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웃복서 권영길, 크로스카운터 노회찬
인파이터 심상정 그리고 부족한 2% 찾기
    2007년 04월 21일 10:13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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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에게 있어 ‘말’은 리더십의 총체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핵심 도구이다. 정치인의 ‘말’ 속에는 자신만의 비전과, 캐릭터, 메시지가 녹아있다.

때문에 정치인의 말 한 마디는 항상 관심의 대상이다. 특히, 방송 토론회나 특강, 대담 등 미디어 정치가 확산되면서 메시지를 전달하는 ‘화법’의 중요성이 점점 강조되고 있는 현실이다. 정치인들은 각종 선거 및 대규모의 연설을 앞둔 특정 시기에는 별도의 연설 코치를 받으며 저마다 화법의 경쟁력을 기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민주노동당 대선 주자들인 권영길, 노회찬, 심상정 의원의 화법은 어떤 색깔과 특징이 있을까.

먼저 잽을 날리지 않는 절제된 아웃복서 권영길, 제 아무리 복잡한 상대일지라도 ‘핵심’을 찌르는 크로스 카운터 한 방을 구사할 줄 아는 노회찬, 저돌적인 인파이터로 항상 논쟁의 중심에 서는 심상정.

이들 삼인방의 ‘화법’은 하루아침에 만들어 진 것이 아니다. 과거 삶의 여정과 현재의 개성, 미래를 바라보는 통찰력이 빚어낸 총체적 결과이다. 

   
  ▲ 민주노동당 대선 예비주자 3인. 좌로부터 권영길 원내대표, 노회찬 의원, 심상정 의원
 

아웃 복서 권영길, 카운터 펀치 노회찬, 인파이터 심상정

권영길 의원은 초대 언론 노조 위원장부터 시작해 전국 민주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에서 국민승리 21, 민주노동당 원내 대표에 이르기까지 조직을 관리하고 통합하는 대표 역할을 해왔다.

그러한 과정 속에서 권 의원은 조직의 통합을 위해 자신의 목소리를 분명히 내기보다는 각 정파의 의견을 수습하고 모아가는 리더십을 요구받아왔다. 

권영길 의원실의 관계자는 "오랫동안 많은 정파가 있는 큰 조직을 관리하는 지도자 생활을 역임하면서 체화된 습관이 화법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민주노동당의 한 관계자도 "과거 삶을 돌아보면 권 의원의 위치상 의견을 분명히 하는 순간 모든 조직이 갈라질 수 밖에 없었다"면서 "조직의 의견을 모아나가는 과정을 통해 자연스레 절제된 화법이 형성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노회찬 의원은 운동권의 동료나,선후배들이 정치권 안팎에서 갈지자 행보를 하는 동안 진보 정치의 대중화를 위해 30여년 한길을 걸어온 사람이다. 

노 의원은 인천지역민주노동자연맹(인민노련) 창립, 백기완 선거 대책 본부 조직위원장, 진보정치연합(진정추) 대표, 국민승리 21 기획위원장, 민주노동당 부대표 등을 역임하며, 한국 진보 정당 운동의 역사와 궤를 같이한다.

노 의원의 속사포 같은 화법은 발언 기회가 희박했던 척박한 한국의 진보 정치 역사가 빚어낸 결과이기도 하다. 이에 노 의원실의 관계자는 "토론회 모니터 등을 할 때면 항상 말이 빠르다는 지적이 나온다. 할 말은 많고 발언 기회가 항상 적었던 과거 정치 생활의 경험이 몸에 배어버린 것 같다"고 말했다. 

당의 한 관계자는 노 의원의 유려한 말솜씨에 대해 "진보 정치 운동을 지금까지 이끌어 오는 동안 노 의원은 항상 상대방을 설득하고 이해시켜야 하는 입장이었다"면서 "그러한 과정 속에서 단련된 훈련과 각고의 노력이 지금의 촌철살인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일심회 사건, 비정규직 특례 당원 개정안, 한미 FTA 관련 현안 등 모든 논쟁의 중심엔 심상정 의원이 있다. 이렇듯 논쟁을 주도하며 자기 목소리를 분명히 내는 심 의원의 적극적인 화법 뒤에는 20여 년간 활동한 노동운동의 경험이 자리 잡고 있다.

