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있는 먹거리로 살아나는 농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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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년 05월 04일 12:49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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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해 전부터 우리나라에 유행하기 시작했던 이른바 ‘웰빙’(Well-being)은 인간이 육체적 건강과 정신적 건강의 조화를 통해 행복한 삶을 영위하려는 욕구가 증가하면서 나타난 새로운 문화다. 즉 양보다 질을 중요시하는 ‘질적 생산’의 시대로 변하고 있는 현대 사회의 특징이라고도 볼 수 있다.

이처럼 사람들이 안전한 먹을거리, 건강, 쾌적한 자연환경을 추구하려는 경향이 강해지면서 이들과 관련된 각종 상품과 매체들이 등장하였고, ‘웰빙 산업’도 함께 발달해가고 있다.

사실 70년대 ‘녹색혁명’이 본격화되기 이전에는 농업생산물 그 자체가 잔류농약 걱정을 할 필요가 없는 그야말로 ‘웰빙’ 먹거리였다. 그러나 증산이 목표였던 녹색혁명 이후 통일벼와 같은 품종들은 다수확을 거둘 수 있는 대신에 많은 영양분을 필요로 하였고, 각종 병충해 저항성이 약했기 때문에 다량의 화학비료와 농약 사용이 불가피하였다.

결과적으로 ‘녹색혁명’은 풍부한 농산물 생산으로 쌀 자급과 생활안정에 기여한 면도 있으나 반면에 농업을 농약, 화학비료 등 석유화학산업에 의존하게 만들었고, 현재에 이르러서는 먹거리에 대한 불안과 생물다양성 파괴 등 생태환경에 뜻하지 않은 변화를 가져오게 되었다.

또한 우리 농업이 농약, 종자시장의 대부분을 점유하고 있는 다국적기업들의 통제 하에 놓이게 되면서 간접적인 식량지배가 더욱 심화되어가고 있을 뿐만 아니라 농민과 소비자들에게 돌아가야 할 이익을 다국적 기업에게 고스란히 안겨주는 셈이 되었다.

친환경농업으로 지속가능한 사회를 추구하는 세계의 흐름

1987년 유엔 「환경과 개방에 관한 세계위원회(WCED)」은 제8차 위원회에서 「우리들의 공동미래」라는 보고서를 통해 “지속가능한 발전(Sustainable Development)” 의제를 공식으로 채택하였으며 환경보전적 측면 외에도 사회적, 경제적 측면에서 농업의 중요성이 동시에 강조되면서 유럽을 비롯한 세계 각국에서 친환경농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친환경농업의 대표적인 방식인 유기농업을 꾸준히 늘려나가고 있는 유럽의 경우 2002년 기준 스위스는 전체 경지면적의 9%, 덴마크 6.2%, 스웨덴 5.1%, 독일 4.5%, 네덜란드 1.4%에서 유기농업이 실시되고 있다.

이밖에 영국에서도 유기농업으로 전환하는 토지에 대해서 정부지원금을 지불하는 내용이 포함된 ‘환경관리계획’(Environmental Stewarship Schme)을 실시되고 있다. 또한 아시아에서는 일본이 유기농업 선구자 역할을 하였으나 재배면적으로는 중국이 독보적인 존재로 나서고 있다(중국의 유기농업 재배면적은 2002년 기준 113만 헥타르로 우리나라 전체 경지면적인 180만 헥타르의 63% 수준). 중국의 유기농업은 우리나라 유기농산물 시장을 겨냥하고 있다.

   
▲ 쿠바 아바나시 베다도 지역에 있는 메르카도 디에시누에베 자유시장에서 상인들이 농장에서 생산된 다양한 채소와 과일들을 늘어놓고 팔고 있다.
 

다른 나라들과 사정과 조건이 다르기는 하나 쿠바는 유기농업으로의 전환을 가장 성공한 국가이다. 쿠바의 유기농업 성공 배경은 1991년 미국의 경제봉쇄와 구소련과 동구 사회주의권의 붕괴에서 찾아볼 수 있다. 쿠바가 이들 나라에 의지하던 화학비료(연간 100만 톤), 농약(연간 2만 톤), 그리고 석유가 절대적으로 부족하게 되자 쿠바정부는 1991년 9월 「평화시의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위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농정의 대전환을 시작한 것이다.

쿠바는 국영관행농업을 소규모 가족농과 협동경영 중심의 유기농업 체제로 전환하여 지역자원의 재활용과 순환농법, 자연생태계 및 과학기술과의 결합을 토대로 유기농업을 실시하였다.

