이후 본격화된 친노와 반노의 대립이 파국적 종결을 향해 치닫는 양상이다.

    "정치인 노무현의 좌절, 역사적 대의의 표류"

    노 대통령은 ‘대통령 노무현’과 ‘정치인 노무현’을 구분한 후, ‘대통령 노무현’은 "이제 한 고비를 넘기는 것 같"은데 "정치인 노무현이 좌절에 빠지고 있다"고 했다. "열린우리당이 표류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노 대통령은 "지역주의 극복과 국민통합, 이것이 ‘정치인 노무현’의 간절한 소망이었다"고 했다. 그는 "이 소망은 2003년 11월, 열린우리당의 창당으로 나타났다"면서, 그러나 "지금 열린우리당이 다시 표류하고 있으니 정치인 노무현의 꿈이 다시 표류하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노 대통령은 "열린우리당의 창당은 역사의 대의에 기초한 결단이었고, 우리 정치의 새로운 희망이었다"고 했고, 이런 맥락에서 열린우리당의 해체 위기로 "역사의 대의가 표류하고 있다"고 했다.

       
      ▲ 사진=청와대 홈페이지
     

    "당 깨려고 공작하지 말고 그냥 나가라"

    열린우리당의 개인적, 역사적 의미를 다소 장황하다 싶게 강조한 노 대통령은 열린우리당의 해체를 주장하고 있는 정동영, 김근태 두 전직 당의장을 향해 직격탄을 쐈다.

    노 대통령은 "남아 있는 대선 주자 한사람은 당을 해산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또 한 사람은 당의 경선참여를 포기하겠다는 말을 하고 다닌다"면서 "당신들이 말하는 통합신당은 지역당이 아니고 국민통합당이 맞느냐"고 반문했다.

    또 "당신들이 하는 대로 하면 과연 통합신당이 되기는 하는 것이냐. 그렇게 하면 대선에서 이길 수 있는 것이냐. 열린우리당 창당 정신에 맞는 일이냐"고 물었다. 이어 "(열린우리당 창당 선언문에는) 한 페이지 정도의 내용에 지역주의를 타파하고 국민통합의 정치를 하겠다는 말이 다섯 번씩이나 나온다"며 "당신들이 이 선언문을 낭독한 사람들이 맞느냐. 그렇게 하는 것이 도리에 맞는 정치냐"고 몰아세웠다.

    노 대통령은 열린우리당 해체론을 ‘구태정치’로 규정했다. 그는 "대통령이 되고 국회의원이 되기 위하여 당을 깨고 만들고, 지역을 가르고, 야합하고, 국회의 다수당이 되기 위하여 정계개편을 하고, 보따리를 싸들고 이당 저당을 옮겨 다니던 구태정치의 고질병, 당신들이 열린우리당을 창당하면서 엄숙한 표정으로 국민들에게 청산을 약속했던 그 구태정치의 고질병이 다시 도진 것으로 보인다"고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또 "가망이 없을 것 같아서 노력할 가치도 없다 싶으면 그냥 당을 나가면 될 일"이라며 "왜 굳이 당을 깨려고 하느냐"고 했다. "당을 깨지 않고 남겨 두고 나가면 혹시라도 당이 살아서 당신들이 가는 길에 걸림돌이 될 것 같아서 두려운 것이냐"며 "당을 깨려고 공작하는 것은 떳떳한 일이 아니다"고 했다.

    "당을 먼저 해산하고 통합할 수는 없는 것"

    노 대통령은 "정치는 가치를 추구하는 행위"라면서 "가치와 노선에 따라 당을 같이 하는 것이고, 각 당은 그 가치와 노선에 맞는 후보를 내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설사 가치와 노선이 맞아서 통합신당을 하더라도 당을 가지고 통합을 하는 것이지 당을 먼저 해산하고 통합을 할 수는 없는 것"이라며 "동서고금에 그런 통합을 본 일이 없다"고 당 해체론자를 비난했다.

    그런데도 "굳이 당을 해체하자는 것은 희생양 하나 십자가에 못 박아 놓고 ‘나는 모른다. 우리와는 관계없다’고 알리바이를 만들어 보자는 것 아니냐"면서 "정말 당을 해체해야 할 정도로 잘못했다고 생각한다면 깨끗하게 정치를 그만두는 게 국민에 대한 도리"라고 했다.

    노 대통령은 "통합을 하더라도 열린우리당의 창당정신과 역사를 지키면서 해야 한다"고 했다. ‘내년 총선을 위해 영남신당을 만들려고 한다’는 의혹에 대해선 "정치인 노무현이 살아온 정치 인생 전체를 송두리째 부정하는 모함"이라고 일축했다.

    노 대통령은 "호남-충청이 연합하면 이길 수 있다는 지역주의 연합론은 환상"이라며 "(지역정치는) 현실의 승부에서도, 역사에서도 승리할 수 없는 길"이라고 했다.

    자신감 있는 어조로 ‘정치적 좌절’을 웅변한 노 대통령

    노 대통령은 이 글에서 열린우리당의 의미와 자신의 ‘정치적 좌절’을 웅변조로 여러차례 강조했다. "지금처럼 절박한 때가 없었다"거나 "정치인 노무현의 정치인생에서 가장 심각한 좌절이자 절망"이란 표현이 동원됐다. 또 열린우리당의 해체는 "우리 정치에서 국민통합과 정치개혁의 맥이 좌절되는 것을 의미한다"고 했다.

    이는 열린우리당의 진로에 개입하기 위한 명분을 밝히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노 대통령은 "비록 당적을 정리했지만, 우리 정치에서 통합주의의 맥이 끊기고 지난 20년 정치인생 내내 쌓아온 소중한 가치가 무너지는 것을 보면서 침묵할 수는 없다"고 했다.

    노 대통령은 ‘정치인 노무현’의 ‘좌절’을 말했지만 글 전체적으로 ‘대통령 노무현’의 지지율 상승에 따른 자신감이 강하게 느껴진다. 노 대통령은 "대통령 노무현은 이제 한 고비를 넘은 것 같다"고 했고, 한미FTA 추진과 관련해 "아직 끝난 것은 아니지만, 그런 식의 복잡한 분석과 수읽기에 의존하는 정치를 하지 않은 것이 옳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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