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과하지 말라는 미국 언론, 사과하는 한국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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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년 04월 23일 09:21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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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버지니아 공대 총기 난사 사건의 희생자 장례식이 이어지는 가운데, 버지니아 공대 안에 사건의 용의자 조씨의 추모석이 다른 희생자들의 추모석과 함께 마련되고, 미국 언론이 한국의 ‘사죄’ 분위기에 우려를 표하는 등 이 사건을 다르게 보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CNN 뉴욕타임스 워싱턴포스트 등 미 유력 언론들은 사건의 용의자인 조승희씨의 표기를 ‘Cho Seung- Hui’에서 ‘Seung -Hui Cho’로 바꾸었다. 이는 아시아-아메리카 기자협회(AAJA)와 조씨 가족들의 의사를 반영한 것이다. 21일 ‘낯선 세계의 고립된 아이’라는 1면 머리기사에서 Seung -Hui Cho로 표기한 워싱턴포스트는 편집자주에서 이름을 바꿔 부르게 된 경위를 설명했다. 한겨레는 이에 대해 "이런 표기의 변화는 미국 언론들이 이번 사건을 미국인에 의한 미국 내 사건으로 받아들이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풀이된다"고 해석했다.  

     사과하지 말라는 미국 언론, 사과하는 한국인

    특히 미국 필라델피아의 유력 일간지 ‘필라델피아 인콰이어러’의 20일자 사설 ‘한국에 보내는 편지-당신들의 사과에 담긴 교훈’은 ‘죄인’을 자처하는 한국 내 분위기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 신문은 "주한 미 대사관 앞의 촛불 추모식과 한국 대통령의 애도와 충격 표시는 감동적이지만 문제는 한국이 아니다. 우리가 잘못 판단하지 않도록 더 이상 사과하지 말아 달라"며 "용의자는 미국에 어릴 때 와서 여기서 자랐다. 어쩌면 우리가 그를 더 잘 돌보지 못한 점에 대해 사과해야 한다"고 썼다.

       
      ▲ 조선일보 4월23일자 3면  
     

    이와 관련해, 조선일보 한현우 기자는 기자수첩 <한국서 사과할 일 아니라는데도…>에서 이번 사건을 미국의 교육 사회 시스템의 문제로 보는 미국 현지 분위기와 달리 가해자처럼 행동하는 한국인의 행태를 지적했다. 기자수첩은 "워싱턴의 한 한인 단체 간부는 "현지에선 어떻게든 이번 사건과 한국인의 연관성 확산을 막으려 하는데, 오히려 한국에서 ‘우리 잘못이오’하는 꼴"이라고 말했다"며 교포사회 우려를 전했다.

    그러나 이런 지적과는 상관없이 21일 선진화국민회의 재향군인회 등 보수진영의 248개 시민단체 회원 1000여명은 추모행사를 열었고, 이 자리에서 버지니아 공대 한국인 동창회 부회장인 이원우 서강대 교수는 "희생자 부모들의 심정을 생각하면 우리가 죄인이 된 심정"이라고 말했다. (서울신문 인용)

       
      ▲ 국민일보 4월23일자 미션1면  
     

    국민일보는 <"이제 희망을" 교회마다 추모물결>이란 미션면 1면 기사에서 총기사건 희생자를 추모하는 교회 행사를 상세히 소개했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는 19일부터 25일까지를 한국 교회 추모주간으로 선포했고,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한기총 국민일보 등은 희생자 유가족과 부상자를 돕기위한 모금 운동을 시작했다고 한다. 

    한미간의 돈독함을 강조한 중앙일보는 ‘미안해 하는 한국’을 동양적 정서로 보면서, ‘죄의식을 느낄 필요 없다’는 미국의 입장을 ‘위로’라는 ‘독특한’ 시각으로 해석했다. 

    중앙일보는 사설 <한국인을 오히려 위로하는 미국인들>에서 "미국인들은 사건이 조승희의 개인적 행동이니 한국인이 죄의식을 느낄 필요가 없다고 위로했다. 그러나 한국인의 느낌은 달랐다. 동양적 연대 정서가 강한 한국인은 서구적 논리를 넘어 미안하고 가슴 아파했다. …미국인은 그런 한국인의 마음을 놓치지 않았다. 미국 언론과 대학당국.지역 주민 등 많은 미국인은 한국인의 애도에 감사를 전했다. 한국인은 미안해했고 미국인은 감사했다"고 전했다.

    중앙일보는 "많은 한국인에게 미국은 단순한 외국이 아니다. 수백만 재미 한국인에게 미국은 제2의 조국이며, 한국에 있는 그들의 가족.친지에게는 동맹국 이상"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신문들이 조씨에게 남겨진 추모편지를 주요 뉴스로 다룬 가운데, 중앙일보는 1면에서 <"우리가 먼저 승희에게 손 내밀었어야">라는 제목으로 조씨에게 추모편지를 남긴 여대생 스탠리씨를 인터뷰해 실었다.

