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쏟아지는 빗줄기 뚫은 노동자 통일의 함성
        2007년 05월 02일 10:37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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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잔뜩 흐려있던 하늘에서 비가 내렸다. 하지만 쏟아지는 비도 ‘통일의 열망’을 막을 수는 없었다.

    4월 30일 오후 7시 창원종합운동장에서 “117주년 노동절 기념 및 6.15공동선언 실천을 위한 5.1절 남북노동자 통일대회” 축구경기가 열렸다.

    북측은 자체 선발대회를 거친 평양 철도노동자 단일팀이었고, 남측은 영호남권을 중심으로 4월 20일 선발했다. 한반도기를 앞세우고 손을 맞잡고 입장한 양측 선수들은 비가 내려 잔디가 젖었음에도 불구하고 열심히 경기를 했다. 결과는 후반 42분에 결승골을 넣은 북측의 승리.

    빗줄기 속에서도 1천여명의 조합원들이 북측 대표단들과 함께 축구경기를 보면서 응원을 했다. 응원을 하는 조합원들은 남북 어느 한팀을 응원하는 것이 아니라 ‘조국통일’ ‘우리는 하나’ 등 615선언 실천의지를 담은 구호를 외치고 파도타기를 하는 등 ‘통일의 열망’을 모으는 응원을 펼쳤다.

    북측 대표단들도 우리 조합원들과 파도타기를 함께 했으며, 공이 골대를 비껴가자 아쉬워 하기도 했다. 경기는 밤9시가 넘어 마무리가 됐으며, 남북 대표단들은 밤 11시 30분경까지 만찬을 함께 했다. 그렇게 이틀밤이 지났다.

       
      ▲ 4월 30일 오후 7시 창원종합운동장에서 “117주년 노동절 기념 및 6.15공동선언 실천을 위한 5.1절 남북노동자 통일대회” 축구경기가 열렸다. (사진=금속노조)
     

    노동절에 노동열사를 만나다

    남북 노동자대회에 참가한 북측 대표단이 창원에서 사흘째를 맞았다. 전날부터 내린비는 그치다 말다를 반복하고 있었다. 오늘의 첫 일정은 양산에 있는 솥발산에서 남측 노동열사를 만나는 일이다.

    북측 안전요원들이 먼저 도착해서 부울경(부산울산경남)열사회 김창근 회장을 비롯한 남측 행사진행팀과 간단한 만남을 가졌다. 잔뜩 흐리다가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10시가 조금 넘어 남북 대표단일행이 열사회 회원들과 부산지역 615실천위원단의 환영속에 도착했다.
    때맞춰 안개가 자욱이 깔려 있던 솥발산에도 안개가 걷히고 묘역 전체가 한눈에 들어왔다. 마치 솥발산에 잠들어 있는 열사들이 처음으로 찾아오는 북측 손님들을 편안하게 모시기위해 안개를 걷어낸 듯 했다.

       
     
       
      ▲ 솔밭산에 안장되어 있는 열사 참배를 하고 있는 양측대표단. (사진=금속노조) 
     

    양측 대표단은 김창근 회장으로부터 솥발산에 안장되어 있는 열사들에 대한 안내를 받았다. 그리고 북한 직총 원형국 부위원장, 민주노총 박종권 부위원장, 한국노총 박준수 경남본부장이 헌화한 후 묵념을 했다. 원형국 부위원장은 “로동자들의 참된 삶과 권리도 조국통일에 있습니다”라는 통일의 의지와 염원을 담은 방명을 남겼다.

    김창근 회장의 안내로 대표단들의 묘역 참배가 있었다. 솥발산에는 영남지역 28명의 열사가 안장되어 있으며, 대표단들은 박일수, 곽재규, 조수원, 배달호, 김주익, 권미경, 신용길, 박창수열사의 묘역을 둘러봤다.

    북측 대표단들은 묘를 하나하나 둘러보면서 ‘어제 봤던 315묘역과의 차이’에 대한 질문을 하는 등 많은 관심을 보였다.

    1만여명 남북노동자대회

    ‘615공동선언 실천을 위한 5.1절 남북노동자대회’가 5월 1일 15시부터 창원종합운동장에서 남북의 노동자와 시민 1만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대회는 72명으로 구성된 풍물패를 시작으로 단일기를 든 기수단을 뒤로 북측 대표단과 남측대표단이 따랐으며, 남북노동자들의 혼성팀인 ‘연대’와 ‘단합’팀의 노동자들이 손을 잡고 입장했다.

       
      ▲ ‘615공동선언 실천을 위한 5.1절 남북노동자대회’가 창원종합운동장에서 열렸다. 북측 대표단과 남측대표단이 입장하고 있다. (사진=금속노조)
     

    노동자대회 사회는 북측 홍광효 조선금속 및 기계직업동맹 통일위원장, 이선임 금속노조 한국산연지회장, 백태진 한국노총 정치국장이 맡았다. 개회선언에 이어 기수단이 들고 온 단일기를 ‘통일기’로 게양했다.

    오종렬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 공동대표와 이충복 북측위원회 부위원장이 축사를 했다. 오종렬 대표는 “615공동선언 실천을 위한 노동자대회가 노동자도시 창원에서 개최되는것을 축하한다”며 “오늘의 이 행사는 통일운동이 새로운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충복 부위원장은 “통일이 다가오는 새로운 시대가 열리고 있다. 부끄럽지 않게 살아 조국통일을 앞당기자”고 밝혔다.

    이어진 대회사는 이용득 한국노총 위원장과 원형국 직총 부위원장 이석행 민주노총 위원장의 순서로 이어졌다. 이들은 대회사를 통해 공통적으로 “615선언 이후로 새로운 시대가 열리고 있다. 이를 되돌리려는 세력을 막아내고 조국통일의 시대를 맞이하자”고 했다.