심상정 의원은 구로 동맹파업을 시작으로 서울노동운동연합(서노련) 활동, 전국노동조합협의회 쟁의부장, 민주금속연맹 사무처장 등을 역임하며 노동 운동과 함께 성장했다.

심상정 의원실의 관계자는 심 의원의 강한 화법과 관련해 "정치판에서 큰 강점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자체 분석하며 "이미 오랜 노동 운동 과정에서 숙련된 화법"이라고 말했다.

이어 당의 한 관계자는 "노동 운동 초기 남성 중심의 운동권 문화 속에서 자신의 의사를 강하게 표현하지 않으면 여성의 한계를 뛰어넘을 수 없었을 것"이라며 "그러한 상황 속에서 단호한 결단력과 실천을 보여주는 강한 화법을 선택 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권 – "친근함이 강점" vs "선명성, 파급력 약해"

   
  ▲ 사진=권영길 의원실
 

"저 자세가 도대체 안타를 치려는 건지, 아니면 번트를 대려는 건지 좀체 종잡을 수 가 없다"

엉거주춤. 권영길 의원 화법의 단점에 대해 당의 한 관계자는 엉성한 폼으로 타석에 들어선 야구 선수에 비유하며 이 한 단어로 집약했다.

그는 "큰 강이 소리 없이 흐르듯 권 의원은 침묵으로 말하고 의지로 실천하는 사람이다"며 "그러나 핵심을 짚어 말하는 기자 본능을 기르고 매번 거울 앞에서 말 연습을 했던 DJ의 준비된 자세를 본 받아야 한다"고 충고했다.

이어 창당 시절부터 민주노동당을 출입하고 10년째 정치부를 담당하고 있는 인터넷 신문의 A기자는 "기자 간담회나 사석에서의 어눌함과 달리 마이크만 잡으면 청중을 사로잡으며 사람이 돌변한다"면서 "큰 무대에서 활동했던 경험이 사람을 여유있게 만들어 주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권 의원 화법의 단점에 대해 "그러나 평소에는 이야기의 핵심을 짚어내지 못해 정작 취재를 하고나면 ‘배가 산으로 가는 경우가 많다’"며 "기사 쓰기가 참 난감하다"고 토로했다.

이어 개그맨이자 시사전문 MC 노정렬씨는 "권영길이 여전히 건재하다는 파이팅, 에너지, 신선함을 보여 달라"고 주문했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 김헌태 소장은 "민주노동당 간판 캐릭터로서 친근함이 강점이다"면서 "에너지 있게 메시지를 담아내지 못해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의 선명성이 부족하고 그에 따른 발언의 파급 효과 또한 적다"고 평했다.

이어 김 소장은 "역동성을 보완해 발언을 듣는 국민들에게 긴장감을 높여 줘야 한다"면서 "구체적으로 각을 세워 말하는 습관을 가져야 한다"고 당부했다.

정치컨설턴트 전문 업체인 e윈컴의 김능구 대표는 "보통 진보 운동을 하는 사람들은 남을 계몽하려 들고 가르치려는 습관이 있는데, 권 의원은 상대방 입장에서 말 할 줄 아는 게 큰 자산"이라고 말했다.

이어 김 대표는 권 의원 화법의 단점에 대해 "리더라면 카리스마가 필요하다. 그런 면에서 권 의원은 5%가 부족하다. 분노할 때는 분노하고 화 낼 때는 화를 낼 줄 도 알아야 한다"면서 "강하게 말하는 걸 본인 스스로가 어색해 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에 권영길 의원실은 "언론이 원하는 자극적 화법보다는 신뢰를 기반으로 하는 이웃집 아저씨 같은 친근한 화법을 구사하고 있다"면서 "26일 대선출마 선언 이후에는 ‘굵직한 의제를 선이 분명하게 표현’하며 달라진 모습을 보게 될 것이다. 기대해도 좋다"고 말했다.