       
      ▲ 한겨레 4월23일자 1면  
     

    한겨레, ‘승희 조’ 사건에 대한 진전된 문제제기

    <한국판 ‘승희 조’사건 나면 우리 문제로 안을 수 있을까>라는 제목의 한겨레 1면 기사는 여러 모로 눈에 띈다. ‘한국의 한 대학에서 외국 출신 학생이 미국 버지니아공대 참사와 같은 사건을 벌였다면 한국 사회는 어떤 반응을 했을까’는 문제 제기를 담은 이 기사는 귀화 한국인들이 겪는 어려움을 전하고 있다. 이 기사에서 이민 1.5세대라는 한 미국 변호사는 "한국 사람들 상당수가 그 일을 미국 사회 구조적인 문제에서 비롯된 사건이라고 보기보다 당장 ‘우리’가 창피하고 죄스러운 일이라고 보는 경향을 보였다. 그렇다면 귀화한 한국인에게도 마찬가지 태도로 단죄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언론노조 회계 부정, 조선 ‘불법정치자금’, 한겨레 ‘언론노조 신구 집행부 견해차’

    지난 21일 동아 조선일보가 전국언론노조의 회계부정 의혹을 보도한 데 이어, 23일에도 다수의 일간지들이 이를 보도했다.

    언론노조의 20일 중앙집행위원회 보고 내용을 보면, 김아무개 총무부장이 2004년부터 2007년까지 3년 동안 3억 3000여만원을 횡령했고, 총선 투쟁기금 명목으로 조성한 1억2000만원 가운데 일부 집행 내역이 허위로 결산처리됐고, 신학림 전 언론노조 위원장이 조합비에서 1200여만원을 대출받아 생활비로 쓴 뒤 되갚은 걸로 나와있다. (한겨레 인용)

    21일 이를 1면에서 보도한 조선일보는 언론노조가 민주노동당에 후원하려 했던 것에 초점을 맞춰 <언론노조, 불법정치자금 조성 의혹>(2면)이라는 제목으로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4기 전국언론노동조합은 과거집행부(1~3기)로부터 사용처가 불분명한 1억5000여만원 등 4억8000만원의 회계부정 의혹을 발견했고, 특히 1억 5000여만원 중 일부는 불법정치자금, 정치인 후원금 ‘배달사고’ 등과 연관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한 뒤, "후원금을 받은 적이 없다"는 민주노동당과 "철저한 수사를 해야한다"는 한나라당의 입장을 덧붙였다.

       
      ▲ 조선일보 4월23일자 2면  
     

    <언론노조 "전 집행부 검찰수사 의뢰">(8면)라는 제목으로 보도한 한겨레는 현 언론노조의 입장과 신학림 전 위원장의 입장을 상세히 전했다. 한겨레에서 신 전 위원장은 "김모 부장의 횡령은 최근 알게 됐고, 재임 중 일어난 일로 이에 관한 모든 정치적 책임을 지겠다"고 말했고, 1억 2000만원의 허위 결산처리에 대해서는 "모두 노조 활동 차원에서 집행한 것으로 의심될 대목은 하나도 없다"고 반응했다. 한겨레는 "이렇게 사태가 불거지게 된 이면에 작용한 것으로 알려진 언론노조 신구 집행부 사이의 견해차, 나아가 언론 노동운동 노선에 대한 인식 차이도 관심 대상"이라고 보도했다. 

    이외에 중앙 한국 서울신문 등이 <언론노조 직원이 3억 횡령 의혹>(중앙, 10면) <"언론노조 직원 3억 횡령 확인">(한국, 12면), <언론노조 회계 비리 내홍>(서울, 6면) 등의 제목으로 관련 소식을 다뤘다.

