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먹거리 문제를 대선 의제화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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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년 04월 24일 09:54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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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선이 다가오면서 다들 “먹고 사는 문제가 중요하다”고 한마디씩 한다. 경제성장에 대한 나름의 처방 없이는 대선 국면에 명함도 내밀기 힘들 것이라는 엄포일 것이다. 그 때문에 7% 경제성장이 가능한지 혹은 올바른 것인지를 두고 한나라당과 민주노동당 대권주자 사이에 한바탕 논쟁을 벌인지도 얼마 되지 않는다.

    그러나 우리는 진짜 ‘먹는’ 문제, 즉 먹거리(Food) 문제에 대해서는 무관심한 듯 하다. 이 사회의 약자―가정에서 대다수 먹거리를 챙기는 주부, 정크 푸드에 노출된 아이들, 경제적 이유로 굶주린다는 사람들, 한미FTA로 결정타를 입은 농민 등―에게는 먹거리 문제는 여전히 심각하기지만, 한번도 제대로 주류 정치의제로 다루어지지 못했다.

    농장에서 식탁까지 먹거리가 생산되고 수송, 가공, 유통, 판매, 조리되는 전 과정, 즉 식품사슬(Food chain) 곳곳에서 우리는 사회적 모순과 부조리를 발견하게 된다. <레디앙>은 민주노동당 정책위원회와 공동 기획으로 ‘먹거리 안전’, ‘먹거리 복지’, ‘친환경농업’, ‘지역먹거리’, ‘공공급식’이라는 틀을 통해, 먹거리 문제가 무엇인지 드러내기도 하고 또 대안을 모색해보기로 했다..

    이는 지금껏 파편적으로 다루어져 왔던 먹거리 문제를 간분야적인 방식으로 종합적으로 접근하여 기존의 접근방식을 뛰어넘으려는 시도다. 또한 이는 이번 대선에서 정말 ‘먹고 사는’ 문제를 대선 의제화하기 위한 ‘녹색정치’의 도전이기도 하다.

    기획을 여는 이 글에서는 가장 거시적인 차원에서 먹거리 문제를 다룬다. 특히나 한미FTA가 타결되어 우리의 먹거리가 세계식량체제로 한발 더 편입되게 된 시점에서, 원론적 차원에서 그 대안을 모색해보는 것은 그 자체로도 의미가 있을 것이다.<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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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나라 농업과 먹거리 현실은 점점 더 악화일로에 있다. WTO, 한미FTA 등을 통해서 밀려오는 외국농산물과 정부의 농업 지원 축소 등은 농민들의 영농 위기를 가중시키고 있다.

    세계식량체계 무엇이 문제인가

       
      ▲ 한재각 민주노동당 정책연구원 (사진=매일노동뉴스)  
     

    소규모 자영농이 대부분인 농가들의 경우 영농을 통한 재생산이 안 되고 있으며, 농가부채액은 눈덩이처럼 늘어나고 있다. 또한 고령화로 인해 영농 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하지만, 청년층의 영농 진입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또 먹거리의 경우 외국산 정체불명의 먹거리 그리고 각종 패스트푸드, 인스턴트식품 등이 점점 더 확산되고 있다. 그리고 외국산 먹거리의 소비 증대는 국내산 먹거리 시장을 잠식하여 농민들이 좋은 먹거리를 생산해놓고도 판매의 어려움을 겪게 만든다.

    질나쁜 먹거리의 섭취가 늘어나면서, 식중독도 빈발하고 있고, 먹거리로 인한 질환인 아토피, 천식 등이 늘어나고 있다. 또 고지방 식품의 소비가 늘면서 고혈압, 당뇨, 심장병의 주범이라 할 수 있는 비만 인구층도 급속하게 늘고 있다.

    농민들이 겪고 있는 우리나라의 농업문제 그리고 소비자들의 먹거리 문제는 그 원인이 각기 다른 데 있는 것이 아니다. 이들의 문제 모두 이른바 세계식량체계의 작동과 관련이 있다. 세계식량체계가 가족농을 어렵게 하고, 나쁜 먹거리가 확산되는 쪽으로 전세계 농업과 먹거리에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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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식량체계에서는 지역시장이 아니라 세계시장에서 먹거리 상품의 경쟁과 유통이 이루어진다. 규모와 효율성에 기초한 산업형 농업이 자리하며, 거대 농기업들이 종자, 영농, 시비, 방제 등을 담당함으로써 식량체인에서 주도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농기업들은 이윤을 위해 유전자 조작 종자를 개발하고, 종자불임기술(터미네이터 기술)을 통해 종자를 독점, 통제한다. 반면에 농민들은 농업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줄어들고, 영농과 관련된 자율성이 계속 약화되고 있다. 또 생산자와 소비자의 관계가 단절되어 서로 알지 못하는 가운데 식량의 생산과 유통이 이루어진다.