또 긴장 할 때마다 혓바닥을 내밀어 그간 당 안팎에서 지적을 받았던 습관에 대해 권 의원실은 "원내에 진출 한 후로는 현저히 줄어들었다"면서 "사람마다 누구나 가지고 있는 익살스러운 습관의 하나로 봐줬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노 – "재담 넘어 영혼에 남는 위트" vs "단편적 비유 함께 국가비전 제시도"

   
  ▲ 사진=노회찬 의원실
 

"기자 간담회나 토론 등 작은 모임의 자리에서는 노 의원이 최고이다. 그러나 큰 무대에 서면 느낌이 좀 다르다. 목소리도 하이 톤인데다 화법이 그리 대중적이지 못하다" 

인터넷 신문의 A기자는 노 의원의 단점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그는 “말이 너무 빠르고, 전반적으로 가벼워 보여 보는 이들로 하여금 불안하게 만든다”면서 “기자간담회 같은 작은 모임과 큰 무대에서의 활동이 차이를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이미 진정추 시절부터 숨은 진주라고 소문이 난만큼 노 의원의 달변은 뛰어나다"면서 "노 의원의 발언은 그대로 받아 적기만 해도 그 자체가 전부 기사가 될 만큼 핵심을 꿰뚫어 보는 능력이 탁월하다"고 평가했다.

이는 A기자뿐이 아니다. 노 의원은 실제로 기자들 사이에 ‘핵심을 잘 짚어내는 의원’으로 정평이 나있다. 한 방송사 기자도 "방송은 시청자의 이해를 생각해야 하는데, 짧은 시간에 복잡한 현상을 쉽게 설명하며 본질을 짚어주는 노 의원의 발언이 방송화시키기에는 가장 적합하다"고 밝혔다.

시사전문MC 노정렬씨는 "노회찬 의원의 화법은 민주노동당을 잘 모르거나 꼭 지지하지 않는 사람들에게도 민주노동당에게 관심을 갖게 만드는 대중성이 묻어난다"면서 "다만, 간혹 듣기에 따라서는 비유가 지나쳐 빈정거리거나 말의 꼬투리를 잡는 것처럼 오해 받을 수 있는 특유의 말투가 있는데, 이를 담백하게 고쳤으면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그는 ‘방송 진행자로서 누구를 패널로 초청하고 싶은가?’라는 기자의 ‘우문(?)’에 "마치 편을 선택하라고 하는 것 같아 어렵다(웃음). 사안마다 다르다"면서 "권 의원은 두 번의 대선 경험에서 주는 무게와 연륜이 있어 제겐 조금 어려운 면이 있다.(웃음) 대중성과 시청률을 중점에 둔다면 노 의원을 초청하겠지만, 현안별로 심층적 얘기가 필요 할 때는 심 의원을 초청 할 것 같다"고 답했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 김헌태 소장은 "촌철살인을 구사해 메시지 전달력이 가장 뛰어나다"면서 "그러한 촌철살인이 노 의원의 진정성을 떨어뜨려 정책이 수사에 머문다는 느낌을 준다. 정책적으로 심도 있게 날카롭게 파고드는 진지한 모습을 좀더 보여줬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정치컨설턴트 전문 업체인 e윈컴의 김능구 대표는 "단순한 재담을 넘어 영혼에 남는 위트를 구사 할 줄 안다"면서 "대중의 코드를 정확히 읽어내 마음을 흔드는 뭔가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김 대표는 단점에 대해 "국민들은 특정 사안보다는 전체적인 그림, 큰 국가의 비전에 대해 더 관심이 있다"면서 "단편적인 비유보다는 이 사람이 전체적인 큰 그림이나 국가적 비전을 제시한다는 느낌이 들게 말 할 줄도 알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노회찬 의원실의 관계자는 “해외에 나가서도 댓 글을 다는 두 명의 노씨가 있는데, 한 명은 노무현이고 또 한 명은 노회찬이라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해외에 나가서도 국내 언론 기사를 검색하며 스텝 내부가 공유하는 게시판에 댓글을 달고 기사의 오타를 지적할 정도로 정보 취득에 열심이다”면서 “이러한 성실함과 노력으로 촌철살인의 화법을 길렀는데, 가끔은 지나쳐 본의 아니게 희화화되기도 한다. 이에 대해 공유하고 끊임없이 지적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그는 큰 무대에 약하다는 지적에 대해 "경험이 쌓이면 자연스럽게 해결 될 문제"라며 "빠른 말과 굳은 표정에 대해서도 이젠 사전 준비 단계부터 코치를 하며 스스로에게 각인 시키도록 노력 하고 있다”고 말했다.

