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후보는 뜨거운데 대중은 아직 조용"
        2007년 04월 27일 07:56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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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영길 의원이 26일 대선출마를 공식 선언하면서 민주노동당의 대권레이스는 사실상 시작됐다. 경선 국면 초입부터 주자들은 한반도 평화정책을 앞다퉈 내놓으며 불꽃튀는 정책전을 예고하고 있다.

    "양질의 컨텐츠와 비전이 묻히고 있다"

    그러나 민주노동당 경선에 대한 여론의 주목도는 아직 낮다. 특히 4.25 재보궐 선거 이후 여론의 관심은 온통 한나라당의 내홍에 쏠려 있다. 혹은 구여권 정계개편의 추이를 가늠하는 데 촉각을 곤두세울 뿐이다.

    권영길 의원의 ‘연합연방공화국’ 구상, 노회찬 의원의 ‘P+1 코리아연합’ 구상, 심상정 의원의 ‘한반도시대 국가비전’은 여론의 관심에서 멀찍이 벗어나 있다. 한귀영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연구실장은 "양질의 컨텐츠와 비전이 묻히고 있다"고 했다.

    여론을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지역의 분위기도 별반 다르지 않다.

    정경섭 마포구 지역위원장은 "간혹 주민들 가운데 언론 보도를 보고 얘기를 붙이는 경우가 아니면 경선에 대해 먼저 말을 꺼내기가 힘들다"고 했다. 그는 "당원들의 경우도 후보별 정책 차이를 꼼꼼히 살펴보는 게 아니라 아직 기존 이미지대로 후보를 평가하는 것 같다"고 했다.

    박용진 서울 강북지역위원장은 "누가 경선에 나오는지 물어보는 주민들도 있다. 대체로 어떤 사람이 나오는지 정도는 아는 것 같다"고 했다.

       
     ▲ 사진=자료사진 (레디앙 문성준 기자)
     

    "여론의 관심은 온통 구도 싸움에 가 있어"

    이 같은 여론의 냉담은 정치 구도를 중심으로 이슈가 형성되는 것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노회찬 의원실 이준협 보좌관은 "4.25 재보궐 선거 이후 구도에 대한 해석을 중심으로 이슈가 형성되고 있다"고 했다. 대선의 구도 형성과 관련된 사안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는 것이다. 한나라당과 반한나라당, 이명박과 박근혜, 구여권의 정계개편 등이 그렇다.

    한귀영 실장은 "민주노동당이 양질의 컨텐츠를 제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전선을 견인해야 여론의 주목도를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체 구도의 한 축인 이른바 ‘진보개혁’의 대표로 자리매김되어야 한다는 것이고, 그리 가기 위한 의식적인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것이다.

    정종권 민주노동당 서울시당위원장은 "사람들의 관심이 한나라당 내 박근혜, 이명박 두 사람의 대립에 가 있다"면서 "진보진영의 지형 변화를 적극적으로 모색하는 것이 여론의 관심을 높이는 한 방법이 될 수 있다"고 했다.

    문제는 현재 상태에서 민주노동당이 구도 싸움에 뛰어들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김성희 부대변인은 "여론에서 잠시 소외된다고 해서 조급해할 필요는 없다. 섣부르게 구도 싸움에 개입했다가 우리의 지반만 무너뜨릴 수 있다"면서 "한나라당의 내홍이 한 고비를 넘기고 구여권의 각 세력들이 정립될 6월 중반까지는 여론의 소외를 감수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이준협 보좌관은 "지금 벌어지는 구도 게임에는 민주노동당이 끼어들 틈이 없다"고 했다.

    "내부 논쟁 통해 새로운 비전과 방향 찾아야"

    당분간 여론의 관심권 바깥에 놓이는 것이 불가피하다면 이 기간을 어떻게 채워야 할까.

    당의 한 관계자는 "지금은 민주노동당의 의제, 진보의 의제를 중심에 놓고 각축을 벌일 수밖에 없는 시기"라면서 "어떤 면에선 당 중심의 논의를 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했다.

    그는 "당 바깥의 시각에서 보면 민주노동당은 지난해 12월 이후 달라진 게 아무 것도 없다. 내부 논쟁 과정에서 새로운 비전과 변화의 방향을 찾지 못하면 누가 후보로 나와도 힘들다"고 했다.

    김성희 부대변인도 "지금은 당의 내실을 다져야 할 시기다. 당의 정체성과 방향이 마련된 토대 위에서 구도 개입이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이준협 보좌관도 "우리 내부를 탄탄하게 해야 할 시기"라고 했다. 이런 맥락에서 이들은 최근 통일문제가 핵심 정책 이슈로 부각되는 것을 긍정적으로 봤다.

    "당원들의 관심과 참여 높이기 위한 중앙당 기획 필요"

    당이 내부 논쟁을 통해 내실을 다지려면 당원들의 적극적인 관심과 참여가 전제돼야 한다. 이와 관련, 경선의 당내 관심을 높여 ‘흥행’을 성공시키기 위한 중앙당 차원의 기획이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개별 후보들의 활동에만 전적으로 기대고 있다는 것이다.

    정종권 위원장은 "당원과 지지자들의 관심과 참여를 높이고, 그를 통해 당의 역량을 끌여올리려면 중앙당에서 후보들의 일정과 활동을 기획해서 적극적으로 제안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했다. 박용진 위원장은 "후보들의 정책적 차별성을 드러내고 경쟁을 부추기기 위한 다양한 기획이 시도돼야 한다"면서 "당직자들의 선본 결합도 허용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당 대선준비위 전략기획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기수 최고위원은 "5월 중순 이후 당 내부 및 진보진영을 대상으로 후보 토론회를 열고, 5월말부터는 선거법에 저촉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전국 순회 유세에 들어가는 일정을 준비 중에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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