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치화된 군대, 선군정치 본질과 목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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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년 04월 20일 07:38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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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일 열린 ‘북한 선군정치의 전망’이라는 주제의 토론회 모습은 익숙치가 않았다. ‘선군정치’라는 주제 자체가 익숙치 않기도 했지만, 사회단체 활동가들이나 연구자들이 주 참석자인 대개의 토론회와는 달리 대부분의 대학생과 더러는 백발의 노인들이 자리를 메우고 있는 토론장 분위기도 익숙치 않기는 마찬가지였다. 이런 참석자들은 ‘선군정치’에 대한 남한 사회의 관심층이 누구인지를 보여주고 있었다.

    공동주최자인 6.15공동선언실천청년학생연대, 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 남북공동선언실천연대가 준비한 자료집은 참석자들에게 조금은 모욕적이었다. 그 자료집 머리에 Q&A 형식으로 지난 1차 토론회의 ‘공통적인 견해’라는 ‘정답’을 실어두고 있었기 때문이다.

       
      ▲ 19일 ‘북한 선군정치의 전망’ 토론회가 민주화기념사업관에서 열렸다.  (사진=레디앙)
     

    참석자를 ‘약간’ 모욕하는 자료집

    “오늘날 소위 ‘북한의 핵문제’는 어디에 원인이 있었나요? …미국의 대북적대정책 …북한의 경제는 ‘고난의 행군’ 시기를 넘어 현재 성장하고 있는 것인가요? …실제 경제부문의 신장을 이룬 점이 인정된다는 점을 확인…”

    앞선 토론의 성과를 전해주는 것도 좋기는 하지만, 수능 시험지 정답표 같은 이런 보고가 올바른 ‘이북 바로 알기’라 보아주기는 어렵다.

    발제자인 이대근 북한대학원대학교 겸임교수는 선군정치의 기원을 1996년 김정일 위원장이 언급한 바 있는 ‘혁명적 군인정신’으로부터 찾았다.

    “‘혁명적 군인정신’이란 수령과 당의 지시라면 산악도 옮기고, 바다도 메우는 군대의 투철한 명령관철의 정신이다. 당이 제시한 과업이라면 군대는 당의 가장 충실한 도구로서 변명 없이 목숨 걸고 관철해야 한다는 요구가 이 정신에 반영되어 있다.

    정권을 위협하는 반체제 활동을 저지하기 위해 당이 명령을 내리면 즉각 동원돼 총을 쏠 수 있는 ‘믿을 만한 군대’로 남아 있는 것, 동유럽 사회주의 국가의 군대처럼 유사시 ‘정치적 중립을 지키는 군대’가 아닌 ‘정치화된 군대’로 남아 있는 것, 이것이 바로 선군정치의 본질이며 목적이다.”

    김정일 위원장 "정치의 모자를 벗기면 군사"

       
      ▲ 이대근 북한대학원대학교 겸임교수 (사진=레디앙)
     

    실제로도 김정일 위원장은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는 듯하다. “정치의 모자를 벗기면 군사입니다. …(동유럽에서) 군부가 흔들리지 않고 사회주의 배신자들에게 단호하고도 무자비하게 총소리를 울렸다면 사태는 달리 되었을 것(『총서 불멸의 향도, 총검을 들고』, 『김정일 장군의 선군정치』).” 모택동이 말했다는 “모든 권력은 총구로부터 나온다”는 금언이 북한에서는 아직도 맹위를 떨치고 있는 모양이다.

    이대근의 발표에 따르자면 선군정치 이후 북한에서는 ‘선당 후군’에서 ‘선군 후당’으로 ‘선로(先勞)’에서 ‘선군 후로’로의 변화 양상이 눈에 띈다 한다. 김일성 생일기념 행사의 경우 선군정치 이전인 1992년에는 주석단의 7.1%를 군 지도자가 차지하고 있었는데, 2000년에는 47.8%로 크게 늘었다 한다.

    이런 현상은 경제에도 영향을 미쳐 중공업 우선 정책이 국방공업 우선 정책으로 변경되었다고 한다. 2003년 이후 북한의 매체들이 보도하는 경제노선은 “국방공업에 선차적 힘을 넣어 우선적으로 발전시키면서 경공업과 농업을 동시에 발전시키는 것”이라고 한다.