    넓은 시장, 값싸고 다양한 음식 공급론의 허구

    세계식량체계을 옹호하는 사람들은 이것이 “생산자에게 보다 많은 시장을 제공하고, 소비자들에게는 값싼 먹거리를 제공하고, 또 지역에서 먹을 수 없는 먹거리를 제공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는 그렇지 않다. 세계식량체계가 제공하는 먹거리는 다른 외부비용까지 고려할 때 결코 싼 것이 아니며, 세계식량체계하에서 먹거리의 표준화는 지역에 있는 많은 먹거리의 소멸을 가져오기 때문이다.

    세계식량체계는 많은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세계식량체계는 저가 연료정책에 힘입어 장거리 수송에 의지하고 있는데, 연료비의 상승으로 저비용 수송이 가능하지 않게 될 때 어려움에 처할 수밖에 없다.

    세계식량체계에서는 자본 집약적인 영농이 이루어지는데, 이러한 영농은 경작지의 산성화, 사막화를 가져와 영농의 지속가능성을 저해한다. 또한 세계 경제와 정치가 안정된 가운데 제대로 작동될 수 있지만, 만약에 전쟁, 천재지변 등에 의해 세계경제가 요동을 치거나 정치적인 갈등이 고조될 경우 원만하게 작동하지 못한다.

    또한 세계식량체계는 농업생산이 지역의 수요가 아닌 시장의 논리에 의해 좌우되기 때문에 지역 식량공급의 불안정을 초래한다. 멕시코의 경우 NAFTA, WTO 가입 이후 다른 농산물의 수출은 늘었지만 기초식량의 수입이 크게 늘어, 주곡의 안정적 자급이 붕괴되는 결과를 맞게 된 사례를 기억해야 한다.

    가족농의 붕괴도 가져온다. 끝없는 경쟁에 기반을 둔 산업형 농업에서 가족농은 규모 그리고 투자에서 기업농을 결코 이길 수 없다. 그리고 이 세계식량체계에서는 식품의 최종판매를 통해서 얻어지는 돈, 즉 푸드달러 중 농민의 몫이 점점 작아졌다. 이로 인해 농민들은 예전보다 훨씬 많이 생산하고도 경제적으로 도산한다.

    그리고 환경을 파괴한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산업형 농업에서는 경쟁을 위해 비료나 농약을 많이 투여하는데, 이는 토양의 황폐화, 지하수 오염, 생물 다양성 및 유전적 다양성의 약화를 가져온다. 축산 분뇨를 논밭 농사에서 하지 않고 공장형 사육이 확산되는 것 역시나 환경에 크게 파괴한다. 유전자 조작 종자도 생물 다양성을 줄이고, 슈퍼잡초 등의 출현을 가져와 환경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농촌을 붕괴시키는 세계식량체계

    세계식량체계에서 식탁 위 식품의 안전을 위협을 받는다. 경쟁을 위해 생산과정에 사용된 농약과 항생제가 잔류된 농산물과 장거리 수송을 위해서 방부제의 살포나 방사선 조사를 거친 농산물이 안전하다고 결코 이야기할 수 없다.

    지역사회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도 결코 외면할 수 없다. 이 체계에서는 농기업이 농촌에서 얻은 이윤을 도시로 가져가기 때문에 농촌경제을 쇠퇴케 한다. 또 농촌에 농가가 감소하고 비즈니스가 줄어들게 되면, 농촌의 사회경제적 제도가 효율성의 이름으로 축소되거나 다른 곳으로 이전하고, 이러한 상황에서 많은 주민들은 공동체에 대한 소속감을 잃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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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식량체계가 많은 문제점을 야기하자, 세계의 여러나라에서 소비자 그리고 농민들이 그 대안를 모색하는 운동을 벌였고, 그 결과 등장한 것이 지역식량체계다. 지역식량체계는 다음과 같은 특징을 가지고 있다.

    첫째, 지역식량체계에서는 생산자와 소비자 간에 알고 연결된 가운데 먹거리의 생산과 소비가 이루어진다. 생산자들은 자신의 얼굴을 가진 농산물을 생산하여 공급하고, 소비자들은 생산자들의 생산방식, 생산물의 품질을 신뢰하는 가운데 이를 구입한다. 생산자와 소비자가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피드백이 가능하고, 농업 및 식량문제, 식품안전문제 등과 관련하여 생산자와 소비자들이 공동으로 대응할 수 있다.

