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무역이 개발도상국 경제 망친다
    2007년 04월 23일 05:56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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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자유무역이나 국제무역기구 가입이 무역 쌍방에게 이익을 주고, 개발도상국들의 경제성장을 돕는다는 이야기를 들어왔다. 학교에서도 그렇게 배웠고, 요즘에는 한미FTA에 대한 대통령 연설과 신문 사설에서도 똑같은 이야기를 귀가 닳도록 듣고 있다.

그런데 미국 보스턴 대학의 케빈 갈라거 교수는 전혀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그에 의하면 1995년부터 2005년까지 국제무역기구(WTO)에서 해결된 분쟁의 25% 이상이 개발도상국들의 성장을 위한 정책들을 파괴했다고 한다.

위와 같은 내용을 담고 있는 논문을 미국 신사회과학원 경제학과의 신희영씨가 번역하여 <레디앙>에 보내주었다. 신희영씨와 그 동료들은 이 글을 번역한 이유, 그리고 자신들의 활동계획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

“우리는 한미 자유무역협정이 현재 한국경제가 당면한 여러 가지 문제점들을 극복하는 데 결코 도움이 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압도적인 다수의 중소기업, 노동자들과 농민들을 희생시켜 소수의 재벌중심의 경제체제를 공고하게 만들고 동아시아 외환위기 이후 급속하게 형성된 금융자산가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금융시스템을 ‘금융산업 발전’ 또는 ‘산업구조의 고도화’라는 미명하게 한국사회에 이식하는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 이 협정이 국회에서 비준되지 않게끔 하는 데 조금이라도 기여를 하고 싶다는 생각에서 이 글을 번역하여 전합니다.

… 현재 영미권의 유학생들을 중심으로 한미 자유무역협정 비준에 반대하는 온라인 서명운동을 전개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려드리고 싶습니다. ……우리는 서명운동이 잠정적으로 끝나는 이 달 말 안으로 서명운동의 취지문과 명단을 한미 양국의 주요 정책결정자들과 온라인 오프라인 신문에 송부할 것입니다.”

번역에 힘써주신 신희영씨에게 감사의 말씀을 전하며, 케빈 갈라거의 논문 「국제무역기구 하에서 개발도상국들은 경제 발전을 위한 독립적인 정책 공간을 상실하고 있다(The IRC Americas Program Policy Brief, 2007. 3. 20)」를 발췌 게재한다. 전문은 독자게시판에 게재돼 있다.  <편집자 주>

개발도상국가들이 자국의 경제 발전을 촉진하기 위해 독자적인 정책 공간(policy space)을 확보해야 한다는 주장은 단순히 이론적인 주장일 뿐만 아니라 경험적인 연구 성과에 바탕을 두고 있다. 대만과 한국 그리고 최근의 중국과 같은 동아시아 국가들의 급속한 경제 성장은 정부의 국가 지원적(state-facilitated) 경제 발전 정책이 성공적일 수 있다는 주장의 주된 근거다.

그러나 다른 한편 대다수 신고전파 경제학자들은 정부가 특정한 정책을 취하는 나라가 국제 무역에 관여하면, 국제 무역을 왜곡시킬 것이라고 주장해 왔다.

아래의 표 1은 개발도상국들이 이와 같은 시장 실패를 교정하기 위해서 사용할 수 있는 다양한 정책 수단들을 예시한 것이다. 그러나 몇 가지 규정들은 도하 라운드 하에서 조만간 폐지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는 1995년부터 2005년까지 국제무역기구를 통해 제소된 분쟁 사례를 분석했고, 위 도표에서 예시된 몇 가지 조항들이 문제가 된 사례들을 선별한 후 실제로 어떻게 해당 분쟁이 조정되었는가를 살펴보았다.

이 과정에서 크게 두 가지의 주목할 만한 결과가 나타났다. 첫째, 개발도상국들은 물론 선진국들도 국내 산업 보호를 위해 해당 정책들을 암암리에 시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둘째, 분쟁 해결 메커니즘(Dispute Settlement Mechanism; DSM)의 핵심은 개발도상국가들이 취하고 있는 산업 정책의 내용이 WTO 규정을 위반하는지를 판결하는 데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는 점이다.

