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쇄신안에 단결할 한나라당이 아니다
        2007년 04월 30일 03:38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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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나라당 강재섭 대표가 장고 끝에 30일 ‘당 쇄신안’을 발표했음에도 불구하고, 대권주자 ‘빅 2’ 가 엇길란 반응을 보이며 강 대표의 퇴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어 ´지도부 총사퇴´를 둘러싼 한나라당의 내홍이 계속될 전망이다.

    박근혜 전 대표 측의 한선교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강 대표께서 책임 있는 결정을 하셨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한 대변인은 "박 전 대표가 한나라당이 더 많은 국민의 신뢰를 받을 수 있도록 (강 대표가) 큰 지도력을 발휘해 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면서 이같이 전했다.

    또 박 전 대표측 대리인을 맡고 있는 김재원 의원도 국회 본회의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강 대표로서는 마지막 남은 총알까지 모두 다 쓴 것이다"면서 "강 대표로서는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했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반면, 이명박 시장 측은 당 내외 반응을 지켜보며 공식 논평을 오후로 미룬 상태이다. 이 전 시장측은 오늘 하루 회의를 거쳐 강 대표의 쇄신안에 대한 수용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그러나 이 전 시장측 측근들은 쇄신안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이다. 

    이명박 시장 측의 진수희 의원은 국회 본회의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일단 지켜봐야 하지만, 당 쇄신안이 사태의 심각성과 본질에 대해 제대로 파악하고 있지 못해 미흡하다"는 것이 캠프 내 주반응이라고 전했다.

    또 전 의원은 쇄신방안에 따라 향후 사퇴 거취를 결정하겠다고 강 대표를 압박했던 이재오 최고위원과 관련해 "이재오 최고 위원도 전반적으로 미흡하지 않느냐"라고 부정적으로 평가했다며, "향후 본인의 거취와 관련해 고민 중에 있다. 오늘 오후께 공식 입장을 발표 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당 내부에서도 지도부 총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한나라당 3선 중진의 홍준표 의원은 이날 오전 CBS라디오 <뉴스레이다>에 출연해 “강 대표는 이미 추동력과 지도력을 잃었다. 어떤 쇄신안을 내더라도 현 상황을 돌파할 수가 없다”면서 "강 대표 등 현 지도부 퇴진 및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을 주장했다.

    이어 홍 의원은 지도부 총사퇴시 ‘대안 부재론’에 관해 “박관용 전 국회의장과 같은 원로를 모셔와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한 뒤 대선후보 경선을 치르고, 이후 10월쯤 대선 필승결의 대회 겸 지도부 경선을 하면 두 후보 중 한 사람은 자동적으로 당 대표로 모실 수 있어 당 화합에도 도움이 된다”며 구체적 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또 재보선 패배에 대한 책임으로 당 최고위원직을 사퇴한 전여옥 의원도 “강 대표가 지금 시점에서 물러나는 게 진정한 당 쇄신”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전 의원은 이날 MBC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지난 10개월 간 강 대표가 보여준 실적은 정말 실망스러웠다”면서 “지금 한나라당엔 ‘악인’ 소리를 듣더라도 두 주자에게 큰 소리를 치고 얼굴을 붉히는 강한 분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전 의원은 "8월19일(대선후보 경선)까지 비대위 체제로 간 뒤, 후보가 정해지면 전당대회를 열어 대선주자와 호흡이 맞고 집행력 있는 지도부를 뽑아 대선 승리를 위해 일사분란하게 움직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소장개혁파인 남경필 의원도 국회 본회의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한나라당이 보여준 행태와 국민적 실망을 상쇄할 만큼의 감동과 자기 희생이 없다”고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남 의원은 “현 강 대표의 지도력으로는 두 자를 제어 할 수 없다. 지도력 회복은 힘들 것으로 본다”면서 "강 대표가 앞으로 대표직을 수행하기 어려 울 수 밖에 없다"고 밝혔다.

    한편, 당내 일각에서는 향후 정치 일정을 고려할 때 일단은 강 대표에게 힘을 실어줄 필요가 있다는 ‘신중론’ 또한 제기되고 있다.

    한나라당 임태희 여의도연구소장은 불교방송 <조순용의 아침저널>에 출연해 “지금 강 대표 등이 물러나면 오히려 양 주자 간 반목과 갈등이 더 당을 어지럽게 할 것이란 관점도 당내에  있다”고 말했다.

    임 소장은 또 “그동안 한나라당은 ‘어떻게 하면 대선에서 승리할지’ ‘집권 후 우리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보다는 양 주자 진영에 대한 ‘상처내기’로 갈등과 반목이 심해져 지도부조차 힘을 쓸 수 없는 상태가 됐다”며 “가장 중요한 건 인식의 문제다. 양 주자가 동지로서 힘을 모아야 한다’는 인식을 공유하면 지도부에게 힘을 싣는 문제도 자연히 해결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강두 당 중앙위의장과 김용갑 의원 등은 쇄신안에 찬성 입장을 보였다. 당 중앙위원회 의장인 이강두 의원도 이날 오전 당사에서 강 대표의 ‘당 쇄신안’ 발표 기자회견 직후 별도의 기자회견을 갖고 “지금의 위기 상황은 높은 당 지지율에 따른 오만, 끊이지 않는 부패, 대선 주자들의 상호비방 등 분열적인 자화상에 대한 국민의 엄중한 경고”라며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그 책임으로부터 자유스러울 수 없는 만큼 모두 심기일전해 당을 살리는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용갑 의원은 홈페이지에 올린 글을 통해 “모두가 힘을 합쳐 한나라당의 큰 불을 꺼야 할 때 몇몇 의원들은 불난집에 부채질하거나 바깥에서 기름을 퍼붓고 있다”며 “재보선 참패 소식에 엄청난 충격을 받았지만 경륜 있는 중진들은 ‘도가 지나치면 당이 와해될 수 있다’는 걱정에 말을 자제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김 의원은 최근 최고위원직을 사퇴한 강창희 전 의원과 전여옥 의원에 대해  “과거 노무현 대통령이 ‘대통령 못해 먹겠다’고 했을 때 언론과 한나라당이 ‘무책임하다’고 얼마나 공격했냐”면서 “당 지도부인 최고위원들도 마찬가지다. 자기만 살겠다고 책임지지 않고 사퇴할 바에야 무엇 때문에 (당 대표 경선에) 출마해서 표를 달라고 했냐”고 꼬집었다. 

    이에 따라 한나라당의 내홍 수습 여부는 이날 오후 이 전 시장측의 공식 입장과  일부 강경파들의 주장이 어떻게 수렴되느냐에 따라 논란이 마무리 수순에 들어갈지 증폭될 지 결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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