심 – "민노 정책 설명에 최적" vs "대중성, 친근함 부족"

   
  ▲ 사진=심상정 의원실
 

"아직은 자신이 아는 걸 토해내는 수준이다. 대중이 원하는 걸 알지 못하고 사람의 마음을 흔들어 놓지 못한다"

정치컨설턴트 전문업체인 e윈컴의 김능구 대표는 심상정 의원에 대해 "이제 정치를 시작한 사람으로서 당연한 단계이다"면서 이렇게 평했다.

김 대표는 "대중들이 원하는 말을 적절한 시점에 구사 할 줄 아는 전 박근혜 대표를 벤치마킹해야 한다"면서 "그저 똑똑한 커리어 우먼의 이미지를 뛰어 넘지 못한다. 대선에서는 대중의 언어를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인터넷 신문의 A 기자도 "전 박근혜 대표가 겉으로 보기에는 부드러워 보이고 여성스러워 보이는 이미지가 있듯, 심 의원도 어머니나 누나 같은 부드러운 화법을 보완 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또 그는 "어간이 올라가는 특유의 오래된 화법이 있는데, 마치 선생님이 학생을 가르치는 것 같다"면서 "그리 좋은 어감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 김헌태 소장은 "정확하고 다부진 화법으로 인해 민주노동당 정책에 대한 전달력과 접근성이 돋보인다"라며 "메시지가 가장 구체적이고 진지해 민주노동당의 정책을 설명하는 데 가장 적합해 보인다"고 말했다.

이러한 평가는 김헌태 소장뿐만이 아니다. 인터넷 신문의 A 기자도 " 노 의원이 화법으로 분위기를 좌우한다면 심 의원은 정책에 대한 빈틈없는 논리와 각종 수치, 통계로 승부한다"면서 "자신이 무슨 얘기를 하고자 하는지 분명히 알고 있으며, 정책과 관련된 진지한 얘기에 능하다"고 평했다.

시사전문 노정렬 MC도 "민주노동당의 정책을 설명 할 때 기승전결을 갖춰 기본 ABC부터 섬세하고 조목조목 잘 짚어준다"면서 "깊이 있는 이슈를 다룰 때 심상정 의원의 발언을 귀담아 듣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노씨는 "열심히 공부하고 노력한 흔적이라는 걸 알겠지만, 만연체 스타일의 화법을 대중들이 쉽게 알아들을 수 있게 조금만 간결하게 다듬어 달라"고 당부 했다.

김헌태 소장도 "뭔가 많은 것들을 준비한 줄은 알겠지만 진지함으로만 그친다. 구호로서의 화법이 아니라 사람의 감성을 건드릴 줄 아는 표현으로 바꿔야 한다" 면서 "대중에게 쉽게 다가설 수 있는 심상정 특유의 상징이나 트레이드마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심상정 의원실의 관계자는 “우리는 진보적 언어가 많이 부족하다고 본다. 부동산 오적, 한미 FTA 삼각 동맹, 종합구멍세(종합부동산세), 가난한 사람의 민주주의 등 심상정만의 독특한 진보적 언어를 만들어 내는 데 고심하고 있다”면서 “부족한 대중성을 보완 할 예정이지만, 진보적 정신을 제대로 담아내지 못하는 대중적 언어는 지양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말의 끝 어간이 올라간다는 지적에 대해 “나이 드신 남성분들은 거부감을 느끼는데 반해 여성들은 대리만족을 느끼며 그것 때문에 오히려 심상정 마니아가 됐다”며 “반응이 첨예하게 엇갈려 이 말투를 개성으로 살려야 되는지 아니면 다른 방식으로 보완해야 되는지 고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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