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적 성장 이면에 통합력 저하 우려도
        2007년 05월 03일 04:42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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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주노동당(대표 문성현)이 창당 7년만인 지난 1월에 후원당원을 포함 당원수가 10만을 돌파했으며 지난 달 24일에는 당원번호 10만번 당원이 탄생됐다. 민주노동당은 이를 기념하기 위해 3일 오전 11시 중앙당에서 당원번호가 10만 번인 백진국 당원 입당 환영 행사를 열었다. 

       
      ▲ 당원번호 10만번으로 가입한 백진국 당원에게 당원뱃지를 달아주는 문성현 대표. ⓒ 진보정치 이치열 기자
     

    백 당원은 이 자리에서 “민주노동당이 있기에 노동자들의 권익이 지켜질 수 있는 것”이라며 “앞으로 민주노동당을 위해 일할 각오가 되어 있다”고 소감을 밝혔다. 백진국 당원은 전북 군산의 대우 상용차지회 조합원으로 지난 4월 24일 입당해서 당원번호 10만번이 된 것.

    김선동 민주노동당 사무총장은 10만 당원을 달성한 데에 “한나라당, 열린우리당이 시도했다가 실패한 걸 민주노동당은 실현”했다며 “정당사에서 획기적인 일”이라고 평가했다.

    정영태 인하대 교수(정치외교학과)는 이에 대해 “정당 중에서는 당비를 내는 당원을 가장 많이 보유하게 되었고 민주노동당은 애초의 목표를 이루었다”고 평가했다.

    민주노동당의 당원수는 창당 이후 지속적으로 증가했다. 당원수는 2002년 대선과 2004년 총선을 계기로 급속하게 늘었으나 지난 해 북핵사태와 일심회 사건 등으로 당원이 줄어들었다. 최근에는 당원 증가율이 감소하고 있어 좋지 않은 신호가 감지되고 있는 상황이다.

       
     
     

    민주노동당은 2000년 1월 창당당시 11,460명의 당원으로 출발해 2004년 초에 당원수 5만을 넘었다. 올해 1월에 당원수 10만을 넘었으며 5월 2일 현재 당원수는 101,914명이다.

    당원수 증가의 첫 번째 분수령은 2001년 재창당 사업이다. 2001년 3/4분기에 1,506명이 증가했고 4/4분기에는 3,616명이 증가했다. 재창당 사업으로 민주노동당 창당에 적극적이지 않았던 민주주의민족통일전국연합이 민주노동당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기로 결정하여 조직적으로 가입을 했다. 이 사업 이후로 당원 증가수는 1,500명 수준을 유지했다.

    두 번째 분수령은 2002년 대선이다. 2002년 대선 전후의 당원증가 추이를 비교해 보면 대선 전에는 월 500명 안팎이었던 증가세가 대선 후에는 두 배가 넘는 월 1,000여 명으로 늘었다.

    세 번째는 2004년 총선이다. 총선 전후인 2004년 전반기에만 비약적으로 2만 명 가깝게 당원이 늘었다. 민주노동당은 총선에서 8.13%의 정당지지율을 얻어 10명이 의회에 진출할 만큼 새로운 정치세력으로 기대를 모았던 시기이다.

    이 시기는 당에 대한 대중적 기대감이 분출되었을 뿐만 아니라 농민들의 민주노동당 참여가 조직적으로 이루어졌던 시기이기도 하다. 전국농민회와 전국여성농민회는 2004년 총선을 앞두고 2004년 1/4분기에 집중적으로 입당했다.

    2004년 총선 효과는 그리 오래 가지 못했다. 그 해 3/4분기 당원증가수부터는 대선과 총선 사이의 증가수를 조금 웃도는 수준으로 2년 간 지속되었다.

    2006년 3/4분기에는 오히려 당원수가 줄었는데 북핵문제와 일심회 사건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같은 해 4/4분기에 당원증가수가 7,000명 이상으로 급격히 뛴 이유는 연말 세액공제 사업을 하면서 후원당원으로 등록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연말 세액공제 사업으로 후원당원으로 등록되었다가 다음 해인 올 초에 당원 탈퇴를 하는 경우가 있어 2007년 1/4분기 당원증가수가 1,160명으로 떨어졌다.

    그러나 올해 3,4월 당원증가수가 1,218명에 앞으로의 당원증가 전망은 그리 밝지 않아 보인다.

    정영태 교수는 총선 당시 당원수 5만이 현재 10만으로 꾸준히 증가하는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하자면 민주노동당이 잘하고 있거나 기대를 받고 있다는 뜻”이라 했지만 현실은 그렇지만은 않은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현재 당원증가수가 지난 2년 간 서서히 떨어지고 있으며 올 2/4분기에는 2002년 대선 이전 수준으로 떨어질 가능성도 엿보이고 있다. 

    강병익 진보정치연구소 상임연구위원은 이에 대해 "민주노동당이 내부동력을 총선 이후에 계속 소진"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강 위원은 “이제까지의 당원 가입은 정치 환경의 영향이 크다”며 “당의 정치 활동이나 당의 정체성, 정치행위로부터 당원을 흡수하는 측면은 상대적으로 약하다”며 앞으로 민주노동당이 성장하려면 “현 정치 구도상 10만 당원을 기점으로 당 혁신프로그램이 요구된다”고 주장했다.

    강 위원은 “대중들은 민주노동당의 메시지가 좋다고 생각지만 민주노동당이 잘 할 수 있을 것이라 보지 않는다”고 분석하며 “민주노동당은 이슈 선점을 위해 정치적 발언을 중심으로 활동하는데 이와 더불어 당을 어떻게 바꿀 것인가 하는 비전도 제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영태 교수도 현재 민주노동당의 구성원 사이의 이질감과 당원 참여의 저조 문제를 지적하며 이를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는 이미 2005년 2월에 민주노동당과 인하대학교 사회과학대학 정치의식조사팀이 공동으로 조사, 발표한 ‘당원 정치의식 및 정책성향에 설문조사 보고서’에서도 드러난 문제들이다.

    정 교수는 “양립하기 어려운 정책적 입장이 당원들 사이에서 공존”한다면서 “당원들 사이에서 상충하는 이질적 입장이 지도부의 정파 갈등과 연결되면 당원들은 생산적으로 결합되지 못한다. 그러면 10만 당원 시대가 5만 당원 시대보다 힘이 빠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정 교수는 또 “당직, 공직 선거 때 외에 당의 일상적인 활동, 주요정책 결정 과정에 당원들이 참여하는 틀이 있는가”라는 의문을 제기했다.

    정 교수는 “당원들로부터 지역 정보가 수집되고 여론이 수렴이 되지 못한다면 진보적 의견을 당원들로부터 듣겠다는 민주노동당의 목표가 좌절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역여론 수렴은 당원을 통하는 게 생동감 있고 구체적일 수 있다”는 것이다.

    김선동 사무총장의 평가대로 민주노동당은 10만 진성당원을 달성함으로써 “이제 20만, 30만 당원의 시대로 가는 발판을 마련”했다. 그러나 현재의 민주노동당의 양적 성장 이면의 질적 성장이 정체되고 있음을 지적하는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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