    둘째, 지역식량체계에서는 먹거리의 지역생산과 지역소비가 이루어진다. 세계식량체계에서는 소비자가 있는 곳에서 수천 킬로미터 떨어진 곳에서 생산이 이루어지고, 원거리 수송 등을 통해 식량과 농산물이 공급되는데 비해, 지역식량체계에서는 생산지의 근처에 사는 소비자들이 먹거리를 구입한다. 때문에 이른바 ‘푸드마일’이 매우 짧다.

    지역식량체계가 정답인 여러가지 이유들

    셋째, 지역식량체계는 생산자와 소비자 간에 사회적 신뢰와 책임에 토대를 두고 운용된다. 생산자와 소비자는 지역 토지, 환경, 자원에 대해 공통의 이해관계를 갖고, 따라서 신뢰와 책임 속에서 농산물의 지역생산과 지역소비를 한다. 생산자는 그들이 알고 있는 사람들이 먹을 건강하고 온전한 먹거리를 생산할 책임을 느끼고, 소비자는 그들 공동체의 일부인 생산자에게 책임을 느낀다.

    넷째, 지역식량체계에서는 지역의 필요에 의한 생산이 이루어진다. 지역식량체계에서는 생산자가 지역의 소비자들이 필요로 하고 원하는 것에 맞추어 생산을 한다. 이윤보다는 공동체 구성원의 식량접근과 식량보장을 강조한다. 또 식량을 공동체의 생존에 불가결한 것으로 보고, 지역사회(공동체)의 식량보장, 취약층의 식량접근 등에 주안점을 둔다.

    다섯째, 지역식량체계는 지역농업에 기반을 두고 있다. 그것은 먹거리의 지역생산, 지역소비를 하는 식량체계이기 때문에 지역의 자연조건과 환경에 맞는 지역농업이 발전된다. 지역농업은 환경보호, 지역의 정체성, 지역음식과 음식문화의 발전에 기여한다.

    이러한 특징을 갖는 지역식량체계는 농민, 소비자, 지역사회에 여러 이점을 가져다 준다. 이를 살펴보면, 우선 농민들은 중간상인을 거치지 않음으로써 보다 많은 이윤을 얻을 수 있다. 농민들이 사전 주문이나 회원들의 기호에 대한 파악을 함으로써 과잉생산, 저장비용, 판매부진 등을 피할 수 있다. 또한 다양한 작물을 선택하여 영농을 할 수 있다.

    지역식량체계 하에서 농민들은 보다 안정적인 영농 종사가 가능하고, 영농에 대한 투자도 가능해진다. 또 농민들의 인간관계에도 긍정적으로 기여한다. 농민들은 소비자들과의 연결이 이루어짐으로 소비자들, 그 가족과 인간적인 접촉을 할 수 있다. 농민들은 그들의 생산물을 먹는 사람에 대한 지식을 갖는 즐거움을 누리며, 그들의 작업에 더 많은 애정과 책임 그리고 보상을 느끼게 된다.

    지역식량체계는 소비자들에게도 여러 가지 이점을 제공한다. 소비자들은 건강에 이로운 음식(농산물)을 먹을 수 있다. 지역농산물은 신선하고, 영양가가 높고, 농약의 잔류가 적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은 삶을 가능케 하는 토지, 농장생활, 생산과정에 대한 관계를 더 잘 알게 된다. 소비자들은 또한 자기들이 구입하는 농산물에 대한 지식을 얻을 수 있다. 지역 농산물을 공급하는 학교급식 프로그램을 통해서는 보다 안전한 먹을거리를 먹을 수 있고, 지역 농산물을 알 수 있는 계기를 가지게 된다.

    그리고 지역사회를 활성화시킨다. 그것은 지역토지에 대한 사회적 책임관리(stewardship)를 가져오고, 지역사회를 보다 살기 좋은 곳이 되게 한다. 지역식량체계에서는 생산자와 소비자들이 식량생산의 위험을 공유함으로써 공동체 의식이 증대된다.

    농사일과 수확모임을 통해 농촌 생산자와 도시 소비자의 관계가 발전된다. 지역식량체계는 지역경제의 활성화에 기여한다. 지역농산물의 판매대금이 외부지역으로 유출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것은 지역에 일자리, 비즈니스의 번창을 가져오고, 지역 음식문화, 영농문화 등을 포함한 지역 문화의 보존에 기여한다.

    이상에서 보았듯이 점점 더 악화일로에 있는 우리나라 농업문제, 먹거리 문제는 세계식량체계내에서 그 해결책을 찾을 수 없다. 세계식량체계에서 어떻게 벗어나 지역식량체계를 이루어낼 것인지, 우리의 도전이 요구된다.

    * 이글은 오랫동안 먹거리 문제를 연구해온 경남대 김종덕 교수의 자문을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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