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의사협회, 복지위 의원들에 불법 돈 로비
        2007년 04월 24일 12:23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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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한의사협회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의원들을 상대로 불법 돈로비를 벌여온 사실이 드러나 파문이 일고 있다. 이런 사실은 지난달 31일 강원도 의사회 정기총회에서 장동익 의협회장이 한 발언 녹취록이 23일 일부 언론에 공개되면서 알려졌다. 

    당시 장 회장의 발언에 따르면, 의사협회는 ‘의정회’라는 ‘계’를 만들어 연간 4-5억원의 자금을 조성했고, 이렇게 조성된 자금을 갖고 국회 보건복지위 의원들을 상대로 로비를 벌였다. 특히 법안소위 소속 위원들이 집중적인 로비 대상이 됐다. 장 회장은 "모든 법안은 법안소위에서만 처리하면 된다. 법안소위가 얼마나 중요한지 말할 것도 없다. 보건복지위에서 할 필요 없다"고 했다.

    로비는 법안소위 위원들의 성향에 따라 ‘맞춤형’으로 이뤄졌다. 자신들에게 적대적인 의원들은 기부 대상에서 제외했고, 법안 처리에 도움이 될만한 의원들에게만 정치자금을 건넸다. 그 결과 법안소위 위원 6명 가운데 4명을 ‘의사협회의 편’으로 만들었다.

    장 회장은 "한나라당 의원 3명은 우리 편으로 만들었다. 열린우리당 G의원은 지역구인 충남 천안까지 6번 갔다. G의원은 감격해서 개인적으로 나를 형님이라고 부른다. 4명만 잡고 있으면 의료법도 법안소위에서 폐기할 수 있다"고 했다.

    장 회장은 또 "(부산 출신 열린우리당) B의원은 의사에 대한 한이 많다. 주치의인 대형 대학 병원장 P씨는 대학 동기인데, B의원을 책임지겠다고 했는데도 노인수발법을 부탁했더니 실제로 법안소위에서는 반대로 얘기하고 있다. 화가 나서 B의원 출신지 의사회장에게 B의원을 후원하지 말라고 했다"고 말했다.

    장 회장은 이어 "매달 의협에서 용돈 주는 국회의원이 있다. 3명(열린우리당 1명, 한나라당 2명)에게 200만원씩 매달 600만원 쓰고 있다"고도 했다.

    의사협회는 연말정산 간소화와 관련된 소득세법 개정을 위해 보건복지위 소속 한나라당 A의원에게 1,000만원을 건네기도 했다.

    장 회장은 "한나라당의 A의원이 연말정산 대체법안 만들기로 했는데 그 사람이 맨 입에 하느냐. 연말정산 때문에 A의원에게 1,000만원을 현찰로 줬다. 그 사람은 항상 정치자금이 2억5,000만원 풀로 찬다. 1,000만원 정도 주고 전화 한 번 하면 어느 단체라도 ‘회장님’ 하면서 만나자 하는 게 사람"이라고 했다.

    의사협회는 국회의원 뿐 아니라 보좌관들에게도 향응을 제공하며 로비를 벌였다. "장윤철 대한의사협회 총무이사가 금강산에 갔다 왔는데 한나라당 보좌관 9명 거마비 집어주고 술 먹이고 했다. 의료법 때문에 우리 사람 만들려고 했다. 보좌관들은 공문 아무리 보내도 전달이 안 된다. 이렇게 해서 그 법안이 3대 3 동수로 부결됐다"는 장 회장의 발언은 이를 뒷받침한다.

    장 회장의 발언 내용과 관련, 정치권은 신속한 대응에 나섰다. 국회 보건복지위는 이날 오후 장 회장을 출석시킨 가운데 전체회의를 소집해 주장의 진위 여부와 배경 등을 따지기로 했다.

    강기정 의원을 비롯한 우리당 소속 보건복지위원들은 장 회장을 명예훼손 혐의로 검찰에 고발키로 방침을 정했다. 강 의원은 브리핑에서 "우리당 복지위원뿐 아니라 한나라당 등에서도 명예가 훼손됐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모두 고발의 주체가 될 것"이라고 했다.

    한나라당은 이날 국회대책회의에서 장 회장 발언의 진실 여부를 자체 파악하면서 만약 관련자가 있을 경우 당 윤리위를 소집하겠다는 방침을 정했다. 복지위원인 박재완 비서실장은 "오후 복지위를 소집해 의협 회장으로부터 경위를 파악해야 하고, 필요하다면 당 윤리위 소집도 할 수 있다"고 했고, 황우여 사무총장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윤리관 직권조사도 할 수 있다"고 했다.

    민주노동당은 "’혹시나’ 했던 이익단체의 돈 로비 행각이 ‘역시나’로 확인된 것"이라며 한나라당을 맹비난했다.

    김형탁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공개된 녹취록 내용 중 ‘법안소위 한나라당 의원 3명을 우리 편으로 만들었으며 4명만 잡으면 의료법도 법안소위에서 폐기할 수 있다’는 발언은 심각함을 넘어 충격"이라면서 "돈에 매수된 한나라당 의원들이 이익단체에 놀아나면서 법안이 좌지우지 되었다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김 대변인은 또 "이익단체의 입장만 관철시키다 보니 민생이 실종되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그러다보니 국민연금 야합 등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의 추악한 뒷거래가 난무하고 있다"면서 "관련 의원들은 즉각 사퇴하고 한나라당, 열린우리당은 국민들 앞에 머리 숙여 사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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