    토론자들이 밝힌 선군정치에 대한 의견은 북한 정부의 것과 별 다를 바 없는 데서부터 부정적이되 현실로서는 인정해야 한다는 데까지 비교적 다양했다.

    최한욱 남북공동선언실천연대 정책위원장이 가장 긍정적인 편이었다. “선군정치로 북한식의 민주질서가 근본적으로 변화한 것은 아니다. …선군정치와 군사독재를 동일시하는 것은 북한의 현실과 맞지 않으며 이는 매우 선동적인 주장이라고 할 수 있다.

    …선군정치는 북한의 국가발전, 경제발전에 매우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선군정치의 결과로 축적된 북한의 최첨단 과학기술은 추후 급속한 경제발전의 원동력이 될 것이다. …선군정치는 일부 사람들의 맹목적인 반북적 시각에 불구하고 실제로 한반도의 긴장을 완화하고 북미, 남북 관계를 획기적으로 진전시켜 오히려 평화통일의 가능성을 증대시키고 있다.”

    "선군정치는 북한의 필연적 정치행태"

    이용대 민주노동당 정책위의장은 조금은 더 조심스러웠고, 분석적이었다. “선군정치는 객관적인 실체이며 모든 실체는 존재하는 이유가 있는 법이다. …선군정치는 ‘군 중심의 국가 총동원 체제’로 정의할 수 있겠는데, 그러한 체제가 존재하는 이유는 북한이 역사적으로 혁명과 전쟁을 통해 건설되고 공고화된 나라라는 사실과 무관할 수 없다.

       
      ▲ 이용대 민주노동당 정책위의장
     

    …선군정치는 북한체제의 고유한 성격과 조건에 따른 필연적인 정치행태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선군정치가 평화통일정책이라거나 평화통일에 효과적인 방식이라고 규정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이러한 이용대의 분석은 몇 가지 의문이 들게 한다. “모든 실체는 존재하는 이유가 있는 법”이라는 시각은 “현실적인 것은 이성적”이라는 헤겔의 관념철학 더 정확하게는 보수적 정치 입장과는 무엇이 다른가? “혁명과 전쟁”을 경험한 중국, 베트남, 쿠바 같은 나라에 선군정치가 없는 이유는 무엇인가? “필연적 정치행태”라는 분석은 주체적 선택을 배제한 비주체적 관점이 아닌가?

    김환영 평화재향군인회 사무처장은 더 비판적이었다. “유감스럽게도 선군정치는 그런 이상적이고 대안적인 정치행태로 보이지 않는다. …상명하복의 군대적 사고로 수준 높은 국가체제를 만드는 것은 불가하다. 자유로운 의사와 의식을 가진 자발적인 참여들이 좋은 시스템을 만들어 낸다.”

    "문제는 군사주의, 붕괴는 내부로부터 온다"

    서재진 통일연구원 북한인권센터 소장은 미국과의 대치 국면 뿐 아니라, 북한 내부 통치 차원에서도 선군정치를 분석했다. “북한이 선군정치를 채택한 데는 군부가 가장 위험한 집단이라고 인식하고 군부를 정권의 편으로 품어 안으려는 의도에서 나온 것으로 볼 수 있다. …… 군인정신을 일반 주민들도 따라 배우게 하여 경제난으로 흐트러진 사회기강을 확립하고자 하는 의도인 것으로 볼 수 있다.”

    토론회 말미에서 발제자 이대근은 ‘선군정치’로 북한을 이해하는 것 자체에 문제를 제기했다.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선군정치 때문에 북한이 어떠하다거나 어떻게 될 것이라고 판단하는 것은 옳지 않다. 선군정치의 문제점은 그 엄청난 비용을 북한 인민이 지고 있는 것인데, 선군정치 이전에는 그렇지 않았느냐 하면 마찬가지였다. 문제는 군사주의이고, 붕괴는 외부가 아니라 내부에서 온다.”

    사회를 맡은 김민웅 성공회대 교수는 이 토론회의 의의 그리고 앞으로도 이어질 이 토론회의 원칙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남에도 북에도 금기가 있다. 이런 금기를 무한대로 깨면서 열린 토론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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