    참가자들은 남북(북남) 노동자선언을 채택했다. 선언문을 통해 채택된 내용은 ①615 공동선언 철저히 실천할 것 ②통일운동에서 민족중시의 입장을 확고히 견지할 것 ③나라의 평화 수호를 위한 정의의 애국위업실현에 앞장설 것 ④각계층 단체들과 연대 단합을 폭넓게 실현해 나갈 것 ⑤우리민족끼리의 기치를 추켜들고 남북 노동자 간 연대 협력을 발전시켜 나갈 것 등이다.

    선언문 채택 이후 ‘우리는 하나’ ‘조국통일’등의 응원구호를 연호하며 통일대회는 마무리 됐다.

    통일노동자대회에는 전태일열사 어머니인 이소선 여사와 문성현 민주노동당 대표 그리고 민주노동당의 대통령 예비후보인 권영길, 노회찬, 심상정의원이 함께 했다.

    “정말 뿌듯합니다.”

    통일대회 이후 곧바로 통일축구가 열렸다. ‘연대’와 ‘단합’으로 구성된 남북 혼성팀은 전날의 피로도 잊은 듯 전후반 각 30분씩의 경기를 벌였다. 전반전이 끝나고 휴식시간에는 ‘615공동선언실천’의 구호를 담은 대형 공을 응원석에서 본무대까지 옮기는 상징의식과 청년노동자들의 율동공연이 있었다.

    17시 25분까지 통일축구가 열렸으며 연대팀이 단합팀을 3;2로 이겼다. 경기를 마친 선수들은 하나가 되어 대형 ‘단일기’를 들고 운동장을 한바퀴 돌면서 응원을 나온 조합원, 시민과 함께 통일에 대한 열망을 다졌다.

    ‘연대’팀의 전반전 문지기로 나섰던 최성민(35세, 마창지역금속지회)조합원은 “남북 노동자들이 노동절에 함께 축구를 하고 내가 그 경기를 뛴 것이 정말 자랑스럽고 뿌듯하다”며 “전반전에 한골도 먹지 않은 것도 기쁘다”고 했다.

       
     ▲ 통일축구에서는 연대팀이 단합팀을 3;2로 이겼다 (사진=금속노조)
     

    “우리는 통일을 했습니다”

    통일축구를 마치고 바로 이어 최광기씨의 사회로 축하공연이 열렸다. 축하공연은 남북노동자의 모습을 담은 영상과 축포로 시작됐으며 노동자 노래패의 공연, 영산마루의 타악공연으로 축제의 분위기로 만들어갔다.

    가수 안치환씨가 ‘광야에서’와 ‘혼자서 가는 길이 아니라네’를 부르고 “시대의 희망을 버리지 않는 그대는 정말 아름답습니다”라며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를 불렀을때는 응원석의 모든 참가자들이 ‘단일기’를 흔들며 함께 했다.

    이어 아름다운 남쪽바다의 영상과 함께 민족춤패 출의 ‘내고향 남쪽바다’와 노래극단 ‘희망새’의 공연이 이어졌다. 희망새는 창원시립 관현악단과 함께 ‘아리랑’을 불렀다. 모든 참가자들이 아리랑에 맞춰 서로 어깨를 걸고 춤을 췄다.

    최광기씨는 “우리는 통일을 했습니다. 노동자들의 통일의 열망을 전체 민중들과 함께 나누자”고 했다. 불꽃놀이가 이어지는 속에 축하공연이 마무리됐고, 북측 참가자들은 운동장을 떠나며 남측 참가자들과 악수를 하며 아쉬움을 달랬다.

    “다시 만나야지요!”

    저녁 8시가 넘어 마지막 만찬이 열렸다.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의 간부들, 그리고 문성현대표를 비롯한 민주노동당 주요 당직자들이 만찬에 참여했으며 건배사를 통해 “이번 대회의 열기를 모아 ‘조국통일’을 조금이라도 앞당기기 위해 서로 노력할 것”을 다짐했다.

    세 번째 열린 만찬에서는 창원의 ‘북면막걸리’가 건배주로 사용됐다.

    첫날의 다소 어색한 분위기와는 달리 마지막 만찬에서는 많은 참가자들이 테이블을 옮겨가며 아쉬움을 달랬다. 첫날부터 함께 했던 참가자들을 찾아다니며 “다시 만나야지요”라며 기념사진을 찍기도 했다. 마지막 만찬에는 기자들의 출입도 통제하지 않았고 대학생기자들이 대거 참여해서 북측 참가자들을 인터뷰했다.

       
     
       
      ▲ 첫날의 다소 어색한 분위기와는 달리 마지막 만찬에서는 많은 참가자들이 테이블을 옮겨가며 아쉬움을 달랬다. (사진=금속노조)
     

    북측 참가자들도 “평양이나 금강산에 와 봤느냐?”며 한번도 가지 않았다는 기자에게 꼭 한번 올 것을 권했다. 그리고 “사흘이나 찍었는데 사진은 왜 안주냐?”며 한층 친근해진 모습이었다.

    만찬에서는 희망새의 공연이 있었고 노래에 맞춰 참가자들이 기차꼬리를 만들어 이동하며 춤을 추기도 했다.
       
    3박 4일, 대단원의 막을 내리다.

    4월 29일부터 열린 남북노동자대회가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북측 참가자들은 숙소인 창원호텔에서 남측 참가자들과 자원봉사자들의 환송을 받으며 김해공항으로 출발했고, 10시에 전용기를 타고 평양으로 향했다.

    60년동안 오도가도 못하던 노동자들이 돌아가는 데 걸리는 시간도 한시간이 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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