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책을 정치화하라"
        2007년 04월 23일 06:42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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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주노동당 대권주자인 노회찬 의원이 23일 예비후보 등록을 계기로 대선행보를 본격화하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건 잇단 정책 발표 일정이다. 그동안 가다듬어 온 분야별 정책 대안을 본격적으로 쏟아내려는 것이다.

    노 의원은 먼저 27일께 한미동맹, 전략적유연성, 주한미군 재배치 문제 등에 대한 포괄적 대안을 담은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발표할 예정이다. 군사분계선 내 비무장지대를 발표 장소로 잡고 있다.

    노 의원은 다음주 중엔 정책 총론과 함께 경제 분야에 대한 비전을 제시할 계획이다. 노 의원측은 이어 사회복지 분야와 교육 분야의 정책 대안을 순차적으로 발표할 방침이다.

    노 의원측 정책을 관통하는 원칙은 ‘정책의 정치화’다. 단순히 정책을 제시하는 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정책을 실현하기 위한 정치적 행동계획을 함께 내놔야 한다는 것이다.

    그를 통해 대중을 정치적으로 묶어낼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노 의원측 한 관계자는 민주노동당의 문제는 정책의 ‘과소’가 아니라 정책을 실현하기 위한 정치적 행동계획의 ‘과소’에 있다고 했다.

    예컨데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비판하는 경우, 그것이 국내 헌법은 물론 소파(SOFA) 협정과도 상충되는 것이라는 구체적인 반대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 이를 기초로 사람들을 묶어세우기 위한 구체적인 행동계획까지 함께 내놔야 한다는 것이다.

    노 의원측은 ‘정책의 정치화’에 성공한 대표적인 사례로 당 민생특위의 카드 수수료 인하운동을 들고 있다. 입법청원 서명을 받은 지 40여일만에 서명인원이 10만명을 넘어설 만큼 영세 상인들의 호응이 컸다는 것이다.

    또 이들이 압력 요인이 돼 국회에서의 여론이 우호적으로 돌아섰다. 당 민생특위가 지난 21일까지 여야 국회의원 24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조사 대상자 중 76.7%의 의원이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 관련 법안 개정에 찬성했다.

    민주노동당을 보는 영세 상인들의 시선도 많이 달라졌다. 이번 운동에 동참하고 있는 일부 상인단체들은 민주노동당에 대한 지지와 지원을 약속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정책 제시 – 정치적 실천 – 정책 실현 – 정치적 지지 확대’의 선순환을 보여주는 교과서적 사례라는 자평이 따른다. 노 의원측 한 관계자는 "당이 표방한 거대한 소수 전략의 드문 성공사례가 아닌가 싶다"고 했다.

    ‘정책의 정치화’는 곧 노 의원측 경선 전략의 핵심과도 직결되어 있다. 당 바깥의 대중적 지지세를 키워, 이 힘을 바탕으로 당내 지지율을 높인다는 게 노 의원측 기본 구상이다.

    당원들은 결국 본선경쟁력이 있는 후보를 선택할 것이라는 판단에 따른 전략이다. 어떤 의미에선 국민을 상대로 경선을 치르는 격이다.

    노 의원측은 대권도전을 공식화하기 전부터 구체적인 정책을 매개로 국민과 접촉하고, 사업을 조직하고, 그를 통해 정치적 성과를 남기는 활동 패턴을 보여왔다고 말한다.

    노 의원이 국회 등원 후 2년 반 동안 300회가 넘는 지역강연을 다닌 것도 이런 맥락이다. 노 의원측 한 관계자는 "노 의원이 강연가서 빈 손으로 오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했다. 어떤 형태건 ‘성과’를 남긴다고 한다.

    이런 활동은 당과 대중의 거리를 좁히는 방안으로 제시되기도 하고, 그런 점에서 이를 당 위기 극복의 핵심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노 의원이 당이 직면한 위기를 타개할 적임자라는 노 의원측 주장은 이런 명분을 한 축으로 깔고 있다.  

    노 의원측은 당내 ‘정파’들에도 이런 원칙에서 접근할 방침이다. 노 의원측은 차라리 ‘정파’를 상대로 한 별도의 접근법 자체를 생각치 않고 있다고 말한다.

    당의 정책과 이념으로 대중을 묶을 프로그램을 놓고 ‘정치적 지분단위으로서의 정파’가 아닌, ‘정치적 의견단위으로서의 정파’를 만나 대화하고 설득하고 보완할 것이라고 했다.

    내용을 놓고 토론하는 과정에서 상호침투는 있을 수 있지만 ‘정치적 거래’는 않겠다고 했다. 노 의원은 이런 입장을 참모들에게 약속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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