이는 전체 90개의 사례 가운데 25% 이상이 개발도상국가들이 사용하고 국내 산업 증진을 위한 다양한 정책들을 제거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아래의 도표는 이러한 분쟁 사례들이 각 항목별로 어떻게 개발도상국가들에게 영향을 미쳤는가를 분석한 것이다.

   
 
 

자유무역은 개발도상국들의 관세 수입이 줄어들게 하는데, 자유무역론자들은 개발도상국들이 얻을 잠재적인 이익이 그 손실보다 클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런데, 아래 표는 선진산업국가들은 관세 손실분보다 큰 기대 이익을 얻게 되지만, 개발도상국들은 기대 이익이 결코 관세 손실분에 미치지 못함을 보여준다.

   
 
 

선진 산업 국가들은 현재까지 진행되어 왔던 무역 협상안이 자국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가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그들은 지금까지 무역 자유화의 이익이 소수의 산업 부문에 집중되어 온 반면, 그 비용은 나라 전체에 부과되어 왔다는 것을 명확하게 인식해야 할 것이다.

개발도상국가들도 현재의 무역 협상 구조를 진지하게 고찰해볼 필요가 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어떻게 하면 자국의 경제 성장을 모든 무역 협정에 우선하는 핵심적인 과제로 부각시킬 것인가를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

개혁 방안

1. 선진 산업 국가들은 현존하는 협정들을 준수해야 한다. 예를 들어, 미국과 유럽은 국제무역기구의 판결 내용 (섬유 산업과 설탕 산업에 대한 자국 정부의 보조금 지급이 현존하는 국제 무역 규범을 위반하는 것이며, 이는 결과적으로 동종 상품들을 수출하는 개발도상국가들의 생산자들에게 막대한 피해를 입히고 있다는 판결) 을 준수해야 할 것이다.

2. 다음으로, 서구 국가들은 농장 경영에 이용되는 자원에 대해서는 불공정한 가격에 구입할 것을 요구하고, 최종 생산물을 판매하는 데 있어서는 막대한 이윤을 올리고 있는 다국적 기업의 활동을 규제하자는 아프리카 여러 나라들의 제안을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3. 선진 산업 국가들의 협상 당사자들은 국제무역기구 하에서도 가난한 나라들의 이익을 보장하기 위해 오랫동안 ‘특별 최혜국 대우의 원리(principle of special and differentiated treatment)’가 존속되어 왔다는 사실을 명확하게 인식할 필요가 있다.

선진 산업 국가들은 가난한 나라들의 시민들이 보다 저렴한 비용으로 의약품을 구입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이 나라들이 생산하는 의약품에 국제적 특허 관련 규정들 부과하는 것을 철회해야 한다. 더불어 선진 산업 국가들은 가난한 나라들이 지역 경제 내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옥수수와 쌀 그리고 밀 등에 대해서는 자유 무역 협정의 대상으로 설정하지 않을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한다.

4. 더불어, 국제통화기금이나 세계은행과 같은 국제 기관들은 이미 타결된 협정 내용이 야기할 개발도상국가들 내의 구조 조정의 비용, 예컨대 관세 수입 충당, 직업 훈련 등에 따른 비용을 새로운 정책이 뿌리내릴 때까지 지원하는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

5. 마지막으로, 선진 산업 국가들이 주도하는 지역간 또는 양자간 무역 협정은 근본적으로 중단되어야 한다. 지역간 양자간 협정은 선진 산업 국가들과 발전도상국가들 사이에 현실적으로 존재하는 비대칭적 협상력(asymmetric bargaining power)을 악용하는 협정이다.

이 과정에서 이 지역간 양자간 협정들은 진정한 비교 우위(comparative advantage)를 지닌 나라들을 협상 대상에서 의도적으로 제외시키고, 개발도상국가들이 자국의 발전을 위해 취할 수 있는 효과적인 정책 집행 능력을 근본적으로 박탈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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