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통령의 네차례 조의와 침묵, 공포정치
    By
        2007년 04월 20일 02:09 오후

    Print Friendly, PDF & Email

    #1. 노무현 대통령, 네 차례에 걸쳐 위로 표명

    허세욱 열사의 죽음에 대해 마지막까지 단 한마디도 입을 열지 않던 이 남자, 4번이나 육성과 전문을 통해 머리를 조아리는 마음을 표현하는 오버를 감행했다. 최대 업적으로 자임하는 한미FTA에 행여 누가 될까봐서. 어련하실까. 

    #2. 김성진 해양수산부 장관 경질

    한미FTA타결 직후, 업계 피해를 적나라하게 보고 하는 바람에 노무현 대통령을 격노케하였다는 그 양반이다. 바로 짤리셨다. 타결 직전까지 스크린쿼터 미래유보를 확약했던 김명곤 문화부장관도 같이 짤렸다.FTA 정국에 몸바쳐 충성안하면 짤린다.이젠 공포정치다.

    #3. 박근혜, 원희룡, 김근태, 정세균 버지니아 공대 희생자를 향해 일동 묵념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열린 ‘2007대선, 재외국민 참정권 어떻게 할 것인가’ 라는 토론회에 앞서 여야의원들이 일제히 묵념을 하였다. 당신들은 세상의 모든 망자들을 위해 묵념하시나? 어제는 한미FTA 매국협정에 의해 타살된 허세욱 열사의 장례식이 있던 날. 열사 앞에 한번도 머리숙일 줄 몰랐던 사람들아. 당신들에게 미국은 무엇인가?

    #4. 용산공원 안에 다시 들어서는 미군기지

    2012년까지 반환되어 공원화하기로 용산미군기지터에,국방부,미군,미대사관의 요구에 따라 면적의 15%에 해당하는 12만평이 다시 미국측에 돌려지고, 미군기지와 미대사관 등이 들어설 예정이란다. 용산 기지 이전한다고 대추리의 마지막 주민까지 깡그리 다 몰아낸 지 일주일도 채 되지 않아 들려오는 이 해괴한 소리는 또 뭔가? 한국인들은 언제까지 자신의 땅에서 쫓겨다녀야 하나?

    #5. 자성의 뜻으로 32일간 금식하자

    주미 한국대사가 워싱턴지역 교회협의회와 지역 한인회 공동주최로 기독교 신자들 800여명이 모인 가운데 , 버지니아공대 총기난사 사건 희생자 추모 예배에 참석해서 한 말이다. 대사로서 슬픔에 동참하며 한국과 한국인을 대신해 유감과 사죄를 표한단다. 이에 대해 외교통상부 관계자들조차 곤혹스러워했단다. 이태식 주미대사, 유아적 정신퇴행인가 혹은 고질적 식민지주의잔가?

    #6. 이라크 연쇄 차량폭탄 테러 172명 사망

    이라크, 팔레스타인, 이란 등지에서 끊임없이 전해지는 사망소식, 이 나라 어떤 언론도 이 죽음들에 어떤 의미를 부여해야 할지 모른다.그러나 미국에서 일어난 사망소식들에는 온 나라가 언제나 난리였다. 뉴올리안즈에 수해가 났을 때도 한국언론은 오늘과 비슷한 호들갑을 떨어주었지 않았나. 한국비가 낸 수해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인명은 왜 당신들에게 열배쯤 소중한가?

    #7. 총기난사 범인 누명썼던 중국계 학생

    나는 총을 쏘지 않았다. (아직?) 그는 미국 당국으로부터 총기소유허가증을 받고 총기를 수집하고 있고 소총을 잔뜩 어깨에 매고 찍은 사진을 블로그에 올려놓은 것이 화근이 되어 범인으로 몰렸던 그는 “이번 사건이 학생들의 무장을 허용해야 할 필요성을 일깨우는 계기가 돼야 한다는 생각” 이라고 했다.

    대형 총격사고가 연간 20회씩 일어나는 미국. 그것밖에 안 일어나는 것이 오히려 미스테리다. 비행기 탈 때 손톱깎기까지 빼앗아가지 말고, 당신네 나라안에 굴러다니는 총기 단속이나 잘하시지.

    #8. 아프간 최연소 여성국회의원 말라라이 조야

    “지금 아프간은 하루하루가 9.11 같다”.
    그녀들 주인공으로 한 다큐멘터리 <행복의 적들>상영을 계기로 한국을 찾은 그녀는 말한다.“탈레반 정권은 축출됐지만 미국정부를 등에 업고 권력을 차지한 것은 과거 수천명 아프간 민중을 학살했던 군벌이다. 소녀들은 강간당한 뒤 팔아넘겨지고, 여성들은 길가에서 돌팔매를 맞으며, 탐욕과 부패의 현장인 아프간 국회에서 내가 발언을 하려고 하면 마이크를 꺼버리거나 물병을 집어던진다”

    #9.이주노동자 방송 꿋꿋한 두해살이

    한국 사회에서 소수자로 살아가는 이주노동자들이 주체가 된 이주노동자의 방송이 지난 16일로 방송 두 돌을 맞았다. 국내에 거주하는 이주 노동자는 약 40만명이고 이 가운데 절반이 미등록 상태로 불법체류자들이다. 대부분 신분 불안과 인권 침해, 인종차별 등 고통을 겪고 있는데 이들을 서로 당겨주고 밀어주며 함께 걸어가는 방송프로그램이다. (어제, 4월19일 아침 신문에 투영된 이 악몽 같은 세상에서 유일하게 희망으로 반짝이던 소식이다.)

                                                                * * *

    수줍던 한국의 한 소년을 분노와 자괴로 가득한 총기난사자로 키워낸 것은 미국이다. 전형적인 미국적 폭력에, 미국에 가장 많은 유학생을 보내는 나라 가운데 하나인 한국 국적의 한 학생이 개입되었을 뿐이다.

    오히려 우리는 이토록 잔혹한 폭력이 일상화되어 있는 지상의 유일한 나라 미국을, 이번 사건을 계기로, 많은 학생들이 무장을 하였다면 이런 참사는 없었을 것이라고 주장하는 총기사용 옹호자들이 더 많은 이 나라를 탓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그런 나라를 지상의 천국인 양 선전하며 우리의 모범으로 호도하는 기막힌 이 나라 지배세력들과 이에 장단 맞춰 뉴스와 신문을 미국의 것으로 도배해놓은 이 나라 언론의 천박함을 질타해야 할 것이다.

    여수에서 9명의 이주노동자들이 숨지고 18명이 다치는 참사가 일어났을 때 대통령은 어떤 애도의 성명도 사과의 전문도 보내지 않았고, 어떤 정치인들도 모여앉아 이들을 위해 묵념하지 않았다.

    40만이나 되는 이주노동자들은 피를 나누지 않았지만, 지금 이 땅에서 우리사회의 모순과 갈등을 가장 밑바닥에서 우리와 함께 나누고 있는 우리의 친구이자 이웃이다.

    이 사회가 여과없이 흘려보내는 모든 모순들을 온몸으로 부딪혀가면서도, 서로 보듬으며 희망을 전파하기 위해 방송프로그램을 만들어서 온 지 2주년을 맞은 이 소중한 우리의 친구들에게 뜨거운 포옹과 격려의 박수를 보낸다.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