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루아얄 지지 아니라 사르코지 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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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년 04월 25일 08:00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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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판적 지지론’이 난무한 이번 2007 프랑스 대선 1차투표에서 단연 돋보인 좌파 진영 주자는 혁명적공산주의자동맹(LCR)의 젊은 우편집배원 후보 올리비에 브장스노(Olivier Besancenot, 32).

    세계화 반대 투쟁으로 명성을 떨친 무소속 농민 후보 조제 보베, 공산당(PCF) 마리-조르주 뷔페, 노동자투쟁당(LO) 아를레트 라귀에 등 다른 쟁쟁한 좌파 후보들이 모두 1~2%의 저조한 득표율을 기록했을 때 그만이 유일하게 4.08%라는 득표율을 보였다.

    애국주의와 민족주의에 기반한 사회당

    2002년 대선 때의 득표율 4.25%보다는 약간 하락했지만 투표율이 71%에서 2007년 83.9%로 상승한 것을 감안하면 득표수는 30만표 가량 더 늘어났다. 득표 순위 역시 집권 대중운동연합(UMP) 사르코지 후보와 사회당 루아얄 후보, 프랑스민주연합(UDF) 바이루 후보, 극우 국민전선(FN)의 장-마리 르펜 후보에 이어 5위로 상승했다.

    “작은 후보들 중의 큰 후보”, “젊은 유권자들의 희망” 올리비에 브장스노가 지난 22일 대선 1차 투표 발표 직후 성명을 발표했다. 이 성명서에서 브장스노는 국내 일부 언론들의 보도와는 달리 사회당 세골렌 루아얄 후보에 대한 일방적인 지지를 선언하지는 않았다.

    대선 2차 결선투표는 “오만한 우익에 맞선 ‘반 사르코지 국민투표(referendum)’ 형태”로 치러져야 하지만 이는 “세골렌 루아얄에 대한 지지가 아니라 니콜라스 사르코지에 대해 반대 투표를 하는 것일 뿐”이라는 것.

    브장스노는 자신의 소득 재분배 제안을 사회당은 정책으로 받아들이고 있지 않다면서 “사회당은 애국주의와 민족주의의 기반에서 우익과 경쟁하려고 노력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것이 혁명적공산주의자동맹(LCR)의 입장이 세골렌 루아얄을 지지하지 않는 까닭”이라고 자신과 루아얄의 차별성을 부각시켰다.

    브장스노는 또한 다가오는 5월 1일 노동절에 “사르코지의 반 사회적인 정책에 맞서는 거리 시위에 나서 달라”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CPE(contrat premiere embauche, 최초고용계약) 반대 시위 이후 출현한 새로운 정치 세대에 기반하는 새로운 반(反) 자본주의 세력을 함께 만들어 나가자”고 성명을 마무리했다.

    다음은 올리비에 브장스노 후보의 성명서 전문이다(『먼슬리 리뷰』(Monthly Review)에 게재된 영문 번역본을 참조했기 때문에 프랑스어 원문과 다소 차이를 보일 수 있다. 성명서 원본은 브장스노 후보 홈페이지(http://besancenot2007.org/spip.php?rubrique19)에서 찾아볼 수 있으며, 먼슬리리뷰에는 영어-프랑스어 대역본(http://mrzine.monthlyreview.org/besancenot230407.html)으로도 게재하고 있다.

    올리비에 브장스노의 성명서

    대략 150만명에 해당하는 유권자들이 저에게 투표했습니다. 이는 2002년에 비해 28만표를 더 얻은 것입니다. 1차 선거일 전 수주일 동안 세골렌 루아얄(Segolene Royal, 2차 결선투표에 진출한 프랑스 사회당 여성 대통령 후보)의 유일한 선거 강령으로 기능했던 ‘쓸모있는 투표'(프랑스어로 vote utile, ‘비판적 지지’의 프랑스 버전)의 압력에도 불구하고, 4.1% 이상의 유권자들이 제게 투표했습니다.

    그것은 내일의 투쟁을 위해 가치를 헤아릴 수 없을 만큼 귀중한 격려입니다. 저는 제게 투표해 주신 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득표수를 넘어, 우리는 이번 대통령 선거에서 시민들의 사회적 기대에 부응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사회당의 유일한 선거강령은 ‘비판적 지지’

    취업할 수 있는 권리, 구매력의 증진, 주거권… 1,500유로의 순(純) 최저임금(프랑스어로 salaire minimum interprofessionnel de croissance, 약자는 SMIC), 실소득의 300유로 인상, 빈 집을 점거할 수 있는 권리, 해고 금지, 그리고 차별에 대한 투쟁 등등 – 많은 질문들이 이제 사회와 노동계에 놓여졌고, 우리의 선택과 세력(force count)을 만들기 위한 많은 동원들이 다가올 것입니다.

