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나라당 대세론 꺾이나?
        2007년 04월 26일 07:14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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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회의원 1:2, 기초단체장 1:5, 광역/기초의원 20:26. 이번 4.25 재보궐 선거에서 한나라당이 거둔 성적표다. 역대 보궐선거 불패 신화를 자랑하던 한나라당이다. 게다가 지금 당 지지율은 40%를 넘는다. 소속 대권주자의 지지율 합은 70%를 웃돈다. 그런데도 졌다. 말 그대로 참패다.

    "다 떠나고 이명박, 박근혜만 남았다"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은 두 가지 원인을 꼽았다. 직접적 원인은 과태료 대납, 돈 공천, 상대후보 매수 등 부패 추문이라고 했다. 그러나 이것만으론 설명이 안 된다.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은 갖은 추문에도 불구하고 압승을 거뒀다. 홍 소장은 이명박, 박근혜 두 대권주자가 네거티브전을 벌이면서 여당에서 유입된 지지층이 등을 돌렸기 때문이라고 했다.

    박성민 ‘민기획’ 대표는 한나라당의 컨텐츠 부재를 문제 삼았다. 그는 "한나라당은 정권을 바꿔야 한다는 말만을 앵무새처럼 반복했다"고 지적했다.

    김능구 ‘이윈컴’ 대표는 한나라당이 변화의 동력을 상실한데서 패배의 원인을 찾았다. 그는 "소장파도 사라졌다. 박세일 교수같은 개혁적 보수파도 사라졌다. 손학규 전 지사 같은 합리적 보수도 사라졌다. 오직 이명박과 박근혜만이 남았다"고 했다.

    "대세론 꺾였다" vs "돌부리에 걸려 넘어진 정도"

    이번 보궐 선거 결과를 ‘한나라당 대세론’이 무너지는 징후로 볼 수 있을까. 박성민 대표는 "한나라당의 집권가능성에 대한 회의감이 급속히 높아질 것"이라고 점쳤다.

    김능구 대표는 "이번 보궐선거로 한나라당 대세론은 꺾였다"고 단언했다. 그는 "한나라당이 혁신하지 않고는 어렵다는 사실이 확인된 것"이라며 "혁신을 하려면 그럴만한 세력과 노선이 있어야 한다. 한나라당엔 그게 없다. 힘들다"고 했다.

    홍형식 소장은 "반노무현 과함께 비한나라당 정서 역시 두텁다는 것이 확인됐다"면서 "비한이 반한으로 돌아섰다고 보기는 힘들지만 지금 상태가 지속되면 그리 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한귀영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연구실장은 약간 다른 평가를 내놨다. 그는 "선거 패배의 책임론을 둘러싸고 한나라당이 상당한 내부 갈등에 휩싸일 것"이라면서도 "큰 틀에서 한나라당 대세론이 꺾였다고 보긴 어렵다"고 말했다.

    한 실장은 이런 비유를 들었다. "100미터 달리기를 하는데 한나라당 선수, 한나라당과 가까운 선수들만 경주에 참여했다. 범여권은 경주 자체에 참가도 못했다. 한나라당은 다른 누구에게 진 것이 아니다. 홀로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면서 상처를 입었다"

    "구여권의 승리 아닌 한나라당의 패배일 뿐"

    전문가들은 이번 보궐선거에서 한나라당이 참패했다는 데 이견이 없었다. 그렇다면 누가 승리했을까. 구여권이 승리했을까.

    박성민 대표는 이번 보궐선거에서 여당이 보인 모습을 "흥신소 정치"라고 비판했다. 한나라당의 부패와 추문을 들추는 것 외에 다른 의미있는 정치적 행위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또 "후보를 제대로 내지도 못한 당의 의장이 선거에서 이겼다고 웃고 다니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라며 "정당정치를 부정하는 일"이라고 했다. 박 대표는 "이번 보궐선거에서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 모두 패했다"고 했다.

