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불편한 선택이 주는 큰 기쁨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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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년 04월 24일 03:34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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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광역시의 월평공원은 대전의 생태 섬이라고 부른다. 산의 규모가 웅장하지 않지만 121만평의 넓은 녹지대로 동네 야산으로 여기거나 근린공원으로 관리되기에는 규모가 상당한 도시 숲이다. 자연 보전 상태를 평가하는 자연녹지도 평가에서 8등급 판정을 받아 우수한 녹지상태임이 증명되었다.

또한 야생조수보호구역으로 지정되었고 미호종개, 붉은배새매, 늦반디불이 등 천연기념물과 멸종위기종이 서식하고 있는 월평공원은 그야말로 생태계의 보고이다.

월평공원과 접한 갑천은 다른 도심에서 보던 직선형으로 정비되어 있는 인공하천이 아니다. 뱀처럼 구불구불 이어지기도 하고 하중도도 형성되어 있으며 습지식물이 숲처럼 번성하는가 하면 습지 웅덩이도 군데군데 만들어져 있는 자연하천이다.

   
  ▲ 월평공원과 자연형 하천인 갑천
 

너른 들판, 갈대밭, 산세와 어우러진 갑천은 절경이다. 연간 수십만명이 월평공원을 오르고, 많은 어린이들이 갑천에서 뛰어놀고 있다. 그러나 지리적으로 대전의 중앙에 위치하고 있어, 각종 개발압력이 끊이질 않는 지역이기도 하다.

현재, 바로 이곳이 개발과 보전의 사이에서 첨예한 갈등을 겪고 있다. 30만인구를 수용하는 대전의 서남부개발이 가시화 되면서 서남부 지역과 구도심을 연결하는 대형도로를 이곳 월평공원과 갑천에 건설하려고 있어 지역주민과 환경단체가 반대하고 있다.

얼핏 생각하면 거대한 신도시가 만들어지고 그에 걸맞는 도로를 만드는 것은 당연할 수 있다. 환경단체가 교통체증 우려를 무시한 채 너무 보전만 앞세우는 것이 아니냐?라는 문제의식도 이해할 수는 있다.

그러나 그렇게 생각하기에는 그 댓가가 너무 크고 시민들의 반응이 매우 무섭다. 월평공원과 갑천을 지키려는 사람들은 몇몇 환경운동가의 주장만이 아니라 월평공원을 찾는 수많은 사람들의 주장이고, 갑천에서 뛰어노는 우리 아이들의 간절한 바램이며, 어렵게 독자적인 생태계를 유지한 생명체에게는 너무나 큰 상처를 주는 일이기 때문이다.

서남부 신도심이 조성되면 신도심과 구도심의 연계방안은 어떻게든 모색되어야 한다. 지역주민들과 환경단체는 월평공원과 갑천을 훼손하는 도로 건설방법이 아닌, 적절한 교통정책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요즘 전국적으로 제기되고 있는 급행버스시스템(BRT) 등의 도입으로 대중교통을 활성화시키자는 것이다. 도로를 아무리 넓게 건설하여도 50만대를 육박하는 대전의 승용차를 감당할수는 없기 때문이다. 공급중심의 교통정책은 쉬고 있는 승용차를 도로로 나오게 한다.

서울의 16차선이 넘는 도로도 매일 매시간 정체되는 것을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그러나 대중교통이 활성화된 브라질 꾸리찌바의 8차선 도로는 막힘없이 다니고 있다.

이젠, 관행화된 토목국가의 개발정책은 새로운 패러다임의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이미 전 세계가 에너지원의 변화, 교통정책의 변화, 도심 조성의 변화, 산림과 물 관리의 변화를 국가정책에 반영하고 있다. 그러한 면에서 도심 한복판의 월평공원과 갑천의 보전은 21세기의 새로운 환경적, 경제적 가치를 갖고 있는 것이다.

또한, 이를 보전하는 가운데 지하철만큼 빠른 버스가 시민을 원하는 곳에 데려다 주는 교통시스템이 만들어진다면 승용차 증가율이 감소하고, 새로운 환경파괴가 필요없으며, 오히려 대전의 대기질과 자연생태계를 보전할 수 있을 것이다.

   
  ▲ 월평공원 앞 갑천에선 아이들이 뛰어놀고 있다.
 

여하튼, 현재 월평공원과 갑천은 보전하느냐, 파괴하느냐라는 첨예한 갈등을 겪고 있다. 사람들 사이에서 이러한 논쟁을 아는지 모르는지, 월평공원엔 수많은 꽃과 나무가 울긋불긋 치장을 하고 있고, 갑천엔 갓태어난 물고기가 헤엄을 치고 있다.

또, 우리 아이들은 그곳에서 그림을 그리고 있다. 이들을 보면서 우리 대전시민이 조금은 불편하더라도 산을 좀 에돌아가는 것는 것은 어떨까 생각해본다. 거창한 생태적 가치까지는 생각하지 않더라도 그냥… 그렇듯… 예쁘고, 아름다운 도심의 공원과 대전시민이 함께 사는 세상을 만들고 싶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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