그 결과로 10년 만에 식량자급률을 95%(친환경유기농업 시작이전인 1990년의 식량자급률은 43%)까지 끌어올렸으며 1997년 이후부터는 관행농법보다 생산실적이 증가하는 추세를 보여주었다. 이로서 쿠바는 유기농업을 중심으로 한 지속가능한 농업의 메카로 세계적인 인정을 받고 있다.(유기농업 재배면적은 전체 경지면적의 50% 육박하며 기술수준 역시 세계최고)

쿠바가 유기농업으로 전환한 성공의 효과는 여러 결과로 나타났다. 일단 육류 위주의 식생활 패턴이 유기야채 중심으로 바뀌면서 국민건강수준도 현저히 상승하여 병원출입 환자 수가 30% 가까이 줄었고, 영아사망률은 낮은 순위 세계 2위이며 전국의 산림 등 녹색지대 면적이 현저히 늘어나 환경 생태계가 다시 살아나기도 했다.

우리나라 친환경농업의 현주소와 문제점

우리나라는 1994년부터 농림부에 ‘환경농업과’가 만들어지면서 정책방향이 수립되었으며 1997년 ‘환경농업육성법’이 제정된 이후 2001년 7월 ‘친환경농업육성법’으로 인증제도가 통합 개정되어 법적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었다.

환경보전과 먹거리 안전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증대와 민간단체의 노력, 정부의 친환경농업육성정책 추진으로 친환경농산물 생산유통량이 매년 증가하여 2006년 기준 국내시장 규모는 약 8천억 원에 이르고 있다.

그러나 친환경재배 농가 수는 8만호로 전체농가 127만호의 6.2%에 불과하고 재배면적은 7만5천 헥타르로 전체 재배면적의 3.3%를 차지하고 있으며, 이중 유기재배 면적은 0.9%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저농약 재배가 대부분이며 다음으로는 무농약과 전환기 유기재배가 차지하고 있다. 아직 가야 할 길이 멀다.

현재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친환경농업정책은 수입개방 확대에 따른 경쟁력 강화라는 명분으로, 친환경농업을 틈새시장을 찾는 상업적 방향으로 경도된 형태로 육성하고 있는 것이 가장 큰 문제점이라고 볼 수 있다.

이는 유기농산물 가격이 관행농업 농산물 가격보다 평균 30% 가량 비싼 현실을 초래했으며 서민들의 구매가 어렵게 만들고 있다. 그렇다보니 한편으로는 안전한 먹거리에 대한 계층 간 불평등이 발생하게 되었고, 다른 한편으로는 다량의 유기농 쌀 재고 발생 같은 아이러니한 상황에 놓일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친환경농업정책은 안전한 먹을거리 생산, 환경생태적 지속성, 사회경제적 지속성을 기본목표로 두고 전략과 비전이 제시되어야, 하며 친환경 농산물을 계층간 불평등 없이 국민일반이 보편적으로 활용 가능하도록 구체화해야 국민적 동의와 지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유기농업을 지향하는 친환경농업으로의 전면전환이 필요하다

WTO체제의 출범이후 농업은 더 이상 비교역의 대상이 아닌 세계시장 앞에 내몰린 상황이 되어버렸다. 정부는 세계시장에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국내 농업의 구조조정과 고품질 농산물 생산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정부의 주장대로 국내 농업을 구조조정 한다고 해서 세계 곡물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다국적 기업 내지는 가구당 경지면적이 몇 백 헥타르에 이르고 있는 선진국들과 경쟁이 될 수 있겠는지? 현재의 친환경농업정책을 가지고 중국에서 밀려들어오고 있는 값싼 유기농산물(물론 유전자 조작 종자를 많이 사용하고 있지만)을 감당해낼 수 있겠는지에 대한 의문이 들게 된다.

농업이 WTO교역의 대상에서 다시 제외된다면 모를까 현실은 이를 극복하기 위한 모색을 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이 같은 과제를 극복하고 지속가능한 농업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패러다임으로의 전환이 요구되며 그 키워드로써 농업의 다원적 또는 공익적 가치를 극대화 할 수 있는 친환경농업으로의 전면 전환이 필요하다.

물론 친환경 농업으로의 전면전환은 당장에 실현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친환경 농업기술과 자재의 연구개발, 인증제도 개선, 생산체계, 농민에 대한 인센티브, 유통과 소비 등 종합적인 정책개선 및 실행체계 마련과 더불어 농민들의 인식전환과 소비자들의 참여유도로 단계적인 전면화를 실현해 나가야 한다.

2005년 5월 국제식품규격위원회(CODEX)에서 ‘유기식품 생산, 가공, 유통에 관한 가이드라인’이 최종 확정되기는 했지만 아직 우리나라에 맞는 친환경농업의 기준이 완성된 단계가 아니기 때문에 국민일반이 동의할 수 있을 만한 친환경농업 방향이 수립되어야하며, 그 지향점은 유기농업이 되어야 할 것이다.

유기농업을 지향하는 친환경농업은 어쩌면 우리나라 농업의 지속가능성을 규정하는 중요한 생산방식이자 기술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그 이유는 안전한 먹거리 생산과 환경생태의 보전이라는 질적 가치가 있고 충분히 그 기술적 수준을 만들어 낼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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