    홍형식 소장도 비슷한 맥락에서 "이번 보궐선거의 승리자는 국민들"이라고 했다. 그는 "국민들이 현안에 반응하는 속도가 높은 줄은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면서 "놀라운 상황이다. 국민들이 존경스럽다"고 했다.

    한귀영 실장도 "경주 자체에 선수를 내보내지 못한" 범여권의 승리로 보기는 힘들다고 했다. 김능구 대표도 구여권의 승리라고는 평가하지 않았다. 다만 결과적으로 "반한나라당 통합세력에게 기회가 왔다"고 했다.

    "통합 필요성 커져" vs "주도권 다툼 심화"

    이번 재보궐 선거는 구여권의 통합에 어떤 영향을 줄까. 홍형식 소장은 "열린우리당으로는 어렵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통합의 필요성에 대한 인식이 제고될 것"이라며 "통합에 좋은 여건을 조성할 것"이라고 점쳤다.

    김능구 대표 역시 비슷한 전망을 내놓으면서 "이번 선거에서 무소속이 대거 당선된 것은 기존 정치에 대한 불신 때문이다. 통합이 구태를 극복하는 형태로 전개되지 않으면 기회는 사라질 것"이라고 단서를 달았다.

    한귀영 실장은 모순적인 힘이 작용할 것이라고 봤다. 이번 보궐선거로 통합의 필요성이 높아진 대신 구여권이 다극화되면서 통합의 주도권을 쥐려는 다툼도 치열해질 것이라고 봤다. 전자는 통합의 촉진 요인이고 후자는 통합을 가로막는 요인이다.

    한 실장은 "이번 선거에서 반한나라당 진영이 단일후보가 된 것은 적극적인 공조의 결과가 아니라 단지 열린우리당이 후보를 내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보궐선거의 결과가 통합을 앞당길 것이라는 전망에 회의감을 표시했다.

    "대선에서 지역주의 경향 나타날 것"

    이번 보궐선거의 또 다른 특징은 지역주의 흐름의 복원이다. 충청인의 정체성을 강조한 심대평 전 지사나 DJ의 차남 김홍업씨의 당선이 단적으로 보여준다.

    박성민 대표는 "중도정치의 폐해가 바로 이런 것이다. 좌우로부터 취사선택할 정책적 선택지가 있어야 중도가 존립할 수 있는데, 우리 정치엔 제대로 된 좌우가 없다. 그러니 지역주의로 간다"고 했다. 그는 "이번 대선에서도 지역주의 흐름이 나타날 것"이라고 점쳤다.

    한귀영 실장도 "지역주의 흐름은 이번 보궐선거의 가장 뼈아픈 대목"이라면서 "범여권에서 호남과 충청을 잇는 서부권벨트 연합을 강조하는 목소리가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홍형식 소장은 "지역주의 정서 외에 비노무현-반한나라당에 대한 반작용이 절반의 영향은 줬다"고 지역주의의 영향을 상대적으로 낮게 평가했다.

    민노 두자릿수 지지율 "진보개혁 대변자로 위상 높아지는 징후"

    이번 보궐선거의 결과 가운데 별로 주목을 받지 못하는 게 있다. 이번 보궐선거에 출마한 민주노동당의 모든 후보들이 두 자릿수 득표율을 보였다는 사실이다.

    언론도 주목하지 않는 사실이고,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사실 자체’를 모르고 있다. 민주노동당은 이번에 경기 화성시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한 장명구 후보 외에 6명의 기초의원 후보를 내보냈다.

    한귀영 실장은 민주노동당 후보군의 두 자릿수 지지율 획득에 대해 "과거 열린우리당은 진보개혁 유권자층의 지지를 얻었다"면서 "한미FTA 체결 이후 민주노동당이 진보개혁을 대변하는 세력으로 위상을 높이고 있음을 보여주는 한 징후로 볼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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