    이제 니콜라스 사르코지(Nicolas Sarkozy, 2차 결선투표에 진출한 프랑스 우파여당 남성 대통령 후보)가 선두에 서서 2차 결선투표에서 세골렌 루아얄과 대결할 자격을 얻었습니다. 우익은, 지난 5년 동안, 우리의 사회적 승리를 파괴하기 위한 체계적인 정책을 집행하려 했고, 사르코지는 프랑스 고용주협회(Mouvement des entreprises de France[MEDEF], 프랑스에서 가장 큰 고용주 단체)의 충격적인 처방책을 프랑스 사회에 적용하기를 원하고 있습니다.

    다시 말하면 더 많은 불평등, 더 많은 불공정, 그리고 더 적은 자유를 원하고 있습니다. 르 펜(Jean Marie Le Pen, 프랑스 극우 국민전선 대선 후보)은 경쟁에서 탈락했고, 이는 좋은 소식입니다. 그러나 사르코지는 극도로 반동적인 캠페인을 수행하였습니다. 국민전선의 지지기반을 얻으려 하면서, 사르코지와 그의 공약은 직접적으로 두드러진 위험이 되었습니다.

    어떠한 후보자도 그의 득표를 소유할 수 없고, 각각의 투표자가 5월 6일 결선투표에서 어떤 선택을 하든 그것은 자유입니다. 그러나, 지난 5년 동안, 혁명적공산주의자동맹(Ligue communiste revolutionnaire)은 투표함에서와 마찬가지로 거리에서 시락(Jacques Chirac, 프랑스의 현직 대통령)과 그의 총리들의 정책에 대해 싸워왔습니다.

    이러한 의미에서 저는 여러분에게 오는 5월 1일 프랑스 방방곡곡에서 제가 대통령 선거 기간 동안 막아내고 저항했던 사르코지의 반 사회적인 정책에 맞서는 긴급한 사회적 수단으로서 시위에 나서 주실 것을 요청합니다.

    반 사르코지 국민투표 형태로

    이런 오만한 우익에 맞서서, 대선 2차 결선 투표는 필히 사르코지의 정책에 저항할 생각인 모든 사람들의 ‘반 사르코지 국민투표(referendum)’ 형태로 치러져야 합니다. 5월 6일에 우리는 니콜라스 사르코지가 공화국의 대통령직에 이르지 못하는 것을 원하는 사람들과 함께 할 것입니다. 이것은 세골렌 루아얄에 대한 지지가 아니라 니콜라스 사르코지에 대해 반대 투표를 하는 것일 뿐입니다.

    이러한 강경 우익 세력과 직면하여, 사회당(Parti Socialiste)과 그 대선 후보자(루아얄)는 그 임무를 감당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번 대선을 통하여 저는 부의 재분배를 제안했습니다. 저는 그 제안이 자유주의를 받아들이면서 대기업의 이익을 환영하는 우익들과 같은 지반위에 서 있는 사회당의 정책이 아니라는 것에 주목했습니다.

    심지어 사회당은 애국주의와 민족주의의 기반에서 우익과 경쟁하려고 노력하였습니다. 이것이 혁명적공산주의자동맹(LCR)의 입장이 세골렌 루아얄을 지지하지 않는 까닭입니다.

    저는 그들 스스로 저희의 제안(최저임금 인상, 해고 금지, 차별 금지 등등)을 다시 모으기 원하는 분들에게 요청합니다. 5월 6일 투표함에서 대통령이 어떻게 나타나든 간에, 자유주의 정책에 대한 반대를 유지하는 것은 필수적이며, 혁명적공산주의자동맹(LCR)은 다가올 투쟁에서 광범위하고 가능한 단결을 향한 노력을 지속할 것입니다.

    그리고, 만약 사르코지가 불행하게도 5월 6일 대통령에 당선되거나, 아니면 세골렌 루아얄이 선출되거나 간에, 루아얄은 그녀의 오른쪽 뿐 아니라 왼쪽에서도 야당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게 될 것입니다.

    우리는 지난 5년 간 투쟁과 저항에서 유용했던 것처럼, 방리유(banlieues-도시 외곽지역)와 기업 내부에서의, CPE(contrat premiere embauche, 최초고용계약) 반대 시위 이후 출현한 새로운 정치 세대에 기반하는 새로운 반(反) 자본주의 세력을 필요로 합니다. 혁명적공산주의자동맹(LCR)은 여러분에게 자본주의와 싸울 수 있는 능력이 있고, 다른 세계는 가능하다는 희망을 제공해 주는 세력을 함께 만들어 나갈 것을 제안드립니다.

    4월 22일 오후 8시 30분, 파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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