    조선 한국 한겨레, 전국언론노조 회계 부정 의혹 사설서 다뤄

    언론노조 회계부정에 대해 조선 세계 한국 한겨레 등이 사설로 다루며 관심을 보였다. 하지만 초점은 달랐다. 조선일보는 사설 <언론노조, 조합비를 횡령·불법집행으로 구멍냈다니>에서 "노조의 으뜸가는 존재 이유는 조합원의 임금·근로조건 개선과 고용안정 같은 권익 향상"이라며 "그러나 언론노조가 지금껏 이런 자신의 존재 이유에 걸맞게 행동해 온 적이 거의 없다. 좌파적 정치구호를 언론에 강요하고 그런 좌파적 잣대로 언론을 매도하는 일에 열중해 왔다"고 주장했다. 조선일보는 "언론노조의 공격은 특히 정권에 비판적인 신문들에 집중됐다. 이 정권의 외곽 언론단체들과 함께 신문 악법을 제정할 수 있도록 앞장선 것이 대표적이다. 지난 1월만 해도 당시 언론노조 위원장은 불법 폭력시위를 비판한 언론사들을 겨냥해 "민중봉기를 통해 관공서와 함께 신문사를 부수고 싶은 심정"이라고 말했다"며 "전임 노조 집행부가 행방불명된 돈의 사용처와 관련해 민노당에 정치 후원금으로 줬다는 걸 들고 있는 것도 언론노조가 본업인 조합원 복지는 외면하고 얼마나 정치에만 곁눈을 팔아 왔는가를 증명하는 일"이라고 비난했다.

       
      ▲ 조선일보 4월23일자 사설  
     

    한겨레는 사설 <언론노조 비리의혹, 사실 규명이 먼저>에서 "이번 사건이 우리 사회의 소금 구실을 해 온 언론노조 운동 전체의 위기로 이어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라도, 한 점 의혹 없이 사실이 규명돼야 한다"며 "노조가 안팎으로 도덕성과 투명성을 인정받으려면 이런 미숙한 회계처리와 편의적인 업무 태도부터 바로잡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 한겨레 4월23일자 사설  
     

    한겨레는 "이번 사건이 내부 분열로 이어지는 일만은 경계해야겠다. 언론노조 안에선 사건 처리 방향을 두고 서로 의견이 갈려 있다고 한다. 이번 사건을 힘겨루기나 언론노조 내 뿌리깊은 정치적 갈등의 표출로 보는 시각도 있다. 실제로 사건 처리 과정에선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게 아니냐는 오해를 불러올 만한 절차상 잘못이 있었던 것으로 지적된다. 나아가 일부에선 노조 탈퇴나 분해를 거론하기도 한다. 의견 차이를 근본적인 입장 차이로 받아들인 탓이다. 산별노조 설립 5년차인 언론노조에서 이런 분열 조짐이 나타나는 것은, 전체 산별노조 운동의 앞날에도 나쁜 전례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국·한겨레 대선 여론 조사 실시

    대선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되는 23일, 한국일보와 한겨레가 대선 관련 여론 조사를 실었다.

    한국일보가 19일 전국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대선 여론조사에 따르면, 유권자들은 가장 중요한 능력으로 경제성장과 일자리 창출 능력(50.4%), 리더십으로는 강력한 리더십(62.2%), 나이는 50대(68.4%), 학력은 대학졸업 (42.4%), 경력은 직업 정치인 출신(28.0%), 기업인출신(23.7%) 등의 요건을 갖춘 후보를 대통령으로 선호했다. 한국일보는 이를 1면에서 <강력한 리더십 갖춘 경제대통령>이란 제목으로 보도했다.

    한겨레가 21일 전국 성인남녀 700명을 대상으로 전화 여론조사를 한 결과, 이명박 전 서울시장은 43.8%,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는 21.2%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한겨레는 <이명박 주춤…박근혜 꾸준한 상승세>(3면)라는 기사에서 이명박 전 시장의 지지율이 주춤한 반면 박근혜 전 대표의 지지율은 미세하지만 꾸준히 오르고 있다고 분석했다.

    주간조선, 조선일보 지국통해 배달

    조선일보가 펴내는 주간지 ‘주간조선’이 ‘Weekly Chosun-주간조선’으로 이름을 바꾸고 조선일보 배달망을 통해 배달된다고 조선일보가 1면 사고에서 전했다. 사고에 따르면, Weekly Chosun은 "우편 또는 중간업자를 통한 배달 시스템 때문에 원고 마감후 3~6일이 지나서야 독자에게 배달"되던 관행에서 벗어나 "조선일보 지국망을 통해 직접 배달되기 때문에 토요일 새벽에 배달된다." ‘Weekly Chosun’은 판형도 바뀌었고, 교육부록으로 ‘위클리 에듀’도 발행한다고 한다. 

    같은 날 세계일보도 ‘세계일보 대선후보 정책공약 분석 자문위원단’을 구성하고, ‘원더풀 코리아”글로벌 기업인’ 등의 일부 기획을 시작한다는 내용의 사고를 실었다.

    경향, ‘민주화 20년, 지식인의 죽음’ 기획 시작

    경향신문은 ‘민주화 20년, 지식인의 죽음’이라는 연재를 시작했다. 경향은 <지식을 찍어내는 사회 지성은 숨쉬고 있는가>라는 1면 머리기사와 함께 2, 3면에서 <금권·실용의 시대 ‘비판적 이성’을 마비시키다> <민주·민족은 흘러간 명제…담론 새지표 찾아야>라는 제목의 기사를 실었다. / 이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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